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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1 ㅣ 심야식당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워낙 입소문이 자자했던 심야식당을 드디어 읽게 되었다. 한밤중에 보게 되면 식욕을 자극한다는 평가는 아마도 드라마의 얘기가 아닐까 싶다. 책 자체만으로는 호감이 가거나 먹고 다음에 먹어보면 좋겠다는 궁금증은 생겨도 당장 오밤중에 앞치마를 두르게 할 정도의 미각을 건드리지 않는다. 아마도 그림체의 영향 탓 같다. 간결한 그림체와 약간은 우스꽝스럽게 표현된 인물들의 캐리커쳐가 식욕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여서 말이다.
그래도 설정 자체가 아주 훌륭하다.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영업을 하고 간단한 메뉴와 1인당 3병(3잔)으로 제한된 술잔이 조촐하건만, 특이하게도 식재료가 있는 한에서 원하는 메뉴를 만들어준다.
빨간 비엔나 소시지, 어제의 카레, 고양이 맘마, 간장과 소스, 소힘줄, 무, 달걀이 들어간 어묵, 낫토, 구운 김, 명란젓, 카츠돈, 나폴리탄, 포테이토 샐러드, 오이절임, 수박, 라면, 입가심으로 돈가스 카레까지가 1권에 들어간 메뉴 소개다.
사진으로는 빨간 비엔나 소시지가 맛나 보였는데 책 속 그림으로는 그저 그랬고, '어제의 카레'가 제일 궁금하다. 원래 카레를 좋아하는데 어제 만든 식은 카레를 오늘 따뜻한 밥에 녹여 먹는 법은 처음 들어봤다. 카레는 무조건 따뜻해야 되는 줄 알았으니까. 고양이 맘마 편도 궁금하다. 가다랑어포를 따뜻한 밥에 뿌려서 간장과 함께 비벼 먹었는데 간단한 재료임에도 꽤 구미를 당긴다. 그밖에 카츠돈이랑 포테이토 샐러드도 먹고 싶어지는 메뉴였다.
심야식당에 오는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가 간략하게나마 소개되고, 그 삶과 추억의 곳곳에 위에서 언급된 메뉴들이 쏙쏙 들어가 있다. 재밌는 설정이다.
'이야기'의 힘으로는 개인적으로 조주희 작가의 '키친'을 더 손들어 주고 싶고, '메뉴'의 측면에선 '심야식당'이 더 끌린다. 한국적 정서를 생각하면 키친에서 우리 음식에 더 땡겨야 맛이겠지만, 같은 이유로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덜 궁금한지도 모르겠다. 그림체는, 둘 다 비슷하다. 내 취향은 아니더라도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