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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책 ㅣ 풀빛 그림 아이 22
스테파노 비탈레 그림, 샬롯 졸로토 글,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2년 2월
샬로트 졸로토와 스테파노 비탈레의 결합이 참 맘에 든다.
작가만 같고 그림을 다른 사람 것으로 보았을 때의 만족도의 갑절을 상회하는 듯.
책 표지를 열었을 때 그림이다.
하품하고 있는 달이 귀엽기만 하다.
자그마한 손도 곱다.
눈을 뜨고 자는 물고기들.
입도 벌리고 있다.
이 책은 여러 공간의 여러 생명체들이 각기 잠자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는데
해당 공간의 빛깔을 아주 드라마틱하게 표현해 낸 것이 매력적이다.
외발로 서서 자고 있는 두루미는 마치 한송이 꽃과 같다.
그라데이션으로 표현한 색이 곱다.
마치 손으로 만지면 파스텔 가루가 묻어날 것 같다.
서서 자는 말들. 마주 보며 잠든 모습이 따스하다.
갈색과 황토색 갈기가 건강해 보인다.
일부러 그렇게 그렸는지는 모르겠는데 배경이 꼭 나무의 질감으로 느껴진다.
설마 나무 위에 그린 건???
나방이 나비처럼 예쁘다.
송충이를 생각하면 징그럽지만...ㅜ.ㅜ
노란 불빛으로 달려든 나방들이 화사하고 아릿하게 그려졌다.
너희들도 창문 위에서 잠이 든 거니? 꽃잎같은 날개를 접고?
초록 풀잎 사이사이에 풀벌레들이 붙어있는 것이 보인다.
이렇게 보니 '보호색'이 확 느껴진다.
아마도 작가는 '소리'까지도 의식하고 그렸나 보다.
모두가 잠이 든 고요함이 그림 속에서 느껴진다.
거미줄을 하얀 레이스로 표현한 게 맘에 든다.
사실 곤충이나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이로운데도 불구하고 거미 역시 반갑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거미는 멋진 재단사라는 게 확 와닿는다.
아라크노아 이야기를 아이들이 같이 듣는다면 좋을 듯하다.
난로 앞에서 잠이 든 고양이들.
정말 호강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림을 워낙 잘 그려서 난로 가까이는 더 따스하고,
좀 더 멀어진 공간은 덜 따스할 것 같은 기온마저도 느껴진다.
그리고, 이 시간에도 코오오 잠자고 있을 작고 예쁜 아이들.
스펙트럼처럼 펼쳐진 빛깔의 춤사위가 화려하면서 차분하다.
하품하던 달님도 이제는 쿠르르 잠들어 있다.
아, 보기만 해도 포근하구나.
아이들에게 이 책을 보여주면 스르르 잠이 들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