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하루 특가할 때 사두었던 1000피스 퍼즐.
언제 맞출까 기대하고 있었지만 이날 시작했던 것은 순전히 노여움 때문이었다.
무척 화나는 일이 있었고, 용서가 되질 않아서 부들부들 떨렸다.
온종일 머릿 속을 떠다녀서 무언가 집중할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시작한 '흐르는 강물처럼' 1000피스 퍼즐
올해 들어 1000조각만 벌써 세 번째다.
나름 자신감도 붙었고, 번쩍거리는 광택으로 힘들었던 클림트의 '스토클레 벽화'도 3박4일에 끝냈으니 이 작품도 그 정도면 되리라 여겼다.
하지만 명백한 오산!
가장자리를 먼저 맞췄는데 1월과 2월에 모두 가로 그림 맞춘 관성으로 나도 모르게 가로로 판을 놓고 시작했다.
당연히 짝이 안 맞지.
뒤늦게 깨닫고 세로로 가장자리 판을 짜기 시작했는데 손이 멀게 가야 해서 좀 힘들었다.
오래 앉아 있는 자세를 고려한다면 난이도는 가로 그림이 더 쉽다.
이 작품은 그래도 글자가 많이 있어서 쉬울 거라고 여겼다.
역시 오산!
일단 가장자리부터 태클이 들어왔다.
반듯한 면이 있기에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하고 가장 쉬울 법하지만, 네 면 중 세 면을 부수고 다시 해야 했다.
어려웠다!
좀처럼 짝이 안 맞았다. 아니, 맞았다고 생각하고 진행을 하다 보면 어디선가 어긋나 있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 조금이라도 차이가 있는 부분을 찾아내어 들어내야 했다.
그렇게 가장자리부터 힘을 빼 놓으니 안쪽 '나뭇잎' 묘사가 쉬울 리가 없다.
지난 주 수요일에 일을 벌였는데 목요일부터 빤짝 일을 하게 되어서 저녁 시간에 틈틈이 작업을 했다.
식구들은 혹시라도 건드려서 망가뜨릴까 봐 눈치를 봐야 했고,
그 눈치는 결국 나한테 돌아왔다.
민망해서라도 빨리 완성을 해야 했다.
하지만 2/3 지점까지 완성을 한 상태에서도 끝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몇 조각 안 남았을 때에 남은 조각들은 빈 자리에 맞지 않았다.
그 자리가 아니란 소리다.
다시 매의 눈으로 열심히 훑어서 어디서 오류가 났는지를 찾아야 했다.
무릎이 썩어가는 고통을 호소하며, 어깨가 부서질 것 같은 통증을 참아야 했다.
밤에 잘 때는 어깨에 찜질팩을 대고 누웠는데 눕자마자 바로 잠들어버렸다.
사람 잡는 퍼즐이다.
그리고 어젯밤에 드디어, 기필코, 기어이, 끝끝내, 마침내 완성을 보았다.
다 맞춘 순간 퍼즐판에 얼굴을 비비며 만세를 외쳤다.
아, 살 것 같아.
무릎이 썩는 고통은 이제 안녕!
1000피스 퍼즐은 혼자 하기엔 너무 힘들다.
하면서 오히려 외로움을 팍팍 느꼈달까.
지난 번에는 엄니가 몇 조각씩 맞춰주기도 하셨는데 이번엔 난이도가 너무 높아서 도와주지 못하셨다.
마지막에 남은 몇 조각을 내가 수영장 간 사이 끼워놓으셨지만 제자리가 아니어서 조각이 비틀어지기만 했을 뿐...ㅜ.ㅜ
유약이라고 해야 하나? 움직이지 않게 고정시키는 액체를 뿌리는데, 그걸 고르게 번지게 만드는 도구가 얇은 종잇조각에 불과해서 무척 불편했다. 두툼한 녀석이어야 했는데 그게 흠이었다.
완성을 하고 보니 다음을 생각해 본다.
1000피스에 비해서 500피스는 크기가 어정쩡하고, 다음 번엔 300조각으로 가볍게 해볼까? 했더니 식구들이 모두 비명을 질렀다. 제발 그만하라고!
그치만 액자까지 끼우고 나니 멋있다고 한 마디씩 한다.
음하하핫, 이 작품 멋져서 내가 고른 거라니까...
그치만, 이제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
걸 데가 없다.
빈 벽이 하나 있는데, 그 벽을 채우면 이제 온 집안에 여유 벽이 전혀 없다.
그나마 그 벽은 단단한 시멘트라서 못을 박을 수도 없다.
형부한테 아부를 해야 할 때가 왔다. 못 좀 박아달라고....
에잇, 시집을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