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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처럼 ㅣ 0100 갤러리 6
김선남 그림, 김소연 글 / 마루벌 / 2004년 4월
구판절판
표지의 은은한 은행잎이 예뻐서 한 컷을 찍었다.
속내는 어떨까 껍데기를 벗겨보니, 노오란 은행잎이 반짝하고 얼굴을 내민다.
센스가 돋보이는 표지 그림이다.
표지를 열었을 때 나오는 첫번째 그림.
사진으로는 잘 표현이 안 되었는데,
아주 은은한 것이 기름종이를 한 겹 걸쳐놓고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런 색은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자연을 닮았으면서 거칠지 않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멋까지...
은행나무의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빗대어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서 사랑하고
그리고 아이를 낳아 키워가는 과정을 시적으로 표현했다.
실제로 글쓴이는 시인이기도 하다.
마주 보고 서 있는 서로의 풍경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었다는 아름답고 설레는 고백.
그렇게 활짝 꽃을 피웠다.
저토록 찬란하게,
저렇게 눈부시게,
저리 아름답고 숭고하게......
그리고 그 절정의 순간에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로 인해 엄마와 아빠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우리'가 되어버린, '가족'이 되어버린 그 감격을 아이는 이해할까......
그렇게 아이가 커가는 동안,
엄마와 아빠의 마음을 다 차지해버려서,
그 옛날처럼 서로를 보지 못하게 되어버릴 때에,
바로 그때에 아이는 부모의 품을 떠난다.
저리 스러져가는 은행잎처럼...
그렇게 헤어지면서 채워지는,
또 다른 열매와 꽃이 피는 순환의 과정.
그렇게 만들어진 아름다운 우주.
거역할 수 없는 순리.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와 '언젠가 너도'와 비슷한 맥락의 책이지만 좀 더 어렵고, 좀 더 사색하게 만들고, 좀 더 쓸쓸한 느낌의 그림책이었다.
이제 막 결혼을 하는 부부나 막 부모가 된 엄마에게 선물하면 좋을 책으로 보인다.
혹은 자녀를 결혼시키려는 찰나의 부모님이나...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그림책 읽는 게 참 좋고, 그림책 선물하는 것도 너무 좋은데, 그림책을 읽었다고 얘기하면 사람들은 '움찔'하고 놀란다. 바로 어제 직장에서 겪었던 일.
어른이 되어서 읽는 그림책의 멋과 맛이 얼마나 탁월한지 같이 나누지 못해서 아쉬웠다. 이런 책을 보여주면 좀 다른 느낌을 가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