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 출신 여성, 생활고로 벌금 90만원 내지 못해 주민등록 직권말소 돼

생활고로 벌금을 내지 못해 주민등록이 말소된 30대 여성이 영양실조로 숨진지 며칠 만에 발견돼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27일 새벽 1시 18분쯤 서울 마포구 상수동 나모(30) 씨의 지하쪽방. 나 씨의 친구 김모(29) 씨는 며칠간 연락이 되지 않는 친구를 찾았다.

숨진 지 2, 3일 만에 발견 돼

하지만 아무리 방문을 두드려도 방안에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고 창문을 통해 방안을 들여다 본 김 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갈비뼈가 드러나 보일정도로 앙상하게 뼈만 남은 나 씨가 온몸이 썩어 파란색 반점이 생긴 채로 쓰러져 있었던 것.

김 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조사결과 나 씨는 이미 2, 3일 전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상태였다.

전국을 전전하던 고아출신 여성의 기구한 삶

동생 나 씨의 사망소식을 듣고 급하게 달려온 나 씨의 친언니는 나 씨가 이미 7년전부터 폐결핵을 앓아왔다고 말했다.

특히 나 씨는 벌금 90만원을 내지 못해 수배중인 상태에서 주소지를 등록하지 않아 주민등록이 말소된 상태였다.

언니 나 씨는 "2살 때 어머니가 가출한 뒤 고아원에서 고등학교까지 자란 동생이 그동안 변변한 직업없이 술집종업원 등으로 전국을 전전하다 지난 2003년 전주에서 주민등록이 말소됐다"고 말했다.

또, 친구 김 씨는 "나 씨가 몸이 아파 생활비를 벌 형편도 못 돼 자신을 포함한 친구 4명이 한달에 10만원씩 내 겨우 생계를 유지해 왔다"고 진술했다.

주민등록 말소자라 기초생활보호도 받지 못해

경찰은 "나 씨가 중병을 앓으면서도 주민등록이 말소돼 국민기초생활보호비는 물론이고 변변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영양실조 때문에 폐기능이 정지돼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추운 겨울, 벌금 90만원 때문에 '주민등록 말소' 즉, 국민으로서의 책임은 물론 권리까지 국가에 의해 부정 된 한 젊은 여성이 쓸쓸하게 최후를 맞은 2006년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CBS사회부 임진수 / 윤지나 기자 jsl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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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2-27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한민국의 현주소.ㅡ.ㅡ;;;

마노아 2006-12-27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정말 추운 소식이죠. 오늘 수요일인지라 집이에요. 아직 퇴근 전이에요?

비로그인 2006-12-27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뉴스로 접하고 충격 받았어요.
너무 안타까워요.

마노아 2006-12-27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님을 좀 더 자주 볼 수 있게 되겠군요^^
승연님, 너무 안타까운 일이죠. 황당을 넘어서 끔찍해요. ㅠ.ㅠ

Heⓔ 2006-12-27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가족부라는 곳에서 흥청망청 쓴 돈이..저런 분들에게 가서 사용되었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한쪽에선 돈이 남아돌아 엉뚱한 곳에 돈을 내다버리고...
한쪽에선 벌금낼 돈이 없어 기초생활보호도 못 받고...참...

마노아 2007-01-01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eⓔ님, 아까 작게작게님 서재에서 뵈었던 것 같은데 여기서 보게 되었어요. 반갑습니다^^
90만원이 없어 주민등록이 말소되는 판국이라니, 너무 하지요. 읽지는 못했는데 "생사불명 야사르"가 떠올라요ㅡ..ㅡ;;;
이런 불합리하고 서러운 일들이 더는 없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2006-12-27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짱꿀라 2006-12-27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한국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습니다. 너무한 대한민국에서 슬슬 살기 싫어질라고 하네요.

마노아 2006-12-28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맞군요^^ 내일 쏘겠습니다~ 기다리셔용^^
산타님,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오매불망 원하고 있어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