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1 - 아프리카.중동.중앙아시아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7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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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도에 쓴 책이니 십년도 더 지난 책이다. 그때는 올곧이 오지였던 곳들도 지금은 많은 사람들의 손을 타게 되었건만, 여전히 그녀의 여정엔 놀라움으로 혀를 내두르게 한다. 일부러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아프리카, 중동,중앙아시아를 첫 번째 책의 여정으로 삼았다는 기획도 훌륭하다. 때문에 여행기가 시간 순은 아니다. 아프리카에서 북으로 올라가 중동을 거쳐 중앙아시아를 건너 러시아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다시 중국을 밟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시작은 이란에서의 러브 스토리로 잡았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시간 순서대로의 여정을 더 선호하지만 워낙 글이 매끄럽고 재미있기 때문에 그런 건 전혀 문제가 안 된다.  

웬만하면 비행기 대신 육로로, 배도 여객선이 아닌 현지인들이 타고 다니는 배를 탈 것, 숙소도 호텔보다 현지인들의 민박을 고집하는 뚝심으로 그녀는 제대로 세계의 오지를 체험하고 돌아왔다. 용기와 베짱도 놀랍지만 그 무모함마저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금지된 사진을 찍다가 총살되기 직전까지 갔던 일, 아프리카 케냐에서 강도에게 목졸린 일, 말라리아 약을 장기간 복용하는 바람에 생긴 부작용 등등 위험천만한 일이 무척 많았다. 다행스럽게도 그 모든 위기를 다 극복해내고 무사히 귀국했지만 읽는 나도 이렇게 아찔한데 노심초사하며 기다렸을 가족들은 오죽했을까 싶다. 여행의 원칙과 고수하고자 하는 결심도 중요하지만 이보다는 좀 더 조심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뭐, 이미 오래 전 일이지만.^^ 

나로서는 아프리카 편이 가장 재밌었다. 다양한 부족의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시각적으로 관심이 많았던 마사이 부족의 놀라운 통뼈 얘기가 감탄스럽다. 컬러 대신 흑백 사진인 것은 감안하겠는데, 그래도 여행기인 것을 사진이 너무 적은 것은 꽤 불만이다. 워낙 달필이긴 하지만 그래도 가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 사진까지 더 실렸으면 오죽 좋을까. 내가 읽은 책은 구판인데 개정판 내면서 혹시 사진이 추가됐나 싶어 페이지 수를 확인해 보니 별 차이 없는 것이 사진은 추가되지 않았나보다. 아직 필름을 갖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 알 수 없는 노릇. 

곳곳의 사람들이 보여준 넉넉한 인심과 따뜻한 우정이 참 애틋했다. 어딜 가나 시골 인심은 이렇다는 게 더 짠했다. 그토록 무수한 이별을 했음에도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이별통증. 한비야의 가슴은 참 여리고도 무뎌졌을 것이다. 각 대륙을 넘나들며 기본으로 영어 외에도 현지어를 익히고 활용하는 솜씨가 대단했다. 선천적 감각과 후천적 노력의 결합일 테지. 어쩌면 무모할 정도의 용감함이 언어적 본능을 일깨우는지도 모르겠다.  

400쪽에 조금 못 미치는데 그래도 금세 읽은 편이다. 궁금해서 다음 장을 계속 넘기게 된다. 가장 최근작 두 권을 먼저 읽었던 나로서는 오래전 이 글이 글의 세련미와 성숙미가 신작보다 부족해 보이지만, 그래도 진정성은 말할 것 없이 충족시켜주었다. 간혹 오타와 띄어쓰기 실수가 좀 있지만 그건 애교라 생각하자. 개정판은 푸른숲에서 나왔는데 내가 본 책은 도서출판 금토다. 두 출판사는 어떤 관계가 있나 문득 궁금해진다.  

이 책을 보고서 건진 팁 하나. 최근에 등산화를 살까 하고 생각했는데 등산화보다 워킹슈즈를 권하고 있다. 워킹 슈즈 신고 한라산 오를 수 있겠지? 어떤 제품이 좋은지 모르겠다. 조언을 구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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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5-22 0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비야~ 정말 대단하지요.^^

마노아 2010-05-23 00:49   좋아요 0 | URL
정말 대단한 분이에요.^^ㅎㅎㅎ

saint236 2010-05-22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놓고 아직 읽지 못한 책입니다. 조만간 읽으려고 하고 있느나 아직 시작을 못하고 있네요.

마노아 2010-05-23 00:49   좋아요 0 | URL
저도 뒷 권 갖다 놓은지 한참인데 아직이에요.^^

꿈꾸는섬 2010-05-23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한비야님의 책을 한권도 못봤어요. ㅎㅎ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마노아 2010-05-23 00:49   좋아요 0 | URL
여행가고 싶어져서 막 근질거릴 거예요.^^

같은하늘 2010-05-25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비야님 책은 예전에 다 보았는데 정말 대단한 분이예요.
오기언니 덕분에 작년 유학가기 전에 실제로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이었지요.^^

마노아 2010-05-25 08:20   좋아요 0 | URL
다녀오셨던 것 기억나요. 저는 직접 뵌 적은 없는데 나중에라도 강연회 갈 수 있다면 좋겠어요.
대단하신 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