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때 아르바이트 할 때 비디오 테이프와 만화책을 많이 모았다.
꼭 갖고 싶었던 책이거나 정말 재밌거나, 하여간 갖고 있음으로 뿌듯했던 내 책과 비디오들.
아무리 감명깊게 읽은 책도 다른 책 읽기 바쁘단 핑계로 두번을 잘 안 보면서, 꼬박꼬박 소장해야 한다고 바득바득 우기며 살았다.
그러니 그 비디오들을 다시 보게 될 리가 만무.
그리고 지금은 비디오 세대가 아닌지라, 애써 소장하던 비디오 테이프들은 오랜 시간 흘러 먼지 타고 녹슬고 제 기능을 못하고, 나도 더 이상은 그것들에 미련을 갖지 않는다. 더 좋은 음질과 화질에 부피도 얇아진 새 매체가 등장한 지 오래이니.
어제 오늘 책장 정리를 주르륵 하다가 갖고 있던 비디오 테이프들은 몽땅 버리려고 내다 놨다.
쟁여 두었던 알라딘 상자가 비디오 테이프 운반용으로 쓰였다.
몇몇 만화책들도 버리려고 분류해 놨다. 그때는 재밌다고 모았지만, 지금은 내용도 기억나지 않고, 어떤 책은 왜 샀는지 나도 이유를 모르겠을 그런 책들.
그렇게 한쪽으로 버릴 것들을 분류해서 쌓아놓고 보니 허무해진다. 결국엔 아무 짝에도 소용없어질 많은 것들을 얼마나 이고 지고 살아온 것일까.
서재 이름은 비우고 채우자!라고 해놓고, 정작 비우지도 못하고 채우지도 못하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