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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경제적 결과
존 메이너드 케인스 지음, 박만섭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11월
평점 :
이 책은 세계 1차 대전의 파리평화회의의 성격과 진행 과정, 파리평화조약의 내용에 대한 고찰과 분석을 통해 조약의 문제점과 유럽과 세계에 대한 전망을 담은 책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크게 4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쟁 이전의 유럽 배경; 파리평화회의 설명; 조약 내용의 설명과 분석; 문제점과 대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20세기 위대한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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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입장에서 세계 1차 대전에 관련해 미국의 우드로 윌슨 대통령과
3.1 독립 운동과의 연관성 위주로 관심이 있지, 나머지
상세한 내용은 접할 기회가 없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세계 1차 대전의 전후 처리를 위한 파리 평화 회의에 직접
참석한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가 자신의 경험과 지식에 기반하여 회의 진행 과정과 조약 내용에 관한 분석과 판단을 담고 있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파리평화회의가 가진 2가지 특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파리평화회의의 성격이 실제 조약
내용의 성질에 대해 다루고 있다:
우선, 파리평화회의 성격 자체가 1차
세계대전의 최종 결과로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전쟁이 진행되는 도중에 어느 쪽도 명백한 항복 선언없이 미국 윌슨 대통령의 평화조약 조건과 휴전
합의 원칙에 근거한 평화 협상을 목표로 시작된 회의 차원이었다는 점이다.
두번째로 문제가 가장 본질적으로 심각한데 조약 내용의 성격과 관련 있다: 케인즈의
표현대로 패전국 독일에 대한 혹독한 징벌적 전쟁 피해 배상인가 아니면 승전국이 지켜야 하는 도덕과 정의의 원칙에 근거해 새로운 질서를 실천해야
하는 가의 선택 차원의 문제라는 점이다.
첫번째 문제는 회의 당사자, 특히 슈퍼파워 4개국의 최종 결정권자들이 진행한 회의의 진행 과정과 방식에 있다:
사실상 프랑스 주도로 이루어진 파리 평화 회의 협상의 주요 내용은, 패전국
독일의 혹독한 처벌 형식의 정상복구 불가능 형태의 평화 구축이었다: 한마디로 프랑스는 독일의 산업 붕괴와
인구와 영토 축소를 원했다: 사실, 프랑스의 목표는 1870년 프로이센-프랑스 전쟁(프랑스
패전) 이전 상황으로의 원상 복귀였다.
케인즈는 파리 평화 회의에서의 프랑스의 관점이 지난 19세기까지의
유럽인들의 세계관과 가치관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는 지적을 했는데, 당시 참여자로서 가질 수 있는 매몰된
시각을 탈피한 매우 거시적이고 예리한 통찰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래 시점에서 통시적으로 보면, 19세기 까지의 유럽 대륙의 세계관에서, 강대국들 사이의 파워 경쟁은
전쟁과 무역에서의 충돌을 의미했고, 화해와 평화 교섭을 위한 배상과 보상의 조약 형태로 일단락되었는데,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유럽 각국에서 이루어진 본격적인 산업혁명으로 인해 무기의 살상력이 높아지고 전쟁의 양상이
세력전에서 섬멸전으로 바뀌게 되면서, 혹독한 징벌적 전쟁 배상을 통한 원천적인 평화를 요구하는 압력이
높아졌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국가대 국가 사이의 협의나 협정 체결이 어떤 과정을 거치며,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어떤 사람이 승자가 되어 결국 국가의 이익을 챙기는가 하는 내용들에 관해 핵심적인
묘사와 종합적인 분석을 통해 국가 정상 수반이 갖추어야 할 자질과 능력을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전쟁 관련 관계국가들의 개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주요 핵심 4개국만 모여, 그것도 최고 통수권자들만
모여 회의하기 때문에 탑다운 방식으로 회의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경제적 차원의 두번째 문제는 전쟁 배상과 경제 복구가 독일 경제로서 과연 감당가능한지 여부와 관련 있는데, 케인즈가 보기에는 독일의 전쟁 배상은 불가능하며 이런 수준의 무역 제재는 인류 역사와 윤리적으로 과도한 것으로
오히려 독일 국민들의 분노와 증오를 증폭시키고 좌절감만을 안겨주게 될 것이며, 결국은 유럽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독일과 러시아의 연합 가능성까지 내다본 것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이미 향후 미래를 알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이 책의 저술 시점이 1919년
가을 시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케인즈의 주장은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본 하나의 선지자적인 예언이
아닐 수 없다.
전반적으로 보자면, 이 책은 전후 평화 조약 같은 국가대 국가 사이의
경제와 외교적 업무의 내용과 중요성, 그리고 국가 최고 수반이 갖추어야 할 자질과 능력 등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