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독 밀리어네어 - Slumdog Millionair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원작 소설을 읽은 것이 2년 전이었던가? 무척 재밌었고 인상깊었던 책인데, 영화로 만들어지면 화려하게 다시 베스트셀러가 되고 말았다. 게다가 아카데미 작품상이라는 거대한 타이틀까지 함께 달고. 

궁금했었다. 소설을 어떻게 옮겼을 지, 소설과는 다른 어떤 매력을 보여줄 것인지.  게다가 대니 보일 감독이니까 더 기대가 되었다.  

원작 소설의 주인공은 퀴즈쇼에서 12개의 문제를 푼다. 그 12개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는 그의 인생 여정에 있었고, 그 사이사이 그의 절친한 친구 살림과 좋아했던 여자 아이 니타가 들어가 있었다.  

영화는 좀 다르게 갔다. 당연하다. 12개의 문제마다 들어 있는 에피소드를 어찌 2시간 동안에 다 풀어낼까. 풀어낼 수 있다 하더라도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관객이 먼저 지루해할 테니까.  

주인공의 친구 살림은 형 살림으로, 이웃집 여자 아이 니타는 평생 동안 그리워하고 애타게 찾아 헤맨 라티카로.  

몇몇 에피소드는 닮아 있었지만, 대개의 에피소드는 바뀌어 있었다. 전혀 다른 분위기는 아니지만 대니 보일의 색깔을 입혀서. 헐리우드 식으로. 

그게 나빴냐 하면, 그렇지 않았다. 원작에서 보여준 각 에피소드에 녹아있는 인도의 현실과 인도인의 삶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했지만, 멜로를 부각시켜서 주인공의 절박한 심정과 이겨야 하는 당위성을 높여주었다.  

그런데 원작에선 10억 루피였는데, 영화에선 2천만 루피로 깎였다. 너무 차이가 나는 것 아닌가. 검색해 보니 우리 돈으로 6억원이라고 하는데, 그럼 원작대로 10억 루피였으면 우리 돈 300억인가? 어휴, 백만장자가 아니라 억만장자였구나! 

방청객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지만, 문제를 풀 때마다 극적 긴장감이 고조된다. 거기엔 사회자의 말솜씨가 한 몫했는데, 이 사람은 인도 배우일까? 피부색이 너무 하얘서 긴가민가 했다.  

화장실에서 그가 일러준 답을 자말이 받아들일 것인지 버릴 것인지를 두고 무척 긴장감을 조성했다. 자말이 답을 내자, 일그러지는 사회자의 얼굴. 하핫, 쌤통이다. (-_-;;;) 

원작에서는 첫 회 출연자가 주인공이었는데, 영화에서는 엄청난 인기 프로그램으로 시청률이 꽤 나오는 TV 쇼로 설정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로또에 매달리듯이, 저 퀴즈 쇼에 열광하는 이유는, 인도인이 아니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영화 초반에 인도의 빈민가를 빠르게 보여주는 카메라는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한숨을 쉬자면 끝없을 그 슬럼가를 빠른 음악과 코믹한 장면으로 감독은 빠르게 지나쳤다. 역시, 현명한 선택이다.  

주인공 자말과 형 살림, 그리고 여주인공 라티카는 모두 세 사람의 배우가 나온다. 어린 아이, 조금 자란 아이, 그리고 성장한 청년까지.  

이렇게 귀여웠던 아이들이 금세 자라서 키가 훌쩍 커버린 자말이 되고, 인상 험한 살림이 되어버렸다.  

에피소드 중에 인도의 참모습을 보고 싶다는 미국 여행객들을 가이드 하는 동안 빈민가 아이들이 차를 터는 장면이 있었다. 때마침 나타난 경찰에게 구타 당하는 아이. 오히려 도난을 당한 관광객이 뇌물을 주고 뜯어 말려야 했는데, 이렇게 도둑이 들끓고 경찰이 구타를 하는 것이 인도의 참모습이었다면, 돈으로 사건을 무마시키는 것이 미국의 참모습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재밌고 아팠다. 어린 아이가 보살핌 대신 돈을 벌며 험하게 내쳐지는 모습에 마음 아파한 그 관광객의 마음은 진심이었을 것이고, 그런 부분도 물론 미국의 한 모습일 테지만. 

 

주인공의 키가 껑충하다 여겼는데 무려 187이라고 한다. 

스무 살의 이 청년은 눈이 맑고 표정이 참 순수했는데 이 캐릭터에 딱 어울리는 캐스팅이었다고 생각한다.  

동전을 던지는 습관이 빠진 게 아쉬웠는데 그 에피소드를 살리지 않았으니 필요 없는 곁가지였을 것이다.  

모든 영화나 드라마 등등에서 '첫사랑'을 늘 지나치게 미화하는 것이 다소 불만스럽긴 하지만, 그만큼 애틋한 이유를 찾기도 어려우니, 딴지를 걸 필요는 없겠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끝내 서로의 손을 잡았으니 축하를 하면 그 뿐. 

이 장면에서 여주인공의 얼굴에 원래 흉터가 있어야 하는데 이 사진에는 없다. 연습 장면인가???? 

개인적으로는 여주인공은 두번째 버전의 소녀가 제일 예뻤다. 호호홋! 

남주인공은 첫번째 버전의 어린 꼬마가 제일 귀여웠고. 

영화가 끝나면 관객에게 주는 선물처럼 출연진이 모두 다 나와서 함께 노래하며 춤추는 장면이 있다. 실컷 헐리우드 영화처럼 진행하다가, 그래도 여긴 인도고, 인도 사람들이 주인공이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인도식의 급 마무리였다. 

그게 나빴냐고? 전혀 아니다. 뜬금 없긴 했지만 유쾌했고 즐거웠다. 그것까지 다 보고 나가야 영화를 다 보았다는 느낌이 들 만큼.

다음 주 월요일, '더 리더' 시사회에 당첨되었다. 아직 보지 못했지만, 짐작에 이 작품보다 더 잘 만들었을 것 같은데 아카데미가 이 작품에 더 손을 들어준 까닭이 궁금하다. 영화를 보고 나면 알 수 있을까? 아무튼, 월요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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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3-21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영화를 통 못본것 같아서 내일 혼자 나가서 살랑살랑 보고 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영화를 예매할까 하다가 책도 안읽어서 그냥 그랜토리노 예매했어요. 이 영화는 책으로 먼저 보고 싶거든요, 라고 말하면서 책도 아직 안산 1人

안자고 뭐해요, 마노아님?

저 졸려요. 아웅.

마노아 2009-03-21 23:58   좋아요 0 | URL
그랜토리노 궁금해요! 오늘은 심각한 건 보고 싶지 않아서 가벼운 영화로 골랐어요. 잠 자려면 아직 3시간은 더 있어야 해요. 지금은 만화책 보고 있어요. 아주 유능한 악마가 집사로 일하고 있는 '흑집사'랍니다. 세바스찬을 다락방님께도 보여드리고 싶군요. 호홋, 굿나잇이에요~^^

비로그인 2009-03-22 01:24   좋아요 0 | URL
그랜토리노 좋아요. 주관적 의견이긴 하지만 후회 없으실듯해요.

마노아 2009-03-22 01:39   좋아요 0 | URL
오, 다락방님에 이어 저도 꼭 보겠사와요!

다락방 2009-03-22 20:12   좋아요 0 | URL
그랜토리노 보고 울었어요 ㅠㅠ

혼자 앉아서 눈물 흘리고 손수건도 없이 그냥 얼굴을 벅벅 닦았어요.

마노아 2009-03-22 21:45   좋아요 0 | URL
저도 손수건을 준비해 갈게요. 울어서 피곤하시겠어요. 오늘은 일찍 자요...

건조기후 2009-03-22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어기, 주인공의 친구 살림은 형 살림으로.. 살림을 합친거냐고 이상하다며 혼자;; 아하하;
한때 난독증이 아닌가 싶은 현상들 때문에 거의 죽고싶을만큼 괴로웠던 적이 있는데.. 순간적으로 또 움찔했어요ㅋ;
대체 정신줄은 왜 이렇게 잘 놔버리는지.

마노아 2009-03-22 21:46   좋아요 0 | URL
전 시력교정술 받은 이후로 집중력이 더 약해져서 멍해질 때가 많아요.
우웅... 우리 정신줄 꼭 잡아요!

프레이야 2009-03-22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더 리더 시사회 당첨 축하해용~
이 영화도 봐야하는데..^^

마노아 2009-03-22 21:46   좋아요 0 | URL
근데 같이 갈 사람이 없는 거 있죠. 흑...ㅠ.ㅠ

아키타이프 2009-03-22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하게 얘기해서 전 이 영화의 오프닝 때 보기1,2,3,4 나오는 부분과 엔딩크레딧이 좋았어요.
초중반까지 살짝 지루했거든요. 엔딩크레딧 때 마치 뮤지컬영화 처럼 인도식으로 마무리해서 좋더라구요.
그리고 영화라서 가능하다는 말이 시크하기도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꽤 귀엽게 느껴지더라구요.
사람들은 아닌척 하지만 영화 같은 인생을 원하잖아요^^

그랜토리노는 삽입 된 곡이 좋았어요.
뭐랄까...저에게는 썩 와닿지 않은 영화인데 음악 때문에 끝까지 보게 됐다고 할까요.
동양인으로 나온 애들이 너무 연기를 연기답게 하더라구요;;(칭찬 아님)

다들 좋은 영화라는데 저는 음악 빼고는 그다지...
저는 클린트 할배 영화 중에 (감독작으로) 퍼펙트월드가 가장 좋았어요.
안 보셨으면 추천할게요.

마노아 2009-03-22 21:50   좋아요 0 | URL
아, 그 얘기 빼먹었구나. 저도 오프닝과 엔딩의 연결이 좋았어요.
정말 '운명적인' 이야기를 했잖아요.
영화같은 인생이라니.. 워낙 삶이 드라마틱해서 해피엔딩이 아니라면 영화같은 삶보다 평범해도 지루한 삶이 나을 것 같아요..;;;;
퍼펙트 월드가 클린트 이스트우드 작품이었군요! 영화 내용은 대강 아는데 보진 못했어요.
무척 감동적인 엔딩으로 유명하잖아요.
그랜토리노에 나온 아그들이 연기를 연기답게 했군요. 으하핫, 보지도 않고 막 웃겨요.^^ㅎㅎㅎ
그래도 일단은 궁금합니다. 보고 나면 할 얘기가 더 많을 것 같아요.
퍼펙트 월드 추천 감사해요. 이것도 꼭 기억해 둘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