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때 아르바이트 할 때 비디오 테이프와 만화책을 많이 모았다.

꼭 갖고 싶었던 책이거나 정말 재밌거나, 하여간 갖고 있음으로 뿌듯했던 내 책과 비디오들.

아무리 감명깊게 읽은 책도 다른 책 읽기 바쁘단 핑계로 두번을 잘 안 보면서, 꼬박꼬박 소장해야 한다고 바득바득 우기며 살았다.

그러니 그 비디오들을 다시 보게 될 리가 만무.

그리고 지금은 비디오 세대가 아닌지라, 애써 소장하던 비디오 테이프들은 오랜 시간 흘러 먼지 타고 녹슬고 제 기능을 못하고, 나도 더 이상은 그것들에 미련을 갖지 않는다.  더 좋은 음질과 화질에 부피도 얇아진 새 매체가 등장한 지 오래이니.

어제 오늘 책장 정리를 주르륵 하다가 갖고 있던 비디오 테이프들은 몽땅 버리려고 내다 놨다.

쟁여 두었던 알라딘 상자가 비디오 테이프 운반용으로 쓰였다.

몇몇 만화책들도 버리려고 분류해 놨다.  그때는 재밌다고 모았지만, 지금은 내용도 기억나지 않고, 어떤 책은 왜 샀는지 나도 이유를 모르겠을 그런 책들. 

그렇게 한쪽으로 버릴 것들을 분류해서 쌓아놓고 보니 허무해진다.  결국엔 아무 짝에도 소용없어질 많은 것들을 얼마나 이고 지고 살아온 것일까.

서재 이름은 비우고 채우자!라고 해놓고, 정작 비우지도 못하고 채우지도 못하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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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09-01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를 자주 다녔던 경력 때문인지 저는 버리기의 명수랍니다. 버리기 전에 쓸만한 사람 있으면 주는 것이 더 좋은데, 우리 나라는 남이 쓰던 것 받는 것을 좀 꺼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주기도 조심스러워질 때가 많더군요. 오늘도 제 아이 어릴 때 보던 책 두 박스나 처분했습니다.

마노아 2007-09-01 21:44   좋아요 0 | URL
전 이사 엄청 많이 다녔는데 그때마다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고 정작 책장에 꽂아서 보질 못했어요.
정말 미련스런 경력이에요ㅠ.ㅠ

라로 2007-09-01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사는거지요,,,(오늘 좀 관조적인 모드였슴돠.)

마노아 2007-09-01 23:33   좋아요 0 | URL
그렇게들 살고 있지요^^;; (저는 오늘 자숙 모드야요~)

마늘빵 2007-09-02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테잎은 많이 버렸어요. 그래도 걸러걸러 가지고 있지만, 들을 일이 없네요. -_-

마노아 2007-09-02 12:40   좋아요 0 | URL
카세트 테이프는 들을 수 있는 기기가 몽땅 망가져서 이젠 유물이 되어버렸어요. 비디오 테이프는 비디오에 돌리면 되지만, 그렇게 해서 보아지질 않더라구요..;;;

순오기 2007-09-02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좋은 것들이 자꾸 나오니까 아무리 좋다고 두었어도, 케케묵은 것에 손길이 가지 않지요.
그래서 또 버리고~ 허전하니까 또 채우고~그렇게 사는 거지요 뭐!! ^*^

마노아 2007-09-02 17:04   좋아요 0 | URL
헤어나지 못하면서 또 다시 욕심의 굴레에 빠지는 것 같아요.
집착인 줄 알면서, 거기서 또 자기만족을 느끼는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