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응과 전복 - 현대 한국 영화의 어떤 경향
김영진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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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00년대 이후 활약한 한국영화 감독들의 영화에 대해, 영화 이론의 장르적 특성과 감독의 스타일과 전략을 중심으로 비교하여 평가한 영화평론집이다.

저자는 1990년대 중반 영화잡지 [씨네21]의 창간 회원으로 활동했었던 영화평론가 김영진 교수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영화감독들은 주로 200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활동 중인 감독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1960년대부터 1990년대에 이르는 한국영화사에 등장했던 감독과 영화들도 간략하게 소개가 된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영화 장르의 특성과 문법을 기준으로 삼아, 각 영화 감독들의 영화에서 나타나는 장르적 속성과 의미를 분석하고 해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장르와 작가의 한국식 변용 모델; 전통의 단절의 부활; 장르와 인과율의 타협과 탈피; 장르 관습에 대한 순응과 저항; 의식의 장르; 장르의 해체; 형식적 변화; 한국 영화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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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순응전복이다. 압축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책의 내용상 영화 장르와 문법이나 관습에 대한 2000년대 한국 영화감독들의 수용 태도와 사용 방식을 저자가 가리키는 단어이다.

여기에서 다루는 감독 중에는 웬만한 감독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창동,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등이 거론된다.

우선, 영화 비평의 특성 상 지극히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하고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영화를 보고 감상하는 방식은 보는 사람 각자의 환경이나 지식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하게 느끼고 평가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정해진 규칙이나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 감상과 평가에 대한 내용은 크게 보자면 2가지 측면을 다루게 된다: 영화 작품을 만든 감독의 입장과 감독이 만들어 제공한 영화 작품을 바라보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관객의 입장이 존재한다. 다만 관객이 느끼기에 쉽게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과 감독이 의도했던 영화 속 상징적인 표현에 대한 구체적인 의미와 관련 지식을 일깨워주는 감상 평가는, 소위 말하는 평론과 대중성을 모두 겸비한 훌륭한 비평이라고 간주된다. 그만큼, 전문적인 영화 이론적 평가와 대중적인 정서를 균형 있게 대변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런 면에서, 이 책에 실린 영화 비평이 하나의 개인적인 평가이며 동의와 부동의를 유발하는 글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쉽게 느껴지는 점은 2가지이다: 영화 비평을 오직 영화이론과 문학의 장르 이론에만 기반하여 영화를 분석하고 해석하려 하는 저자의 한정적인 영화비평 방법론과 저자가 보여주는 역사 인식의 한계와 영화 이외의 정치, 사회, 경제적 배경 지식의 빈약함이다:

-      저자가 생각하는 영화라는 매체는 이미지와 사운드가 결합된 강렬한 인상을 전달하는 매체에 불과하다는 기본적인 틀은 매우 좁은 범위의 영화의 이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영화의 특성인 화면 구도나, 카메라 움직임, 의상이나 소품, 영화 음악이나 심지어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언급되지 않고, 오로지 내러티브(이야기 서술) 중심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고 해석한다. 저자가 구사하는 내러티브 중심의 영화분석법은 문학 비평에서 자주 사용되는 방식이라서, 특히 이창동 감독 스타일처럼 문학적 메타포가 주로 사용된 영화를 분석하는 데에는 매우 유용하지만, 그 이외의 서사적 영화에는 적합해 보이지 않는다.

-      또한, 과거 역사적 사건들의 전개가 반드시 원인과 결과의 논리로 서술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역사 인식은, 역사학에서 말하는 과거의 사건을 현재의 내가 해석하는 교섭을 통해 파악해야 한다는 명제를 너무 적극적인 태도로 받아들인 나머지, 정치, 사회, 경제적 사건들의 의미와 영향은 배제된 채, 영화사적인 범주 안에서만 머물게 된다. 1998 IMF 외환 위기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불어닥친 한국 사회의 영향, 2002년 이후 개방된 일본 문화의 수입으로 인해 확장된 문화적 다양성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으면, 2000년대 이후부터 한국 영화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과 무기력’, ‘붕괴된 가정과 사회적 질서의 해체’, ‘기존 사회 문화적 관습에 대한 조롱과 희화화란 주제와 표현의 배경을 이해할 수 없다.

또 한가지, 충무로 소속의 영화제작사와 작업하는 이른바 메이저 영화감독들만 다룬다는 점도 아쉬움이 남는다: 1999년 한국영화 역사상 최초로 칸 영화제 단편 부문 대상을 받았던 송일곤 감독처럼 비주류 감독이나 해외에서 호평을 받은 고양이를 부탁해(2001)’를 만든 정재은 감독이나 최근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의 임순례 감독처럼 여성 감독에 대한 언급조차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아쉽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영화의 경향 중에 일부 메이저 상업영화 감독들을 대상으로 다룬 영화 비평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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