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다짐대로 오늘은 기필코 미용실에 가기로 했다.
울 동네에 미용실이 세 개 있는데, 가장 오래된 미용실은 작년 12월에 과감하게 커트를 해서 앞머리를 내렸던 곳인데 현금만 받는다는 결점이 있고, 그 다음 엄마가 애용하는 포인트 주는 미용실은 수년 전에 파마했다가 일주일 만에 풀리는 경이로움을 맛본 곳이었는데, 4월에 앞머리 잘랐다가 너무 실력 없어서 다시 가고 싶지 않았고, 그리고 오늘 간 곳은 작년 12월에 오픈했는데, 당시 사람이 너무 많아서 못 가고 첫번째 미용실로 발길을 돌렸더랬다.
미용실은 일년에 두 번 정도 가는 것 같다. 한 번은 파마하러, 한 번은 컷트하러.
한 동안은 웨이브를 줄기차게 했는데 또 최근 몇 년 동안은 생머리를 고수했던 듯하다.
금년 여름은 유독 더울 거란 관측이 있고, 나는 또 워낙 더위를 잘 타서 여름에는(사실 일년 내내) 머리를 꼭 묶거나 틀어올리기 때문에 대단한 펌을 할 필요는 없다. 그냥 머리카락이 너무 무거우니까 숱을 치고 잘 올라가라고 웨이브 약간 주면 됨.
그래서 보통 시내에서 2만원짜리 제일 싼 파마를 즐겨 했다. 푸르고 다니지도 않고, 에센스를 발라 관리해주는 부지런함도 없으니 싼맛에 나한테 제격인데, 동네 미용실은 파마에 25.000원을 받는다. 차비 생각하면 그게 그거고, 동네 경제를 생각하는 갸륵한 마음에 오늘은 집근처 미용실 중, 가보지 못한 세 번째 미용실로 갔다.
가보니 앞 사람 머리 말아주느라 한 시간 기다리고, 내 머리 하는데 2시간 반. 어휴... 길기도 하여라.
그리고 결제하려는데 '5만원입니다' 이러는 거다. 웰빙 파마라나. 나 그거 해달라고 한 적 없는데, 기본이 웰빙파마인가??
암튼, 내 예상의 두 배가 아닌가! 어허, 슬픈지고!!!
다음 달 피아노 레슨 그만두어서 십만원 절약하나 했는데 그 중 절반이 뚝 떨어져 나갔다. 흑...
그런데 또 생각해 보니, 나는 십 년 전 숙대입구 이철 헤어커커에서 오만원 주고 파마했었다.
십년이 지난 물가를 생각하면, 두시간 반의 서비스로 과한 요구가 아닐 것이다.
머리는 맘에 들게 나왔다. 다만, 푸르고 다닐 일이 없는 나로선 잘 나온 컬을 자랑할 데가 없다는 거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여름에도 머리를 푸르고 다녔던 적은 연애할 때뿐이었구나. 그 후 연애 소식이 없는 게 설마 머리를 묶고 다녀서???
셀카를 예쁘게 찍어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 내 팔을 뻗어봤자 머리 전체가 나오지도 않고, 다른 사람한테 찍어달라고 하니 남사스럽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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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놓고 공개한다.ㅎㅎㅎ
(사진 펑!)
과도한 뽀샵질로도 지워지지 않는 저 점들. 올 겨울엔 점 빼야지... 이 소리를 한 5년 째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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