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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돼지 세 마리 ㅣ 0100 갤러리 1
데이비드 위스너 글 그림, 이옥용 옮김 / 마루벌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데이비드 위스너의 그림책을 무척 사랑한다. 그는 재기 발랄하고 뛰어난 상상력을 자랑하고, 또 그 이상의 놀라운 그림 솜씨를 지녔다.
이 책은 2002년도에 칼데콧 메달 상을 받았다. 칼데콧 '아너' 상은 들어봤는데 '메달' 상도 있구나! 그럼 칼데콧에 아너, 그리고 메달까지 1.2.3등 상이란 소리인가? 아무튼, 2008년도에 새로 찍어냈는데 작가 이름이 데이비드 '와이즈너'로 바뀌었다. 아멜리 노통이 '노통브'가 되었던 예가 생각난다. 입에 붙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말해지질 않는다. 데이비드 와이즈너. 미국식 발음으론 그렇게 불러야 더 맞나 보지?
암튼, 이 책은 평범한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명작 동화 속의 삼형제는 짚으로 집을 지었다가 늑대에게 혼쭐이 나고, 나무로 집을 지은 돼지도 역시나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을 간다. 그리고 셋째 돼지가 튼튼하게 벽돌로 집을 지어서 무사했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를 짓는데, 데이비드는 그 이야기를 한 번 더 비튼다.
첫번째 돼지가 만든 볏짚 집은 너무도 쉽게 무너져 내린다. 늑대는 돼지를 꿀꺽! 삼켰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돼지는 책 밖으로 떨쳐 나가졌다. 이야기 밖으로 말이다!
둘째 돼지가 지은 집도 당연히 주저앉았고, 늑대가 삼켰다고 생각했던 돼지는 역시나 이야기 밖으로 도망쳐 버렸다.
자, 셋째 돼지는 어떻게 되었을까?
벽돌 집을 날리려고 늑대가 용을 쓰는 동안, 다른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책 밖으로 뛰쳐나간다. 벽돌 집이 무너질 때까지 후후 불었더라면 늑대는 아마도 빈혈로 쓰러졌을 것이다.
아무튼, 세 형제는 모두 책 밖으로 뛰쳐나가서 새로운 모험에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자,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책장 밖의 구조. 책장 속에 갇혀 있는 이야기들. 작가의 다른 작품 '자유 낙하'에도 등장하는 설정이다. 몹시 매력적인 소재이기도 하고.
저 투박한 손으로 날렵하게 종이 비행기를 접는다. 벽돌 밑에 깔린 듯한 늑대 표정이 재밌다.
비행기보다 무거울 돼지 걱정은 하지 말자. 여긴 무엇이든 가능한 이야기 속이니까!
휘휘 날아가다가 그만 추락하고 만 돼지 세 마리! 그러나 걱정할 필요 없다. 다른 이야기 속에 뛰어들 참이니까. 이들은 지루하거나 심심한 틈이 없다.
갑자기 등장한 꽃동산은 그림아 확 바뀌어서 당황스럽게 만든다. 노랫말도 나오는데 혹시 다른 어떤 이야기일까? 제시된 그림과 노래 가사만 보고는 어떤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혹은 데이비드 위스너의 창작물일지도.
황금 장미를 지키는 용. 용감한 기사가 용을 죽이고 황금 장미를 빼앗으려 하던 찰나, 돼지 세 마리는 용과 함께 탈출 대모험을 감행한다. 용과 함께인데 뭐가 두려울까. 장미 꽃을 잊지 않는 센스도 발휘!
닭 쫓던 개, 아니 용 쫓던 기사는 어찌 되었을까. 아까 돼지를 삼켰다고 착각한 늑대처럼 기사도 자기가 용을 죽이는 걸 성공했다고 믿을 지도 모른다. 이미 책 속에서 빠져나온 용은, 책 안에선 죽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듯하다. 어쩌면 모든 이야기 속의 죽음은 그런 게 아닐까???
이제는 이야기를 골라가며 구경하는 돼지들. 용이 쳐다보는 고양이 녀석이 귀엽다.
저런 꿈같은 동화나라, 그림 나라, 환상의 세계. 너무 아름답게 묘사하지 않았는가. 피터팬 콤플렉스라도 갖지 않고는 무리일 듯 싶다. 하지만 데이비드 위스너라면 문제 없지!
어디로 갈지 고민하던 이들이 결국 되돌아 온 곳은 벽돌로 지은 튼튼한 세번째 돼지의 집.
문밖의 늑대는 아직도 문을 두드리고 있을까? 지쳐서 포기하고 돌아갔을까?
그런데, 아직도 도전한다면 무서운 용 앞에서 오금이 저릴 법도 한데?
이야기 속에서 가져온 황금 장미는, 이들의 식탁 위에서도 눈부시게 빛난다.
용이 탐내하던 고양이 친구도 이들 사이에 앉았다. 즐거운 만찬에 음악이 빠질 수는 없지.
모두들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의 마무리인데~
재치쟁이 데이비드 위스너는 종결 어미를 탈락시켜 버렸다. 하핫, 또 다른 이야기 속에서 찾아와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