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토요일 억수로 비가 내리더니, 금요일에 한 두 차례, 토요일에 두 세 차례, 그리고 일요일에 부지기수로 누전 차단기가 내려갔다.
오후에 오신 전파사 사장님은 차단기가 헐거워서 그렇다고 새걸로 교체. 두시간 가량 우린 다시 찾아온 전기를 무한 환영했다.
그리고 두시간 뒤 다시 내려가는 차단기.
월요일에 다시 오신 전파사 사장님. 아무 이상 없다고 하신다.
그리고 월요일에 몇 차례, 화요일에도 몇 차례 차단기는 내려가고...
일단 내가 집에 있었던 출근 전 아침 한 시간에만 세 번이 내려갔고, 밤 12시 다 되어서 두 차례 내려갔다.
여차하면 전화 문의가 아니고 찾아가겠다고 극성인 어무이를 말리느라, 밤 12시에 한국전력공사 야간 당직자와 통화를 했다.
차단기까지는 전기가 무사히 들어가는 듯한데, 집안에 들어가는 전기 선 어딘가에 누전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 아침, 전기공사에 전화해서 점검을 요청했다.
기사님 오시기까지 세 차례나 더 내려가고, 하필이면 꼭 머리 감은 직후에 나가서 말리지도 못한 머리는 나를 더욱 습하게 할 뿐이고...
물론 그 와중에도 나가서 셀룰판지 대고 선글라스 끼고 개기일식을 보았다. 내가 보았을 때는 대략 반달 크기 정도.
그리고 기사님이 오셨는데, 역시나 전파사 사장님과 마찬가지로, 이상이 없다고 하신다.
그리고 꼭 열받게, 기사님 오셨을 때 차단기가 내려가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지만, 기다리면 안 내려간다는 것.
그렇다고 집에 전기를 특히 많이 쓰는가 보시더니, 그것도 아니라 하신다.(사실이다!)
그리고 최종 충고. 비오는 날 그런 건 아마 비 때문에 누전이 맞는 것 같은데, 이렇게 맑은 날 그러는 것은 덜 마른 곳이 있을 듯하다는 거다. 하지만 찾을 수는 없다는 게 문제.
그래서 다음에 또 문제가 생기면 그땐 전기쟁이를 부를 게 아니라, 건물 방수 공사를 해야한단다.
한 마디로 판이 음청 커진다는 것!
아, 징글징글하구나.
살면서 이재민이 되어본 적은 없지만, 겨울에 난방 때문에 고생 안 해 본 적이 없고, 여름에 누수로 고생 안 해 본 적이 없다.
좋은 집 이전에 안전한 집에서 살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