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열리는 나무 온세상 그림책
사라 스튜어트 지음, 유시정 옮김, 데이비드 스몰 그림 / 미세기 / 2007년 2월
절판


눈이 번쩍 뜨이는 제목이다. 세상에, 돈이 열리는 나무라니!
그런 나무를 어디서 보셨나요??

1월에 맥 아주머니는 거실 난로 앞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문득 창밖을 내다보니 무언가 처음 보는 것이 눈에 띄었다.
아주머니는 2월이 되어서야 낯선 그 무엇이 나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새가 준 선물인가 보다 무심히 넘기는 맥 아주머니.
3월에는 아주머니가 아끼던 연 꼬리가 나뭇가지에 걸리고 말았다.
마치 곡예라도 부리는 것처럼 쑥쑥 자라는 나무는 모양새가 상당히 특이했다.
저런 나무가 주변에서 자라고 있다면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벌써 취재를 나오고 말았을 것이다.

4월에 완두콩을 심다가 잠시 고개를 든 맥 아주머니는 봄기운에 파릇파릇 푸른 잎사귀로 덮인 나무를 바라보았다.
저렇게 금세 자란 나무가 신기하다고 여기면서도 맥 아주머니는 크게 관심을 쏟지 않으셨다. 정말 무심 대마왕이다.
5월에는 이웃 아이들에게 주려고 메이폴을 만들다가 맥 아주머니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나무 잎사귀가 나뭇잎 모양이 아니었던 것이다.
저 빳빳한 푸른 돈잎을 아주머니는 조심조심 따서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 아이들이 집에 돌아가서 소문을 냈을 거라는 건 뻔한 이치다.
6월이 되어 맥 아주머니가 장미꽃을 따고 있을 때, 이웃집 아이들의 부모가 정원으로 들어왔다.
나무 구경을 하고 싶다는 이웃들에게 아주머니는 나뭇가지를 잘라 조금씩 가져가도록 해 주었다.
그 나뭇가지가 이웃의 집에서 다시 자라 돈이 열렸는지는 알 수 없다.
돈이 열렸어도 안 열렸어도, 이웃들은 맥 아주머니에게로 다시 찾아왔을 것이다.
사람의 욕심이란 그렇게 끝이 없는 법이니까.

7월에 맥 아주머니는 과수원에서 버찌를 따고 있었다.
이번엔 마을의 공무원들이 찾아와서 특별한 사업에 저 특이한 나무의 잎을 사용해도 되겠냐고 물어온다.
나무는 여전히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기 때문에 아주머니는 기꺼이 사다리를 빌려주었다.
그리고 사람들을 무엇을 하든 내버려둔 채 버찌 파이를 만들러 집안으로 들어가셨다.
8월에는 사람들이 더 뻔뻔해졌다. 아주머니가 외출했다 돌아와 보니 사람들이 나뭇잎을 따서 가방과 바구니에 정신없이 담고 있지 무언가.
그런데 우리의 속세를 초월한 맥 아주머니는 이렇게 중얼거릴 뿐이다.
"괜찮아. 어차피 가치를 쳐 주지 않으면 제 무게를 못 이겨 부러질 테니까."
아, 이건 대인배라고 해야 할지 해탈이라고 해야 할지......
9월의 달밤, 우리로 치면 한가위 쯤 되었을 무렵의 둥근 달이 뜬 날, 사람들은 구름같이 모여들어 쉬지도 않고 나뭇잎(이라고 쓰고 돈이라고 읽는!)을 줍고 있다.
맥 아주머니는 걱정스레 그들을 바라볼 뿐, 참여하지도 제어하지도 않는다.

저렇게 정성을 다해, 온 힘을 다해 사람들이 집착하고 있는 돈이 열리는 나무.
사실, 눈앞에 저런 나무가 있고 누구든 주워갈 수 있다면 저 안에 참여하지 않을 자신이 내게는 없다.
중학교 시절 지하 보도에 3천원이 떨어져 있어서 앞에 가던 직장인 여성에게 돈 떨어뜨렸냐고 하니 자기 돈이 아니라고 하고 가버렸다.
그리고 초등학생 하나가 내 옆을 지나갔다.
난 고민하다가 그 돈을 거기다 도로 내려놓고 지나갔다.
사실 주인이 다시 찾아가기 힘든 돈이고, 분명 내 뒤에 올 사람이 횡재다~ 하고 주워갈 게 분명한데, 어쩐지 난 줍지 못하고 지나치고야 말았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생각난다. 그때 주웠어야 했어...;;;;;

10월에 맥 아주머니는 할로윈 데이를 준비하며 호박 등불을 만들고 있었다.
초록빛 잎사귀였던 돈 나무는 이제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지혜의 색이 바뀌면 화폐의 단위가 바뀌는 것인지, 그냥 돈의 색깔이 바뀌는 것인지....
11월에는 겨울을 알리는 매서운 바람이 불어왔다.
나무 아래에 낯선 사람들이 굳은 표정으로 쌓인 눈을 파헤치고 있다.
앞서 왔던 사람들인지, 뒤늦게 소문을 듣고 온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미 늦었다. 때는 가을이고, 나무는 자연의 법칙을 무시하지 않는다.
12월이 되자 맥 아주머니는 이웃집 아이들과 함께 나무를 베었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서 필요한 땔감 때문이었다.
봄이 오면 다시 돈이 열릴지도 모를 나무를 개의치 않고 베어버린 맥 아주머니는 진정 용자!

욕심도 내지 않고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맥 아주머니,
이제 아주머니는 평온한 일상으로 고요히 돌아왔다.
그리고 이제서야 편안한 미소를 짓는다.
그 동안 사람들 때문에 얼마나 피곤하고 신경이 쓰였을까.
다시 나무가 자라지 않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지만, 깨끗이 사라졌으니 그런 사람들은 금세 돌아갈 것이다.
아주머니의 평범한 일상은 무엇으로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 책은 사라 스튜어트와 데이비드 스몰 부부의 첫번째 그림책이다.
풍성한 색깔과 자유로운 그림체가 이때에도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촉수를 건드리는 자극적인 제목에 비해 이야기는 지극히 교과서적으로 끝났다.
독자가 오히려 아쉬워서 입맛을 다신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처럼 뜻밖의 횡재를 겪고 욕심이 지나쳐서 오히려 망하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이렇게 욕심에 초연하여 스스로 원위치 시키는 이야기는 흔치 않았던 것 같다. 맥 아주머니는 역시 안드로메다에서 오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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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6-17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방금 <최고의 사랑>을 본 영향인지
저 나무를 베었다고 사람들이 벌떼처럼 공격하면 어쩌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에고.

중간까지 읽다보니 돈나무의 끝이 너무 궁금했는데, 맥아주머니가 따스하게 쓰셨다니 좋네요.
직접 구운 빵과 딸기잼, 말린 꽃 한다발... 그보다 소중한게 있을까요. ^^

마노아 2011-06-17 00:47   좋아요 0 | URL
맥 아주머니 기자 회견해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자숙하고 반성하겠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요? ^^

맥 아주머니는 분명히 만족하셨는데, 그림 속 얼굴이 그렇게 평안해 보이지 않는 건 저의 심술일까요? ^^ㅋㅋ

saint236 2011-06-17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옛날에 봤단 우스개소리와 비슷한데요. 김이병의 이야기...초코파이가 열리는 나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름은 오리온이라고 져야지....^^

마노아 2011-06-17 10:20   좋아요 0 | URL
초코파이가 열리는 나무는 귀여운 걸요. 소박한 소원이에요.^^ㅎㅎㅎ

꼬마요정 2011-06-17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나무 가지고 있어도 살아있는 맥 아주머니가 정말 대단한 듯...
총 든 놈들 여럿 와서 온 일대가 피바다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잖아요.. 총 겨누고 죽고 싶지 않으면 나무 내 놔라느니, 소유권 이전 하라느니.. 막 이러거나요, 정치인들 떼거지로 와서 이런 나무는 국가 소유라고 한다거나, 맥 아주머니 자식들, 친지들 우루루 달려와서 죽 치고 산다거나.. 특히 땔감으로 벨 때 동네사람들이나 조폭들 달려와서 못 하게 막는다거나..

아.. 이런 생각을 하는 저는 어떤 인간인가요..ㅜㅜ

마노아 2011-06-17 21:03   좋아요 0 | URL
허거거거, 그야말로 호러군요. 저 작품이 영화 버전이면, 특히 성인용 영화라면 꼬마요정님 얘기처럼 진행될지도 몰라요. 크게 공감하는 저는 또 어떤 인간인간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