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주일 전에 친구가 시집을 갔다. 내가 신부 들러리였고 부케도 받기로 했다. 결혼 소식은 3월 말에 들었고, 그 사이사이 우린 몇 차례 만났다. 친구의 신랑을 소개 받은 것은 결혼식 2주 전이었는데 둘 다 청첩장을 들고 나오지 않았다. 이메일로 보낼래? 했더니 우편으로 보내겠다고 했다. 그러라고 말하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도착하질 않아서 연락을 했다. 생각해 보니 예전에 친구가 빌려간 불의 검 애장판을 돌려받아야 하는데 워낙 거리도 멀고 무겁기도 하니 택배로 부치고 청첩장도 끼어서 보내면 좋을 것 같아서 말이다. 친구는 이미 우편으로 청첩장을 보냈다고 했다.

 

"책을 결혼식장으로 들고 가면 좀 그렇지? "

 

 

 

 

 

 

 

 

아니, 장난하나. 거리도 멀고(한 시간 반!) 분명 높은 굽 신고 갈 것이고, 결혼식 당일 정신 머리로 그걸 어떻게 챙기나. 택배로 부치라고 했다. 편의점에 가서 부쳐도 좋고. 비싸지 않냐고 걱정한다. 많이 비싸지 않을 거라고 했다. 알았다고 했고 전화를 끊었다. 며칠 뒤 친구네 집 근처에 볼 일을 만들어도 될 것 같아서 약속을 잡을까 했는데 선약이 있다고 했다. 만나면 그냥 내 배낭에 책을 담아올 생각이었는데 한참 바쁠 때이니 안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내게 보낼 청첩장만 엄마가 실수로 안 보내셨다고, 다음 날(수요일) 다시 보내겠다고 했다. 알았다고 했는데 수요일 저녁 편의점에서 전화를 한 것이다. 택배 보내려면 포장은 자기가 해야 하냐고. 아니, 얘가 계속 장난하나....;;;;;  네가 포장해야 한다고 하니 상자가 마땅치 않다고 한다. 그래서 내일 오전에 우체국으로 가라고 했다. 아니면 금요일까지 청첩장 도착 못 한다고. 책은 나중에 보내도 되지만 청첩장은 결혼식 전에 보내야 한다고. 그랬더니 너무 정신 없어서 그랬다고 우는 소리를 하더니 다음날 보내겠다고 했다.

 

2. 금요일이 되어 고민을 했다. 지난 번 머리를 파마하지 못하고 자르기만 했더니 영 상태가 안 좋았다. 아침에 미용실에 가서 드라이를 하고 가자니 식장이 멀어서 시간 맞추기가 어려웠다. 우리 동네는 모두 10시나 되어야 문을 여는 것이다. 식은 1시였지만 들러리답게 두 시간은 일찍 가줘야 되지 싶어서. 그래 친구는 식장에 몇 시에 도착하나 물어보려고 통화를 했다. 예의 청첩장도 물어보았는데 어제(목요일) 보냈다고 한다. 책은 부내지 않고 청첩만 보냈다고. 어떤 걸로 보냈냐고 물었다. 내 생각에 빠른 등기로 부쳐야 금요일에 올 것 같아서 말이다. 그런데 모른다고 한다. 왜 몰라? 그랬더니 정신 없어서 모르겠다고. 그럼 가격 기억나냐고 물었다. 대략 천몇 백원 나오면 빠른 등기겠거니 싶어서. 근데 가격도 모른다고 했다. 아니 얘가 정말...(ㅡㅡ;;;;)

 

하여간, 그렇게 청첩장은 받지 못하고 토요일이 되어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식장 근처 미용실을 들어갔는데 드라이 비용이 25,000원. 미용실 가서 드라이 받은 게 처음이라서 그렇게 비싼 줄 몰랐다. 우리 동네는 15,000원인데..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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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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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도 더운데 그냥 확 올려버리고 갔다 올 걸 그랬나. 물론 결혼식장은 아주아주, 동태가 될 정도로 추웠지만.

 

 

손톱 관리 받은 건 작년 초에 이어 두번째인데, 하루도 안 되어서 손톱이 부서졌다. 흑...;;;;

 

결혼식장에 도착해서는 둘 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 생각보다 준비가 오래 걸리지 않았나보다. 친구가 따로 웨딩 촬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디카랑 핸드폰 최고 화질로 사진을 많이 찍었다. 여기서 내 이름은 제2 카메라.ㅎㅎㅎ

 

 

3. 결혼식 마치고 식사하는 도중에 언니한테 문자가 왔다. 우체국 택배가 왔는데 아주 무겁다고. 아핫! 책을 같이 보냈구나. 근데 책 안 보냈다고 말한 걸 보니 이 친구가 보낸 게 아니구나 싶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아빠가 보내셨다고. 근데 이날도 청첩장은 같이 오지 않았다. 청첩장은 결혼식 마치고 사흘 뒤인 화요일에 도착했다. 270원짜리 우표를 달고서.

 

하.하.하... 버럭! 난 이게 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청첩장은 기본 아닌가? 청첩장을 잊고 온 2주 전부터 청첩장을 보낼 기회는 아주 많이 있었다. 당연히 바빴겠지만 그래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수년 전에 고등학교 때 절친이 결혼할 때도 비슷했다. 결혼 날짜 잡고 나서 신랑이랑 같이 한번 보자고 여러 번 이야기를 했는데 계속 바쁘다고 미루더니 끝내 보지 못하고 결혼식에 가게 되었다. 그래서 청첩장을 우편으로 보내겠다고 문자를 보낸 것이다. 그때 좀 빈정 상했더랬다. 얼굴 못 보고 부르니 미안하게 됐다며 전화 정도는 해야 하지 않나? 문자 하나 띡 보내면서 주소를 묻는 게 역시 성의가 없어 보였다.

 

둘째 언니는 늘 청첩장 보내지 않으면 결혼식도 안 가겠다 주의였다. 그런 말을 듣고 지내서 나도 청첩장에 예민하게 구는 것일까?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친한 친구였던 만큼 섭섭하다. 친구는 이제 신혼여행에서 돌아왔을 것이다. 찍어둔 사진이 워낙 많아서 폴더 하나를 통째로 만들었다. 이메일로 보내줘야지.

 

4. 며칠 전에는 부채를 사러 인사동에 갔다. 작년에도 접는 부채를 하나 샀는데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예쁜 부채 고를 마음에 첫번째 가게부터 들러보았다. 매장 바깥쪽 상자 안에 여러 부채가 있었다. 하나를 펴보니 색은 있지만 그림이 없는 무지였다. 하나를 더 펴보니 역시 색만 다른 무지였다. 기왕이면 무늬도 있고 글자도 있는 걸 고르고 싶어서 다른 크기의 부채를 펴봤다. 그러자 매장 안에 있던 사장님이 나오면서 이렇게 말한다. "만지는 것 다 살 거예요?"

 

읭? 누가 만지는 걸 다 사나? 만지면 무르는 과일을 주무른 것도 아니고! 그러더니 나더러 놀러 왔냐고 묻는다. 읭?? 부채 사러 왔다고 하니 찾는 디자인을 말하란다. 자기가 골라 주겠다고. 아니 이 무슨 그지 같은 경우가 다 있지? 언짢아서 나와버리니 뒷통수에 대고 욕을 한다. 되돌아가 따지기라도 했어야 하는데 그냥 돌아온 게 영 찝찝했다.

 

5. 비슷한 시기에 있었던 일이다. 학교에 화장실만 전담해서 청소해 주시는 분이 계시다. 혼자서 그많은 화장실을 담당하시려니 많이 힘드실 것이다. 이분이 내가 3월에 처음 학교 갔을 때 이틀 연속으로 화장실 쓰고 나면 물 꼭 내리라는 당부를 한 적이 있다. 당연히 물 내리고 나왔고 늘 뒷처리 신경 쓰면서 살펴보고 나오는 편이다. 처음 보는 얼굴이어서 당부를 한 것인지, 아니면 누가 쓰고 물을 안 내린 걸 내가 그랬다고 착각을 하신 것인지, 하여간 이틀 연속으로 그리 말씀하셔서 좀 불편했지만 그냥 지나쳤다. 헌데 일주일 전에는 나더러 강사비 얼마 받냐, 일주일에 수업은 몇 시간이나 하냐며 꼬치꼬치 물으신다. 역시 불편했지만 그냥 대답해 드렸다. 궁금하실 수도 있지... 그런데 이날은 화장실 쓰고 나오는데 나더러 화장실 문을 꼭 닫으라고 하신다. 난 이게 좀 납득이 안 갔다. 바깥으로 통하는 문을 닫아두고 안쪽 화장실 문은 열려 있는 게 낫지 않나? 그래야 안에 사람 있는지 없는지도 파악이 되고 환기도 잘 될 것이고. 근데 이분은 늘 바깥쪽 문을 열어두어서 지나가는 사람이 화장실 안쪽이 보이게 만들어둔다. 그러던 분이 안쪽 화장실 문은 꼭 닫으라고, 손 씻는 동안 무려 세번이나 연달아 얘기하는 것이다. 아씨, 대체 왜 이러나! 마가 끼었나. 다들 나한테 왜 이래??? 버럭! 하고 싶었지만 역시 못 하고....;;;; 안쪽 화장실에 어제부터 휴지 없다고 휴지 끼워달란 얘기만 하고 나왔다. 그래놓고 또 어쩐지 미안해져서 신경 쓰이고... 바부팅이.

 

6. 4월부터 시작한 수영장을 열심히 다니고 있다. 여전히 잘 못하지만 그래도 한달에 열 번은 가려고 한다. 생리다 뭐다 해서 몇 차례는 빠지기 마련이지만 되도록 안 빠지려고 한다. 며칠 전에는 수영장에 다녀와서 가방을 정리하다 보니 수영복과 샤워 타울, 그리고 수영모자를 짤순이 속에 두고 온 걸 알아차렸다. 아하하핫....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야...ㅜ.ㅜ

결국 다음 날 아쿠아를 가시는 엄니가 카운터에 부탁해 놓은 것을 찾아다 주셨다. 민망하오...

 

7. 작년 일한 것에 대한 연말 정산을 3주 전(너무 늦잖아!!)에 받았다. 당시 사용하던 급여 통장은 이후 쓰지 않고 있었는데, 이때 돈이 들어오면서 문자로 입금 알림 메시지를 받았다. 그 사용료 20원을 내라고 어제 은행 쪽에서 문자가 왔다. 아, 그랬었지... 하며 20원을 이체했더니 다시금 20원 입금 됐다는 문자가 왔다. 아뿔싸! 다음 달에 알림 서비스 1건에 대한 20원 보내라고 또 문자가 오겠다. 완전 바보. 20원 보내고 그 사용료로 또 20원 낸다...;;;; 은행 들어가서 문자 알림 서비스를 해지했다.

 

8. 올해부턴 기간제 교사도 성과금을 준다고 해서 부푼 마음을 안고 작년에 일한 학교로 전화를 걸었더니 자기네는 해당이 없다고 한다. 교육청 관할이 아니라 학력인정학교여서 그렇다고. 교장 재량이라고. 이런 우라질! 완전 헛물 켰다. 속상해..ㅜ.ㅜ

 

9. 딱 일주일 전에 컴퓨터가 고장 났다. 부팅이 되지 않는 것이다. 하루 기다려봤는데 안전모드로도 접속이 되질 않아서 결국 컴을 밀어냈다. 원래 쓰던 운영 체제 그대로 쓰고 있는데 그 후로 '페이지에 문제가 있습니다'라면서 브라우저 충돌 메시지가 계속 뜬다. 출석 체크해서 받는 포인트도 분명 받았는데 적립이 되어 있질 않고, 알라딘에서는 다들 보인다는 '목차'가 보이질 않고 어제는 입금 통보 알림 서비스 해지하러 은행 사이트 들어갔는데 메뉴도 안 보이는 것이다. 여러모로 난감하다. 익스플로러 7 쓰는데 xp라서 윗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도 안 된다. 일주일 만에 다시 밀어야 할 것 같다. 형부 나 좀 도와줘요...ㅡ.ㅜ

 

10. 요새 일본 잡지 무크지에 홀려버렸다. 당연히 일본 말은 모르고, 잡지는 원래 안 좋아하는데, 부록으로 주는 가방이 탐이 나서였다.

 

 

 

 

 

 

 

 

급 흥분해서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뭘 지를 것인가 마구 고민을 하고 있는데 언니가 싸늘한 한마디를 던져 주었다.

 

"부록은 부록일 뿐이야."

 

아, 그렇구나. 이성을 찾아야지. 일단 지금 눈독을 들인 건 맨 앞의 두 개다. 쿠폰 할인을 받으려면 같이 주문을 해야되지만, 왠지 그러면 후회할 것 같아 고민하고 있다. 일단 상태를 봐야 계속 주문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겠다. 피츠제럴드 에코백도 마구마구 땡겼는데 하나 있는 100자평이 제동을 걸었다. 사뒀는데 마치 신발주머니 같은 분위기 아닐까? 고민 고민 중... 피츠제럴드 이름만 예뻐~ 검은색은 너무 더워보일까나?

 

마지막의 츄츄는 다현양에게 어떨까 생각 중이다. 근데 요새 만원짜리 가방도 편하게 들고 다닐 만한데 무크지 부록들은 대체로 2만원 선이라서 역시 고민스럽다. 실물을 보거나 후기라도 보이면 참고가 될 텐데 그게 없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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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3-06-08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크지 부록은 책이 부록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ㅎ

마노아 2013-06-08 16:28   좋아요 0 | URL
오, 이것도 명언이군요. 책이 부록이라니! 사실 책은 아웃 오브 안중이었어요. 저한테는 그냥 광고지죠.ㅎㅎ

BRINY 2013-06-09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스포삭 무크지 부록들은 거의 괜찮지 않나요? 전 해마다 사는 편이에요. 올해는 백인백에 도시락용 런치박스(사실은 조금 떨어진 대형마트에서 생치즈를 사올 때 담아오려고)까지 샀어요.

마노아 2013-06-09 01:33   좋아요 0 | URL
레스포삭 훌륭하지요. 브라이니님 산 그 백인백을 저도 사서 언니 선물했는데 잘 쓰고 있어요. 이번에 고민을 했는데 백인백은 있으니 패스했어요. 사실 인터에서 50% 할인해서 8천원대에 판매한다는 소식 듣고 부랴부랴 달려갔지만 이미 품절됐더라구요. 하하하, 이번엔 검은색으로 구입하고 싶었는데 말이에요.^^

다락방 2013-06-09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 속상합니다 속상해요.
마노아님은 실물이 훨씬 더 예뻐요 진짜. 물론 사진에서도 마노아님의 장점이 잘 드러나긴 하지만 사진은 마노아님의 미모를 많이 죽이는것 같아요. 사진 밑에 설명 좀 써놔요. 실물은 이것보다 이백배쯤 더 예쁨, 이렇게요.

마노아 2013-06-09 17:03   좋아요 0 | URL
내 사진은 다락방님이 찍어줄 때 가장 잘 나오는 것 같아요. 우리 조만간 봐요.
프로필 사진 바꿔야겠어요. 다락방님을 만나지 못하니 프로필 사진이 모두 남의 사진이에요. ㅋㅋㅋ

hnine 2013-06-09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까 사진 봤지요 ^^ 좀 비싸더라도, 앞으로 중요한 자리에는 드라이 하고 가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아주 예뻤거든요.
수영장 한달에 열번 가기가 더 힘들지 않나요? 전 매일 안빠지고 가든지, 아니면 쭉, 그냥 결석해버리는 타입이라서요. 이렇게 극과 극이랍니다 ㅠㅠ

마노아 2013-06-09 23:02   좋아요 0 | URL
헤헷, 미용실 다녀온 티가 났나요? 다행이에요.^^
제가 다니는 강좌는 월수금 주 3회반이에요. 한달 내내 풀로 가더라도 12, 13회 정도? 보통 공휴일이 한차례씩은 끼더라구요. 예전에 친구는 월수금과 화목반을 같이 등록해서 일주일 내내 다녔다던데 확실히 실력이 빠르게 늘었다고 하네요. 저는 영 늘지를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