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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
백희나 글.그림 / Storybowl(스토리보울)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백희나 작가의 신작이다.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독자를 아주 흐뭇하게 만들어주었다.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주는 백희나 작가 쵝오!
6시 정각에 얼룩말은 스케이트를 타기 위해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같은 시간 407호의 개 부부는 "썰매를 끌고"를 연습하기 위해 따스한 털양말을 신기로 했다. 이 노래는 우리가 잘 아는 '징글벨'일까? 아무튼 때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겨울철이 되겠다.
그때 407호 빨랫줄에 앉아 있던 참새가 파다닥 날아올랐다. 덕분에 빨랫줄에 매달려 있던 양말 한 짝이 떨어지고 말았다.
207호의 양 아줌마는 버터와 울 샴푸, 크리스마스 우표 20개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101호의 여우는 때마침 산양의 저녁 초대를 받아 기뻐 죽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무려 이틀이나 굶었다니 당연한 얘기다.

인형을 직접 만들고 사진에 필요한 인테리어까지 모두 갖추는 백희나 작가의 작업은 고되면서도 즐거울 것 같다. 저 아기자기한 소품들이라니... 길을 갈 때도 쇼핑을 할 때도 늘 저런 것들을 찾기 위해서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지도 모르겠다.
한편 304호에서는 오리 유모가 8마리의 아기 토끼들을 재우려고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빨간 눈의 아기 토끼들. 눈이 총총한 것이 잠이 들려면 한참 걸리게 생겼다.
407호에 세들어(?) 사는 407-1호의 생쥐 부인은 크리스마스 장식을 구하려고 집을 나섰다. 비록 남의 집에 기생하는 중이지만 크리스마스를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304호의 아기 토끼 들의 아버지인 흰토끼씨는 버스를 기다리며 일곱 번이나 연속 기침을 했다. 감기에 잔뜩 걸린 모양이다. 눈에 피로가 잔뜩 몰려 있다.
그 앞을 은쟁반 찻집의 까망고양이가 지나간다. 701호에서 주문한 초콜릿 3단 머드케이크를 갖고서...
6시 5분, 양말 한 짝이 사라진 것을 발견한 개 부부가 큰 소리로 짖어대기 시작했다. 급 추위를 느끼면서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그 시간에 산양의 초대에 응한 여우 씨도 급 좌절을 느끼고 있었다. 저녁이 이끼 수프 뿐이었던 것이다. 굶주린 배는 채울 길이 없는 것일까. 이솝 우화의 여우와 두루미가 생각날 뻔했다. 아래 층에서는 컹컹대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리고 여우는 거의 울고 싶었을 것이다. 저 충격으로 핏발 선 눈을 보시라!
8마리의 아기 토끼들은 개 부부가 짖는 소리에 흥분하여 날뛰다 못해 날아오를 지경이다. 한꺼번에 8마리가 다 흥분을 해대니 오리 유모도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은 심경이었을 것이다.
집앞에 거의 다다른 양 아줌마는 컹컹 소리에 놀라 열쇠를 떨어뜨렸다. 안 그래도 북술북술한 털 때문에 정신이 없는 양아줌마는 열쇠를 찾지 못해 안절부절. 저러다 봉투를 떨어뜨리면 어째...
여기까지의 그림이 모두 한 장으로 되어 있다. 접혀 있어서 책의 사이즈가 커지진 않았지만 하나로 쭈욱 펴면 아주 기다란 그림책이 된다. 그리고 이젠 뒷장으로 넘어간다. 뒷장 역시 기다란 하나의 그림이다.
때마침 스케이트를 타러 나가던 얼룩말이 양아줌마를 도와주었다. 열쇠도 찾아주고 양털 속에 엉킨 온갖 잡동사니도 찾아주었다. 안경에 빗에 포크에... 저건 식염수????
그리고 바로 그 시점에 407호 빨랫줄에서 떨어진 양말이 바닥에 털썩 내려앉는다.
그걸 크리스마스 장식 구하러 나오던 생쥐 부인이 주웠다.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문앞에 걸어둔 것을 개 부부가 발견했다. 밖에서 잃어버린 것을 집 안에서 찾다니, 신기한 노릇이다!
양말을 신자, 기쁨의 노래가 나왔다. 제목은 '즐거운 나의 집'이었다.
개 부부의 흥겨운 노래 소리가 8마리 아기 토끼들에게 자장가가 되었다. 집에 도착한 흰토끼씨는 안심하고 감기약을 마실 수 있었다. 흰토끼씨도 아기 토끼들처럼 한숨 푹 자야 할 터이다.
701호에서 주문한 초콜릿 3단 머드케이크가 제시간에 배달되었다. 카시스를 얹은 초콜릿 3단 머드케이크와 피아노, 그리고 개 부부의 노래 소리가 멋진 저녁을 완성시켜주었다. 배고팠던 여우가 만족했음은 물론이다. 더불어 산양과의 우정도 더욱 돈독해졌다.
그나저나 저 케이크는 먹을 수 있는 걸까? 아님 저것도 장식일까???
양아줌마를 도와주고 나온 얼룩말은 기분이 더욱 흥겨워져서 호수 위를 스케이트를 타고 맘껏 달렸다. 다리가 무척 날씬하다. 연아 양을 연상시키는 예쁜 스케이트화다.
배달을 마치고 돌아가던 까망고양이는, 양말을 제주인이 가져가서 다시 크리스마스 장식을 구하러 나선 생쥐 부인과 딱 마주쳤다. 순간 얼음! 생쥐부인은 재빨리 집으로 돌아갔다. 크리스마스 장식보다 중요한 것은 목숨! 집만큼 안전한 곳이 또 없다. 때마침 들려오는 개 부부의 노래 소리가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준다.
이 모든 일들은 어제 저녁 6시 무렵에 일어난 사건이다. 나비효과처럼 하나하나의 사건이 꼬리를 물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독자를 바짝 긴장시켰으나, 우려와 달리 모두에게 행복한 결말을 안겨 주었다. 바로, 어제 저녁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