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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세미술관展 : 고흐의 별밤과 화가들의 꿈 (대도록)
지엔씨미디어 편집부 지음 / 지엔씨미디어(GNCmedia) / 2011년 5월
절판
지난 목요일 대도록을 사고서 받은 평일 무료 입장권으로 오르세 미술관전을 다녀왔다.
4시 도슨트가 있었는데 3시 40분에 들어가서 앞서서 먼저 보다가 4시에 맞추어 입구 쪽으로 다시 가보니 사람이 바글바글...
이럴 줄 알았으면 손범수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조용히 감상할 것을 평일이라고 너무 마음을 놓았나보다. ㅜ.ㅜ
대도록은 기나긴 인사말과, 오르세 기차역이 어떻게 오르세 미술관이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 그리고 그곳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이 존재했던 19세기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진다.
전시회는 인간과 전설/ 인간과 현대적인 삶/ 인간과 자연/ 고독한 인간으로 구분되어 있고, 다시 그 안에서 소제목으로 구분된다.
도록은 도슨트에서 들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자세한 설명을 천천히 들여다볼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소도록도 있어서 물어보니 사진 사이즈뿐 아니라 내용도 더 축약되어 있다고 하니 기왕이면 입장권도 얻을 겸 대도록 쪽이 더 나아보인다.
알렉상드르 카바넬이 그린 '비너스의 탄생'이다. 1863년 작.
요염한 비너스의 자태가 뭇 사람들을 홀릴 지경이다.
심지어 그녀의 위에 있는 에로스의 눈길 역시 보통을 넘는다.
나폴레옹 3세가 그림을 보자마자 냉큼 구입한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유화 그림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붓자국이 하나도 없이 그려진 게 신기했다.
귀스타브 도레의 수수께끼. 1871년 작이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널부러져 있는 시체들이 한가득인데, 그림의 전체적인 색은 새벽빛이어서 황폐함보다 신비로운 느낌을 주고 있다.
작품 속 여인은 '프랑스'를 우의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하는데, 파리 코뮌이라는 역사적 배경과 맞물려 스핑크스와 함께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앙리 루소, 일명 세관원 루소의 '전쟁, 일명 불화의 기마상'. 1894년 경 제작.
원래 직업이 세관원이었던 루소는 주말에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이 작품을 그리기 1년 전에 세관원을 그만둔 바람에 그는 이제 평일에도 얼마든지 작품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벌거벗은 시체들과 그 시체들의 살을 뜯어먹는 까마귀들의 모습에서 전쟁의 참상을 느낄 수 있다.
전쟁의 여신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반은 말이고 반은 개미핥기의 모습을 한 동물의 등을 타고서 전쟁터를 누비고 있다. 시체보다도 그녀의 모습이 더 기괴하다.
까마귀가 먹고 있는 시체의 얼굴은 앙리 루소가 좋아했던 여자의 전 남자친구라고 한다. 하하..;;;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소년과 고양이' 1868-1869년경
이 작품이 제작될 당시 르누아르는 스물일곱으로 그의 화가 경력에서의 출발 단계였다.
르누아르의 작품에서 남자 누드는 다른 작품에서 거의 찾아볼 수가 없는 희귀작으로, 이 작품을 소장함으로써 오르세는 르누아르의 작품 100여점을 통해 그의 일생을 설명할 수 있는 완성을 보았다.
그런데 저 그림 속의 소년은, 어째 마이클 잭슨을 닮은 것 같다.
장 프랑수아 밀레 '봄' 1868-1873
이번 오르세전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고, 오래 바라보게 하고, 나가려다가 되돌아 와서 다시 보게 한 작품이 이거였다.
실제로 오르세 미술관 안에서도 관람객들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을 물으면 이 작품이 1등으로 꼽힌다고 한다.
봄기운이 그림 밖으로 배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다. 모든 생명력이 살아서 꿈틀대는 느낌. 그러니 이 그림의 제목으로 봄은 단연코 잘 어울린다.
무지개의 모든 빛깔을 다 넣지 않더라도 충분히 무지개의 존재를 보여주었고, 심지어 바닥에서는 흙냄새도 날 것만 같다. 진정 땅의 화가 밀레다.
빈센트 반 고흐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1888-1889
아, 영롱하다.
그가 사랑한 아를, 그가 사랑한 별밤이다.
하늘에는 북두칠성이 총총 떠 있고,
강물 위에는 가스등 불빛이 번지고 있다.
연인인지 부부인지 모를 두 남녀가 천천히 돌아오고 있는 정경도 이 작품 안에서 완벽하게 아름답다.
유화 그림들은 시간이 흐르면 갈라지기 마련이어서 그림에 지진이 잔뜩 나 있는데, 고흐는 무척 어려운 생활을 했으면서도 그림물감은 최고급으로 아끼지 않고 사용한 덕분에 그림의 상태가 지금도 무척 훌륭하다.
화면 가득 차 있는 거친 붓자국이 그의 열정을 닮은 것 같아서 그림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윈슬러 호머 '여름 밤' 1890
이 작품도 전시장에서 오래 눈길을 끌었다.
하얗고 푸른 파도와 춤을 추는 하얀 옷의 여인, 그리고 어두운 그림자로 묘사된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간직한 채 화면에서 숨을 쉬고 있다.
어쩐지 파도의 노래 소리가 들릴 것 같고 달빛의 숨소리도 들릴 것만 같다.
외젠 카리에르 '아픈 아이' 1885
이 작품이 눈길을 끄는 것은 아픈 아이가 엄마의 뺨에 자신의 지친 팔을 대고 있는 모습 때문이었다.
이승환의 7집에는 '엄마'라는 제목의 노래가 나온다. 백혈병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 활동을 오래 하고 있는 그가 소아암 아이들을 생각하며 만든 노래인데, 가사 중에 "한참동안을 고생만 하셨죠 내가 아파서 그건 정말로 누가 잘못한 게 아니래요"라는 부분을 떠올리게 했다.
아픈 아이를 내내 돌보았다면 엄마도 지쳐 있을 것이고, 아이가 아픈 게 제잘못 같아서 미안한 마음도 가득할 것이다.
그런 엄마를 향해 어리지만 충분히 엄마를 사랑하는 아이가 괜찮다고, 아파하지 말라는 의미를 전하는 것 같아서 짠했다.
결국 그림 속 아이는 이 작품이 그려진 해에 세상을 떠났다.
아이는 떠났지만, 그림 속에서 계속해서 엄마 곁에, 그리고 아빠 곁에 남아 있을 것이다.
이 시기에 일본 문화가 유럽에서 유행하면서 일본의 풍속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그 바람에 기모노를 입은 사람을 찍은 사진이 많았는데 내가 마음에 들었던 사진은 이 여자다.
줄리아 마가렛 카메론이 찍었고 제목은 '슬픔(16살의 엘렌 테리)'이다.
설정샷이 아니라면 진심으로 슬퍼하고 있는 때에 찍혔나보다.
어리지만 몹시 분위기 있는 여성이다.
완숙했을 때는 또 얼마나 아름다웠을지 궁금해지는 사람이다.
이 사진은 1913년 1월 '카메라워크'지 41호에 수록되었다 한다. 사진을 찍은 것은 1864년이니까 그때는 이미 예순이 넘은 할머니가 되어 있을 때다. 자신의 소녀 적 사진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전시장에서 찍은 사진이다.
그림자와 어우러진 시계가 근사했다.
포토 코너다.
혼자 간 나는 사진 찍어줄 사람이 없어서 프레임만 찍어왔다.
오른쪽 프레임에 어떤 여자가 들어가서 남자친구한테 온갖 포즈를 취하며 사진 찍어달라고 내내 요구를 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나올 생각을 안 하기에 한 마디 해줬다.
만약 여자끼리 온 사람이었으면 그냥 기다렸을 것 같다. 뭐... 그렇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림 두 장의 사진이다.
액자인데 하나에 25만원.
아, 돈 있으면 저런 액자라도 사서 걸어두고 싶은 마음이었다.
걸어둘 벽도 없지만서도...
오르세 미술관 전경과 내부 모습.
확실히 밖에서 보면 기차역으로 보인다.
사진으로 봐도 근사한데 직접 보면 얼마나 환상적일까.
그게 쉽지 않으니 전시회와 도록으로 만족할 수밖에.
사진이 무척 훌륭한 책인데, 오타작렬하는 설명들에는 다소 한숨이 나온다.
뭐, 전시관 설명에도 오타는 있으니 닮은꼴이라고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