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에 본 영화들이다. 일단 리스트부터 작성해 보자.

 

 

 

 

 

 

 

 

 

 

 

 

 

 

 

 

 

 

 

 

 

 

 

 

 

 

 

 

 

 

 

 

 

 

 

 

 

 

 

 

 

 

 

 

 

 

 

 

 

 

 

 

 

 

 

 

 

 

 

 

 

 

 

 

 

 

모두 70편이다. 이 중 세 편만 집에서 보았고, 나머지는 모두 극장에서 보았다.

 

공포영화를 빼면 거의 모든 장르의 영화가 다 재밌다.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도, 흥미진진한 액션영화도, 그리고 감성을 자극하는 드라마도 모두 좋다. 특히 좋아하는 게 있다면 음악이나 춤, 스포츠 등등... 배우들의 재연 연기에 아주 공을 들여야 하는 그런 영화들이다.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 마지막에 반지 낀 손으로의 연주가, '블랙 스완'에서 신들린 듯한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가, '마오의 라스트 댄서' 마지막 씬에서 고향 땅 흙바닥에서 무반주로 춤을 추는 그들의 모습에서 전율을 느꼈다. 영화적 완성도는 떨어졌지만, 출연 가수들의 노래가 좋았던 '플레이', 그리고 전설을 추모할 수 있었던 '뮤직 네버 스탑'도 올해의 쾌거다. 두 야구 영화였던 '머니볼'과 '퍼펙트 게임'도 만족도가 높았다. 브래드 피트의 대사처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야구의 세계가 보였다. 나야 아직 야구의 열광적인 팬은 아니지만 팬들의 그 불같은 열정은 이해가 간다.

 

최강 액션을 선보인 영화로는 '최종병기 활', '미션 임파서블4'를 꼽겠다. 아마도 '킬러 엘리트'도 액션으로는 뒤지지 않았을 테지만, 언젠가 말했듯이 영화를 한 시간 정도 졸면서 봐서 도대체 머리에 남은 게 없다. ;;;;;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도 좀 보인다. '킹스 스피치', '언피니시드', '사라의 열쇠', '마이웨이'

이 중에서 언피니시드가 주목을 별로 받지 못하고 사라진 게 많이 아쉽다. 전쟁도 여러 차례 이야기 했고 홀로코스트도 수차례 얘기했지만, 그들 투쟁자들 내부의 문제와 갈등에 대해서 이렇게 깊이 들어간 영화는 내게 드물었다. 게다가 출연진들의 연기는 또 얼마나 훌륭하던지!

 

'마이웨이'는 참 갑갑했다. 강제규 감독은 '대작'에 너무 집착하는 게 아닐까. 지나치게 많은 물량과 돈을 투입하고, 스케일도 장황하지만 메시지는 조금 부족한 느낌? 태극기 휘날리며 때도 그랬었다. 하고자 하는 말들을 위해서 너무 많은 것들을 쏟아낸다. 장동건도 이제는 좀 작은 규모의 영화에 나왔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로 굿모닝 프레지던트 같은 영화에 좀 '멀끔하게' 나왔으면 한다. 몸이 부서져라 뛰고, 눈을 희번득 떠야만 연기에 물이 오르는 것은 아니니까. 역시 같은 맥락으로, 그래서 장동건보다 김인권이, 그리고 오디기리죠가, 그리고 조승우보다 양동근의 연기가 더 좋았다. 처음부터 착한 인물보다 갈등과 변화를 통해서 성숙해지는 인간이 더 매력적이다.

 

올해의 졸작은 '7광구'와 '특수본', '써니' 되시겠다. 티끌모아 로맨스는 그저 그만한 영화일 거라고 예상하고 본 거니까 '졸작'이라고 부를 필요는 없고, 역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위해서 지나치게 많은 것들을 투입해서 과잉 역효과를 낸 7광구와, '진부 오부 진부'의 정점을 찍은 특수본은 반성 좀 해야한다. 그리고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하고도 그 안에 물들어 있는 천박한 사고관이 불쾌했던 '써니'가 관객 동원을 성공했음에도 내게는 참 별로인 영화로 남았다.

 

공포 영화를 좀처럼 보지 못하는 내게 올해의 '섬뜩' 영화는 '돼지의 왕'이 차지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애니메이션의 힘은 대단했다. 공포스러웠고, 두려웠고, 무서웠다. 돼지같이 살까봐, 개처럼 살까봐. 혹은 그런 줄도 모르고 살까 봐...

 

음악이 좋았던 영화로는 '인 어 베러 월드', '세 얼간이', '뮤직 네버 스탑'

인도 영화는 워낙에 음악적 요소가 강세지만, '알 이즈 웰'의 효과는 대단했다. 유쾌함과 위로의 영화였다. 뮤직 네버 스탑은 워낙에 음악 영화였으니 말이 필요 없지만!

 

원작을 기반으로 한 영화들이 많은데, 내가 원작도 같이 본 경우 비교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경우 영화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원작에서 주었던 치밀어오르는 감동의 깊이에는 부족했다. 그래도 엄마와 함께 볼 수 있는 괜찮은 영화였다. '워터 포 엘리펀트'는 영화가 좀 심심했다. 일단 캐스팅이 별로. 원작은 참 좋았다. 작가의 신작도 언능 봐야 하는데.... '영원한 제국'은 고3 수능 끝나고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래도 영화보다는 책이 훨씬 재밌었다. 그 안에 깔려있는 어떤 불순함에 대해서는 일단 덮어두자. 영화 '도가니'는 원작과 비등비등했다. 아무래도 영상이 주는 힘이 있기 때문에 보다 많은 사람들을 자극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건 원작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헬프'는 원작을 읽지 않고 보았다면 그냥 평범한 수준은 되었다. 하지만 원작을 보고서 비교한다면 '졸작'에 가까웠다. 배우들이 연기는 잘했지만 시나리오가...;;;; 원작의 깊이를 다 담아내지 못한 역량이 아쉬었다. 뒤늦게 누락된 책 한 권 포함시킨다. 영화와 원작의 차이가 아주 컸던 또 하나의 작품이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였다. 원작이 너무 재미있어서 밤을 꼴딱 세우고 읽었는데, 영화는 그 긴박함과 절정으로 치닫는 묘미가 좀 부족했다. 이 역시 원작을 보지 못하고 영화만 보았다면 모르고 넘어갔을 차이리라. 덕분에 한국 영화 '의뢰인'은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의 아류로 전락했다. 복선과 반전의 구조가 지나치게 흡사했다. 그럼에도 하정우의 연기는 좋았지만.

 

또 어떤 주제로 묶을 수 있으려나... 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있었다. '후아유', '킹스 스피치', '호로비츠를 위하여', '블라인드', '통증', '카운트다운', '도가니', '청원'

이 중 가장 아까운 영화는 '카운트다운'이다. 전도연이 그 물오른 연기에도 불구하고 관객동원 운이 좀 없다. 난 이 영화에서 정재영이 다운증후군 아들을 키우면서 겪어야 했던 그 심적방황과 폭력, 그리고 그 사죄에 많이 울었더랬다. 더불어 생각난 책은 펄벅의 '자라지 않는 아이'였다. 언니가 누군가 책을 빌려주면서 읽어보라고 권했다는데, 본인이 도저히 읽을 생각이 안 나서 나더러 읽게 하고는 줄거리를 전해 듣고는 읽은 척!을 했던 책이다. 우연히 만났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다. 카운트다운 역시 그럴 것이다.

 

존엄사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만든 '청원'도 깊이 각인된 영화였다. 그 강렬한 색감과 장엄했던 음악도 모두 배경으로 밀어낼 만큼 메시지가 강렬했다. 

 

벅찬 '감동'과 슬픔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인 어 베러 월드''그을린 사랑', 그리고 '파수꾼'도 빠질 수 없다. 앞의 영화는 그림이 훨씬 크고 파수꾼은 보다 소박하지만, 요즘처럼 청소년 범죄가 눈에 띄는 시점에서는 더 필요한 영화였다. 그리고 '고지전'과 함께 올 해의 발견은 '이제훈'이다. 아, 눈빛이 살아 있어. 더 젊었을 적의 이병헌을 보는 것 같다.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한참 했는데, 드라마 얘기 살짝 끼워본다.

2007년의 드라마는 '한성별곡 '정이었다.

2008년의 드라마는 '일지매'(그리고 '베토벤 바이러스')

2009년의 드라마는 '미남이시네요'

2010년의 드라마는 '성균관 스캔들'이었다.

그렇다면 대망의 2011년은? 당근 '뿌리 깊은 나무'가 차지한다.

 

원작보다 훨씬 좋은 드라마가 여기에 있다. 오늘 밤 진행되는 SBS 연기대상에서 한석규를 응원해 본다.(수애 미안!)

 

또 최민수 얘기도 살짝! '무사 백동수'는 꽤 졸작이었지만 최민수의 연기는 압권이었다. 대사가 없어도,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도, 돌아선 등짝 만으로도 배우가 연기를 해낸다는 것에 감탄했다. 만약 백동수가 하반기 드라마였다면 나는 연기 대상에 최민수를 응원했을 것이다.

 

아, 쓰다 보니 자꾸 길어지네. 올해의 가수도 있다. 올해 발견한 최고의 보석은 단연코 알리다.

 

365일과 별짓 다 해 봤는데, '뭐 이런 게 다 있어'도 좋았지만 압도적으로 알리의 매력을 보여준 것은 아무래도 '킬리만자로의 표범'이었다. 목소리는 물론 손동작 하나까지도 모두 '고혹' 그 자체랄까!

 

그 덕분에 '불후의 명곡2'를 아주 애청하고 있다. 가볍고 촐싹대는 신동엽의 진행도 재미있고, '경쟁'이라는 구도를 스트레스보다 긴장감 조성 정도로 희석시킨 진행 방식도 괜찮다. 아무래도 '나는 가수다' 보다는 덜 피곤하다.  

 

 

이제 2012년에 기대하는 영화로는 일단 월요일에 수영을 제끼고 시사회에 참석할 '원더풀 라디오', 그리고 김명민이 또 몸을 부수며 연기했을 것 같은 '페이스 메이커', 맷 데이먼의 선택은 언제나 옳아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엄정화와 황정민의 능청스런 궁합이 기대되는 '댄싱퀸', 그리고 긴 겨울밤을 가득 채워줄 것만 같은 '원스 어게인' 등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보면서 눈물 꽤나 쏟을 것 같은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까지... 이 제목은 읊는 순간 벌써 벅차오른다.

 

그리고 당장 돌아오는 주부터 시작하는 '해를 품은 달'

오오, 책 사놓고 표지도 못 열어봤는데 2012년에 첫번째 독서는 해를 품은 달이 되지 않을까 싶다.

 

주인공 임금 역에 김수현이 캐스팅 되었던데, 원작을 보지 않아서 아역인지 성인역인지, 혼자 다 하는 건지 모르겠다. 어쨌든 기꺼이 봐주리라.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과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에서 보여준 내공에 거는 기대가 크다.

 

좋은 영화, 좋은 드라마, 좋은 프로그램들이 많다. 많아서 좋은데, 그것들을 다 소화하다 보면 마음 한구석에서 뜨끔할 때가 많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 내가, 2012년에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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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12-31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와아아- 두 번 으와 하고 가요.
첫번째는 저 많은 영화를 세 편 빼고 모두 극장에서 보셨다는 대목에서-
두번째는 알리가 부른 킬리만자로의 표범 들으면서-

항상 감탄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마노아님의 서재를, 사랑합니다!
더 예뻐지시고 더 사랑받으시고 더 건강하시고, 에 또, 더 영화 많이 보시고 더 책 많이 읽으시고 더 깊고 더 넓은 마노아님의 모습 보여주세요. 새해 복 마아니, 대따 대따 많이 많이 받으세요, 마노아님^^

마노아 2011-12-31 18:2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도 생각보다 많이 보았다고 생각했어요. 극장에서 보지 못하면 대체로 못 보고 지나가더라구요. 알리 노래 참 잘하죠? 불후의 명곡2는 아이돌 가수들의 재발견이기도 했어요. 의외로 노래 잘하는 친구들이 참 많더라구요. ㅎㅎㅎ

좋은 말씀 한가득 해주셨어요, 메리포핀스님! 아주 따뜻한 덕담입니다. 메리포핀스님의 2012년도 아름답고 따뜻하고 반짝반짝 빛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 같이 새해 복 많이 받아요.^^

무스탕 2011-12-31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를 여는 순간 포스터만 좌~~~악 화면을 채우면서 휠을 몇 번 굴려도 계속 포스터만 보이는거에요. 세상에!!
68편이면 한달에 5.666..편의 영화를 보셨어요. 그거 다 기억하기도 힘들거에요, 전 ^^;
제가 워낙 티비쪽은 그냥그냥 이라서 티비쪽으론 뭐 꼽을게 없어요.
해를 품은 달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건 '온양' 이라는 지명에 대한 해석이에요. 전 그걸 읽고 무릎을 탁-! 쳤다니까요.

채 4시간도 안 남은 올해네요. 내년엔 건강 잘 살피시면서 하시는 모든 일들 고속도로마냥 뻥뻥 뚫리길 바랍니다.
새해 복 겁나게 많이 받으세요~ ^^

마노아 2011-12-31 21:28   좋아요 0 | URL
으하하핫, 두 편 누락된 걸 찾았어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와 '오싹한 연애'를 놓쳤네요. 두 개 포함시키니 70편이에요. 아, 많이 보긴 했어요. ㅎㅎㅎ
해를 품은 달을 보며 저도 '온양'을 주의 깊게 볼게요. 어떤 의미일지 궁금해집니다.
고속도로 마냥 뻥뻥 뚫리는 2012년, 겁나게 복 받는 우리 되어요. 유후~!!!

이진 2011-12-31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68편이라니...
마노아님의 문화생활을 저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습니다 ㅋㅋㅋ
저는 올해 영화관을 한 번 갔나... 두 번 갔나.. ㅠㅠ
시골이라 영화관이 없답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2012년에도 건강한 서재활동되세요!

마노아 2011-12-31 21:29   좋아요 0 | URL
아직 다이어리 집계가 덜 끝났는데 각종 전시회와 공연을 더하면 문화생활로 도배한 한 해가 될 거예요.ㅎㅎㅎㅎ
소이진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무엇보다도 건강히 지내셔요. 대한민국의 미래 아닙니까! 건강한 미래가 되어주세요.^^

순오기 2012-01-01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21편 겹쳐요, 올해는 내가 저조했어요.
그래도 21편이면 나쁜 성적은 아니네요.^^

마노아 2012-01-03 22:02   좋아요 0 | URL
히힛, 댓글 다신 분들 중에서도 가장 많이 겹치는 게 아닐까 싶어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