호두나무 왼쪽 길로 1
박흥용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박흥용씨의 책은 내 파란 세이버로 처음 만났다. 5권까지 보고 완결까지 못 봐서 오늘 문득 사고 싶어서 검색해 보니 품절이다(ㅡㅡ;;)

그 책이 갑자기 사야겠다고 생각된 것은 이 책, 호두나무 왼쪽길로를 읽은 여파였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도 몹시 인상적으로 읽었는데, 이 책도 그 감동의 연장선이다.

주인공 상복이는 호두나무가 수호신처럼 지켜주는 시골 마을의 꼬마로 살고 있다.  호두나무 왼쪽길은 큰 길로 질러가는 지름길이지만 공동묘지가 있어서 무서운 길이었고, 호두나무 오른쪽은 비잉 돌아가는 길인데 무려 4km나 된다.   학교에 지각하는 바람에 작정하고 질러간 호두 나무 왼쪽길은 눈물 바람이었지만 그래도 그 길을 다 걸어내고 나서의 성취감은 몹시 컸다. 

상복이는 어려서 돈 벌러 서울 간 어무이를 마나러 가는 게 인생의 목표였다.  초딩 시절에도 가출을 해서 어무이 찾아 30리 길을 걸어가다가 실패했고, 중고등학교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른의 키만큼 성장해서야 할머니는 진실을 가르쳐 주셨다.  남편이 죽고 일년 뒤에 바로 재혼을 시켰던 것.  상복이는 허탈해 한다.  배신감도 느끼고 절망도 한다.

아르바이트로 중고 오토바이를 고친 상복이는, 자신을 둘러싼, 에워싼, 굴레의 상징인 호두나무를 불살라 버리고 오토바이 여행을 시작한다.  서울로 갈 것인가, 남도로 갈 것인가를 고민하던 그는 그토록 염원했던 서울을 뒤로 하고 남쪽으로 내려간다.  그 여정 길에 그가 만날 많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

아직 내가 본 내용은 1권뿐이다. 뒷 권은 현재 주문 중인데, 곧 도착할 테지...

고민많고 설움도 많은 상복이의 고민과 번민도 생각할 거리를 주지만, 그가 지나는 곳곳은 현대사의 질곡이 담겨 있는 땅이다.  빨치산, 목포의 눈물, 노근리 학살 현장 기타 등등...

그 잔인하고 무서운 현대사의 현장을 현지 주민들의 구수한 사투리와 온정과 함께 지면으로 옮기니, 체로 한 번 걸러낸 것 같이 순화된 느낌으로 다가선다.

작품의 말미에는 상복이가 지나간 여정의 현장을 사진으로 담은 컷이 실렸는데, 오히려 본문보다 읽는 데에 시간이 더 걸린다^^;;;;

작가 박흥용은, 결코 가벼운 작가가 아니다.  그는 역사를 담아내고 읽어내고 보여주기도 하지만, 만화라는 장르의 특성상 모두가 기대하는 재미도 결코 놓치지 않는다.  예쁜 그림체는 아니지만 사실적인 그림체가 나는 정겹기만 하다.  때문에 그가 일궈낸 작업과 작품의 수준에 비해서 인지도가 별로 높지 않은 게 그저 아쉬울 뿐이다.

오늘의 우리 만화상 등등 여러 상도 휩쓸었고, 작품이 해외에 수출되기도 하면서 수작을 인정받았는데, 그에 합당한 대우와 보상도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다음 편을 느긋이 기다려야겠다.  다 읽고 나면 또 감동이 새로울 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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