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속의 기생읽기
국립민속박물관 지음 / 민속원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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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를 통해 기생들의 춤, 악기, 패션 등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획의 책이다.
도판이 많고 글밥은 많지 않다. 일제시대로 인해 왜곡되어진 기생 문화의 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게 제일 큰 수확이다.

평양의 기생학교 생도(生徒).
평양 기생학교에 입학하는 나이는 12세 내외로, 3년제 교과 과정으로 되어 있다.
평양 기생학교 이전 노래서재의 모습인 듯하다.

어리지만 이들도 당시 유행하는 바짝 치켜올린 느낌의 짧은 저고리를 입고 있다.

기생 오산월.
평양출신 기생 오산월의 사진 회엽서이다.
요즈음의 칼라사진처럼 보이지만 인화 과정에서 채색하는 방식의 사진이다.
당대 최고의 미인 오산월은 사진엽서를 가장 많이 남긴 기생으로 알려져 있다.

기생 장연홍.
기성권번 기생 장연홍(1911년생)은 14세에 기생이 되어 뛰어난 미모와 지조로 당대 이름을 날렸던 명기로 21세에 중국 상해로 유학길에 오른다.

눈꼬리와 눈썹이 아래로 내려가서 수더분한 인상을 주는데 젊은 나이에 유학길에까지 오르다니, 사실은 강단 있는 여성이었나보다.

기생 박설중월.
평양출신 기생 박설중월은 일본에도 널리 알려진 명기였다.

배우 박은빈과 닮았다.

샤미센을 연주하는 기생.
일제강점기 후반 조선 기생의 모습으로, 1910년대 중반에 이미 샤미센을 연주할 수 있는 기생이 있었고, 어떤 기생은 일본 민요도 불렀다. 일본인을 접대할 일이 점점 많아지자 권번은 조선 기생에게 일본 노래와 춤도 가르쳤다.

이 사진은 저 샤미센 하나 때문에 더 서글퍼 보인다.
치마의 주름이 눈길을 끈다. 저고리는 많이 길어졌다.

평양 기생학교의 레뷰댄스(Revue Dance).
가극의 신생면(新生面). 레뷰댄스는 1913년 일본의 천승곡예단에 의해 조선에 처음 들어온 이후 1920년에 기생의 레파토리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이후 권번의 정기연주회나 박람회 등에서 어깨를 드러내고 짧은 치마를 입은 기생들의 약간은 곡예적인 레뷰댄스를 볼 수 있었다. 중앙에 신사 차림의 스틱맨 역시 기생의 남장이다.

조선기생 최옥희와 일본 기생 이마응.
덕수궁을 배경으로 조선기생 최옥희와 일본기생 이마응의 내선일체를 연출한 사진엽서이다. 전형적인 제국주의적 시각을 볼 수 있는 엽서이기에 조선총독부의 발행 책자에 가장 많이 사용되었다.

기생 이옥란.
조선권번 기생 이옥란은 콜럼비아 레코드사에서 조선 후기의 12잡가 중 하나였던 '유산가'로 음반을 취입한 대중스타였다.

보는 순간 배우 '박보영'이 떠올랐다. 쌍커풀 없는 눈매 때문인 듯.
가만히 보면 가르마가 약간 옆으로 이동해 있다. 당시 유행하는 스타일인 듯.

짧은 저고리와 풍성한 치마가 인상적이어서 찍어보았다.
당시 유행하는 스타일이 이랬다. 점차 저고리가 길어지고 활동하기 편한 형태로 바뀌어 가는데, 이때는 아직 저 스타일이 더 대세였던 듯. 겨드랑이 아래쪽으로는 거의 저고리가 남아있지 않아 꼭 볼레로를 입힌 느낌이다.
자세히 보면 손에는 토시를 끼고 있다.
당시 담비 토시가 가장 고가의 인기품이었다고 한다.
이 사진은 조금 나아보이지만, 책에 실린 전신 사진을 보면 5등신이 그렇게 많을 수가 없다. 이 사진도 6등신까지는 되지 않고 5.5등신 정도로 보인다.
평균 키가 작았을 것이고, 평균 머리 사이즈는 지금보다 컸을 것이다.;;;;

기생들 중에는 신문물을 받아들여 한복과 조화롭게 차려입은 기생이 많았다.
왼쪽 가르마, 머리핀, 스카프, 시계 등은 신여성의 표현이기도 하다.

쌍커풀이 진해서 유독 서구적으로 보인다.
당시엔 새빨간 립스틱도 유행했다. 얼울은 하얗게, 입술은 빨갛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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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10-24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기와 시조, 노래와 춤에 능한, 말하는 꽃이었다지요.

마노아 2009-10-24 13:51   좋아요 0 | URL
아, 이 댓글을 보고 나니 '신 기생뎐'을 아직도 못 읽었다는 게 퍼뜩 생각났어요. 아우...(>_<)

hnine 2009-10-24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사진 속의 인물들은 무척 어려보이네요. 마지막 사진의 여성은 차림새도, 화장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가 드러나게 활짝 웃고 있다는 점이 다른 사진들의 여성과는 많이 달라보여요.
저도 이 리뷰 보면서 이 현수님의 '신기생뎐' 생각했어요. 그 소설 쓰기 위해 기생집의 주방일을 했던 분 (소설 속에도 등장하는데 이름을 잊었어요.)을 자세하게 취재했다고 하더군요.

마노아 2009-10-26 23:15   좋아요 0 | URL
앗, 댓글을 빼먹었네요. 죄송...ㅜ.ㅜ
첫번째 사진 속 아해들은 동기인가보요. 12살에 입학 가능하다고 하니 그 나이일지도 모르겠구요.
신기생뎐 취재 대상이 그렇군요. 아, 봐야 하는데...언제 보죠...ㅜ.ㅜ

이매지 2009-10-24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나는 기생이다>라는 책이 떠올랐어요 ㅎㅎ
그러고보니 저도 아직 <신기생뎐>을 못 읽었네요;; ㅎㅎ

마노아 2009-10-24 22:01   좋아요 0 | URL
불쑥불쑥 밀린 책들이 떠오르면서 막 죄책감을 느끼는 게 우리들의 공통점이기도 해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