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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교토의 오래된 가게 이야기 - 세월을 이기고 수백 년간 사랑받는 노포의 비밀
무라야마 도시오 지음, 이자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일본 교토 시에서 최소한 3대 이상 대를 이어 2019년 현재 운영중인 상점 10개를 선별하여, 각 상점의 역사와 특성, 현재 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한 경영에 관한 노하우와 유지를 위한 노력들에 대해 살펴본 책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상점들의 업종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으며, 각 상점마다 갖고 있는 상점의 유래와 창업자에 관한 이야기, 상점만이
가지고 있는 특색, 현재 상점을 운영중인 사장으로부터 듣는 노포의 경영 원칙과 가치관, 그리고 향후 미래에 대한 전망과 비전을 담아내고 있다: 초밥 집, 목욕탕, 술도가, 전통
베이징 요리, 숙박업소, 카페, 사탕가게, 도장가게, 서점, 소바 가게.
이 책에서 소개되는 노포들은 업종도 다르고, 경영자마다 전혀 다른 성장 배경과 경영 철학을 가지고 있지만, 공통적이거나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점들이 몇 가지 눈에 띈다:
우선, 오랜 전통의
노포의 가업 승계를 자발적으로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물려 받았다는 점이다. 어느 누구 하나 억지로
가족 구성원의 강압에 못 이겨 내몰리듯 최고 경영자 자리를 맡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적극적인 의지가 있다는 것이 중요한데, 단순히 전통가업을 승계한다는
것이 명예롭거나 자랑스럽다는 이유에서가 아니라, 급변하는 세상과 경제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포가
가진 전통의 힘과 승계자의 능력을 합쳐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창조하여 불황 속의 위기를 극복하려 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혁신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한편, 상점이
성황 중일 때, 욕심을 부려 상점의 규모나 업종의 확장을 과도하게 추구하지 않는 대신 현재의 한계 내에서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만족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포 상점의 후계자들이 내어 놓는 경영 철학과 인생의 교훈이 담긴 조언들은 가슴으로 느껴지고 마음으로 전달된다:
‘사람에게는 나이에 맞게 주어지는 역할이 있다(p.43)’, ‘기술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훔치는 것(p.112)’, ‘실패한 것은 똑 같은 일로 만회하라(p.195)’,
‘유머러스한 그림의 탄생 뒤에는 다양한 기술과 아낌없는 수고가 감춰져 있다는 것(p.252)’.
노포의 창업과 관련되어 일본의 근대 역사와 교토 지방의 문화적
특성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에도 시대와 메이지 시대, 다이쇼
시대, 소화 시대를 거치는 동안 발생했던 사건과 사회적 변화를 직접 체험하며 노포 상점을 운영해나갔던
역대 전임 사장들의 이야기는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교토의 역사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편, 신도나 불교, 오봉과 마츠리 같은 일본의 문화적인 특성들도 친절한
주석과 함께 기술되어 있으며, 교토만의 음식이나 기질 같은 특성을 다른 도시와 비교하여 설명하는 것도
교토의 특징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일본 문화와 역사 속에서 자라난 노포의 이야기를 통해 교토의
특성을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