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간이 후다닥 지나간다. 6월에는 방과후 학교를 포함해서 3개의 중학교와 한 개의 고등학교에 적을 두었다. 오전에 봉천동에서 세시간 뛰고, 오후에 장안동에서 네시간 뛰기, 오전에 고등학교에서 네시간 수업하고, 오후에 중학교에서 네시간 수업하기. 뭐 이렇게. 그 결과, 목에 무리가 와서 약 좀 먹어줬다. 크게 효과는 없다. 호올스와 목캔디가 더 효자다.
2. 월초에 알라딘 고객센터에 크게 마음을 다친 적이 있었다. 하자 있는 중고상품이 도착할 때마다 지속적인 항의와 보상을 요구했는데 내가 주문한 건에 대해서 본사에서 한 번 더 검수한 뒤 재발송을 할 테니 하루 늦게 도착하더라도 양해 바란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말인즉, '블랙리스트'가 되어버렸다는 거였는데, 너무 분해서 눈물이 다 나더라. 당시 너무 화가 나서 일주일 간 주문도 전혀 안 했는데, 딱 일주일 뒤 도착한 책은 여전히 불량 책이 섞여 있었고, 고객센터와 전화를 해보니 내 이름 옆에 '선 검수'라고 여전히 적혀 있다고 하고, 그래서 그거 지워달라고 요청한 뒤 다시 주문한 건에서는 아예 보상도 아닌 '반품'용 책이 도착해 버렸다. 허헛, 세번째에는 화도 안 나더라. 그리고 오늘 도착한 책은 새책 빼고 중고책이 먼저 왔는데 포장을 어찌 했는지 상자가 다 일그러져서 안에 내용물이 다 보이게 도착했다. 자랑하는 에어 포장도 아니어서 더 많이 부딪혀 옴. 게 중 한 책은 젖었다가 말린 흔적이 있었다.(당근 '최상' 등급이었지만.) 평소 같았으면 바로 '상'으로 등급 조정해 달라고 했을 텐데, 날도 더우니 그냥 패쓰. 이젠 좀 지쳤달까.(ㅡㅡ;;)
3. 5월에 집안을 들쑤셨던 사건의 수습은 내 차지가 되었는데, 그 수습이란 말은 결국 다음 달 '결제'와 함께 돌아온다는 게 문제였다. 강사 뛰고 나면 2주 뒤 급여가 들어오는데 그거 다 틀어박아도 택도 없고, 달랑 하나 있는 보험으로 약관 대출을 냈더니 대따 웃긴다. 내가 낸 보험금으로 대출 받는데 선 이자가 수수료 포함해서 거의 10% 나가는 거다. 이 뭥미? 종신보험이라 거의 평생 붓기만 하고 혜택은 없는데, 십년 부은 게 아까워서 해지도 못하겠고, 계속 붓기도 참 짜증나는구나.
4. 지난 목요일에 조카의 피아노 학원에서 향상 음악회가 있었다. 조카는 바이올린을 시작한 지 두달이 조금 넘었는데 이번엔 피아노와 함께 바이올린도. 뭐, 들어줄 수준은 아니었다. 보니까 2년 정도 바이올린 한 아이도 음악회라고 하기엔...;;;;
그런데 조카보다 석달 늦게 피아노를 시작한 동갑내기 여자 아이가 피아노 연주를 너무 멋지게 하는 거다.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순간 여덟 살 아이의 눈빛이 변하는데, 그 카리스마란! 아, 예술가는 저렇게 타고나는가 싶었다. 연주회 마치고 그 아이를 불렀다. 이것저것 물어볼 셈이었는데, 아이 이름을 부르자 옆의 아주머니가 묻는다. 따님인가요? 얼마나 피아노 쳤어요?
아쒸... 나도 그거 물어보려던 거였는데 졸지에 엄마 되어버리고...ㅠ.ㅠ
5. 지난 금요일에 친구는 초등학교 공부 교실을 오픈했다. 말이 오픈이었지 떡은 내일 돌린다던가? 처음엔 나더러 영어 맡으라고 징징댔는데, 결국 동업하는 친구가 영어 맡기로 했단다. 그 친구 이과생이었는데....;;;
뭐, 암튼! 초등학생용 책이 많이 필요하다고 책 좀 갖고 오라고 한다. 이 친구는 원래 부탁이 없고 명령만 있는 독특한 녀석인데, 그렇게 말할 때 밉지가 않다는 게 또 불가사의한 녀석이다. 어린이 책은 늘 4-6세 용 책만 읽어서 초등학생용 책은 별로 없지만, 작년에 글 쓴다고 쟁여두었던 책들을 풀면 좀 나올 것도 같다. 조만간 한 번 더 떠야겠구나.
6. 지난 월요일부터 근무하게 된 학교는 작년 초에 두 달 간 근무했던 고등학교다. 집 근처이고, 8시 출근 4시 퇴근은 너무 매력적이고, 당시 학생들도 너무 이뻤기 때문에 연락이 와서 무척 좋았더랬다. 게다가 날짜도 딱 한 달이지 않은가. 그럼 적어도 방학 전에 '월급'으로 받겠구나 싶었는데, 웬걸! 학교에 가보니 이 샘이 끊어서 병가를 낸 게 아닌가. 작년에도 당뇨 합병증으로 실명 위기까지 겪었고, 이번에도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오래 쉬겠다던 선생님. 지난 주에 일주일, 이번 주에 열흘. 그리고 또... 아쒸, 한 달 쉬어도 월급 나오는 분이 왜 그랬을까? 한 달 동안 한 학교에서 계약 세 번 하게 생겼다. 당연히 주말은 다 나가 떨어진다. 어휴...
7. 작년에 이뻤던 3학년은 졸업했고, 이뻤던 1학년은 2학년이 되었는데, 이번에 맡은 학년은 작년에 문제 많고 탈도 많았던 2학년이 올라온 3학년이고, 그 아이들의 재생이라고 할 1학년이다. 게다가 학기 끄트머리에 투입이 되었으니 이건 뭐...;;;;
게다가 3학년 근현대사는 선택 과목이다. 40명 정원에 많이 선택해야 5명이고, 어떤 반은 달랑 2명이 선택했다. 나머지 38명은?
매 수업 시간 드라마 보는 녀석 잡아내, 만화책 보는 녀석 잡아내, 핸드폰 쓰다 걸린 녀석 잡아내, 껌과 사탕, 심지어 아이스크림 먹는 녀석들을 잡아내면서 씨름한다. 고3이 그렇단 얘기다. 고1은 말할 것도 없고.
서글픈 것은, 그럼에도 나는 이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거다.
8. 원래 강사는 다른 업무를 맡기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사람이 비었으니 업무가 붕 뜰 것이고, 그래서 그건 내 차지가 되었다. 퇴근하려는데 일 시키는 부장님. 교장샘 하문에 대한 답변이 필요한 거였는데, 어찌나 오버하시는지, 학교 홈페이지를 싹 들었다 놔야 할 판이다. 하다가 끝이 안 보여서 퇴근했다. 나머지는 내일 이어서...;;;;
9. 길진 않았지만 작년에 두 달 있었기 때문에 아는 얼굴도 제법 있는데, 식당 가서 밥 먹을라 치면 내 옆자리 한 칸 비우고 그 너머부터 앉아 먹는 그 속내는 뭘까? 참 예의도 없다. 일주일 중 세 번은 그렇게 밥을 먹었더니 식당 가기도 싫어진다.(게다가 내가 있어본 학교 중에 가장 밥이 맛 없다. 밥에서 냄새 난다...;;;;;)
10. 거북이 달린다...를 보았다. 기대만큼 재밌었고, 또 조금은 서글펐다. 어느 땅이든 마찬가지일 것 같지만 먹고 사는 일의 치열함이 사무쳤고, 정직하고 건강하게, 성실하고 바르게 일하는 가장을 자랑스러워하는 사회 문화는 어디서 찾을까 싶었다. 그 와중에 '대한 뉘우스'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어야 할지 찡그려야 할지 혼란스러울 지경. 돈 주고 만들었다기엔 너무 조잡하고, 그걸 정부 홍보용으로 내놓은 그 안목은 대체 누구의 것인지? 국민을 바보로 아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