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조카들을 데리고 한강 수영장에 다녀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큰조카는 친구들과 놀러 나간다고 했고, 날씨는 꾸물꾸물한 게 비가 올 것 같았다. 야외 수영장 갔는데 비쫄딱 맞으면... 곤란하지. 둘째 조카는 급 실망했다. 이를 어쩌나....
그러고 있을 때 요 페이지를 보았다.
http://m.blog.daum.net/2020wkid/8723
연아양의 아름다운 갈라쇼들을 보고 있자니 은반 위로 당장 날아가야 할 것 같았다. 그래! 아이스 링크 장으로 가는 거야!
그래서 부랴부랴 고대 아이스 링크 장으로 향했다. 물건 반품할 게 있다고 한 언니는 후발대로 오기로 하고 내가 다현양 손잡고 링크장으로 갔다. 다현양은 이번이 세번째 가는 거지만, 나로서는 생애 첫 스케이팅이었다. 와, 완전 긴장 돼!
모르면 물어봤어야 했는데, 몰라서 뭐가 필요한 건지 물어볼 생각도 안 하고 무턱대고 간 게 실수였다.
무릎 길이 스판 바지를 입고 반팔 롱티를 입고 갔는데, 도착해 보니 열라 추웠다. 아뿔싸! 여기 얼음 천지지!
다현양은 무릎까지 오는 긴 양말 신고 바람막이도 입었건만, 나는 반바지에 반팔티... 게다가 장갑도 없어.ㅜ.ㅜ
장갑 거기서 팔고 있었는데 그것도 몰랐다. 나중에 언니 오고 나서야 급히 장갑 사옴. 목장갑 700원에 팔더라.ㅎㅎ
처음 얼음 위로 나갔을 때 후들후들, 진짜 무서웠다. 그러고 보니 초딩 때 롤러 스케이트 타본 게 다였다. 인라인도 타본 적 없다. 음, 많이 위험해 보이는 걸. 게다가 추워!
다현양은 쌩쌩 달리고, 나는 추위와 공포와 싸우면서 어렵게 한바퀴. 돌다 보니 오른발은 떼어지는데 왼발은 좀처럼 얼음 위에서 떨어지지를 않는다. 아아, 그런데 사람들은 왜들 이렇게 잘 타는겨...
20여 분을 달리고 처음으로 꽈당! 넘어졌다. 아흐 동동다리... 얼음 판 위에서는 더 아프구나. 얼음 짚고 일어나자니 맨 손이 너무 아프다. 우웨에...ㅜ.ㅜ
그리고 다시 20분 뒤 콰당! 이번엔 일어서다가 또 콰당! 몰랐는데, 간식 사온 언니 만나러 나가 보니 무릎에선 피나고 종아리는 다 쓸렸다. 아포라...
장갑 끼고 재무장한 채 들어가보니 이번엔 쉬는 시간이다. 얼음 다지고 있다.
언니는 춥다고 링크장 밖으로 나가 있고 다현양과 나는 다시 돌았다. 열심히~
속도도 좀 붙고, 왼발도 가끔씩은 뗄 수가 있어서 꽤 기분 좋게 달렸다. 헬멧 아래 머리카락은 땀으로 다 젖어버렸다.
다음에는 긴옷 제대로 갖춰 입어야지. 오늘은 너무 준비가 부족했어.
나 초딩 5학년 크리스마스 날 교회 선생님과 처음 롤러 스케이트 타러 여의도 광장 갔었지.
그날 무려 56번 넘어졌는데, 새걸로 입고 간 내복 구멍 났었지.
근데 집에 와서 엄마한테 혼나지는 않았어. 그게 참 신기하지.
인라인은 롤러스케이트보다 더 재밌겠지?
예전에 롤러 스케이트 타고서 춤추던 그룹 있었는데... 야차? 야자? 뭐더라?
뭐 암튼.......응? 응?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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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
너무 많은 생각을 했나 보다. 어느 순간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그런데 이번에 제대로 넘어졌다. 아파서, 너무 아파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세상에, 폐를 다친 것도 아닌데 숨이 안 쉬어져! 어떻게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어질어질해서 앞이 안 보일 지경. 하필 출구에서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지점이어서 거의 한바퀴를 더 돌아야 했다.
다현아, 너 좀 더 놀고 오렴. 이모는 이제 나갈래. 못 견디겠어...;;;;
나와서 살펴 보니 옷 위로도 혹난 것처럼 부풀어오른 게 느껴진다. 흑흑... 너무 아포...ㅜ.ㅜ
집에 돌아올 때는 폭우가 쏟아졌다. 춥고 아프고, 서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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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 보니 허벅지에 엉덩이가 생긴 것처럼 불룩 튀어나왔다. (저거 엉덩이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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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영장 가면 가관도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마치, 마대 자루 부러지게 매타작 당한 것처럼 생기지 않았는가.
팔다리도 쑤시는데 멍은 들지 않았다. 시간이 약이겠지? 후시딘은 까진 상처에만 발랐다. 멍 빨리 빼는 약도 있던가??
육지 위에서 하는 운동도, 물 속에서 하는 운동도 모두 힘들겠지만, 얼음 위에서 하는 운동도 보통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딱딱하고 애리기까지 하는 얼음 위에서 대체 얼마나 많이 넘어지면서 연습들을 할까. 다들 대단대단...
목요일에는 오션월드 가자고, 조카들이 엄청 기대하고 있는데, 그때까지 멍 안 빠지겠지? 흑... 래쉬가드도 미리 사놨는데...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