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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님에 이어 가디언-지젝의 답변 따라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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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했복했던 때는?
몇 차례 있었다.
-첫번째는 1995년 말에서 1996년 상반기. 고등학교 2학년 때 집이 쫄딱 망해서(그것도 세번째로!) 교회 선교원에 얹혀 살았던 적이 있는데 비참한 현실을 잊고자 소설을 썼었다.
고3 여름 방학 직전까지 썼는데 내 단 하나의 독자를 위해서 내가 소비한 6개월의 시간, 현실의 끔찍함에도 불구하고 참 행복했었다.
-두번째는 1999년 12월 30일, 이승환 콘서트를 처음 갔던 날. 내가 전혀 몰랐던 새로운 세상을 만났고 그때의 문화적 충격은 가히 혁명적이었고 내 인생이 앞으로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고 또 귀하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세번째는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인터넷 소설을 연재했을 때. 고등학교 때 썼던 그 소설을 다시 쓴 거였는데 그때와 달리 수많은 독자를 가질 수 있었고 덕분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사실은 첫번째랑 같은 이유.
-네번째는 2004년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 만났던 첫 제자들과의 수업. 나도 열정적으로 수업을 했고, 학생들도 열심히 들어주던 그때. 수업 도중 학생들이 막 울기도 했었다. 감동 받아서. 내 예쁜 학생들은 수업을 마칠 때 박수도 쳐주는 센스를 발휘했는데, 그건 이승환 콘서트 처음 갔던 날 내가 다짐했던 무언가가 이루어지던 순간이기도 했다.
가장 두려운 것은?
대한민국에 더 이상의 미래가 없을까 봐. 지금 보여지는 것들이 시작일까 봐.
가장 어릴 적의 기억은
여섯 살 무렵, 집 수돗가에서 똥 밟은 거...(ㅡ.ㅡ;;;)
가장 존경하는 생존 인물은, 그리고 이유는?
나의 야곱. 존경보다는 동경에 가깝지만.
당신 자신에게서 당신이 가장 개탄하는 특성은?
독하고 모질지 못한 것. 마땅히 그래야 할 때 조차도 너무 무르다는 것.
타인들에게서 당신이 가장 개탄하는 특성은?
자신이 알고 있는 우주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 소탐대실하는 것.
가장 당혹스러웠던 순간은?
내가 사는 동네에서 길 잃어버릴 때, 맨날 출퇴근하는 길에서 헤맬 때
자산을 별도로 하고, 당신이 구입했던 가장 값비싼 것은?
총액으로 따지면 책. 단일 품목으로는 컴퓨터.
가장 소중한 소유물은?
나와 내 소중한 사람의 건강. 눈에 보이는 걸로 한다면 현재로서는 책.
당신을 침울하게 만드는 것은?
빨리 학교에 가야 하는데......
당신의 외모에서 가장 싫은 것은?
전반적으로 가로 지향이라는 것...;;;;
가장 매력 없는 습관은?
정리를 잘 안 한다는 것..;;;;
가장무도회의 의상을 고른다면?
쾌걸 조로!
가장 죄책감이 드는 쾌락은?
공연장에 갔을 때. 늘 무슨 문제가 있어 마음이 불편했었다.
부모에게 빚진 것은?
영적으로 육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것.
미안하다고 가장 말하고 싶은 사람은, 그리고 이유는?
죽마고우 내 친구. 신세지고서 못 갚아서.
사랑의 느낌은?
절박함과 초조함, 그리고 충만감
일생의 사랑은 무엇 혹은 누구인가?
아직 만나지 않은 그 누구.
좋아하는 냄새는?
도서관에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책냄새. 건강에는 별로 안 좋을 냄새일 듯.
그런 뜻이 아니면서 "널 사랑해"라고 말해본 적이 있는가?
불특정 다수에게 의례적인 인사로는 해본 적 있다.
가장 경멸하는 생존 인물은, 그리고 이유는?
전직 대통령 중에 인간 백정. 인간 자격이 없거든.
자신의 최악의 직업은?
판매직.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더랬다.
가장 큰 실망은?
최근에는 교육감 선거 당일. 현실의 벽을 다시 한 번 느낀 순간.
당신의 과거를 편집할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겠는가?
1. 가장 중요한 선택은 스스로 하기
2. 거절해야 마땅한 것은 반드시 거절하기. 함께 망하는 수가 있으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면, 어디로 가겠는가?
1999년 여름. 이승환의 '무적' 콘서트 장으로. 내가 보지 못한 그의 가장 강렬했던 공연으로.
어떻게 쉬는가?
책 읽고 음악 듣고 문화적인 에너지 섭취하기.
얼마나 자주 섹스를 하는가?
결혼하고서 대답할 수 있겠다.
죽음에 가장 가까이 갔던 때는?
중3때 연탄가스 맡았을 때랑, 스물 한살 때 자다가 집에 불났을 때. 스물 세살 때 월미도에서 바이킹 탔을 때!
당신의 삶의 질을 향상해줄 단 하나가 있다면?
믿음
당신의 최대 업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업적이라고 할 만한 이력이...;;;
그저 인복이 있다는 것?
삶이 당신에게 가르쳐준 가장 중요한 교훈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
우리에게 비밀을 하나 말해달라.
내게 외계인 친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