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창덕궁 나들이 아름다운 우리 땅 우리 문화 3
김이경 지음, 김수자 그림 / 파란자전거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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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저께 경복궁을 다녀왔고, 오늘 창경궁을 갈 예정인지라 이 책이 갑자기 보고 싶어졌다. 경복궁과 창경궁 사이에 있는 창덕궁이다.
마치 어처구니가 내려와서 얼쑤~ 하며 춤추는 것 같은 모습이다.
게다가 쓰고 있는 모자를 보니 장원급제해서 어사화를 쓴 모양새라서 더 웃음이 난다. 귀엽다.

돈화문이 먼저 나와야 하지만 선정문이 먼저 나온 것은, 그림을 묶으면서 사이즈 비슷한 것끼리 조합을 시키는 바람에 그렇게 되었다. 돈화문에게 미안!

옷매무새 가다듬은 임금님과 왕비님이 보인다. 임금님은 비교적 간소해 보이지만, 왕비님의 저 옷차림은 심호흡부터 하게 한다. 얼마나 무겁고 불편할까.

아까 순서가 밀렸던 돈화문 대령이오~
창덕궁은 경복궁처럼 정문 앞에 확 트이질 않아서 좀 답답한 느낌이 드는 게 아쉽다.
그렇지만 그림처럼 돈화문만 크게 잡아주면 늠름한 위용을 자랑하는 모습이다.

임금님이 행차하는 순간은 도성 안이 들썩들썩 움직였을 것이다.
이렇다 할 큰 구경거리가 없는 시절에 나랏님 지나가시면서 어마어마한 행렬이 지나가는 모습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기어이 가서 구경하고 싶은 마음을 먹게 하지 않았을까?
거드름 피우는 양반님네는 꼴보기 싫지만, 아주 막장 임금님 아니라면 이런 자리에 끼어서 큰구경 한번 해보고 싶을 것 같다. 내가 조선 백성이라면....

마치 의궤의 한 부분을 그려낸 것 같은 풍경이다. 알록달록한 색깔이 종이의 바탕색과 잘 어울려서 참 예쁘다. 굉장히 정적이지만 그러면서 동적인 느낌을 주는 신비로운 그림이다.

옥류천은 창덕궁의 후원을 개방하기 전에는 가보지 못했던 곳이다.
마침내 들어선 비밀의 정원은 자연의 품 그대로 아늑하고 아득했다.
가장 화려한 궁궐 안에서 가장 소박한 초가라니, 그 비조화스런 조화가 또 멋스럽다.

세자 전용 도서관 승화루의 모습이다.
세자도 어렸고, 젊었고, 혈기 왕성했을 텐데 어찌 놀고 싶고 쉬고 싶지 않을까.
지나치게 공부공부공부만 시키니 그 부작용으로 삐딱한 임금도 나오지 않았을까?
애초에 세종이나 정조처럼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성향이 아니라면 조선의 세자는 몹시 피곤한 자리다. 물론, 노는 것만 허용된 대군이나 군으로 사는 건 더 힘들었을 것도 같지만...

빗소리가 참 좋다. 내가 실내에 있을 땐 더더욱. 정자 안에 앉아서 바깥을 바라보는 풍경의 그림이 감성을 푹 적신다. 요즘은 하늘을 쳐다보는 일도 드물고, 나무를 보는 일은 더 드물다. 그러니 비에 젖은 나무는 또 얼마나 드물게 보겠는가. 그러니 이렇게 그림을 통해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니, 반갑다!

연경당은 볼 때마다 좀 애잔하다.
이 큰 궁 안에서 살면서 오히려 갇혀 지낸 것 같은 느낌을 주던 순조 임금.
개혁은 언제나 혁명보다 어려운 법. 성공한 임금, 성공한 정치인은 참 어렵다. 서글픈 일이다.

처음 부용지를 봤을 때 무척 놀랐다. 궁궐 아에 이렇게 낭만적인 공간이 있을 줄 몰랐다. 시 한수 절로 나올 것 같은 풍경.
임금님도 격무에 시달리다가 이렇게 연못도 보고 물고기도 보고 꽃구경도 했을 테지.
저 못에 비친 달을 보고 빠진 임금님은 아니 계시겠지?
물 속에 발을 담근 것 같은 모습의 정자라니, 누구 생각인지 참 훌륭하다.

묵은해에 안녕을 고하며 새해를 맞이하는 섣달그믐날 인정전 앞마당에선 신나는 가면 놀이가 한창이다.
귀신 쫓는 처용은 덩실덩실 춤을 추고, 한켠에선 불꽃놀이가 한참이다.
이 어마어마한 볼거리를 백성들도 같이 보면 좋았을 텐데....
그나저나 오랜만에 처용을 떠올리니 유시진 작가의 '마니'가 떠오른다. 다시 보고 싶네...

영화당 뜨락에선 문과 시험이 한창이고, 춘당대 마당에선 무과 시험이 또 한창이다.
볼거린 무과 시험장이 더 많았겠지만, 대접은 문과 급제자가 더 받았겠지?

어수문을 통과해서 계단을 오르면 2층 누각인 주합루가 보인다. 1층은 그 유명한 규장각.
임금인 내가 물이 되어줄 테니, 얼마든지 헤엄을 쳐서 뜻을 펼치라고 이야기했던,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에서 정조 임금이 규장각 신하들에게 했던 말들이 떠오른다.

낙선재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풍경은 저랬을까?
기구했던 근현대사가 떠오르면서 이 장면도 안타깝게 느껴진다. 덕혜옹주랑 이방자 여사도 생각나고....

이 책은 창덕궁의 정문을 들어서서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가는 여정을 시공간의 순서에 따라 기술했다.
글이 마치 시를 읊듯 전개되어서 조금 어렵게 다가올지 모른다.
그렇지만 걱정은 마시라.
맨 마지막에는 지나온 곳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실어 주었으니까.

물론, 책읽기로만 그쳐선 곤란하겠다.
반드시 창덕궁도 직접 가보자. 모든 계절이 아름다운 우리의 아름다운 궁궐이다.
이 책에도 사계절이 모두 담겨 있다.
창덕궁을 보고 나면? 당연히 창경궁도 가고 덕수궁도 가야지. 경복궁은 말할 것도 없고...^^

2009년에 다녀왔던 창덕궁의 모습이다.
아쉬움에 실사 사진도 보태본다.
정말, 언제 보아도 감탄스러운 창덕궁의 모습이다.
괜히 가슴이 벅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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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13-05-06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은 참 아는 것도 많고 마음도 따뜻해요. 오늘은 "아는 것 많고"에 훨씬 힘을 주어 말해 보았습니다. -_- (부럽다)

마노아 2013-05-08 00:07   좋아요 0 | URL
어휴, 별말씀을요. 책에 다 나오는 얘기인 걸요. 그렇지만 네꼬님 칭찬은 늘 저를 춤추게 해요. 빙글빙글~~~^^

hnine 2013-05-06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창덕궁, 작년에 유홍준, 나PD와 함께 하는 이벤트 덕분에 다린이 데리고 다녀왔답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이었어요. 이 페이퍼 쓰시면서도 또한차례 공부가 많이 되셨겠네요. 읽는 저는 물론이고요 ^^

마노아 2013-05-08 00:08   좋아요 0 | URL
저 그때 신청하고 떨어져서 엄청 낙심했어요. 지난 달 창덕궁 나무 답사 때도 신청하고 떨어졌는데 그날도 비가 왔지요. 제가 신청하고 못 갈 때마다 비가 오는 걸까요? 하하핫^^;;;;

순오기 2013-05-07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덕궁은 못 가봐서 마노아님이 창덕궁 만남 주선하고 해설도 해주면 좋을 거 같아요.^^

마노아 2013-05-08 00:09   좋아요 0 | URL
창덕궁은 전문해설가의 가이드로 관람하게 되니까 해설은 확보 되었구요. 순오기님 서울 오시는 때에 우리 창덕궁 가요. 창덕궁은 어느 계절이라도 아름다우니까요.^^

같은하늘 2013-05-08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요저요~~ 저도 창덕궁 갈때 불러주세용~~ ㅎㅎ
창덕궁 가기전에 꼭 보고가면 좋은책일것 같네요~~

마노아 2013-05-09 13:00   좋아요 0 | URL
창덕궁 인기 만발이에요.
이 책은 어린이 눈높이니까 창덕궁에 관련된 좀 더 재밌는 책들을 보셔요.^^

후애(厚愛) 2013-05-09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복궁에는 가 봤는데 창덕궁은 아직 못 가봤네요.ㅠㅠ
사진을 보니 지금 당장 가보고 싶은 창덕궁이에요~!^^

마노아 2013-05-10 14:52   좋아요 0 | URL
가볼 기회가 분명 올 거예요. 한국에 와 계신데 뭐가 문제겠어요.
조카들과 여름 휴가를 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