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충격 그 자체였고, 그 다음엔 가엾고 서글펐고, 그 다음엔 무섭기까지 했다.  

권력의 최고 자리에까지 있었던 사람조차도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버릴 수 있는, 혹은 죽여버릴 수 있는 이 나라가 너무 무서워서. 

이 나라의 기득권을 가진, 권력과 돈을 틀어쥐고서 저 꼭대기에서 춤을 추는 자들은, 자기들 발 밑의 사람들이 얼마나 우스을까.  

분향소 차리는 것마저 막아세우는 저 뻔뻔함이 소름 끼치게 무섭다. 

공개된 유서는 진짜일까. 혹은 일부만 공개된 것은 아닐까. 뭔가 숨기고서 이게 다다!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스럽다.  

작년에 정리한 언니의 가게는 경복궁 역 앞에 있었다. 청와대가 가까웠던 곳인데,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 어떤 중년의 아저씨가 술에 취한 채 횡당보도 앞에서 대통령의 이름을 외치며 마구 욕을 해댔다.  

그런데 그때 내가 생각한 것은, 정말 대통령이 미워서라거나 뭔가 원한이 있어서라기 보다 꼭 돈 받고 욕하라고 의뢰받은 느낌이었다. 악에 받쳐서 소리치는 게 아니라, 일하듯이 대통령 욕하는 모습. 그랬던 사람들조차 이 죽음에 안타까움을 느낄까?

다른 곳에서 읽었는데,  김대중 전대통령 시절때, 어떤 점쟁이분이 이렇게 말했다 한다.

"지금의 대통령은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 될 것이고,
그 다음 대통령은 불쌍한 대통령이 될 것이고,
다다음 대통령은 임기가 가장 짧은 대통령이 될 것이고,
그 다음 대통령은 국민의 영웅이 될 것이다." 

사실이었으면 좋겠다. ㅠ.ㅠ 

그가 당선되던 그 날, 기뻐서 눈물이 났었는데, 이젠 슬퍼서 눈물이 난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평안히 쉬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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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희망꿈 2009-05-23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너무 충격이랍니다. 슬프구요.
잘 잘못을 떠나서 참 마음이 아프네요.
대통령의 자리는 그 자체가 힘든 자리가 아닐까요?
저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마노아 2009-05-23 21:04   좋아요 0 | URL
대통령의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의 가는 모습이 모두 기구했던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 다시 재현되었어요.
그만큼 대한민국이 병들었단 생각이 들어요. 하루 온종일 뉴스는 같은 말을 반복하고, 우울함이 가시질 않네요. 잔인한 5월이에요.

Mephistopheles 2009-05-23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나라는 저주받았어요...

마노아 2009-05-23 21:11   좋아요 0 | URL
아니라고 말 못하겠어요ㅠ.ㅠ

건조기후 2009-05-23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퇴임하고 고향으로 내려가던 환한 모습이 떠오르네요. 이제 그만 무거운 짐 내려놓고 소소하고 행복하게 사시라 그렇게 빌었건만..ㅠ

마노아 2009-05-23 22:55   좋아요 0 | URL
인상이 좋으신 분이었지요. 소박한 웃음이 잘 어울렸었는데......ㅠ.ㅠ

sweetrain 2009-05-24 0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아요.
그냥, 잠들어서 눈뜨면 다시 23일 아침...아무일 없는 23일 아침이면 좋겠어요.

마노아 2009-05-24 12:02   좋아요 0 | URL
자꾸만 그 죽음의 장면을 머리 속에서 재생하게 되어요. 그리고 더더욱 비통하게 되지요.
무겁습니다. 그 존재감이, 그 슬픔이, 그 죽음이...

후애(厚愛) 2009-05-24 0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뜬 기사보고 설마 했었습니다...그런데...어찌 이런 일이...
가슴이 너무 아프고 슬퍼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마노아 2009-05-24 12:03   좋아요 0 | URL
잠자려고 누우니까, 오히려 그때 더 눈물이 나더라구요.
사진 속의 그분은 여전히 순박하고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있네요.
우리 사회의 비극이 너무 오래, 지속되고 있어요...

노이에자이트 2009-05-24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주정권이 결국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마노아 2009-05-24 15:58   좋아요 0 | URL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기억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아요. 머리와 가슴으로 기억해야 할 것들이요.

다락방 2009-05-24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마노아 2009-05-24 21:25   좋아요 0 | URL
예, 우리 함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