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목요일에 벼르고 벼르던 미루고 미루던 '영국 근대 회화전'을 다녀왔다. 사실 나의 원래 목표는 '퓰리처상 수상전 도록'이었는데, 그거 사러 다시 가기엔 너무 먼 예술의 전당인지라 영국 근대 회화전 도록을 사서 거기에 들어있는 평일 관람권을 얻었다. 그렇지만 날짜 계산 실패로 퓰리처상 수상전은 끝나버렸고-때문에 도록도 못 샀고-나는 새로 산 도록을 보지도 못하고 전시회도 못 가고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이제 며칠 뒤면 전시회도 끝나고, 수영가는 날짜랑 명절 날짜 빼면 갈 수 있는 날이 지난 목요일 밖에 없어서, 감기로 목이 완전히 간 상태에서 켈록이며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후아, 서론 길다.  

2. 몸은 고단했고, 내가 원했던 전시회도 아니었고, 여차저차 아무 기대도 없던 나는, 그랬기에 기대 이상으로 재미나게 전시회를 볼 수 있었다. 역시 도록으로 보던 것과 진품을 보는 것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한 시간 정도 짧은 관람이었는데 무척 흐뭇해져서 나왔다. 그래도 혹시 미련이 남아서 퓰리처상 수상전 도록 남았냐고 이 건물 저 건물 돌아다니며 물었지만 당연히 없고, 데스크에 물어봐도 역시 없다고 한다. 검색해 보니 '10월 1일 이후 대구 전시장(대구국립박물관) 내 아트샵 혹은 10월 10일 이후 온라인(www.millemall.com)에서 판매가 재개될 예정입니다.'라고 한다. 대구 쪽으로 전시회가 옮겨 가는구나. 온라인 구매는 역시 배송료가 붙겠지. 두고두고 후회되는 대목이라니까.ㅎㅎㅎ 

3. 많이 걸었고,  돌아오는 내내 서서 왔고, 컨디션도 영 나빴고... 그래서인가? 목요일에는 갑자기 오른발 둘째 발가락에 쥐가 나더니 풀리지가 않았다. 금요일에는 내내 맛사지를 했는데도 소용이 없다. 다시 하루를 묵혔더니 좀 나아졌다. 왜 이런담? 고친 샌들은 바닥에 본드를 붙이고 아주 작은 못을 네 귀퉁이에 박아놨는데 걸을 때 그 못자국이 발바닥에 감지된다. 마치 완두콩 공주가 된 기분이다. 곧 샌들 신기 민망한 즈음이 닥쳐올 테니 버텨야지. 내년엔 신을 수 있을까?  

4. 오늘은 시험 문제 출제하느라 늦게까지 남아있다가 5시가 넘어서 퇴근했다. 백화점에 들러서 상품권을 구매할 생각이었는데 내려놓고 보니 내가 내리려던 곳이 아니었다. 현대 백화점에 갈 생각이었는데 한 정거장 더 간 것. 거기도 롯데 백화점이 있는지라 그럼 여기서 사야겠다... 생각했지만, 아뿔싸! 상품권은 카드를 안 받지. 은행을 찾아야 했다. 나의 주 거래 은행은 신한은행. 그런데 주변에 국민,우리,외환,기업은행이 다 보이지만 신한 은행만 없다. 언니한테 연락해서 검색해 달라고 하니 두 정거장 밑에나 있다고 한다. 우이띠...  

5. 가만히 보니 길 건너에 하나 은행이 보인다. 퇴근 전에 월요일 결제 때문에 돈을 이체해둔 게 생각이 나서 그리로 향했다. 신한은행은 무통장 무카드 거래만 했기 때문에 캐쉬 카드가 없는데 때마침 잘 안 쓰는 하나은행 캐쉬카드가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365코너에 들어가서 힘차게 카드를 밀어넣었건만 뱉어놓는다. 이용할 수 없다나? 자세히 보니 보안카드다. 내게는 타은행에서라도 돈을 뽑을 캐쉬카드가 한 장도 없었다. 하아... 

6. 그래서 다시 버스를 환승해서 두 정거장 밑까지 내려오는데 내 앞에 내리던 여자가 내 발을 밟고 지나갔다. 아씨, 이번 주만 발 밟힌 게 벌써 세 번째다. 아무도 사과하지 않고 아무도 쳐다보지도 않고 가버렸다. 오늘은 짜증이 마구마구 솟고 있었기 때문에 내리는 그 여자를 잡아 당겨 이봐요! 하고 싶었다. 하지만 참았다. 안 참으면 어쩌겠는가. ㅠ.ㅠ 그냥 비명이라도 지를 걸. 그랬담 돌아보았을 텐데... 

7. 은행에서 돈을 찾아서 한 정거장 밑의 현대 백화점으로 향했다. 10층. 상품권 코너에 손님이 많다. 천만원어치 사면 상품권 30만원 짜리 서비스로 준댄다. 우에에엑! 지친 나는 의자에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내 앞에 손님이 일어서자마자 어떤 노부부가 와서 새치기를 한다. 아아, 나는 정말 주저앉고 싶었다. 오늘 일진 왜 이래! 

8. 힘겹게 상품권을 구입하고, 부랴부랴 버스를 환승해서 집으로 향했다. 문을 들어서는 순간 퍼뜩 생각났다. 편의점에 알라딘 택배 도착해 있다는 것을... 무겁고 무거운 몸을 다시 일으켜 편의점으로 향했다. 편의점 알바는 갈 때마다 택배 찾으러 왔다는 내 말을 못 알아 들어서 엄한 것들을 집었다가 놓았다가 한다. 게다가 상자 내줄 때 박코드 찍는 것을 못해서 번번이 실패한다. 두번 찍고 엔터 치라니까...-_-;;; 결국 오늘도 박코드 못 찍고 그냥 들고 나왔다.  

9. 집에 와서 상자를 뜯는다. 얼라, 그저께 도착한 책이 또 있다. 왜 그러지? 아뿔싸. 두 번 주문했다.ㅜ.ㅜ 요새 정신머리가 이렇다. 나사 풀린 것 마냥 실수가 잦다. 게다가 나를 슬프게 한 또 하나의 책... 


보리에서 행사를 하고 있는데 현대사 포스터를 준다는 것을 나는 '현대사 연표'로 알아듣고는 당장 급하지도 크게 궁금하지도 않은 책을 먼저 구입했다. 받고나서 보니 그냥 포스터. 나 이거 붙일 벽도 없는데....  

 

 

10. 어제 슈퍼스타 K2를 기어이 끝까지 다 보고 자느라 안 그래도 쾡해진 눈이 더 쾡해졌다. 감기도 아직이고, 컨디션도 영 저조하다. 그렇지만 오늘 도착한 이 책을 보고 급 방긋! 

생각보다 두껍다. 원문이 차지하는 양이 많진 않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더 두꺼워졌나보다. 야금야금 읽으면서 솟아오른 혈압을 더 뜨겁게 달궈주리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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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0-09-18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왜 이러죠???ㅠㅠ
댓글 길게 달았다가 뭘 잘못 눌렀는지 사라져버렸어요,,ㅠㅠㅠ
아후,,,암튼 다른 날이 올거에요~~~. 연휴 지나고부터는 님께 좋은 일만 일어났으면 좋겠어요~.같은 책을 두 번이나 주문하면 정말 화나죠!! 그 심정 알아요,,,한 주에 발을 세 번이나 밟히다니!!! 소리라도 지르시지~. 마노아님 너무 착해요~.ㅠㅠ제가 님의 수호천사라도 되어 드리고 싶어요,,ㅠㅠ

마노아 2010-09-19 10:48   좋아요 0 | URL
아아, 아까운 댓글이에요.(>_<)
머피의 법칙인가? 싶을만큼 뭔가 좀 안 맞는 날이었어요. 나의 삽질은 나날이 업그레이드 되는 것 같았어요.^^;;;
남의 발을 밟으면 감촉이 느껴질 텐데 왜 다들 그냥 가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미안하다고 한마디 하면 누가 잡아먹나..ㅜ.ㅜ
나의 수호천사 나비님! 오늘 전통무늬 주머니에 나비 수놓은 것을 보고 님을 생각했어요.^^

책가방 2010-09-19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전 이번주에 천원짜리를 두번이나 주웠답니다.
일부러 살피고 다닌것도 아닌뎅..ㅡ.ㅡ

살다보면 이런날도 있고 저런날도 있는 법이죠 뭐..^^

마노아 2010-09-19 10:48   좋아요 0 | URL
오오오, 그런 날이 저도 어여 오기를 바라겠어요. 불끈!!

양철나무꾼 2010-09-19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슈퍼스타 k2 못봤어요.
볼려고 별렀는데...어디서 하는지 찾을 수가 없더군요.(에궁,바보~)

제가 요즘 이 문장을 여기저기서 사용할 기회가 생기네요.
Tomorrow is another day~!

마노아 2010-09-19 10:49   좋아요 0 | URL
mnet에서 하는데 이게 케이블 몇 번인지 모르겠네요. 27번 아니면 28번 같아요.
예전에 폴포츠 등등, 이런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사람들 노래에 별로 감동을 못 받았는데 이들이 올라오는 과정을 함께 겪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았어요. 이번엔 되도록 방송을 보고 있는데 정말 내일같이 안타깝고 기쁘고 응원하게 되더라구요.
또 다른 내일을 기대하겠어요!!

무스탕 2010-09-19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연휴를 막 즐겁게 지내시려고 미리 액땜하셨나봐요.
그런데 발 밟힌건 짜증나네... -_-+
전 왼쪽 발목이 아픈지가 두 달이 넘었는데 이게 아팠다 안 아팠다 그러니까 병원가기도 뭐하고.. 아플땐 바쁠때라 갈수 없고 시간이 있을땐 아프지 않고.. 에잉~~~

마노아 2010-09-19 22:41   좋아요 0 | URL
제가 6월에 그놈의 훌라후프 하다가 무릎이 아팠는데 아직도 아파요. 누가 고질이라 그래서 잔뜩 겁먹고 있어요.ㅜ.ㅜ 애초에 아프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데 그게 맘처럼 되어야 말이지요.^^;;;;

2010-09-19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0-09-20 07:55   좋아요 0 | URL
저는 특별히 어디 가는 곳은 없어요. 거의 집에 있을 것 같아요.
보름달이 뜰 걸 대비해서 비상소원(?) 몇 가지 대기시켜 놓을 생각이에요.
하핫, 휘영청 밝은 달이 떠주기를 고대합니다.
님도 메리 베리 해피 추석이에요~

후애(厚愛) 2010-09-20 0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 후기 성 소화 선집>을 갖고 계시는군요.^^
전 조금씩 읽고 있는데 재밌어요. ㅎㅎ

마노아 2010-09-20 07:57   좋아요 0 | URL
저는 이번 연휴 때 야금야금 읽어줄 생각이에요. 잔뜩 기대하고 있어요.^^ㅎㅎㅎ

순오기 2010-09-23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마노아님 일상은 파란만장이라니까요,
읽으면서 웃기도 하지만 얼마나 힘들었을까 공감도 해요.
비상소원을 빌 수 있도록 둥근 보름달이 꼭 떠오르길 빌게요.^^

마노아 2010-09-20 13:08   좋아요 0 | URL
나 홀로 시트콤을 찍는 기분이에요.^^;;;;
오늘은 학교에서 급우울해지는 사건이 있었는데 이건 뭐 말도 할 수 없고 아주 답답해요.ㅜ.ㅜ
둥근 보름달을 보면서 소원을 간절히 빌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