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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클립스 - 나의 뱀파이어 연인 ㅣ 트와일라잇 3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윤정숙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12월
평점 :
680쪽이나 되는 책이었는데, 찔끔찔끔 들여다 보면서 겨우 다 읽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 중에서 가장 재밌게 본 것은 뉴문이었고, 그 바람에 이클립스도 몹시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1편에서는 벨라가 뱀파이어 에드워드를 만나 서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진행되었고, 2편에서는 인간과 뱀파이어의 사랑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새삼 깨달은 에드워드가 떠나면서 완전히 폐인이 되어버리는 벨라가 늑대인간 제이콥에게서 위안을 얻는 내용이 진행되었다. 결국 서로 떨어져서는 살 수 없었던 두 연인이 극적으로 상봉하면서 끝난 이야기가 3편에서는 공공의 적으로 인해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공존 및 협력이 가능했던 사건들이 진행된다.
이유는 나오지 않았는데 여주인공 벨라는 좀 특별한 구석이 있다. 그저 인간으로서는 지극히 운동신경이 둔하고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불운을 달고 다니는 학생일 뿐인데, 뱀파이어들의 특별한 능력이 그녀에게 미치지 못하고(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힘을 가진 에드워드는 그녀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사람에게 공포의 환각을 주입시켜 고통을 주는 제인은 그녀에게 환각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사람과 접촉하면 그 사람의 속을 다 꿰뚫어 보는 3천년 묵은 뱀파이어 아로도 그녀에게서 생각을 읽어내지 못했다), 그녀에게서 나는 체취는 특별히 뱀파이어들의 갈증을 더 솟구치게(미치게) 만든다. 그래서 에드워드가 그녀 곁에서 금욕(?) 생활을 하는 것은 사실상 상당한 인내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걸 극적인 절망을 겪으면서 극복해낸 에드워드에게 격려의 박수를 주고 싶다. 기특한 것!
뱀파이어 가족들은 벨라가 워싱턴의 포크스 마을로 오면서 인간 생활에 더 깊이 개입하게 되었고, 그것이 늑대인간의 피를 이어받은 퀼트 부족을 자극시켜 그들의 각성으로 이어졌다. 소년들은 거대한 늑대인간으로 변신해서 본능적으로 적대감을 갖고 있는 뱀파이어를 견제하게 된다. 뿐인가. 벨라를 죽이려다가 오히려 죽임 당한 뱀파이어 제임스의 연인 빅토리아는 벨라를 죽이기 위해서 뱀파이어 군단을 조직하고, 더 큰 전쟁이 이곳 포크스에서 벌어지게 된다. 벨라는 늘 본의 아니게 사건의 중심에 휩싸이게 되고, 사실상 누군가를 위험하게 만들곤 했다.
한낱 인간일 뿐인 그녀는 지극히 약하고 또 인간을 먹지 않는 퀄렌 가족들에게조차 큰 자극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을 뱀파이어로 만들어주기를 소망한다. 이제 18세가 된 그녀는 이미 17세의 에드워드보다 나이가 많아졌고 그 격차는 계속 벌어질 터였다.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기왕이면 에드워드가 자신을 변신시켜 줄 것을 원했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사랑하는 벨라가 자신과 같은 뱀파이어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누리고, 그리고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그녀 없는 삶을 살아낼 수 없는 그는, 영생의 삶을 스스로 정리하고 그녀의 뒤를 따라가기를 원한다. 서로 좁혀지지 않는 의견 차이로 인해 조건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는데 에드워드는 자신과 결혼해 달라고 했고, 벨라는 끔찍해 한다.(아니 왜!)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떠오른 생각인데, 혹시 에드워드는 제이콥으로 인해 더더욱 그녀와의 결혼을 당기고 싶었던 것일까. 결국엔 벨라가 자신의 진짜 마음을 눈치 챌까 봐?
벨라가 에드워드가 없는 동안에 얼마나 고통스러워했는지, 얼마나 넋을 놓고 살았는지 독자는 다 안다. 그래서 제이콥에게 그녀가 가지는 고마움과 애정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제이콥이 그렇게 무대포로 덤비고 나올 때 그걸 적정 선에서 제지하지 않는 벨라가 무척 괘심했다. 뿐만 아니라 결국엔 제이콥을 향한 자신의 마음의 진짜 정체를 알아버릴 때의 충격이란 아무리 여주인공이라도 확 분노가 치밀...;;;
그런데 이 착하디 착한 또 지나치게 예의바른 뱀파이어 왕자님은 어땠는가. 흔들리는 그녀의 마음을 다 이해해 주고, 비난하지도 않으며, 그녀가 어떠한 선택을 하든 그것을 지지해주려고 하다니. 그런 에드워드를 아프게 한 벨라가 밉다!
보통의 사람들은 따라갈 수도, 범접할 수도 없는 극한의 아름다움을 지닌 존재. 게다가 빠르고 강하고 불멸의 삶을 살고 있는 뱀파이어. 100년을 넘게 살았던 만큼 그는 지혜로웠고 음악적 재능이 충분했으며, 게다가 부자였다.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은 인간의 기준으로 볼 때 대단한 것이었고, 이미 그것들을 갖고 있는 그에게는 그것이 자랑할 만한, 지킬 만한, 소중한 무엇이 될 수 없었다. 사랑하는 그녀가 추워서 벌벌 떨고 있을 때, 자신의 체온으로 녹여줄 수 없어(그들은 냉혈족이라 불리는 만큼 차가운 체온과 숨결을 지녔다.) 그녀를 사랑하는 또 다른 남자가 안아주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한다는 건 그에게는 치욕이자 절망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생명을 앗아가려는 다른 뱀파이어와 맞닥뜨려 최선을 다해 싸워 이겼지만, 그 무시무시한 힘을 드러내보이는 것이 또 다른 공포를 안겨주었을까 봐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는 이 여린 마음의 뱀파이어라니. 이 책이 할리퀸 로맨스 소리를 들으면서도 무수한 여심을 자극하며 초 베스트셀러로 군림하는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통통 튀는 앨리스는 졸업 파티보다 더 자극적이고 매력적인 파티를 준비하면서 잔뜩 신이 났는데, 과연 다음 이야기에서 앨리스가 준비하려는 최상의 선물이 제대로 전달될 지 의문이다. 워낙 사건 사고가 많은 벨라의 운을 생각할 때 말이다.
1.2권은 같은 번역자여서 차이가 없었는데, 3권은 벨라와 앨리스의 대사가 존댓말에서 반말로 바뀌어서 어색했다. 우리 말같지 않아서 분명 존댓말의 구분이 있진 않았겠지만, 정서상으로 벨라가 앨리스에게 존댓말을 쓰는 게 나로서는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었기 때문이다. (앨리스는 에드워드의 누나다. 당연히 친누나는 아니다.)
그리고 내 기억이 맞다면 1권에서는 벨라가 160 키에 50kg이라고 했는데, 3편에서는 45kg으로 나온다. 설마 그 동안의 고생으로 인해 체중이 무려 10%가 감량이 된 것인지, 한국인들이 최적의 몸무게로 여기는 연예인 표 체중을 보여주기 위해서 삭감을 한 건지 원작을 보지 못한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다만 기분은 좀 나빴다. 버럭!)
원작은 4권이 완결이라고 알고 있는데 아직 번역본은 나오지 않았고, 영화 2편 '뉴문'은 12월에나 개봉한다. 아, 멀고도 멀었구나.
트와일라잇 화보집이랑 dvd를 구입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겠다. 일단은 화보집부터 지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