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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 - 라울 따뷔랭
장 자끄 상뻬 지음, 최영선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만난 것은 나름대로 횡재였다. 도서관에서 발견했는데 미술 관련 책꽂이에 꽂혀 있었으므로 찾았다는 게 신기한 책^^
장 자끄 상뻬 책은 매번 참 해학적이고 풍자적이라고 느낀다. 그의 책이 동화적이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고, 이 책을 즐길만한 연령대도 어린이보다는 어른이 더 적합할 것이다. (그림이 있는 소설이라고 보아도 무방하지만^^;;)
자전거에 너무 정통하고 박식한 사나이 주인공 따뷔랭은, 자전거로 너무 유명해서 그 마을에서는 자전거를 아예 ‘따뷔랭’으로 부른다. 그러나 이 사나이에게는 말 못할 비밀이 있으니, 바로 그가 두 발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는 것이다.(제목과 달리 세 발 자전거는 균형을 맞춰 주므로 탈 수 있다^^;;) 이거 참 황당한 고민이지만, 동시에 몹시 심각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 그리고 ‘당연’하다고 믿는 것이 사실은 아닐 때, 당사자는 이것을 감추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자연스럽게 혹은 당당하게 고백하기에는 그 자신이 너무 유명해져 있으니 말이다. 때문에 주인공 따뷔랭씨는 이 고민을 고백했다가 오히려 반한 여자에게 딱지를 맞기도 하고, 후에 알게 된 사진 작가와의 우정 전선에 큰 위기를 맞는 지경에 이른다.
그런데 여기서 더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진작가도 그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자였던 것이다. 그 자신의 실력으로는 제대로 된 사진을 포착하지 못하는, 실수 투성이였던 것이다. 서로의 비밀을 털어놓기 직전까지 가게 되면서 작품은 끝을 맺는데, 책을 덮으면서 발그레 웃게 되었다. 그 속에서 여러 사람들의 군상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상 내 모습도 전혀 없다고는 말 못하겠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그 타는 목마름도, 허영을 기반으로 한 명예욕도 말이다.
그러나 부끄럽지 않고 밉지 않은 것은, 그것이 지극히 자연스런 우리네 사람 사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그 심정을 잘 포착해서, 그만의 언어로, 그만의 그림으로 잘 표현해낸 것이다. 예쁜 책이다. 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져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