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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순환선 - 최호철 이야기 그림
최호철 지음 / 거북이북스 / 2008년 2월
서울의 한 가운데를 통으로 들어다 책에 옮겨 놓은 느낌이다.
2호선이 지나는 역이 표시되어 있다. 우리 집에서 강남 역이 꽤 멀구나... 부터 먼저 떠올랐다. 맛있는 것 많은 강남역!(응?)
소가 누워 있는 모습 같다는 와우산.
산 위의 풍경은 정겹고 따스한데, 산 아래로 내려갈수록 빡빡한 도심이 찌를듯이 다가온다.
저 높다란 건물과 굴뚝, 빈틈없이 채워진 집과 집과 그 속의 사람들.
숨이 막혀 온다.
이제는 더 이상 봄을 기다리지 않는 땅.
피우지 못할 꽃 대신
돈이 자라나는 땅.
판교 택지 개발지구다.
돈이 자라서 맺은 열매에선 얼마나 고약한 내가 날까.
낮은 집들이 각자 알아서 높아진 마을.
좁아진 길만큼 마음도 좁아진다.
잘 살든지 말든지
어떻게든 알아서 살아가고
세금만 제때 내라 한다.
주차 전쟁 무서워서 면허도 못 따겠다.(응?)
지갑 좀 열어 줘...
제발...
불황 속 창업이라니, 얼마나 불안불안할까.
노란 풍선이 정말 지갑 좀 열어달라고 사정사정 하는 것처럼 보인다.
오늘만큼은 현실에 찌든 엑스트라가 아냐.
세상의 주인공이야.
흉내낸 거라도 말야.
코스튬 플레이 행사장의 모습이다.
코스 플레 행사장을 많이 다닐 때는 내게 카메라가 없었는데,
카메라가 생긴 이후로는 그런 행사장을 가보질 못했다.
어쩐지, 섭섭하다.
이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을지로 순환선'
끊임없이 거대한 도시의 일터와 쉼터 사이를
다람쥐 쳇바퀴 돌듯 맴도는 을지로 순환선.
고단한 승객들의 표정이 마음을 억누른다.
게다가 2호선이 얼마나 콩나물 시루인지 능히 짐작이 간다지...
일상의 고단함에
소음은 자장가로
세상은 베개가 된다.
조각 잠이라도, 달콤하게 주무셔요...
야! 이렇게 만나다니,
놀랐다......
기억나니?
이 자리에서 뛰놀던 어린시절 우리 마을이...
옛 동창을 만났다. 반갑다고 말하면서 서글픈 마음이 먼저 든다. 서로가 서로에게...
오를 수 없는 높이의 벽을 닦고 칠한다.
비정규 일거리로...
오를 수 없는 높이, 넘을 수 없는 벽...
막막함에 먹먹해져 온다.
어서 미군기지가 옮겨와 더 커지길 바라는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기지 확장으로 삶의 터전을 잃게된
이웃 마을의 이전 반대 외침이
네온 불빛에 묵혀 버리는 곳.
걸려 있는 현수막의 문구들이 낯을 뜨겁게 한다.
사실은 마음이 먼저 뜨거워져야 하는 것인데...
한 장의 그림에 몹시도 많은 이야기들이 스며 있다. 한 장의 그림이 한 편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그래서 이 책을 '이야기그림'이라고 하나보다. 이런 이야기, 많이 읽고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