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리뷰에 뮤지컬 얘기를 붙였는데 따로 분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다시 페이퍼를 쓴다.ㅎㅎㅎ
5월 달에는 뮤지컬을 올리기 전에 연습 장면을 공개하고 단원들을 소개시켜주는 시간이 있었다. 물론 신청해서 당첨되어야 갈 수 있는 자리.
시간 제한이 없어서 새벽 1시쯤 보내어서 당첨되었는데, 알고 보니 12시 00분 00초에 보낸 사람만 70명이 넘었다고 한다. 백 명 초대하는 자리니 나는 거의 끄트머리에 당첨된 듯.
한 시간으로 예상했던 자리가 한 시간 반으로 늘어나면서 배우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노래를 먼저 접하는 행운을 가졌었다. 아무리 그래도 본 공연만큼 재밌을 리 없지만.^^
이런 공연은 늘 혼자 가거나, 아니면 낯선 팬클럽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봐야 했는데, 모처럼 맘 통하고 즐거운 지인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야곱은, 늘 말하기보다 들어주기를 더 많이 한다. 그리고 더 잘 한다. 야곱을 만나고 난 뒤 내가 위안을 얻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 주면서 그 자체로 긍정해 주기 때문이다. 내가 싫어하는 나다움, 너무 나스러워서 후회되는 부분을, 야곱은 그게 나한테 어울리고 나다워서 오히려 좋다고 말해준다. 마음이 위로를 얻는 것은 그렇게 순식간이지만, 그 찰나의 순간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드물다. 여하튼, 나의 복이다.
2006년엔 바람의 나라를 두 번 보았고, 그밖에 방송에 나온 것은 거의 다 챙겨보았다.
2007년엔 뮤지컬을 한 번 보았으니 이번에 나는 뮤지컬 바람의 나라를 본 공연으로만 네 차례 만난 것이다.
당연히 캐스팅이 많이 바뀌었다. 심지어 2001년도 뮤지컬 바람의 나라에서 '이지' 역을 맡았던 배우는 2006 버전 이후 '혜압' 역을 맡고 있다. 세월의 힘이다.
처음 만난 순간 딱! 무휼이었던 고영빈, 그리고 새로 투입된 양준모 해명, 그리고 역대 최고령을 자랑하는 김태훈 호동 왕자.
그리고 기대하지 않았던 보물의 발견은 2006년도에 마로 역을 맡았으나 이번엔 배극 역을 제대로 소화한 이종한 씨. 목소리의 울림이 크고 넓었으며 깊었다. 이 분은 다채로운 배역을 잘 소화할 스타일로 보인다.
지금 캐스팅을 확인하느라 2006년도 프로그램을 보니, 당시엔 부여군, 고구려군 등으로 단역으로 출연했던 배우들이 지금은 주역이거나 당당히 주인공을 꿰차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괜히 내가 다 기쁘다.
2007년도에는 음악 때문에 좀 심난했다. 이시우 음악 감독이 똑같은 음악을 2006년 연말에 '하얀 거탑'에 중복 사용함으로써 드라마 볼 때는 대무신왕이 둥둥 떠다니고, 뮤지컬 볼 때는 장준혁 과장이 둥둥 떠다니는 효과가 생겼으니 말이다. 게다가 2006년 당시 주인공 무휼의 노래가 너무 없다는 비난에 2007년에 보강한 노래는 너무 현대적이어서 본 작품과 전혀 어울리질 못했다. 그때 무진장 욕 먹었는데 다행히 이번 버전에선 모두 걸러졌다. 이지와의 첫날 밤 씬에 과하게 '욕정적'으로 묘사된 씬도 삭제되었다. 당연한 결과다. 무휼은 그런 캐릭터가 아니란 말이다!
첫번째 사진은 '무휼'이다. 헤어스타일이 포스터만큼 안 나와서 많이 아쉬웠다. 첫 대사가 공연 시작하고 20분 뒤에 나오고, 첫 노래는 공연 시작하고 한 시간 뒤 나온다.(그나마도 합창이다.) 두번째 노래는 공연 시작하고 1시간 50분 뒤에 나온다. 그리고 그의 노래는 그렇게 두 곡이 다다. 무휼은 이 작품에서 몸으로 연기한다. 그래서 배우의 몸이 근사한 것도 중요하지만, 대사 없이 노래 없이 소화할 수 있는 내공과 포스를 요구한다. 고영빈은 그걸 잘 소화해 냈다. 그래서 4년이란 시간 속에서 계속해서 가장 사랑 받는 무휼을 해낼 수 있었다. 다음 해, 또 다음 해도 만나고 싶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이후는 어찌 될 지 알 수 없다..ㅜ.ㅜ
두번째 사진은 덜 것도 없고 보탤 것도 없는 딱 '이지' 역의 도정주 배우다. 서울예술단 프랜즈 데이에서 만난 도정주 씨는 좀 얄미운 스타일로 말을 해서 호감형이 아닌데, 이 작품 속에선 가엾고 이해가 가는, 애증의 이지 역에 너무도 잘 어울린다. 종잇장같이 하늘하늘 가느다란 몸과 목소리가 또 적격이었다. 목소리가 예쁘더라.
그리고 셋째 사진은 최근 드라마에서도 얼굴을 보여준 김산호 '괴유'다. 키가 186이라, 일단 기럭지로 승부를 보고 들어간다! 첫 해에는 무휼에 더블 캐스팅 되었는데, 내 생각엔 괴유에 더 어울리는 듯하다. 게다가 원래 괴유가 좀 헐벗은 옷차림이라서 더 마땅하....(쿨럭..;;;)
첫해 공연은 8일 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번엔 거의 3주에 걸쳐서 공연을 한다. '서울예술단' 작품으로서는 꽤 긴 공연 시간이다. 그만큼 관객의 반응이 좋았던 탓일 것이다. 그러나 뮤지컬 바람의 나라는 결코 친절하지 않다. 원작의 배경을 알지 못한다면, 그 대사의 묘미를 맛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공연을 200%로 즐기기는 힘들 것이다. 만화책으로는 단행본 1에서 6권 분량의 내용이다. 읽고서 만나보기를 권한다. 다녀오면, 소설책으로도 만났으면 한다. 괜히 20년 가까이 사랑을 받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작품'으로 이해할 것이다.
포토 존에 무휼 인형(?)을 갖다 놓았다. 실물 크기로 세워놓았으면 더 뽀대났을 텐데...
그 옆에 착 붙어서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너무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해마다 '연' 캐스팅은 너무 불만이 많다. 인물이 되면 노래가 안 맞고, 노래가 되면 분위기가 안 어울리고...;;;
저번에 '연'역을 맡아서 별로였던 여정옥 씨는 이번에 가희 역을 제대로 소화했다. 게다가 의상이랑 소품이 바뀌었는데 작품 속 천녀 가희에 더 어울리는 듯하다. 호동 역을 맡은 김태훈 씨. 나이가 많은데도 표정과 연기만 보면 나이 어린 호동에 딱이었다. 다만 목소리에 묻어 있는 세월의 힘은 어찌할 수 없었다는 게 아쉽다. 역시 최고의 호동은 2006년도 조정석 씨에게 돌아가야 하겠다. 노래도 그때가 제일 좋았다.
2001년, 2006년, 2007년, 그리고 2009년의 프로그램이다.
(사진 펑!)
야곱과도 사진을 같이 찍었는데, 아무래도 공개하면 안 좋아하겠지?
혼자만 감상해야겠다.
비천무 그림 박힌 가디건을 입고 갔는데, 만약 무휼 티셔츠를 입고 갔으면 너무 눈에 띄었겠지?
(작년에 소설 이벤트 당첨되어서 무휼 티셔츠가 있다. 아직 한 번도 안 입어봤지만...)
포스터는 프로그램을 산 사람한테만 나눠주었다.
2006년도에 한겨레 21 두께 정도의 프로그램이 3천원 이었는데, 이번엔 예쁘게 실로 박은 두꺼운 표지의 프로그램이 5천원 이었다.
서울예술단이어서 이 가격이지, 일반 뮤지컬을 가면 별 거 없어도 12,000원 받더라.
언제고 저 포스터를 내 방에 척하니 붙여놓으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