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언니네가 이사를 들어온지 열흘이 지났다. 짐정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좁은 공간에 많은 짐을 구겨 넣으려니 여간 공력이 필요한 게 아니다. 이사 이틀 째에는 코피를 흘렸다. 난생 처음 피곤함에 쩔어 코피가 났다. 신기해서 일기도 쓸 뻔했지만, 아무도 관심을 안 가져주어서 그만두었다.

 

2. 3주 연속 월요일 아침 회의 때문에 일찌감치 집에서 나가야 했다. 그때마다 길거리 삽질 반복. 현재 밤 11시가 넘었는데 내일 아침 회의 있다는 문자가 올까 봐 잔뜩 긴장 중이다. 전에도 이 정도 시간에 띡하니 문자가 와서 새벽 1시 넘어 확인하고는 식겁했던 기억이 나서 말이다.

 

3. 5월 1일부터 야간 수업이 40분으로 조정되었다. 덕분에 출근 시간이 한 시간 늦춰져서 4시 반까지 가도 되게 되었다. 얼마나 기뻤던지... 헌데 주간 선생님이 반발하셨다. 억울하다고. 해서 이틀만에 4시로 다시 시간이 조정되었다. 야간에 근무하는 노동 강도를 어떻게 주간과 비교하는가. 그게 부러우면 자신들이 야간에 일하든지...;;; 쳇, 그래서 1시간 벌었다가 30분 놓쳤다. 그나마 30분 벌었다고 생각해야 덜 속상하겠지만 아직까진 좀 속상하다.

 

4. 어제는 뮤지컬 엘리자벳을 보았다. 최근 몇년 사이에 본 규모가 큰 뮤지컬 중에서는 압도적으로 재밌었고 감동적이었다. 특히 '죽음'을 맡은 류정한은 어찌나 섹시하던지! 죽음과 입맞추자 죽어버리는 설정이, 또 한쪽에만 검은 날개를 달고 나오는 죽음의 천사들도 압도적이었다.

 

 

홀에 설치된 대형 사진을 보며 생각했다. 저런 공간에 자신의 사진이 저렇게 크게 걸려있는 걸 보는 느낌은 어떤 걸까 하고... 스타는 아무나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무대의 공간적 구성이 아주 훌륭했다. 역동적이었고 입체적이었고, 창의력이 넘치는 무대였다. 뮤지컬 무대는 항상 공연비가 너무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안 봤으면 무척 후회했을 것 같다. 내 좌석은 뭐 3층 끄트머리였지만...;;;;

 

 

루돌프 역을 맡은 세 배우인데, 마지막 사진의 이승현은 설운도 아들이라고 한다. 오!!!!

 

 

실제의 엘리자벳 황후다.

 

 

옥주현의 저 머리스타일과 드레스는 압도적으로 아름다웠다. 특히 마지막 커튼콜 때 입고 나온 드레스는 어찌나 로망을 자극하던지... 저런 옷 입으려면 웨딩드레스를 입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나...?

 

 

'죽음' 역 더블 캐스팅에 류정한, 송창의, 시아준수다. 셋 모두 매력 있다. 물론 나는 류정한을 가장 좋아하지만....

 

어제의 캐스팅은 '죽음' 역에 류정한, 죽음도 반해버린 황후 엘리자벳 역에 옥주현, 황후를 살해하는 루케니 역에 박은태, 황태자 루돌프 역에 전동석, 대공비 소피 역에 이태원이었다. 옥주현은 아이다 때보다 더 안정적인 노래를 보여주었지만 감정이 급변할 때 그 경계가 갑자기 변하는 것은 다소 아쉬웠다.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맛이 부족.. 그렇지만 황후가 나이들어가는 목소리를 아주 잘 표현해 주어서 목소리 연기로는 은교의 박해일보다 훨 나았다. 프로그램은 샀고, 시디는 조만간 주문할 생각이다.

 

얼마 전에 뮤지컬 티켓 주는 행사가 있어서 그때 살까 했는데, 아무래도 티켓이 평일인 것 같아서 응모하지 않았다. 역시나 발표 내용을 보니 평일 티켓이다. 당첨되었으리란 보장은 없지만 왠지 억울할 것 같아서.. ^^

 

노래는 김선영이 더 잘 불렀을 것 같지만, 다른 캐스팅이 모두 5월 5일이 최고였기 때문에 이날을 골랐다. 덕분에 어린이날 기념 행사(?)는 모두 낮동안 해결해야 해서 무척 바쁜 하루였다.ㅎㅎㅎ

 

 

 

 

5. 공연 1부가 끝나고 인터미션에 지하 1층 홀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것을 보았다. 궁금해서 내려가보니 스왈로브스키 악세서리를 90% 할인된 가격에 팔고 있는 것이 아닌가! 미리 찜해 두면 티켓 소지자에 한해서 공연 끝나고 현금으로만 구입이 가능했다. 주로 뮤지컬을 같이 보러 다니는 친한 언니와 눈이 하트 뿅뿅이 되어가지고 열심히 찍어놨다. 공연을 마치고 다시 줄서서 1차로 구입을 했다. 예쁜 게 아주 많았다. 둘다 아쉬웠다. 해서 돈을 찾아와서 추가로 더 구입을 했다. 둘이서 제대로 지름신 발동했더랬다. 다 구입하고 나서 제대로 설명을 들어보니, 스왈로브스키에 원석을 제공하는 업체인데, 이번에 자체 브랜드 '뮤지컬'로 입점하게 되었단다. 뮤지컬 공연을 하는 기간에만 판매를 한다고. 그러니 스왈로브스키 이름은 붙어 있지 않지만 내용물은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되는 건가 보다. 마지막 손님이었던 우리는 다음 뮤지컬 때 또 오겠노라며 마구 칭찬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언니는 진주 집으로 가기 위해서 남부 터미널로~)

 

6. 피곤에 찌들었지만, 그래도 반짝이는 귀걸이들을 늘어놓고는 흐뭇해 하다가 번쩍! 마지막에 주문한 목걸이 귀걸이 세트가 없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선물로 생각해 뒀지만 케이스에 넣지 말고 따로 담아달라고 했던 녀석이다. 돈은 냈는데 물건은 오지 않은 것이다. 낭패였다. 모조리 현금 결제였고, 영수증도 없다. 업체 전화번호도 모른다. 내가 돈을 내고 왔다는 것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지 난감했다. 그 생각에 잠을 설쳤다. 짜증이 났고 화가 났고, 꿈자리도 뒤숭숭했다.

 

7. 일요일, 또 다른 친구와 함께 다시 블루스퀘어에 갔다. 사놓고 보니 생각보다 별로였던 목걸이 하나는 다른 것으로 바꾸고, 그 참에 알러지 있어서 금이나 은침 말고는 쓰지 못하는 친구의 귀걸이도 같이 구입할 생각이었다. 어제 이러저러한 일이 있었고, 계산은 했는데 물건이 누락됐다고 얘기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자신들에게는 있을 수 없는 실수란다. 여기에 대한 공방을, 한시간 동안 했다. 결국엔 CCTV확인하자고 했다. 내가 지불한 돈 받는 장면과 물건 넣어주는 장면이 찍혔을 테니 같이 확인하기로 했다. 허나 애석하게도 그쪽 로비는 CCTV 촬영이 안 되는 곳이라 한다. 차라리 이걸로 확인을 했으면 깔끔했을 텐데 더는 방법이 없었다. 이미 감정도 다 생했고, 목도 타고 지쳐버린 나는, 샀던 것 다 반품하고 누락된 제품에 해당하는 23,000원은 똥밟았다 생각하고 잊어야 하나 보다 여겼다.

 

8. 헌데 직원이 자신이 사비로 채워넣겠다고 한다. 헐, 사비가 아니라, 당신이 실수로 돈만 받고 물건 안 준 거라니까 인정을 안 하네. 이때부터는 태도가 완전히 바뀌어서 죄송하다고 일관. 더 시끄러워지기 전에 빨리 끝내고 보내야겠다는 입장전환인가 보다. 여하튼, 더는 평행선을 바꿀 수가 없어서 샀던 제품은 도로 챙기고, 바꾸기로 한 제품들에 대한 정산을 했다. 원래 내가 바꾸려고 했던 제품은 내가 추가로 돈을 2천원 더 내야 하는데 7천원이 남는다. 이상하다 여겼다. 근데 이 여자가 피해자 모드로 돌아갔고, 나는 졸지에 진상 가해자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빨리 끝내고 싶었다. 해서 차액에 더 보태어 친구 귀걸이 두개를 사고서 나왔는데, 지하철을 타고서 이 여자가 내가 사겠다고 했던 귀걸이 하나를 또 누락한 것을 알아차렸다. 돈을 더 내진 않았지만 내가 사겠다고 한 것을 또 놓친 것이다. 이래놓고는 자신은 실수하지 않았다고...;;;;

 

9. 그 직원은 아름다운 일요일 오후에 진상 고객 때문에 자신이 생돈을 썼다고 생각할 테지만, 내 입장에서 이건 완전히 똥 밟은 경우다. 즐거웠던 기분을 다 망쳤고, 밤새 잠도 설쳤고, 한시간 동안 설명하느라 기진맥진했다. 돈 쓰고 시간 쓰고 에너지 쓰고 감정도 상했다. 그리고 아마 그 사람은 날 원망하고 있을 거다. 제기랄!

 

10. 영수증은 상거래에 기본이다. 업체는 제발 영수증 발급을 의무화하기를! 싸게 팔았으니 카드 사용은 부담이 되겠지만 그것도 고려하기를! 명세서가 영수증이 되어줄 테니까. CCTV는, 아쉬웠다. 나야 고작 이런 해프닝이지만, 세상엔 기막히고 억울한 일이 아주 많을 테니까. 어려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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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5-07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마노아님,
그 멋진 공연과 아름다운 악세서리를 사고도, 좋은 기분 다 망쳐질 일이 생겼네요.
으으, 정말 똥 밟은 기분이시겠는걸요. 아니, 그 상점은 엄청 바쁜가봐여, 왜그리 정신머리가 없지...

대신 멋진 일 가득하실겁니다, 금주 내내.
글구 코피날 만큼 그렇게 일하지 마셔요. 으이구...... 뮤지컬 보신거, 넘넘 부러워요!

마노아 2012-05-08 10:49   좋아요 0 | URL
모든 일은 마무리가 좋아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그 행복했던 기분을 이렇게 망칠 줄이야...ㅜ.ㅜ
어제도 또 코피가 났는데 피곤도 하고 날이 건조한 것도 이유인 것 같아요.
엘리자벳 고양에서도 해요. 꼭꼭 보셔요. 저는 한번 더 보고 시펑요...(>_<)

세실 2012-05-07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류정한 류정한~~~ 노래 참 잘하죠. 멋지기도 하고^*^
좋은 시간 보내셨네요.
스왈로브스키 인증샵 보여주세용^*^

마노아 2012-05-08 10:49   좋아요 0 | URL
류정한 멋져요. 아, 섹시한 죽음에게 잔뜩 반해버렸어요.
스와롤브스키 인증샷 말하는 거죠? 근데 스왈로브스키 이름은 안 붙어 있어요.
같은 재료를 썼다는 거죠. 혹시 나중에 사진 찍게 되면 올려볼게요.^^ㅎㅎㅎ

moonnight 2012-05-07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즐거웠던 기분이... -_-;;;;;
너무 황당하셨겠어요. 손님이 너무 많고 현금계산이니 정신도 없었겠지만.. 영수증 발급은 기본중의 기본이란 생각이 드네요.

그래도 엘리자벳. 보신 건 너무 부러워요. >.,<

마노아 2012-05-08 10:50   좋아요 0 | URL
이틀 지났는데 아직도 짜증이 부글부글... 근데 어저께 더 짜증나는 일이 발생해서 잠시 덮었어요. 하하... 웃어야 할지...ㅜ.ㅜ

엘리자벳 반응이 좋아서인지 지방으로도 많이 가더라고요. 달밤님도 기회 되면 꼭꼭 보셔요.^^

순오기 2012-05-08 0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삐딱한지 모르지만, 그 직원은 어쩜 상습적으로 실수를 가장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ㅜㅜ
날도 더운데 안 좋은 일은 잊어버리고 즐거운 일만 생각하세요. 그래야 더운 날 기운이라도 나지요.^^

마노아 2012-05-08 10:52   좋아요 0 | URL
자신은 실수할 리가 없고, 나는 일부러 작정하고 덤빈 고객 취급을 했던 그 표정이 잊혀지질 않아요.
전날 내가 예쁘게 생겼다고, 우아한 얼굴이라며 칭찬했던 걸 마구 취소하고 싶어요..;;;
어제 학교에서 더 황당한 일이 생겨서 잠시 이 사건을 잊을 수 있게 해주었어요. 어휴, 기운 내야지요.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