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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영어사전 ing - EBS 3분 영어
EBS 3분 영어 제작팀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지식e에 워낙 반했던지라 이 책도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짐작했다. 짐작은 맞아 떨어졌다. 이 책은 지식e의 거의 복사판이었던 것이다. 시사적이고 인문학적인 이야기를 영어 단어를 통해서 설명해준다는 게 다를 뿐. 그래서 '영어사전'이란 타이틀을 들고서 나타났지만, 이 책은 사전보다 인문 교양 도서에 더 적합해 보인다. 그렇다고 영어 사전으로서의 기능을 아주 무시하지는 않는다. 영어 단어의 어원을 살피며 단어에 얽혀 있는 이야기, 단어가 들어간 연설이나 문장 등을 통해서 더 다양한 표현들을 적극적으로 싣고 있다. 다만 인용된 문장들과 책에서 선별된 단어가 주는 묵직한 느낌들로 인해 영어 공부보다 역사, 시사 공부를 하는 느낌을 더 준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한다.

책에는 총 30개의 단어가 수록되어 있다. 그 단어들을 설명하기 위해서 각각의 표지를 장식한 인물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은 사진이다. 저 유명한 인물들을 통해서 어떤 단어를 설명할지 궁금해지지 않는가?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시작은 은은하고 조용히 시작한다.
'흰 옷을 입은 자만이 자격을 얻는다'라고 되어 있다.
그림은 무엇을 표현한 것일까?
유세장이 떠오르는가?

저 귀엽고 앙증맞은 인형 뒤로 힌트가 되어주는 단어가 보인다. 'toga'
고대 로마 지배계급의 공식복장 '토가'. 뭔가 정치적인 단어가 나올 것으로 짐작될 것이다.
책에서는 더 많은 힌트를 내어준다.
소중한 한 표를 얻기 위해 열심인 자들...
그리고 소중한 한 표를 누구에게 던질까 고민인 자들...
자, 주인공을 만나보자.

candidate
후보자, 지원자 a politician who is running for public office
주인공을 공개했으니, 굳히기 작업이 필요하다. 저 단어가 사용된 예시문. 그리고 그 문장이 포함된 전체 글이 주는 감동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사용된 인용문은 오바마의 2008년 대통령 선거 당선 기념 시카고 연설이다. 우리말 문장 자체로도 명연설이 되는 글에 주요 숙어를 아래 쪽으로 정리해 주었다. 그리고 그 숙어의 다른 예시문도 제시한다.
영어를 공부하는 색다른 접근이 신선하고, 영어 단어 공부하면서 그 단어에서 파생할 수 있는, 혹은 유추할 수 있는 인문학적 지식으로의 만남도 군침이 돈다. 'jeopardy'라는 단어를 설명하면서 1999년에 개봉된 영화 '더블크라임(Double Jeopardy)'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일사부재리의 원칙'과 '일사부재의의 원칙'을 같이 설명해 주었는데, 읽으면서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이 책이 좀 더 늦게 나왔다면 헌법재판소의 어처구니 없는 판결 내용도 같이 실렸을 테니 말이다.
'카리스마(karisma)'도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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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영(靈)의 식별이나 예언 등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초자연적, 초인간적, 비일상적인 능력을 의미하는 그리스어다. 기독교에서는 '위에서 내린다'라는 의미로 신이 내린 은혜, 은총 또는 '성령의 은사'라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인간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신의 주권인 셈이다. 히브리어로는 '투브'다. 은혜, 은총이라는 의미에서 '카리스charis'는 로마서 25회, 고린도후서 18회, 사도행전 17회, 에베소서 12회, 기타 복음서 5회 등 신약성경 속에 총 156회 등장하며, 은사라는 의미에서 '카리스마charisma'는 총 17회 쓰였다. 초기 기독교가 세계화되는 데 초석을 쌓은 인물로 평가되는 사도 바울은 "은사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죄인에게 값 없이 주어지는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했다. 즉, 그리스도의 존재야말로 원죄적 존재들에게는 가장 큰 은사(카리스마)라는 의미다. 막스 베버 이후 '자발적 복종을 유발하는 비이성적인 권위'를 의미하는 관용어가 되었다. (212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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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책은 '사전'으로 기획된 책이고, 때문에 영어공부의 '효율성' 자체도 무시할 수 없는데, 그 점에 있어서는 좀 회의적이다. 이 책에 수록된 단어는 모두 30개에 불과하다. 30개의 단어를 공부하기 위해서 한 권의 책을 몇 시간에 걸쳐 읽었다고 한다면, 그 단어를 기억하기 위해서 투자한 시간이 너무 길다. 때문에 수험생이 단순히 영어 공부를 목적으로 이 책을 고른다면 별로 좋은 선택이라고 추천하지는 못하겠다. 그렇지만 영어공부와 더불어 인문 교양적 지식을 함께 흡수하기 위한 것이라면 더할 수 없이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청소년 이상의 나이라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다양한 방면으로의 지성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책을 다 읽은 뒤 ebs 홈페이지에 가 보았다. 90개의 영어 단어를 대략 3분 정도에 해당하는 동영상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이 책의 컨셉과 같은 느낌으로 영상이 나오지만 수시로 해당 단어가 원어민 발음으로 읽혀지며 눈을 자극하니 기억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2차원 종이로 만나는 것과 3차원 영상으로 만나는 것 사이의 차이도 확 느껴진다. 애석하게도 90개의 단어가 끝이라는 게 아쉽지만. 시험 삼아 2개의 단어만 골라서 보았는데 지식채널을 볼 때처럼 좋은 느낌을 받았다. 틈틈이 다른 단어들도 더 찾아보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사소해 보이지만 사실은 중요한 오점.
내가 갖고 있는 책은 초판 인쇄인데 오타가 제법 눈에 띈다.
35쪽 마지막 줄에 고흐의 그림 <파이프를 문 귀를 자른 자화상>의 제작 시기를 1899년이라고 적었다. 고흐는 1890년에 사망했다. 해당 작품은 1889년일 것이다.
53쪽의 예시문 중, do our bit 본분을 다하다
Do you think you're doing your big as a student? 라고 적었다. bit의 오타다.
179쪽 밑에서 두번째 줄, '구도에 있어 수학적인 계산을 동원했을 정도 감정을 배제하고'라고 적혀 있는데 '동원했을 정도로' 고쳐야 문장이 매끄러울 듯하다.
248쪽에서 '이이령 전 문화부장관'이라고 적었는데 '이어령'으로 고쳐야겠다.
책을 더 찍으면서 수정이 됐는지는 모르겠다. 아니라면 이제라도 반영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