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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ㅣ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5년 8월
평점 :

*** 이 글은 책콩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이 책은 인류의 세계사에서 13가지의 식물들이 지역과 국가를 넘어
영향을 끼친 구체적인 사례들을 역사와 식물생태학적인 측면에서 설명하고 소개하는 교양 식물 역사학 서적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13가지의 식물(감자, 토마토, 후추, 고추, 양파, 차, 사탕수수, 목화, 볏과 식물과 밀, 벼, 콩, 옥수수, 튤립)의 인류 역사에서 국가 간의 무역의 주요 대상으로 등장하게 되는 시기의 사회와 문화적 배경을 살펴보고 식물 생태학적으로
특정 지역에서만 발달하게 되는 생장 특징과 소비되고 유행하는 문화들을 기술하고 있다.
저자는 일본 시즈오카대학의 아나가키 히데히로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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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에서 문명이나 문화의 전파의 일환으로 식용 식물이나 식량의 전래도 포함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전파
경로에만 관심이 집중되지만 식물의 수용과 관련 문화의 형성 과정 자체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예를 들면, 지금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매운 볶음면의 소스인
고추는 아시아가 아니라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였음에도 서양인들로부터 버림을 받았고, 아시아인들의 주식으로
먹던 콩이 20세기 들어 세계 대공황 이후부터 서양인의 주식도 아니던 콩의 세계 최대 생산 지역이 북미지역이
되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심지어 식물 무역 때문에 국가 간의 직접적인 전쟁도 일어나기도 하고, 심지어
전쟁이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마치 전쟁을 치렀던 것과 같은 국가 경제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중국 청나라로부터 일방적인 홍차 수입으로 막대한 무역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아편을 판매하여 결국
전쟁까지 치르게 되는 영국, 열생 튤립의 유행 때문에 국가 경제 체제와 축적한 부가 붕괴되어 평범한
국가로 전락해버린 네덜란드가 있고, 대항해의 시대와 무역의 시대를 열게 만드는 후추 무역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13가지 식물 중에서 비교적 근래 시기에 가장 영향력 있게 등장하는 식물을 꼽자면 5개 식물 감자, 후추, 차, 사탕수수, 목화 정도가 아닐까 싶다:
후추와 감자가 인간의 식욕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생존의 영역이라고 본다면, 차, 사탕수수, 목화는 오로지 경제적 이익을 목표로 폭력과 전쟁까지 동원하는
욕망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내용은 원산지로부터 전파된 식물이 새로운 지역에 수용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문화 현상을
지적하는 부분이다:
고추가 동아시아에 전파되지만 전세계 유일하게 고추를 발효시켜 고추장으로 만들어 먹는
한국, 녹차 잎을 발효시키고 녹차 잎을 가루 형태인 말차로 만들어 먹는 일본, 식물 생태학적으로 악조건 환경에서 잘 자라는 감자가 유럽 전역에 퍼지게 되면서 공통적으로 유럽국가들마다 대표적인
요리마다 감자 재료가 빠지지 않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전반적으로 보면, 식물과 관련된 인류 역사의 흐름에 실질적인 동인으로
작용하였었던 숨겨진 역사와 사회 문화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생물학적인 사실들과 함께 소개하는 교양 식물학과 역사학 통섭 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