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복에 살지요 몽키마마 우리옛이야기 6
엄혜숙 글, 배현주 그림 / 애플트리태일즈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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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곳에 부자 영감님이 살았는데, 영감님에게는 세 명의 딸이 있었다.
으레 이야기의 주인공은 셋째 딸이니, 딱 봐도 누가 주인공인지 감이 온다.
옆의 두 언니의 뻔지르르한 얼굴에 비해서 셋째 딸은 새초롬하고 총기가 보인다.
한복의 보색 대비도 강렬하다.
옆의 언니들이 보다 연한 색인데 셋째 딸은 강단있는 성격이 옷 색에서 이미 드러난다.

하루는 영감님이 딸 셋을 불러서 누구 복에 잘 먹고 잘사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이 애비 덕에 잘 먹고 잘 산다는 대답이 돌아올 거라고 여기고 물은 질문이다.
거드름 피우는 영감님의 표정과 담뱃대 쥔 손까지 모두 성격을 드러낸다.
첫째 딸은 아버지가 원하는 대답을 그대로 드렸고, 눈치를 살피는 모양새가 간드러진다.
손목의 저 각도는 서문무한을 떠올리게 해서 나를 흠칫 놀라게 했다.

두번째 딸도 불러서 물어보았다. 누구 복에 잘 먹고 잘 사느냐고...
큰딸과 마찬가지로 둘째 딸도 아버지가 원하는 답을 내민다.
그야 아버지 복에 잘 먹고 잘살지요~
영감님은 이제 어깨춤이라도 출 모양새다. 버선발이 붕 떴다.
뒷배경의 가구를 보니 큰딸이 가운데에 앉아 있었던 모양이다.

총명한 셋째 딸 역시 영감님이 원하는 답을 줄줄 알았건만,
기대는 어이 없게 무너졌다.
셋째 딸이 대답한 것이다.
"누구 복에 잘 먹고 잘살다니요? 내 복에 잘 먹고 잘살지요!"
아버지는 화가 나셔서 길길이 날뛰고, 네 복에 잘 먹고 잘살아 보라며 셋째 딸을 집에서 내쫓고 만다.
뒤도 안 돌아보고 집을 나서는 셋째 딸.
이 이야기의 교훈이 내 인생의 주인은 나!라는 당담함을 일깨우기 위함이니 당연한 진행이지만
저 딸도 참 융통성 없다는 생각이 퍼뜩 든다.^^

산 넘고 물 건너 정처 없이 걷던 셋째 딸은 산속 오막살이에서 하룻밤을 묵어가게 되었다.
그렇지만 어디 하룻밤으로 끝났겠는가. 곧 그 집 숯 굽는 총각과 부부연을 맺고 살게 되었다.

가난한 살림살이에 비단 옷 입고 지낼 수는 없지.
셋째 딸의 옷차림이 수수해졌다. 그래도 여전히 예쁘다!
하루는 셋째 딸이 남편 일 도우러 숯 굽는 가마에 갔다가 숯가마 앞에 붙인 이맛돌이 모두 금덩이인 것을 알고 화들짝 놀랐다.
이맛돌을 빼서 집으로 가자니 숱가마 허물어진다고 반대하는 남편....
아, 이건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인가요???

황금의 가치를 모르는 남편을 설득해 이맛돌을 모두 수거한 셋째딸!
검소해 보이기는 해도 결코 누추해 보이지 않는 집 살림이다.
아마 셋째 딸이 시집오면서 살림이 더 폈을 것이다.
이미 아이도 생겼고, 시어머니와 함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따스하다.

큰 장이 열리는 서울에 가서 셋째 딸이 알려준 대로 제값을 받고 황금을 팔게 된 남편.
그렇게 이맛돌을 모조리 팔아 큰돈을 번 셋째 딸 가족은 그 돈으로 논도 사고 밭도 사고 열두 대문이 있는 으리으리한 청기와집도 짓고 큰 부자가 되어 떵떵거리며 잘살게 되었다.

세상에, 그걸 한 번에 다 팔아 쓰다니... 저축 관념이 없구나!


한편 셋째 딸의 아버지인 부자 영감님은 셋째 딸이 집을 나간뒤 가세가 기울어 그만 거지가 되고 말았다.
이집저집 받을 얻어먹고 사는 빌어먹을 신세!
하루는 이 영감님 내외가 열두 대문이 달린 으리으리한 청기와집을 보고는 밥을 얻어먹기로 했다.

그런데 대문을 열고 닫을 때 삐걱거리는 소리가 꼭 '복남아!'소리처럼 들리는 것이다.
복남이는 바로 셋째 딸의 이름.
딸을 그리워하며 대성통곡하는 거지 부부를 보고 이집 여종이 안주인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 말을 듣고 셋째 딸이 대문간으로 나와 본다.

우리의 전통색들이 한데 어우러진 게 참 곱다.
머리카락의 광택도 매력적이다.

이제 다음 이야기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친정 부모님을 진수성찬으로 대접하고, 그후 두분 모시고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이야기~
잔칫상의 음식도 아주 먹음직스럽다. 구절판이 특히 눈에 어른거린다.

거저 얻은 행운인데 주변에 좀 베풀고 살았다는 이야기가 아니 나온게 좀 불만이지만,
나오지 않았으니 그렇지 아마도 충분히 베풀고 살았을 것이다.^^

신선하게도 뒷편에는 영어로 번역된 이야기도 실려 있다.
그림은 작은 크기지만 앞의 이야기와 맞추어 보기 좋겠다.

부록으로 100가지 민족문화 상징에 대해서 나오는데, 이 책에는 '다듬이질'과 '냉면', '떡', '비빔밥'이 나온다.
다른 시리즈에도 몇 개씩 이런 게 나오나 보다.

그림 보는 재미가 무척 큰 책이었다.
셋째 딸의 당당함은 좋지만 내가 부모라면 많이 섭섭할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우리는 말하고자 하는 교훈만 살려서 생각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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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2-18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설빔의 배현주 그림이네요.
내가 바로 복덩이 셋째딸이라지요~~~~~ ^^

마노아 2011-02-18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셋째딸 여기도 있어요.^^ㅎㅎㅎ

같은하늘 2011-02-21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참 예쁜 책이예요.
제일 예쁘고 마음도 고와서 묻지 않고 데려간다는 셋째딸~~~ㅎㅎ

마노아 2011-02-21 14:27   좋아요 0 | URL
배현주 작가님 그림들은 매번 이렇게 가슴을 설레게 만들어요.^^ㅎㅎ

마녀고양이 2011-02-21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욱 내려가다가, 셋째딸 뒷머리채 사진에서 훅 갔네요.
아유, 이쁜 그림이예요.

마노아 2011-02-21 14:28   좋아요 0 | URL
뒷머리채에서 완전 홀릭이지요? 어휴, 저런 머리 해보고 싶다니까요.^^ㅎㅎ

희망찬샘 2011-06-07 0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너무 예쁘네요.

마노아 2011-06-07 11:27   좋아요 0 | URL
그림이 참 탐나요. 종이 속으로 빨려갈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