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빵 인형을 샀을 때 '동화책 속 세계 여행' 입장권을 한 장 받았다. 6월 10일까지 쓸 수 있는 표였던지라 혼자 갈 게 아니라면 토요일날 움직여야 했다.  

큰언니를 동대문에 내려주고, 둘째 언니는 초행길을 돌아돌아돌아... 정말 오래오래 돌고 돌아 예술의 전당까지 우리를 실어날랐다. 운전 시작하고 두 달이 못 되었는데, 언니가 운전하는 차를 처음 탔다. 각오했던 것에 비하면 견딜만(?) 했다. 차 안에서 너무 오래 있어서 뜨거웠던 것만 빼면. 

예상대로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한 명은 공짜, 두 명은 20% 할인 받고, 둘째 조카는 세돌이 안 되어서 무료 입장. 



그림자를 만들어주는 방에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어둡게 나온 것도 있지만 통 웃지 않는 큰 조카. 

본 버닝햄의 그림은 생각보다 무척 컸다. 실제 원화는 분위기가 그런가 보다.  

아니타 제람의 '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세요?' 존 버닝햄 그림보다 반가웠다는...

전시회에는 아는 책이 1/3, 모르는 책이 2/3 쯤 되었나 보다. 그 중 읽은 책, 더군다나 내가 사준 책이 나오면 자랑질하기 바쁘다. 조카야, 이 책 갖고 있지? 누가 선물해 줬어? 막 이러고 다니기...ㅎㅎㅎ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은 생각보다 많이 작아서 놀라웠다. 존 버닝햄이 유독 컸던 것일까? 

아무튼 워낙 인기작이 많았던지라 그 앞에는 사람도 무척 많았다.  

유명한 '돼지책' 그림 앞에서 조카 사진 한 방!



사실 찬찬히 그림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사람은 많고, 둘째 조카는 까칠하기 이루 말할 수 없고, 도착하기까지의 긴 여정이 우리를 이미 지치게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두들 아침부터 굶었다는...ㅜ.ㅜ 

두번째 그림은 내가 참 좋아하는 세르쥬 블로크의 '나는 기다립니다' 인연의 끈들이 일렬로 쫘악 이어져 있다. 반가웠다.

사진을 무척 많이 찍었지만 흔들린 게 너무 많아서 건진 게 그닥 많지 않다. 게 중 맘에 들었던 그림 한 장... 



그림이 재밌어 보여서 한 장 찍었다. 벽 색깔이 꼭 저 그림 원고지 색깔과 비슷한데, 거기에 직접 작가의 사인이 그려져 있기도 하고 이름이 적혀 있기도 하다. 따로 푯말을 쓰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들도 많아서 신선했다.  

앤서니 브라운의 '우리는 친구'에 나오는 고릴라와 고양이 친구다. 사람이 무척 많아서 거의 줄서서 사진 찍는 분위기였다.
나도 한 장 찍었는데, 내 사진은 제대로 흔들렸다ㅠ.ㅠ 



먼지깨비는 실제로 소품을 만들어서 사용했기 때문에 전시회에 출품하기는 딱 좋았다. 아이들도 무척 재밌게 보는 듯했다.(나도 재밌었다!) 

사진을 더 찍었음은 물론이지만, 그게 다 흔들렸다는 것도 물론이다ㅠ.ㅠ 

(사진 펑!)

구름빵도 실제로 쓰였던 소품이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애석하게도 그림만 와 있었다. 그래도 구름빵은 영문판을 애니로 상영해 주었는데 한글 대사가 나오고 영어 자막이 깔렸다. 애니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조카가 찍어준 내 사진. 내가 찍은 것보다 잘 나온 듯하다. 다만 너무 어둡게 나와서 얼굴이 잘 안 보이는데, 그래서 다행이었다는 후문이다.  

연이네 설맞이도 옆에 보인다. 



'딸기'의 경우 그림이 참 인상적이었던 작품이어서 원화를 직접 보니 더 생생하니 좋았다.  

생각하는 ABC의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발가락'이다. 그림책을 나중에 넘겨보았는데 무척 흥미가 갔다. 

전시장을 다 보고서 나오니 당연하게도 전시회와 관련된 여러 상품들이 눈을 현혹한다. 3D 입체 카드라던가, 만화경 등은 내가 봐도 너무 재밌어서 갖고 싶은 마음이 잔뜩이었다. 먼저 나간 언니가 끌고 간 유모차에 내 가방이 있었는데, 만약 지갑을 갖고 있었으면 사달라고 졸라대는 조카의 보챔에 넘어가기 딱 좋았을 법했다.  

언니가 다 끝나고 뭐가 제일 재밌었냐고 묻길래 만화경 들여다본 게 제일 재밌었다고 대답한...;;;;; 

(사진 펑!)







전시장 로비에는 아이들이 앉아서 종이컵을 갖고 놀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 놓았다. 그림 그려진 저 컵에 본인이 다시 색칠해도 좋지만, 우리집 애들은 탑쌓기 놀이 정도로만 만족하는 듯했다. 

그리고 로비의 커다란 그림 앞에서 사진 한 방! 역시 거의 줄서다시피 해서 찍을 수 있었던 사진이다. 딴청부리는 둘째 조카 덕분에 내 사진은 대부분 심령사진으로 남고 말았다는.... 

(사진 펑!)(사진 펑!)(사진 펑!)

앤서니 브라운 그림은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아무도 관심 안 갖던 구석탱이 미피 앞에서 사진 찍었다. 저긴 화장실 앞이다..;;; 

전시장을 나오면 음악 분수대도 있는데 다음 연주회 때 까지 한 시간도 더 남아서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나왔다. 아그들은 배고파 하고, 주차 시간(2시간 무료)도 아슬아슬했기 때문. 애석하게도 10분 초과해서 1000원 더 내고 나왔지만. 

원래 버거킹을 가는 게 목표였지만, 주차할 곳 못 찾아, 노선 변경 못해, 이러저러한 이유로 결국 돌아돌아돌아서(정말이다!) 분식으로 아침 겸 점심 겸 저녁을 해결함.  

날이 너무 더워서 하루종일 밥 되는 음식보다 음료수를 더 많이 마신 듯하다.  

별로 한 일도 없는데 어찌나 피곤한지 지금도 눈이 가물가물.  

이런 전시회는 일가족이 다 동원되기 일쑤인데, 표값이 지나치게 비싸단 생각이 든다. 나는 공짜로 들어가긴 했지만. 

김밥이랑 음료수를 미리 준비했으면 파라솔에 앉아서 먹기도 참 좋았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음악분수대 시간도 미리 알아두고 가면 기막힌 타이밍에 멋진 쇼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린 시간도 다 알아보고 갔지만 길바닥에서 너무 시간을 많이 쏟아서 전부 어긋나고 말았다..;;;;  

어린이를 위한 전시회지만, 조카들보다 내가 더 재밌어 했던 것 같다. 둘째는 너무 어렸고, 큰 녀석은 기분의 변화가 다채로웠던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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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06-07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너무 멋졌겠어요. 원래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재미있어하고 흥분하고 그러더라구요. 현준이도 가보면 좋겠지만 너무 멀고 입장료도 만만찮더라구요.ㅎㅎ 가족들 모두 즐거웠을거에요.^^

마노아 2009-06-07 13:16   좋아요 0 | URL
가기 전에는 고민을 하게 되는데, 다녀오면 잘 다녀왔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모처럼 즐거운 가족 나들이였어요.^^

바람돌이 2009-06-07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인인건 집안내력이군요. ㅎㅎ 아이들도 무지 예쁘고요.
요 전시회는 언제까지 하는걸까요? 가을에도 하면 좋겠는데....

마노아 2009-06-07 13:18   좋아요 0 | URL
6월 23일까지 전시회를 열어요. 멀리서 원정 올 정도로 추천할만하진 않구요.
가까우면 다녀오면 좋을 정도였어요.
예술의 전당에서 본 것으로는 한 달 전쯤 다녀온 클림트전이 참 좋았는데, 그때 생각도 나더라구요.^^

후애(厚愛) 2009-06-07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동화책 속 세계 여행을 다녀오셨군요.
아 넘 부럽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볼 기회가 있겠죠?^^
이쁜 막내조카는 예전에 곱게 한복을 입고 웃은 조카가 맞지요?

마노아 2009-06-07 13:18   좋아요 0 | URL
동화 속 세계 여행~ 아, 멋진 이름이지요.^^
막내 조카가 그 녀석 맞습니다. 후애님도 언제고 동화 속 세계 여행에 풍덩 빠질 수 있을 거예요.^^

bookJourney 2009-06-07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술의 전당 가는 길이 험난(?)해서 더 힘드셨겠어요.
'동화 속 세계여행'에 저도 가보고 싶은데, 그동안 그림책 원화전을 보던 용이랑 슬이의 미적지근한 반응이 생각나서 선뜻 나서지를 못하고 있어요. ^^;

마노아 2009-06-08 00:44   좋아요 0 | URL
용이랑 슬이도 원화의 감동에 공감해 주지 못했군요. ^^ㅎㅎㅎ
오히려 규모가 크니까 더 깊게 감상하지 못하고 훑고 나오는 느낌이에요. 애들은 밖에 나와서 더 잘 놀더라구요.^^

무스탕 2009-06-08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요일에 휴일이라서 더 사람들이 많았지요?
저런 좋은 구경거리는 평일에도 유치원 칭구들 덕분에 다글다글할거에요..;;
그래도 좋은 구경 하고 오셔서 좋으셨겠습니다 ^^
고릴라 모나리자 재미있어요 :D

마노아 2009-06-08 15:38   좋아요 0 | URL
고릴라 모나리자가 아무래도 눈에 확 띄지요? 우리는 친구의 고릴라 인형도 천장에 매달려서 어린이 친구들의 애정을 듬뿍 받았답니다. 저는 기다리다 못해 한 구석에서 사진을 찍었지 뭐예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