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인형의 행복 - 3~8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11
가브리엘 벵상 글.그림 / 보림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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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레스틴느 시리즈로 알게 된 가브리엘 벵상의 동화다.
어떤 책은 '가브리엘르'라고 써 있던데 이 책은 그냥 '가브리엘'이다.
벨기에 사람이던데 그 나라 발음은 어떤 게 맞는지 모르겠다.
책 정보 위에 그려진 쪽지다.
낡은 곰 인형을 좋은 가격에 산다고 하는 말.
우리가 흔히 만나는 사기성 짙은 전단지가 아니라 진정 곰인형을 사랑하기에 할 수 있는 말.
곧 이 책의 이야기이다.

이 책은 특이하게 서술 없이 모두 대사로만 되어 있다.
개울가에 버려진 곰 인형을 주워드는 할아버지.
집으로 데려가서 기꺼이 보살펴 주겠다고 한다.
그게 할아버지의 일이기도 하다.

할아버지 집에는 먼저 도착한 곰인형들이 잔뜩이다.
모두들 어딘가 불편한 모습이다.
팔다리가 없거나 목이 삐뚤어져 있거나,
여기저기 기운 흔적들.
그런데, 인형들의 이름들이 지극히 한국적이다.
번역 과정에서 한국 이름으로 바꾼 듯하다.
번역자의 고충이 있었겠지만, 외국 작품이 한국 이름 달고서 나오면 참 어색하고 좀 불편하게 느껴진다. 원어 그대로의 맛과 질감을 느낄 수가 없지 않은가.
한국 이름을 고수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선입견인 듯!

버려진 곰인형들을 거두어서 치료(!)해 주고 포근한 잠자리를 제공해 주고,
그리고 놀아주기까지 한다.
이 인형들도 한때 누군가의 품에서 사랑받던 존재들이었는데,
내쳐지면서 받은 상처는 외상뿐 아니라 속 깊은 아픔까지 있을 것이다.
할아버지는 겉상처뿐 아니라 속상처도 함께 어루만져주고 그들과 공존한다.

돈을 들고 와서 인형을 사가겠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할아버지는 팔 물건 없다고 거침없이 내몬다.
영화 워낭소리에 보면은 늙고 병들어서 거저 줘도 안 가져갈 것 같은 상태의 소를 할아버지가 500만원 줘야 팔겠다고 하는 대목이 나온다.
소를 사러 온 사람들은 웃어버리지만 할아버지는 진지하셨다.
무려 40년을 함께 동거동락한 그 소는 이미 가족이었던 것이다.
가브리엘이 그려낸 곰 인형을 사랑하는 할아버지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장사꾼에게는 인형을 팔지 않지만 어린이들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곰인형을 내주는 할아버지.
그런데, 곰인형 말고 다른 인형도 취급하실까?
예를 들면 다리 한쪽 없는 병정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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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02-11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행복한 이야기네요.

마노아 2009-02-11 01:11   좋아요 0 | URL
곰인형처럼 우리도 행복해져요~

프레이야 2009-02-11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가브리엘 뱅상의 그림 너무너무 좋아요.
이 그림책은 첨 봐요. 우리집 작은딸 침대 머리맡엔 곰인형이 잔뜩 있죠.
아직도 그걸 양팔에 하나씩 안고 자요. 그날밤 간택 되는 건 순전히 아이맘이죠.
수호천사래요.^^
저에겐 작은딸래미가 곰인형이구요.

마노아 2009-02-11 01:37   좋아요 0 | URL
엄마의 곰인형은 딸래미. 아, 멋져요! 포근함 그 자체예요. ^^

순오기 2009-02-11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가브리엘 뱅상 짱이야요!

마노아 2009-02-11 01:37   좋아요 0 | URL
따뜻한 그림과 따듯한 이야기가 늘 멋져요. ^^

2009-02-11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11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09-02-11 0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기와 그림을 보는데 제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야기와 그림속에 사람을 따뜻하게 만드는 마술이 걸려 있는 것 같아요.^^;

마노아 2009-02-11 11:54   좋아요 0 | URL
셀레스틴느 시리즈는 더 마음을 어루만진답니다. 크리스마스 때부터 알게 된 작가인데 너무 좋아요. 반했어요. ^^

니나 2009-02-11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인형 되게 좋아하는데 엄마가 몰래 몰래 버리고 있었던 거야요 (먼지 낀다고) 한마리씩, 슬쩍슬쩍 몰래몰래 ㅠ.ㅠ 그러다가 비오는 어느날 울 집 쓰레기통 앞에 자빠져 있던 킹콩인형!을 제가 발견! 그날 집에 가서 생난리난리 쳐서 (그때가 29살ㅋㅋ) 그 이후로는 인형들 못버리신다는... // 그래도 인형이 많이 줄었더라고요. 아까워라. 새로 사 모으기엔 나이가 좀 글코... ㅎㅎㅎ

마노아 2009-02-11 11:55   좋아요 0 | URL
저 초등학교 때 이사할 때마다 엄마가 인형들을 모조리 갖다 버렸어요. 지금도 집에 있던 곰인형들 거의 버려지고 없답니다ㅠ.ㅠ 정말 감시할 틈도 안 주고 은근슬쩍 갖다 버리더라구요ㅠ.ㅠ
니나님 콜렉션도 언제 인증샷 한 번~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