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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네 집 -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
전몽각 지음 / 포토넷 / 2010년 1월
20년 만에 복간된 사진집 '윤미네 집'
89년도에 시집을 가자마자 미국으로 간 큰 딸 윤미.
그 딸을 그리워하며 90년에 이 책이 만들어졌다.
지금은 고인이 된 전몽각 교수님의 가족들 이야기,
거기에는 윤미네 집뿐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가장 평범하고 특별한 가족들의 이야기가 녹아 있다.
신생아를 씻길 때, 저렇게 옷을 입힌 채 씻긴다는 걸 다시금 떠올렸다.
얼굴을 찡그리지만 저 아이를 보는 가족들은 얼마나 행복하게 웃었을까?
아가는 엄마를 어루만지며 장난도 치고 놀았을 것이다.
엄마는 피곤에 지쳐 틈을 노려 잠이 들고도 싶었을 것이다.
사진 찍는 사람을 의식하지 않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사진들.
그게 이 사진집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언니들 공기놀이하는 데 끼었다가 눈총만 받은 윤미다.
땡그란 눈이 '나도 잘 할 수 있어, 볼래?'라고 말하는 듯하다.
공기, 정말 추억의 놀이다.
저도 아이면서, 더 아가인 동생을 바라보는 눈길이 재밌다.
어린 동생도 뭐가 그리 궁금한지 고개를 빠끔히 내놓았다.
접사로 찍었어야 했는데 무심코 그냥 찍었더니 사진이 선명하지 않다..ㅜㅜ
저 타일 깔린 높다란 개수대!
내가 태어났던 시민 아파트의 주방도 저랬다.
내가 기억했을 리는 만무고, 나도 사진으로 본 건데, 그게 익숙해져서 이제는 정말 내가 그렇게 기억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니, 정말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양은 냄비에 솥단지에 쌀 씻는 양푼까지... 정말 소시민스러운 살림이 아닌가.
아이들 손에 쥔 것은 혹시 수제비???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나란히 걷는 게 예쁘다.
똑같은 옷. 물려입었거나 물려줄 그 옷들에서 또 추억을 본다.
언니의 초등학교 입학식 외투와 나의 초등학교 입학식 옷이 같았다.
같은 학교였고 같은 장소에서 찍었으니 구도도 비슷하다.
생김새는 말할 것도 없고...
이 친구들도 그랬을 것이다.
이 사진 참 마음에 들었다.
엄마가 머리를 빗겨주는 정갈한 시간.
아이는 조는 듯 조용히 자신의 머리를 맡기고 있다.
엄마의 그 손길, 참 따스하고 정겨웠을 것이다.
내 머리는 늘 둘째 언니가 만져줬는데, 머릿살이 다 뽑힐 것처럼 아팠다. 실제로 머리를 푸르고 나면 살 부분이 다 튀어나와서 아렸더랬다. 그래도 언니가 해준 머리 하고 학교 가면 다들 부러워했는데...^^
대공원 등에서 신나게 놀고 돌아오는 택시 안.
곯아 떨어진 식구들을 찍는 개구진 아버지.^^
마음이 동해 온 가족이 베란다에서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구도가 참 좋다.
저리 사진을 찍으려고 모인 가족애는 더 좋다.
새 교복을 입어보며 들뜬 딸의 얼굴을 바라보는 흐뭇한 아버지의 얼굴이 거울에 같이 찍혔다.
그림자까지 모두 사랑스러운 사진!
그렇게 고이고이 키운 딸내미 시집보낼 때,
얼마나 서운했을까.
게다가 머나먼 이국 땅으로 보내야 했으니...
아버지의 걸음이 얼마나 더디 떼어졌을지 상상이 간다.
췌장암 선고를 받고 아내를 위한 사진집을 만드셨더랬다.
그 사진들을 복간본에 같이 추가했다.
나이를 먹었지만 여전히 소녀적 모습이 남아 계신 윤미의 어머님.
꽃조차도 무색케 하는 아름다운 엄마의 모습이다.
그리고 이젠 다 커버려 섭섭한 자식들 대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손주들 재롱에 산다.
손주보다 더 큰 재롱도 아낌없이 펼쳐주는 할머니가 되어...
아름다운 책을 만나서 기쁘다.
소중한 추억을 같이 공유하게 되어서 고맙다.
이야기가 무수히 담겨 있어서 벅차다.
우리네 삶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