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충격 그 자체였고, 그 다음엔 가엾고 서글펐고, 그 다음엔 무섭기까지 했다.
권력의 최고 자리에까지 있었던 사람조차도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버릴 수 있는, 혹은 죽여버릴 수 있는 이 나라가 너무 무서워서.
이 나라의 기득권을 가진, 권력과 돈을 틀어쥐고서 저 꼭대기에서 춤을 추는 자들은, 자기들 발 밑의 사람들이 얼마나 우스을까.
분향소 차리는 것마저 막아세우는 저 뻔뻔함이 소름 끼치게 무섭다.
공개된 유서는 진짜일까. 혹은 일부만 공개된 것은 아닐까. 뭔가 숨기고서 이게 다다!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스럽다.
작년에 정리한 언니의 가게는 경복궁 역 앞에 있었다. 청와대가 가까웠던 곳인데,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 어떤 중년의 아저씨가 술에 취한 채 횡당보도 앞에서 대통령의 이름을 외치며 마구 욕을 해댔다.
그런데 그때 내가 생각한 것은, 정말 대통령이 미워서라거나 뭔가 원한이 있어서라기 보다 꼭 돈 받고 욕하라고 의뢰받은 느낌이었다. 악에 받쳐서 소리치는 게 아니라, 일하듯이 대통령 욕하는 모습. 그랬던 사람들조차 이 죽음에 안타까움을 느낄까?
다른 곳에서 읽었는데, 김대중 전대통령 시절때, 어떤 점쟁이분이 이렇게 말했다 한다.
"지금의 대통령은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 될 것이고,
그 다음 대통령은 불쌍한 대통령이 될 것이고,
다다음 대통령은 임기가 가장 짧은 대통령이 될 것이고,
그 다음 대통령은 국민의 영웅이 될 것이다."
사실이었으면 좋겠다. ㅠ.ㅠ
그가 당선되던 그 날, 기뻐서 눈물이 났었는데, 이젠 슬퍼서 눈물이 난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평안히 쉬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