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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꿈일 뿐이야 - 지구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이야기 ㅣ 베틀북 그림책 78
크리스 반 알스버그 글.그림, 손영미 옮김 / 베틀북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참 좋아하는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이건 꿈일 뿐이야'
책 제목을 보면 '꿈'을 강조해서 크게 썼고 줄 배열이 균일하지 않다. 그 기획된 불균형이 마음에 든다.
월터는 잼이 들어있는 도넛을 먹고는 빈봉지를 마구 구겨서 소화전 앞에 휙 던져 버렸다. 휴지통을 찾아서 얌전히 버릴 마음 따윈 없었다. 옆집 로즈는 방금 심은 나무가 자신의 생일 선물이라고 했다. 윌터는 생일 선물로 나무를 골랐다는 사실 자체가 이해할 수 없었다. 월터도 며칠 뒤면 생일이지만 나무 따위를 받을 마음은 절대 없었다.
저녁 식사 후 쓰레기를 버리러 밖으로 나온 월터는 재활용이라던가 분리수거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냥 모두 한통에 쏟아 부었고, 잽싸게 집으로 돌아가 보고 싶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월터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미래 세계에 사는 남자 아이가 주인공인데 심부름 해주는 로봇이며 뭐든 단추만 누르면 척척 해내는 기계도 있는 멋진 '미래'였다. 월터 역시 그런 미래에 가고 싶었다. 쓰레기도 내다 버려주고 잼 도넛도 맘껏 만들어주는 기계도 갖고 싶었다. 그날 밤, 월터의 침대는 미래로 날아간다.
자, 여기까지 왔다면 다음 전개는 충분히 눈치챌 것이다. 월타가 가본 미래란 어떤 곳일까. 월터가 꿈꿨던, 기대했던 그런 미래일까?
온통 쓰레기 더미가 되어 있는 미래,
나무란 나무는 모두 잘라져 밑둥을 허옇게 드러내고 있는 미래,
공장의 굴뚝 매연이 온 하늘을 덮어버린 미래,
에베레스트 산 꼭대기까지 호텔이 세워진 개발 만능의 미래,
물고기가 모두 죽어버린 바다를 가진 미래,
고가 도로가 차곡차곡 쌓여 하늘 한뼘 조차 보이지 않는 미래,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매연에 가득 잠긴 그랜드 캐니언이 있는 미래.
철새들이 먹을 것을 구할 수 없는, 한조각 휴식도 취할 수 없는 미래.
끔찍하다. 잠에서 깬 월터는 현실로 돌아와 있고, 자신이 꿈꿨던, 상상했던 미래와는 너무도 다른 현실 뒤의 미래를 생각한다.
이제 월터는 달라져야 했다.
생일 선물로 나무를 골르는 아이는 로즈뿐이 아니었다. 월터 역시 그 나무의 힘을 믿는 아이가 되었다.
자신이 한발자국을 움직여낸, 바꿔어가려고 애쓰는 현실의 미래는 또 어떤 모습일까. 책 속에서 확인하자.
지구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한 기획으로 만들어진 그림책이다. 은유와 상징보다 너무 직접적인 화법을 구사해서 알스버그의 놀라운 상상력과 재치있는 그림에 대한 기대는 덜 충족시켜 주었지만, 담고 있는 메시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 살고 싶은 미래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보면서 아이와 함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얘기를 나눠보면 좋은 독후 활동이 될 듯 싶다. 표지의 초록 표지와 나무 그림이 곧 이 책의 주제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