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가수들의 조로(早老)현상이 심각한 것 같아요. 마흔을 넘기기가 쉽지 않죠. 롤링스톤스나 로드
스튜어트 같은 가수가 성황리에 전미투어를 하는 걸 보며 무척 부러웠어요. 40대 가수도 젊은 가수 못지 않은 투지와 열정, 체력으로 멋지고 와일드한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다음달 12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갖는 콘서트에서 '40대 가수'의 투지와 열정을 한껏 과시하겠다는 가수 이승환(42.사진). 여전한 동안(童顔)덕분에 40대라는 말이 다소 어색하게 들리지만 이번 공연에 임하는 그의 자세는 그만큼 신중하고 또 호기롭다.
"혹시 공연 직전 맹장이 탈날까봐 차라리 미리 떼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했어요. 의사에게 그렇게 말했더니,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더군요. 하하."
'환타스틱'이라 이름붙인 이번 공연이 자신의 18년 음악인생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4집 앨범 '천일 동안'(1995년), '무적' 투어콘서트(1999년)에 이어 또 한번 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매니어적 성격이 짙었던 기존 공연과 달리 이번 공연에서는 히트곡 위주의 대중적인 공연을 하겠다고 말했다. 대신 꽉 찬 사운드와 업그레이드된 무대 연출로 기존 매니어들의 입맛도 만족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현악 연주.안무.사물놀이.서커스.퍼포먼스 등을 위해 무대에 등장하는 인원은 무려 70명. 8집 앨범에 참가했던 미국의 유명드러머 케니 아르노프가 무대에 오르는 것도 그에게는 큰 힘이 될 듯하다.
"'기다린 날도 지워진 날도' 같은 1, 2집 히트곡들은 미숙할 때 만든 노래라고 생각해 잘 부르지 않았는데, 작년 연말 공연 때 불렀더니 30대 중반 여성 관객분들이 좋아하시더군요. 내 기준에만 맞춰서 선곡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공연에서 '좋은 날'을 원곡 느낌으로 부를 겁니다. 거의 13년 만이죠."
요즘 그의 삶의 신조는 '불행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 그는 "그런 기조 때문에 대중이 내게 원하는 슬픈 감성의 발라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