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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자장 잠자는 집 ㅣ 웅진 세계그림책 95
유리 슐레비츠 지음,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06년 9월
절판
'정중동'을 잘 포착해내는 유리 슐레비츠의 그림책이다.
자장자장 잠자는 집.
원제 So Sleepy Story 보다 확실히 우리 말 어감이 이 책의 분위기에 더 잘 맞는 듯하다. 팔이 안으로 굽어서일까?
집도 나무도 달도 모두 잠이 든 한 밤.
그렇지만 저 집은 어쩐지 노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꾸벅꾸벅 의자 옆에
꾸벅꾸벅 탁자.
쿨쿨 벽에 걸린
쿨쿨 그림들.
이 집에 있는 모든 것들이 다 잠자고 있다.
마치 잠 자는 숲 속의 공주를 위해서 다 함께 잠이 들었던 그 성의 모든 것처럼.
드르렁드르렁 벽시계 옆에
드르렁드르렁 찬장.
그 안에 드르렁 접시들.
소르르 소파 위에
소르르 고양이.
'소르르' 고양이라니, 너무 근사한 표현이 아닌가.
영어로는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말 번역이 무척 마음에 든다.
번역가가 우리말 의태어와 의성어를 절묘하게 배치시킨 듯하다.
그때 음악 소리가 살금살금 들어오더니,
점점 점점
커집니다.
커텐도 잠이 깨어 버렸고, 달님도 눈을 떴다.
집안으로 흘러들어오는 오선지 위의 음표들은 무지개 빛으로 늘어섰다.
팔딱팔딱 살아서 춤을 추는 음표들의 향연!
불쑥 부부젤라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시즌 탓!
잠자던 의자가
비틀비틀,
휘청휘청.
잠자던 접시가
한들한들,
흔들흔들 춤을 춥니다.
춤추던 접시가 미끄러져
와장창!
고양이가 벌떡 일어납니다.
벽시계는 뻐꾹뻐꾹!
잠자던 아이가
끔뻑끔뻑 눈을 뜹니다.
의태어와 의성어가 점점 큰 느낌으로 확장되어 가는 걸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모두들 어깨춤이 절로 나는 듯 들썩들썩.
책을 읽는 나도 어깨가 들썩들썩. 콧노래가 흥얼흥얼~
이렇게 즐거운 분위기에서 눈치 없게 쿨쿨 자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대는 센스 없는 무감각쟁이!
접시들도 손 잡고서 스텝을 밟고 있다.
혼자서도, 둘이서도 즐거운 댄스 타임!
유리 슐레비츠가 살고 있는 뉴욕 그리니치빌리지는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마을인데 밤에도 연주하는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고 한다. 그걸 시끄럽다고 받아들인 게 아니라 이렇게 멋진 작품으로 승화시키다니, 역시 대가다운 선택.
그렇지만 밤새 이렇게 놀 수는 없는 노릇!
이제 가만가만 음악 소리가 사라지고....
음표들의 눈이 반쯤 풀리고 있다.
커튼도 흐느적 흐느적...
심지어 오선지의 색깔도 옅어진 채 바래지고 있다.
어느덧 새벽 4시를 넘은 시각.
벽시계의 뻐꾸기도 콜콜 잠이 들었고, 달님도 다시 취침 중.
의자 위 고양이도, 찬장의 주전자도 모두들 꿈나라로 여행중!
침대 속 아이도 자장자장,
집도 자장자장,
벽도 자장자장,
그림들도 자장자장,
찬장도 자장자장,
접시들도 자장자장,
모두모두 자장자장,
잠이 듭니다.
쉿! 다현양은 꿈나라에 가 있어요.
자장자장 잠자는 집에 도착했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