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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이 ㅣ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9
이미애 글, 이억배 그림 / 보림 / 1997년 3월
이 책을 계속 읽었다고 착각했던 것은 아마도 '주먹이'와 헷갈렸기 때문일 것이다.
이억배 작가님의 친근하고 해학적인 그림이 압권인 반쪽이!
나의 중고샵 득템이었다!
자식 낳기가 소원이었던 어느 아주머니가 백일 동안 빌어서 얻게 된 잉어 세 마리.
그런데 세번째 잉어를 먹다가 배불러서 반쪽 먹고 쉬고 있을 찰나, 날쌘 고양이 녀석 달려와서 한입에 냉큼 삼켜버린 거다! 이럴 수가!
그리고 태어난 아이는 잉어 두마리 몫 만큼의 멀쩡한 아들 둘과,
반쪽 잉어 몫의 눈 하나, 귀 하나, 팔 다리 하나인 반쪽이!
균형이 안 맞을 것 같은데 짜식 균형 잡고 잘 서 있다. 나름 모델 포즈로!
게다가 심술 궂은 형님들과 달리 표정이 밝고 명랑하다.
호홋, 녀석, 보통 인물은 아니렷다!
아니나 다를까. 반쪽이는 힘이 장사였다.
형님들 한 짐 지고서 얼굴에 인상 잔뜩인데,
반쪽이는 그 갑절에 갑절을 지고도 싱글벙글이다.
다리를 옮겨 놓을 수가 없으니 저 짐 지고서 폴짝폴짝 뛰어가는 모양새!
작가분의 세심한 그림이다.
하루는 두 형이 과거보러 가면서 반쪽이랑 가기 싫어 떼어놓으려고 별 수를 다 쓰는데,
그때마다 번번이 형님들 따라가는 우리 반쪽이.
바위에 묶어놓아도 번쩍 들어버리는 장사 반쪽이. 그 힘을 누구라서 당할까.
끝내는 호랑이 다섯 마리도 맨 주먹으로 때려잡았다는 전설적인 이야기!
반쪽이의 호랑이 가족이 탐났던 부잣집 영감!
자신의 딸을 걸고 내기 장기를 뒀는데, 저 표정 변화를 보시라.
고민하다가, 초조해 하다가, 역정내다가, 끝내는 장기판 엎고 사라졌다.
장기는 졌지만 딸은 못 주겠다나 뭐라나! 이런 도둑놈 심보!
이때부터 영감 집에서 딸 지키기 생쇼가 벌어지는데,
작가분의 그림 연출이 훌륭하다.
첫날의 저 생생한 눈망울을 보라. 기세가 등등하다.
불도 활활 타오르고 있다. 강아지 한 마리도 말똥말똥이다.
자, 둘째날을 보실까.
일단 자세가 무너졌다. 꾸벅꾸벅 졸고, 하품하고, 드러누워 있기도 하고.
불타오르던 장작불도 기세가 주춤해졌다.
반쯤 풀린 눈의 강아지도 졸립기는 마찬가지다.
그리고 셋째날. 짐작하겠지만 이미 모두들 꿈나라 행 급형열차 타고 계신 중!
불도 거의 재만 남았다.
이렇게 지치기를 기다린 다음 누가 등장했을까?
모두들 알고 있다시피 우리의 주인공님 출동이시다!
저 빨간 고무신 주인공, 이제 집을 바꿔야겠네~
다음에 이어지는 반쪽이의 활약은 일지매 수준이었다나 뭐라나!
오래된 책인데도 여전히 베스트셀러로 입지를 굳히는 이유가 다 있다.
작가님 인세 많이 받으시겠다. ^^
즐겁고 기분 좋은 책이다.
울 조카 설날 선물 용으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