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주 화요일, 학교에서 마라톤 대회가 있었다. 과천 서울 대공원에 조성된 6.7km 코스. 비가 많이 와서 우산 쓰고 달려....가 아니라 걸었다.-_-;;

1등으로 달리던 녀석이 반환점에서 장렬하게 미끄러지더니 팔이 부러지고 말았다. 응급차에 바로 실려가는데, 철없는 것들이 힘들다고 자기도 싣고 가라고 응급차 앞에 두번이나 드러누웠다. 우잇(ㅡㅡ+++)

2. 그리고 그날 저녁, 출판사에서 일하는 지인을 만났는데, 또 다른 출판사 편집장님과 대화하는 것을 들으며 입이 쩍 벌어졌다.  주제 자체는 평범한 것이었는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내놓는 근거들이 고전문학의 사례, 거기에 쓰인 한자어 등등 어찌나 유식하던지... 난 맞장구만 치다가 왔다니까...;;;  페루 음식점에서 음료를 마셨는데 맛은 둥글레차였다나 뭐라나...

3. 주말 동안에는 둘째 조카와 큰 조카가 차례대로 장염에 걸려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토사곽란이랄까....;;;; 애들은 아파서 드러눕고, 식구들은 밤새 시달려서 잠 설쳐 드러눕고...

4. 이번 주 월요일.  중간고사의 시작. 두과목을 80분 동안 보는 감독을 했는데 앉으면 절대 안 되는 줄 알고 꼿꼿이 서 있느라 무장 힘들었다.  알고 보니 다들 앉아 있더라. 오늘은 85분짜리 감독. 내일은 90분짜리다. (두둥!)

5. 월요일에 '고야의 유령'을 보았다.  혁명의 광기 속에선 무고한 죽음도 무수히 많았을 것이고 억울한 사연도 참 많았겠지만, 그래도 그 희생으로 오늘날 선진국으로 살고 있는 나라들이, 새삼 부러웠었다. 민중의 손으로 임금의 목을 쳐내린 기억. 21세기 버전으로,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나탈리 포트만의 1인 2역 연기가 압권이었었지...)

6. 화요일에, 대학 동창을 만났다.  영어교육을 전공한 친구는, 어린이날 이집트로 출국한다. 코이카에 '한국어 교육'으로 지원해서 합격한 까닭이다. 아랍어 연수도 받았고 지금 2년 동안 살 짐을 꾸리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친구가 있는 2년 동안 나도 이집트 여행 해보는 게 소원이랄까...ㅎㅎㅎ

7. 시험기간에 부서별 회식 시간이 잡혀 있었다. 우리 부는 수요일에 한택 식물원에 다녀왔는데 안성에 위치한 그곳은 산 하나가 거대한 식물원이었다.  금강초롱꽃과 금낭화가 유달리 예뻤다.  휴대폰으로 몇 컷 찍었는데 눈으로 봤던 그 색이 전혀 안 나온다.





바오밥 나무도 보았는데 어린왕자 책 속 삽화가 진짜 같고, 내가 눈으로 직접 본 바오밥나무가 가짜 같았다. 근데 거기 온실 엄청 덥더라.  마음이 평안했다면 흙을 밟고 꽃을 보는 봄날이 참으로 아름다웠을 텐데, 사실 난 좀 지쳐 있었다. 그리고 그때, 친구로부터 문자 한통을 받았다.  전 날 아기 엄마가 되었다고.

8.  그래서 다음날인 목요일(어제구나)엔 산후조리원을 방문했다.  작년에 인천 사는 친구 집에 왕복 다섯 시간 걸려 다녀왔다가 장염으로 데굴데굴 굴렀던 스산한 기억이 미리부터 스쳐갔다.  위치를 모르겠다는 친구 말에 산후조리원에 연락을 해서 교통편을 물어봤는데, 전화 받으신 분이 설명을 잘못 해주셨다. 나야 알 리가 없으니 알려준대로 찾아가는데.... 버스 한 번에, 지하철 네번을 타고, 다시 버스를 한 번 탔더랬다. 내려서 버스를 물어봤는데 거기 마트 직원이 내리는 역 잘못 알려주시고....

버스에서 내려서 행인에게 길을 물으니 방향 잘못 알려주시고...;;;; 동네를 빙빙 돌다가 겨우 산후조리원 찾았다. 두시간 반 경과. 아... 이번에도 왕복 다섯시간이구나..ㅠ.ㅠ 전화로 길 안내 해주신 분을 만났는데 용모가 전녀옥 여사였다. 분노가 두배로 치솟았다는...;;;;

친구는 분만실에 들어가서 삼십분만에 아기를 낳았는데, 남편이랑 호흡을 맞추어 힘을 두번 주고 지쳐서 기진맥진했다가 다시 힘주려고 했는데 의사샘이 웬 시커먼 것을 들고 있더란다. 알고 보니 이미 아기가 나와 있었다고... 부부는 둘다 아기 나올 때를 놓쳤단다.  남들은 하늘이 노랗게 변할 때쯤 아기를 낳았다더라는데 자긴 별로 안 아팠더라나 뭐라나. 사실 비명도 한 번 안 질렀댄다. 세상에... 이런 산모도 다 있구나!

9. 지금 근무하는 내 자리는 두달 병가 내신 선생님 자리인데 선생님이 다음주로 복직하신다고, 오늘 연락을 받았다.  좀 더 쉬고 싶다고, 몸이 그닥 좋지 않다고 줄곧 말씀하셔서 당연히 더 쉬실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일이 좀 어긋났다.  당신은 몸이 너무 안 좋은데, 병명이 진단이 안 나온단다. 의사 소견서를 첨부해야 하는데 그게 준비가 안 되어서 부득불 복귀하신다고.  그렇다면 이번 달은 달랑 5일 근무한 게 되는 것이고, 그 기간 때문에 4대 보험이 다 빠져나갈 것이고, 지난 달 절반치의 식대가 빠져나가겠지? 세상에... 이번 달 우짜냐... 또 다시 실업급여를....(털썩...;;;)

10. 언니네가 일요일에 우리 집 맞은 편으로 이사 온다.  전세집을 구하기도 힘들었지만 수년 사이 턱이 빠져라 올라버린 전세금에 몸둘 바를 몰라 했다. 무려 살고 있는 집 전세금의 두 배였으니까.

그래서 대출을 받기로 했었는데, 계속해서 일이 꼬여버렸다. 뭔가 하나씩 틀어지더니 이번 주 월요일에 대출을 받으려면 한달은 기다려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세상에, 잔금 치르는 날이 며칠 남지도 않았는데 이런 날벼락이.  그래서, 시아버지께 도움을 청했더랬다.  현금은 갖고 계신 게 없는 분이지만 부동산이 수십억대의 자산이 있는 분인지라 어렵게 대출을 부탁한 것이다. 한달만 쓰겠다고...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젊은 부인(아마 네번째라지?)과 사시느라 자식 사는 모습엔 도통 관심도 없으신 분인지라 큰 기대는 안 했지만, 참 너무하다 싶었다. 세상엔 저런 산모도 있고, 이런 부모도 있다.

돈 구하느라 백방으로 뛰는 언니 대신 조카를 돌보다가, 나도 촛불집회를 가야 하는데... 했다가 엄마한테 욕을 바가지로 얻어 먹었다.  사실, 그렇다.  나는 언니가 안타깝고 가엾고 서글펐지만, 미친소를 먹어야 하는 이 나라의 현실이 걱정될 만큼의 여유는 있었던 것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언니로서는 미친소와 뇌송송구멍탁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정말 가난한 서민들은 미친 소라도 먹으면서 힘내어 하루의 노동을 감당하며 살아야 한다. 그러니까, 이번엔 진짜 막아야 한다.(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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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8-05-02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번 보니까 고등학교 내내 이맘때쯤 교내마라톤대회를 했던 생각이;;
혹 마노아님이 제 모교에서 근무하고 계신 걸지도 ㅎㅎㅎ
그나저나 이래저래 일이 많으셨군요
이 놈의 나라는 어찌 돌아가는 건지 책상 앞에서도 한숨만 푹푹.

마노아 2008-05-02 22:28   좋아요 0 | URL
이매지님도 마라톤을 해보셨군요. 요새는 고등학교에서 많이 하나봐요. 근데 저 있는 학교는 남고라는 거..;;;;;;
죽어라 공부해서 시험 패쓰했는데 몇 년 뒤 죽어야 한다... 이렇게 상상하면 너무 끔찍하잖아요? 그러니까 우린 반드시 이겨야 해요(>_<)

순오기 2008-05-02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일이 많았군요.
바오밥나무 실제로는 본적이 없어서...
고야의 유령~ 꼭 봐야겠어요.

마노아 2008-05-02 23:37   좋아요 0 | URL
이주 동안 써야지 써야지 하던 페이퍼를 몰아서 썼어요.
내내 조카들이랑 씨름하느라 통 시간이 안 났거든요^^;;;;
바오밥나무가 저기 밖에 없다고 하는데 전 예전에 어느 곳에서 봤던 기억이 나요.
근데 요 식물원은 첨 가봤는데 이상해요..;;;

hnine 2008-05-02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친구랑 마주 앉아 있다면 3-4 시간은 걸려 할 얘기들이네요.
한택식물원은 저도 가봤어요. 바오밥 나무도 생각나네요.

마노아 2008-05-02 23:38   좋아요 0 | URL
쓰는데도 네시간인가 걸렸어요. 중간중간 조카랑 노느라구요^^ㅎㅎ
바오밥나무가 눈앞에 탁! 있으니, 어쩐지 어린왕자가 더 멀게 느껴진 기분이었어요.

2008-05-03 0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03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turnleft 2008-05-03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파란만장 하시군요 ^^;;

마노아 2008-05-03 20:17   좋아요 0 | URL
본의아니게 그렇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