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월요일, 나로서는 역사적인 가족 물놀이. 우리가 다녀온 곳은 '송지호'라는 곳이었다. 송지효가 떠오르는 이름..;;;
여차저차 도착하니 고척군 공무원이 주차를 안내한다. 주차비는 없지만 주차요금을 받고 대신 5천원 상품권을 준단다. 보아하니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나름의 자구책인가 보다.
부랴부랴 텐트 치고 대충 짐 꾸려놓고 바닷물에 풍덩! 뜨거운 모래와 달리 바닷물이 생각보다 차가워서 잠시 깜딱!
큰 조카 녀석은 너무 겁이 많아서 튜브도 못 탄다. 양 손 꼭 붙잡아 준 채 파도가 밀려오면 같이 점프하는 게 녀석과 놀아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
둘째 조카는 처음엔 자지러지게 무서워하다가 나중엔 물이 즐거웠나 보다. 아빠 품에 안겨서 꺄르르 웃는데 귀여워 죽갔다.

그럼 나는? 조카에게 사준 바쿠간 어린이용 튜브를 끼고 놀았다..;;;;
당연한거지만 바닷물이 너무 짜서 퉤퉤 놀라고! 파도의 힘이 이렇게 거세구나 재차 놀라고의 반복.
아무튼 간에 우리 가족은 한명씩 텐트를 지키면서 꽤 재밌게 놀았는데, 한참 배가 출출해질 때 삽질을 시작했다.
원래 우리는 컵라면을 잔뜩 사갔는데 전기포트도 하나 들고 갔다. 원래 가스 버너를 가져가면 되는 건데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다. 문제는, 차에서 전기를 쓰려고 했더니 전압이 맞질 않는다. 그래서 물 끓이는 게 불가능. 인근 가게에서 컵라면을 다시 사먹자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서 그냥 블루 스타를 사기로 했다. 근데, 블루 스타를 사고 보니 코펠이 없다. 흑...ㅜ.ㅜ 옆 텐트 가서 빌려왔다. 그 담엔 텐트에 김치 두고 온 게 생각나서 가지러 가야 했고, 그 다음엔 젓가락 안 들고 온 게 생각나서 또 그 뜨거운 모래를 건너왔다는 이야기. 무슨 덤앤더머 가족도 아니고 온 가족이 몰아서 삽질을 제대로 했다. 그래도 고생을 했더니 라면이 더 맛있었다나.
실컷 놀면서 생각이 드는 게, 이래서 사람들이 여름 휴가를 가나보다 싶었다. 참 재밌고,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 그리고 물 속에 들어가니 정말 시원하더라. 서울에선 얼마나 더웠을꼬!
중간에 텐트 지킴이 할 때 책을 아무 것도 안 들고 온 것을 후회했다. 경험이 전무했던 나는 텐트 지킴이 할 일이 있을 줄 몰랐고, 물놀이하다가 책을 보면 책이 젖을 것만 걱정했지 심심할 일은 걱정을 안 했던 것이다. 휴가 때 읽을 책 십문 십답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못 지켰구나.ㅡ.ㅜ
우리가 느즈막히 와서 그런지, 그곳 해수욕장이 인기가 적은 것인지, 그도 아니면 금년 휴가 인파가 적은 것인지는 몰라도 해변은 그리 북적거리지 않았다. 평일이어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신나게 놀다가 이제 물이 차가워졌다고 느낄 때 물놀이를 마쳤다. 그리고 슬슬 느껴오는 감각이란....
맙소사! 썬크림을 얼굴과 목에만 발랐지 팔다리에는 전혀 바르지를 않아서 새빨갛게 익어버렸다. 이거 일광화상???
얼마나 익혔던지, 이틀 지난 지금도 팔을 만져보면 특정부분이 뜨겁다. 정말, 맘이 아프다ㅠ.ㅠ
돌아오는 길, 양평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쌈밥 전문점이었고 이름은 '간이역'이었는데 대따 불친절했다. 음식은 양이 너무 적어서 이게 인원수대로 준 거 맞냐고 되물을 정도. 결정타는 반찬에서 머리카락 나왔다는 것!
반찬투정이 너무 심한 큰 조카는 끝내 저녁을 굶었다. 집에 가서 뭘 먹겠다고 다짐을 하고 갔지만 까먹고 잠들었다는 것.
오이 잘라서 팔뚝에다가 얹어놓았는데 너무 두꺼워서 김치 담가도 되겠다고 어무이께 한소리 들었다. 나름대로 얇게 자른 건데 말이쥐....
다음 날도 화기가 가라앉질 않아서 감자라도 갈아서 어케 해볼까 했는데 호들갑 떤다고 혼났다. 제일 신나게 놀았던 너는 아파도 싸다나 뭐라나. 흑... 열심히 논 그대, 제대로 아파라?
2. 아무튼 바닷가의 추억은 그렇게 저물고, 돌아온 집에서 나를 기다린 것은 장렬히 전사해 주신 컴퓨터였다. 형부가 하루 더 쉬는 김에 봐주기로 했는데 컴퓨터 두 대 다 도리도리, 가망이 없단다. 아, 우리의 인연이 여기까지구나. 크흑!
언니 노트북을 빌리는 것도 실패했고, 결국엔 본체만 새 걸로 다시 구입하기로 했다. Del을 골랐고 가격은 425,000원. 5개월 할부로 시원하게 긁어주셨다. 흑... 맘이 아포....ㅜ.ㅜ
오늘 설치했는데 이게 비스타라서 좀 시행착오가 있다. 프로그램도 와방 없어주셔서 이래저래 불편한 게 많다. 좀 더 써보고 영 안 되겠으면 다시 XP로 바꿔야지. 일단 인터넷은 확실히 빨라졌다. 그 동안 후진 컴퓨터로 고생 많았구나..;;;;;
3. 아침에 알라딘에서 전화가 왔다. 생소한 벨소리에 내 전화인 줄도 모르다가 한참만에 받아보니 특별한 요청을 하신다.
뭐냐면, KBS(라고 했던 것 같다.) TV 촬영에 중고샵 관련 인터뷰를 해달라는 요청. 호곡! TV라굽쇼????
내가 중고샵에 꽤 올인하고 산 것은 사실이고 할 말도 많다만, 그래도 영상 인터뷰는...ㅡ.ㅡ;;;;;;
아마 내 얼굴이 화면에 나가면 와이드 TV가 아닌 이상 양쪽 귀가 잘려 나올지도..;;;
하여간, 완곡하게 거절했다. 도움이 되면 좋겠지만 도저히 못하겠다니까요.(>_<)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전화를 받았을 테지? 전화 많이 안 하고 낙점(?) 되었기를.
4. 사람 마음이 참으로 간사한 게... 어제는 컴이 안 되니 종일 책을 보았는데, 어찌나 리뷰가 쓰고 싶던지...
근데 오늘 컴이 되니 다시 리뷰 쓰기가 싫어졌다. 이런 청개구리 같으니라고!
5. 올림픽 방송을 보면 참 씁쓸할 때가 있다. 열심히 또 열심히 운동을 해서 세계 무대에서 결승전까지 갔는데 그만 지고 말았다. 당연히 아쉽고 안타깝고 또 어떤 부분에선 억울함도 있겠지만, 그래도 세계2등이라면 정말 잘 한 것 아닌가? 왜 그렇게 선수들은 미안해 죽을라고 할까? 그 미안함을 강요한 것은 결국 국민들의 눈초리겠지만 참으로 씁쓸. 어디서나 순위 매기기에 너무 열을 올린다.
아마도 내 맘이 좀 더 편했더라면 올림픽 중계 방송도 좀 더 기분 좋게 봤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가시방석인데 그 눈부신 메달의 향연들이 달갑게 보여지질 않는다. 어저께 구인공고 올라왔던 개포동의 모 학교는 어제까지 계약기간 2.28이었던 것을 오늘 날짜로 12.31로 바꿨다. 그나마 계약 당일에 날짜 줄었다고 얘기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나? 그런 학교가 정말 부지기수라는 것!
월드컵 때 미순이 효순이 가족들은 그 뜨겁던 열기가 공포스러울 만큼 미웠을 듯하다. 60일을 단식하고도 끝이 보이지 않는 그 사람들... 결국엔 우리 이야기... 대한민국은 날이 갈수록 공포영화다.
6. 초등학교 4학년 때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라는 것을 했었다. 첫번째 메달이 아마도 레슬링에서 나왔던 것 같은데, 애국가가 올라갈 때 어렸던 나는 울었더랬다. 뭔가 감동적이어서. 선수도 울었을 것이고 그걸 보면서 나도 울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좀 어이가 없는데, 그때는 그런 감정들이 너무나 당연했다. 애국가 하니까 고현정이 생각나네....
7. 요새 준기가 참 좋다. 일지매의 영향이다. 뒤늦게 개.늑.시도 찾아봤다. 출연했던 작품 면면을 보니 작품 고르는 눈이 제법 있다. 인중이 뚜렷한데 관상에 대해선 모르지만, 굉장히 '의지'라는 게, '열정'이라는 게 읽힌다. 좀 독한면이 있다고 할까. 허영만의 "꼴"이 갑자기 보고 싶어지는구나....

8. 조카의 방학이 끝나가는데, 어디 더 다녀올 데가 없을까? 기왕이면 티켓을 붙일 수 있는 곳으로.
코엑스 아쿠아리움은 신용카드 영수증으로 입장권을 대신했다고 한다. 울 언니야의 난감한 표정..;;;;
그나마 처음 간 것도 아닌데 물고기가 무서워서 옆에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고 한다. 나도 겁이 많지만 너도 참 걱정이구나..;;;
9. 2주 전에 출산을 한 나의 지인은, 기어이 3주를 채울 때까지 샤워를 않겠다고 한다. 요새는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문가들이 말한다던데 고집을 꺾지 않는다. 흐음... 이렇게 습하고 더울 때 정말 고생이겠다. 울 조카야들은 모두 여름생이라 울 언니 고생 많이 한 생각이 난다. 젖몸살 앓을 때 그거 맛사지 해준다고 내가 고생했던 기억도 나는구나....
10. 하나 쯤은 비워두는 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