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릭 백작 리처드 네빌 - 장미전쟁의 킹메이커
찰스 오만 지음, 이지훈.박민혜 옮김 / 필요한책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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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국 중세 역사에서 새로운 튜더 왕조를 열게 되는 시발점이 되는 장미 전쟁이 시작되는 배경과 장미전쟁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워릭 솔즈베리 백작 리처드 네빌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장미전쟁을 배경으로 리처드 네빌 백작의 활동을 서술하고 있다: 프랑스와의 백년 전쟁이 진행되던 15세기 무렵부터 백년 전쟁이 끝나고 피폐해진 영국의 삶과 재정적 악화로 인한 전국적인 소요와 분쟁을 구실로 요크가의 랭카스터 가문에 대한 공격으로 시작된 장미 전쟁과 에드워드 4세의 등극 후에 토사구팽당하는 워릭 백작의 반격과 죽음까지를 17개 단원에 걸쳐 다루고 있다.

 

영국 역사에서 벌어진 장미전쟁은 왕실 가문 안에서 권력을 놓고 친족끼리 다툰 혈투이다. 이 책의 주인공 워릭 솔즈베리 백작 리처드 네빌에게는 잉글랜드 왕(헨리 6세와 에드워드 4)이 사촌 동생이었던 셈인데, 요크가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

사촌 간의 결혼을 통한 혈통 유지와 왕위 계승 문제가 얽혀 있어서 좀더 복잡하게 보이지만, 한국의 독자 입장에서는 조선 시대 왕위 계승을 둘러싼 골육상쟁의 반정 쟁탈전에 익숙한 부분이 있다.

특히, 장미 전쟁을 소재로 한 문학과 드라마/영화 작품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위기와 배신, 극적인 역전으로 이어지는 친숙하게 느껴지는 내용 전개도 있다.

특히, 이 책에서는 15세기 당시의 잉글랜드 사회 계급의 역할이나 사회 관습적인 내용도 서술되어 있기 때문에, 중세 영국 역사와 문화에도 접근할 수 있게 만든다: 예를 들면, 15세기의 잉글랜드 봉건제도에서는 영주 단위로 기사와 용병 수준의 계약을 통해 사병을 모집하여 전투를 벌였다든가, 당시에 이미 시민과 소지주 그리고 소영주의 젠트리 계급이 구분이 나누어져 있었다든가 하는 사실이나, 당시 보병과 기병의 무기와 모습, 전투의 형태와 방식까지도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전반적으로 15세기 영국 장미전쟁 시기를 배경으로 중세 사회의 역사와 사회, 문화, 정치, 군사적인 모습을 세부적으로 알 수 있도록 서술한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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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전쟁, 최강 기마대의 기록 -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기마대와 영웅들의 이야기
채준 지음 / 렛츠북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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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류 역사상 강력했다고 알려진 기마대에 관한 역사적 사실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지역과 역사적 시기 별로 나누어 순차적으로 출현했던 강력하다고 알려진 기마부대의 발자취를 따라 서술된다: 한반도의 기마대; 유럽-아프리카-중동의 기마대; 십자군 기마대; 아시아-아메리카의 기마대; 몽골 기마대.

 

이 책에서 언급되는 기마대의 흔적과 모습은 다양한 자료들에 근거하여 찾아서 재구성하고 있는데, 방대한 시기와 다양한 지역을 포함하고 있다. 신화부터 시작하여 최근의 20세기초까지 거의 인류 역사 전체를 통틀어 존재했던 기마대의 흔적을 다루고 있다.

각 시대 별로 개발되어 사용된 말과 관련된 도구나 각 지역 별로 육성된 말의 품종이나 각 시기 별 기마대가 조직되는 구성과 운영 방법이, 각 나라의 정치/경제/사회적 배경과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달라지는 모습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다.

책에서 포괄하고 있는 역사적 시기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서술 내용이 기마대에 관한 주제이기는 하지만 거의 대부분 기존의 역사서의 서술과, 특히 전투나 무기 관련 부분은 전쟁사의 서술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기존의 역사 서적이나 전쟁사 서적과 비교하자면, 전투나 전쟁에 대한 규모나 묘사는 정확한 역사 기록이 없어서 대부분 추정에 기반하여 서술되어 있어서 단정적인 서술이 없는데, 이 책에서는 과감하게 세부적으로 묘사되는 부분이 많이 나온다.

다만 좀 특이하다고 느끼는 점은, 이 책이 참조하고 있는 문헌 중에는 역사학계의 정통 역사서도 포함되어 있지만, 소위 역사 소설이라고 분류되는 논란거리가 되는 서적들도 열거되어 있다는 점이 좀 놀랍다.

또 한가지, ‘기마대만을 주제로 다루는 역사 책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매력적인 주제임에는 틀림없다. 말의 생물학적 특성이나 조련 방법에 특화된 기마 부대를 운영 방식이나 기마 부대 편성과 관련된 보다 구체적이고 경제적인 관점에서 다루는 내용이 포함되었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예를 들면, 몽고군 망구다이에서 사용했던 몽골말의 습성이 자연적이 아닌 엄격하고 혹독한 훈련을 통해서 길러진다는 조련 방식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왜 서양의 대형 말 품종에 비해 초라하고 볼품없는 몽골말이 실제 전투에서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는지가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소감은 흥미로운 내용이지만, 아쉬움도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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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의 설계자들 - 1945년 스탈린과 트루먼, 그리고 일본의 항복 메디치 WEA 총서 8
하세가와 쓰요시 지음, 한승동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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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차 세계 대전 시기 아시아에서 벌어진 태평양 전쟁의 개시와 종전까지 주요 전쟁 당사자국인 미국, 영국, 소련, 중국, 일본이 정치/외교/군사적으로 치열하게 펼친 논의, 조약과 회담, 군사작전에 대해 각 국의 정부와 지도자의 입장과 관점에서 배경과 과정을 서술한 책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2차 대전 시기 동안 전개된 사건들을 크게 7단계로 나누어 각 단계에서 나타난 주요 사건들에 대해 각 국이 처한 사정과 결정을 단원의 내용으로 기술하고 있다: 2차 대전 개전 당시의 미국, 소련, 일본 3국의 관계와 태평양 전쟁 개시; 소련 참전 결정과 원폭 사용에 관한 회의; 일본의 종전을 위한 협상 회의; 원자 폭탄과 포츠담 선언; 원폭 투하와 소련의 참전; 일본의 무조건 항복 수락과 과정; 일본의 항복 선언 이후 연합군 통치와 소련의 쿠릴열도 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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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 특히 아시아에서 벌어졌던 태평양 전쟁의 기원과 전개, 그리고 마지막 전쟁 종료에 이르기까지 전체 기간에 걸쳐, 주요 참전 강대국의 입장과 관점, 그리고 주요 결정에 이르는 내부적인 논의 과정과 배경을 자세히 보여주는 책이다: 각국이 처한 내부의 정치적/군사적 상황과 자국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와 이익, 그리고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분석하고 구사한 외교 전략과 교섭들이 그대로 묘사된다.

특히, 저자가 비중 있게 다루는 내용은 미국의 원폭투하와 관련된 배경과 소련의 일본 쿠릴 열도 점령 과정이다: 저자에 따르면, 원폭 투하는 막을 수 있었던 일본 정부의 늦은 대응 문제이며, 소련의 소위 북방 영토점령은 불법 점유 성격의 문제라는 것이다.

한편, 저자가 내리는 태평양 전쟁 관련 의견은 일본 측 역사가와 대중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소련이 보다 빨리 혹은 늦게 대일 전쟁에 참전했더라면, 혹은 포츠담 선언 내용을 보다 일본 완화적으로 만들었더라면 원폭투하 자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과 원폭투하라는 행위 자체가 과연 연합국의 미국측이 선전포고에서 내세운 정의로운 전쟁의 수단으로 합당한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선전포고 없이 일방적으로 감행한 진주만 공습부터 일본이 벌인 태평양 전쟁 동안의 공격 행위가 비난 받아 마땅하다는 점과 일본 정치인중 아무도 태평양 전쟁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동시에, 미국의 원폭투하를 선량한 일본 시민들의 희생을 근거로 무자비하고 부도덕한 공격행위로 비판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일본이 전쟁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라는 일부 시각을 일본 내에서 만들게 된 책임이라는 주장에 비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역사에는 가정이 없지만, 저자가 생각하는 태평양 전쟁 역사의 교훈은 좀 쌩뚱맞아 보인다: 마치, 가해자가 더 큰 가해자에게 맞아서 피해자라고 우기고 더 큰 가해자가 자신을 때린 방법이 정의에 어긋난 방식이라며 이를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식의 주장처럼 황당하게 들린다. ‘반인륜적 폭력을 그치게 하는 방법이 자의적 종료와 타의적 종료, 2가지 중에 어느 것이 유효했을까하는 질문을 생각한다면, 해답은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본다.

오늘날 여전히 한반도를 둘러싸고 한반도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대국들이 과거 태평양 전쟁 과정에서 자국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치열하게 벌였던 작업들 속에서 전쟁의 긴박감이 그대로 전달되며, 국제 관계 속에서 국가의 이익이 의미하는 바와 국제 관계의 냉혹함이 주는 교훈과 가르침은 여전히 유효함을 알게 된다.

국력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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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현 2019-04-22 2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좋은 책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하세가와 쓰요시의 책과 관련된 도서인 『8월의 폭풍』의 역자입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75357299

하세가와의 책이 소련의 대일전 참전을 둘러싼 당시의 국제정치적 상황을 심도 있게 고찰하고 있다면, 『8월의 폭풍』은 하세가와 책이 비교적 간략하게 다루고 있는 소련의 대일전 참전에서 소련군이 수행한 군사작전을 상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8월의 폭풍』은『종전의 설계자들』의 참고문헌이기도 합니다.

『8월의 폭풍』을 『종전의 설계자들』과 같이 읽으신다면 더 많은 도움이 되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제가 번역한 『8월의 폭풍』도 언젠가 소개해주시고 서평을 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순응과 전복 - 현대 한국 영화의 어떤 경향
김영진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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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00년대 이후 활약한 한국영화 감독들의 영화에 대해, 영화 이론의 장르적 특성과 감독의 스타일과 전략을 중심으로 비교하여 평가한 영화평론집이다.

저자는 1990년대 중반 영화잡지 [씨네21]의 창간 회원으로 활동했었던 영화평론가 김영진 교수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영화감독들은 주로 200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활동 중인 감독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1960년대부터 1990년대에 이르는 한국영화사에 등장했던 감독과 영화들도 간략하게 소개가 된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영화 장르의 특성과 문법을 기준으로 삼아, 각 영화 감독들의 영화에서 나타나는 장르적 속성과 의미를 분석하고 해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장르와 작가의 한국식 변용 모델; 전통의 단절의 부활; 장르와 인과율의 타협과 탈피; 장르 관습에 대한 순응과 저항; 의식의 장르; 장르의 해체; 형식적 변화; 한국 영화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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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순응전복이다. 압축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책의 내용상 영화 장르와 문법이나 관습에 대한 2000년대 한국 영화감독들의 수용 태도와 사용 방식을 저자가 가리키는 단어이다.

여기에서 다루는 감독 중에는 웬만한 감독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창동,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등이 거론된다.

우선, 영화 비평의 특성 상 지극히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하고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영화를 보고 감상하는 방식은 보는 사람 각자의 환경이나 지식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하게 느끼고 평가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정해진 규칙이나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 감상과 평가에 대한 내용은 크게 보자면 2가지 측면을 다루게 된다: 영화 작품을 만든 감독의 입장과 감독이 만들어 제공한 영화 작품을 바라보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관객의 입장이 존재한다. 다만 관객이 느끼기에 쉽게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과 감독이 의도했던 영화 속 상징적인 표현에 대한 구체적인 의미와 관련 지식을 일깨워주는 감상 평가는, 소위 말하는 평론과 대중성을 모두 겸비한 훌륭한 비평이라고 간주된다. 그만큼, 전문적인 영화 이론적 평가와 대중적인 정서를 균형 있게 대변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런 면에서, 이 책에 실린 영화 비평이 하나의 개인적인 평가이며 동의와 부동의를 유발하는 글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쉽게 느껴지는 점은 2가지이다: 영화 비평을 오직 영화이론과 문학의 장르 이론에만 기반하여 영화를 분석하고 해석하려 하는 저자의 한정적인 영화비평 방법론과 저자가 보여주는 역사 인식의 한계와 영화 이외의 정치, 사회, 경제적 배경 지식의 빈약함이다:

-      저자가 생각하는 영화라는 매체는 이미지와 사운드가 결합된 강렬한 인상을 전달하는 매체에 불과하다는 기본적인 틀은 매우 좁은 범위의 영화의 이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영화의 특성인 화면 구도나, 카메라 움직임, 의상이나 소품, 영화 음악이나 심지어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언급되지 않고, 오로지 내러티브(이야기 서술) 중심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고 해석한다. 저자가 구사하는 내러티브 중심의 영화분석법은 문학 비평에서 자주 사용되는 방식이라서, 특히 이창동 감독 스타일처럼 문학적 메타포가 주로 사용된 영화를 분석하는 데에는 매우 유용하지만, 그 이외의 서사적 영화에는 적합해 보이지 않는다.

-      또한, 과거 역사적 사건들의 전개가 반드시 원인과 결과의 논리로 서술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역사 인식은, 역사학에서 말하는 과거의 사건을 현재의 내가 해석하는 교섭을 통해 파악해야 한다는 명제를 너무 적극적인 태도로 받아들인 나머지, 정치, 사회, 경제적 사건들의 의미와 영향은 배제된 채, 영화사적인 범주 안에서만 머물게 된다. 1998 IMF 외환 위기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불어닥친 한국 사회의 영향, 2002년 이후 개방된 일본 문화의 수입으로 인해 확장된 문화적 다양성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으면, 2000년대 이후부터 한국 영화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과 무기력’, ‘붕괴된 가정과 사회적 질서의 해체’, ‘기존 사회 문화적 관습에 대한 조롱과 희화화란 주제와 표현의 배경을 이해할 수 없다.

또 한가지, 충무로 소속의 영화제작사와 작업하는 이른바 메이저 영화감독들만 다룬다는 점도 아쉬움이 남는다: 1999년 한국영화 역사상 최초로 칸 영화제 단편 부문 대상을 받았던 송일곤 감독처럼 비주류 감독이나 해외에서 호평을 받은 고양이를 부탁해(2001)’를 만든 정재은 감독이나 최근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의 임순례 감독처럼 여성 감독에 대한 언급조차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아쉽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영화의 경향 중에 일부 메이저 상업영화 감독들을 대상으로 다룬 영화 비평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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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교토의 오래된 가게 이야기 - 세월을 이기고 수백 년간 사랑받는 노포의 비밀
무라야마 도시오 지음, 이자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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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 교토 시에서 최소한 3대 이상 대를 이어 2019년 현재 운영중인 상점 10개를 선별하여, 각 상점의 역사와 특성, 현재 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한 경영에 관한 노하우와 유지를 위한 노력들에 대해 살펴본 책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상점들의 업종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으며, 각 상점마다 갖고 있는 상점의 유래와 창업자에 관한 이야기, 상점만이 가지고 있는 특색, 현재 상점을 운영중인 사장으로부터 듣는 노포의 경영 원칙과 가치관, 그리고 향후 미래에 대한 전망과 비전을 담아내고 있다: 초밥 집, 목욕탕, 술도가, 전통 베이징 요리, 숙박업소, 카페, 사탕가게, 도장가게, 서점, 소바 가게.

이 책에서 소개되는 노포들은 업종도 다르고, 경영자마다 전혀 다른 성장 배경과 경영 철학을 가지고 있지만, 공통적이거나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점들이 몇 가지 눈에 띈다:

우선, 오랜 전통의 노포의 가업 승계를 자발적으로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물려 받았다는 점이다. 어느 누구 하나 억지로 가족 구성원의 강압에 못 이겨 내몰리듯 최고 경영자 자리를 맡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적극적인 의지가 있다는 것이 중요한데, 단순히 전통가업을 승계한다는 것이 명예롭거나 자랑스럽다는 이유에서가 아니라, 급변하는 세상과 경제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포가 가진 전통의 힘과 승계자의 능력을 합쳐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창조하여 불황 속의 위기를 극복하려 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혁신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한편, 상점이 성황 중일 때, 욕심을 부려 상점의 규모나 업종의 확장을 과도하게 추구하지 않는 대신 현재의 한계 내에서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만족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포 상점의 후계자들이 내어 놓는 경영 철학과 인생의 교훈이 담긴 조언들은 가슴으로 느껴지고 마음으로 전달된다: ‘사람에게는 나이에 맞게 주어지는 역할이 있다(p.43)’, ‘기술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훔치는 것(p.112)’, ‘실패한 것은 똑 같은 일로 만회하라(p.195)’, ‘유머러스한 그림의 탄생 뒤에는 다양한 기술과 아낌없는 수고가 감춰져 있다는 것(p.252)’.

노포의 창업과 관련되어 일본의 근대 역사와 교토 지방의 문화적 특성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에도 시대와 메이지 시대, 다이쇼 시대, 소화 시대를 거치는 동안 발생했던 사건과 사회적 변화를 직접 체험하며 노포 상점을 운영해나갔던 역대 전임 사장들의 이야기는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교토의 역사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편, 신도나 불교, 오봉과 마츠리 같은 일본의 문화적인 특성들도 친절한 주석과 함께 기술되어 있으며, 교토만의 음식이나 기질 같은 특성을 다른 도시와 비교하여 설명하는 것도 교토의 특징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일본 문화와 역사 속에서 자라난 노포의 이야기를 통해 교토의 특성을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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