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의 인문학 - 얼굴뼈로 들여다본 정체성, 욕망, 그리고 인간
이지호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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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책콩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이 책은 얼굴을 구성하는 얼굴뼈와 얼굴 기관들을 대상으로 해부학적 지식과 관련된 인문학적인 이야기들을 담은 해부학 인문 교양서적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크게 3가지 부분으로 나누어 얼굴뼈와 얼굴 기관에 대한 해부학적 내용을 기술하고 얼굴뼈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서울아산병원과 울산의대 구강악면외과 이지호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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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뼈는 서양과 동양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양에서는 뼈의 모양을 보고 인간의 성격, 특징, 지능을 판단하는, 소위 골상학이라는 이름의 유사학문이 발전해왔다. 한편, 동양에서는 얼굴뼈라기 보다는 좀더 정확하게는 얼굴뼈 위에 자리한 얼굴 피부와 주름의 모양이 중요하게 간주된다. 소위 관상학이라는 유사 인간 심리학이 인간의 생애와 심리, 성격, 행운과 불행의 단서들을 알려주는데 사용되어 왔다.


이 책에서는 얼굴뼈와 얼굴 기관들의 해부학적 지식과 관련된 인문학적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얼굴뼈 절단과 접합부터 동화 속 성냥팔이 소녀가 실제로 다녔던 성냥공장의 직업병인 백린중독에 의한 인악병을 겪었으리라거나 치아관련 수술 도구가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되었다는 사실에 이르기까지 흥미롭다.


한편으로는, 물론 해부학적인 내용도 다루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는 그림이나 문구들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오싹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내용은 일본의 전통 풍습인 오하구로에서 치아를 검게 물들이는 것이 심미적 이유때문이었다거나 고대시대부터 상대방에게 형벌이나 모욕을 주기 위해 코를 잘라버리는 행위가 행해졌는데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코 재건 수술도 발달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성형수술이 생각보다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단계까지 발달되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사실 성형 수술 자체가 인간의 욕망 때문에 받는 것이기도 하지만, 양악수술의 경우에는 하는 것도 대단한 작업이자 받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또 한가지는 옆통수와 아래턱뼈가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인 부위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권투나 종합격투기 경기를 보면 간혹 아래턱을 살짝이라도 맞은 선수가 쉽게 ko되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에는 인체의 해부학적 사실이 숨어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전반적으로 보면, 인간의 중요한 부위인 얼굴에 관해 전문적인 해부학적 지식과 다양한 인문학적 이야기들을 함께 알려주는 인문 해부학 교양 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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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 두꺼비가 지키는 전통 사찰 이야기 - 천년을 지켜온 사찰 공간과 건축의 비밀
권오만 지음 / 밥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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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나라의 불교 사찰 건축이 가지는 독특한 특징들을 실제 건축물 사례들을 통해 해설하는 한국 전통 불교 건축 해설서적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한국 불교 사찰의 특징을 3가지 범주로 나누어 전통 사찰의 건축물에 관한 이야기로 재료 선택과 건축술에 대해 소개하고, 전통 사찰들이 위치한 공간에 관련된 지형 터와 배치 등의 속성들에 대해 기술하고, 한국 불교 사찰이 가진 종교적 포용과 수용에 관해 한국의 전통 신앙 요소들이 수용된 건축물 사례들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경동대학교 건축디자인학과 권오만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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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현존하는 전통적인 불교 사찰들은 거의 대부분이 도심과는 다소 거리가 있게 멀리 떨어진 산 속 골짜기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서울의 조계사처럼 도심에 위치한 절도 있지만, 도심에서 벗어나 변두리로 나가야 만날 수 있다. 서양의 성당과 교회가 도시의 가장 중심에 위치해 있는 것과는 달리 어떻게 보면, 가장 사람들이 모이기 어려운 장소를 선택해 위치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대중들을 대상으로 설법이나 불법 포교 행위는 사찰이 아니더라도 도시에서도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 아마도 신도들의 공양보다는 엄격한 종교적 수련에 중점을 두어 장소를 선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실제 사찰에 직접 방문해서 사찰 경내를 구석구석 둘러보면서 여러 건축물들과 공간들을 체험해볼 때마다 드는 의문이 한두가지가 아닌 경우가 많다:


강화도 전등사의 누각아래의 입구가 왜 그리 좁은 지 그리고 그 좁은 공간만이 유일하게 항상 시원한 바람이 통하는 지점일까? 속리산 법주사는 입구에서 경내까지 1km이상이 걸리도록 만들어 놨는지, 그리고 팔상전에는 부처님 생애 관련 내부 벽화 이외에도 외부 벽면까지 고사나 일화로 보이는 벽화로 채웠을까?


알고 보면, 이런 것들이 자연의 재료와 지형을 그대로 활용하여 마치 자연의 일부인 것처럼 만들었던 우리 선조들의 놀라운 건축 기술의 지혜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가장 놀라운 내용은 사찰의 처마 장식으로 새겨진 용과 물고기 조각상이나 벽면의 도깨비 치우천황 문양 부분이다: 원래 이런 문양들은 화기와 액운을 막아내는 한국의 전통 신앙의 상징이었는데, 일본으로 전해지면서 용이나 도깨비의 얼굴이 귀신의 얼굴로 와전되어 인간을 해하는 요괴로 해석되고 이것이 일제시대에 다시 한국으로 인간에 유해한 상징으로 수입되었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보면, 한국의 전통 불교 사찰들이 가지는 불교 건축의 특징들을 구체적인 사례들과 함께 소개해주는 교양 불교건축 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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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새로운 지정학 수업 - 대륙부터 국경까지 지도에 가려진 8가지 진실
폴 리처드슨 지음, 이미숙 옮김 / 미래의창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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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이 책은 지금까지 연구되어 밝혀진 객관적 지리적 사실에 기반하여 기존의 지정학에 관해 잘못된 고정 개념과 왜곡된 고착 의미들을 파헤쳐 올바른 지리학적 내용을 기술한 교양지리학 서적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지리학에서 8개의 대표적인 신화적이고 허구적 주제들을 가지고 각각의 주제가 실제로는 실체가 없는 추상적이고 허황된 개념들이라는 점을 기술하고 있다: 대륙; 경계; 국가; 주권; GDP; 영토회복주의의 사례인 러시아; 지정학적 권력욕의 사례인 중국; 무능함과 동정의 대상의 이미지인 아프리카.

저자는 영국 버밍엄 대학의 인문지리학 교수인 폴 리처드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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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지리학과 정치학의 기본 개념들이 사실은 매우 빈약한 근거 위에 만들어졌고, 역사적으로도 길게는 400 여년이 채 안되면서 대부분 100년 정도의 비교적 최근 시기에 형성되었다는 점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예를 들면, 국가와 국가 사이의 국가 경계선은 오늘날처럼 바둑판의 실선처럼 그어지는 것이 아니라 과거 역사적으로 자연의 강이나 산을 경계의 표지로 삼았으며, 그것도 장벽 같은 것을 세워 엄격하게 국경을 통제하는 것은 서양의 로마제국과 중국의 한제국의 사례를 들어 불가능하다 거나, 국가라는 것도 근대 들어 형성된 국가와 민족에 대한 정체성에 기반하여 생겨난 것이라는 점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국가 사이의 경계는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한번 정해진 국가의 지리적 위치는 영원불변의 고정적 진리인가?


애초에 사람들은 국가라는 개념적 단위 속에서 살았던 것이 아니라 비슷한 지리적 환경에서 동일한 문화와 언어를 공유하며 공동체를 형성하며 살았기 때문에 이웃 공동체 사이의 자유로운 사람과 물자의 교류 형태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도 나름대로 일리 있지만 매우 순진한 주장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국제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각 국가는 자신의 물질적인 이득을 위해서는 모든 수단과 방법이 그래서 결국 물리적 폭력까지도 동원하게 되는 소위 약육강식의 법칙이 적용되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지역의 특정 권력 집단이 영토와 자원에 대한 소유와 통치 욕망으로 인해 주변 국가들을 침략하거나 자신만의 정체성을 강조한 나머지 과거의 영광을 현실에 재현시키려고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는 것을 현재의 러시아와 중국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오늘날 인터넷 통신망과 초음속 여객기 등의 최첨단 기술 기반으로 자유롭고 신속한 인간과 물자의 교류가 가능해진 환경에서는 더 이상의 인종, 민족, 종교, 언어, 관습 등의 기준으로 국가를 규정하고 구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지적하는 저자의 주장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어쩌면 거대한 하나의 지구촌 국가 아래에서 살아가고 있는 듯한 착각이 간혹 들 때가 있기도 하지만 언어라는 장벽을 현실에서 만나게 되면, 오히려 국가라는 추상적인 개념의 단어의 의미를 명확하게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국가는 존재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보면, 지리, 역사, 정치적인 사실 기반 위에서 국가와 지리의 관계에 대해 고찰한 교양 지정학 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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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와 칼 - 일본 문화의 양상 현대지성 클래식 60
루스 베네딕트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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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책콩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이 책은 일본사회와 일본인을 인류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문화인류학의 고전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일본의 정치, 역사, 종교, 경제, 사회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일본 사회와 일본인의 가치관과 사유 방식, 행동 습관들이 일상적으로 드러나는 상황의 조건과 모습들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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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은 밀접한 관계에 있다. 사실, 한국과 일본, 중국, 3국은 특별한 관계에 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요즘처럼 한일 양국의 방문 관광객들의 수가 최대일 정도로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는 시기도 없고, 일본과 이웃 국가이고 역사적 관계도 있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일본에 관해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왜냐하면, 우리 입장에서 일본과 일본인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루스 베네딕트의 저서를 통해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일본에서는 길거리에서 갑자기 다치거나 쓰러지는 사람을 목격했을 때 일본인들의 반응이 구호 활동이 아니라 그냥 지나쳐 버리는 것인지, 일본 추리 소설에는 등장인물의 도덕적 선악의 구분이 없는 행동이 주로 묘사가 되는지, 왜 그렇게 성문화와 성산업이 발달했는지, 정한론(征韓論)이 왜 생겨났는지, 일본군은 부상자 수보다 전사자의 수가 10배 이상 많은 지, 소위 상급자의 폭력과 괴롭힘이 일본 군대문화의 전통과 관습이 되었는지 등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일본 고유의 독특한 가치관과 습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알고 존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이 책에서는 알려 준다: 천황제, 위계 질서와 복종, 기무와 기리, 개인의 명예 등이 대표적이다.


저자도 언급했듯이 동아시아 한중일 3국이 공유하는 공통적인 사상과 종교적 개념이 있지만 각국의 가치관과 관습에 의해 조금씩 변형되어 수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면, 유교와 불교가 수용되는 형태가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한국에서는 일상 생활 속의 윤리와 가치관으로서 작용하고, 일본에서는 개인 차원의 수양을 고양시키는 일종의 지식 차원으로 수용된다.


이 책의 저술 배경과 목적에도 흥미로운 점이 있다: 시작은 2차 세계대전에서 마주하게 된 기이한 문명을 가진 적군인 일본을 어떻게 대적해야 할 것인가를 해결하기 위한 인류학 보고서로서 시작되었지만, 종전 이후 어떻게 일본을 평화롭게 갱생시켜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되었다는 점이다.


놀라운 점은 저자인 루스 베네딕트는 일본을 단 한번도 방문하지 않고 오로지 문헌 자료와 미국 내 체류하던 일본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의 역사와 전통, 일본인의 사유 체계와 태도, 일본 사회의 가치관과 관습 등에 대해 인류학적으로 분석해냈다는 사실이다.


또 한가지는 책 제목으로 사용된 국화와 칼이 다양한 의미를 포함한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국화와 칼 모두 일본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하면서, 단적으로 일본인의 특성인 이중성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국화는 일본 황실의 문장이기도 하고 정원예술의 소재이자 자연과 예술성을 표현하며, 칼은 무기로서 폭력성을 나타내지만 자신의 몸을 상징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학부 때 읽었지만 전혀 이해를 못하고 넘겨버렸던 기억이 남아 있다: 예를 들면, 부모에게 효를 행하는 것과 임금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이 보은의 의무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복수와 자살이 어떻게 명예를 지키는 방법이 되는지 등은 인과 관계를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과거에 너무 유교적인 관점에서만 이해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반적으로 보면, 일본과 일본인의 가치관과 관습, 이에 기반한 행동들에 관해 인류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명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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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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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전 세계를 여행과 탐사하며 느낀 것을 자유롭게 서술한 인류와 자연에 관한 탐사기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저자가 방문했던 곳들 중에서 6개 지역을 선정해 지역과 원주민의 역사와 동식물을 포함한 자연 탐사의 내용을 서술하고 있다:

어릴적 존경의 대상이었던 제임스 쿡이 발견한 장소인 파울웨더 곶을 방문하면서 깨닫게 되는 자연에 대한 존중; 캐나다 하이악틱 지방의 스크랠링섬에서 느끼는 자연의 자생력과 인간 문명의 간섭으로 인한 방해; 남태평양 동부 갈라파고스 제도 산타크루스섬의 푸에르토아요에서 만난 다양한 생물들에서 느끼는 다양한 시각적 무늬와 행위의 패턴이나 색상들의 신비함; 동부 적도 아프리카(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등) 지역의 고고학 탐사에 참여해 깨달은 인류와 문명의 진화의 증거들과 더불어 마주하게 된 아프리카의 비참함과 분노; 오스트레일리아 남동부 지역에 남아 있는 폭력과 착취의 역사와 흔적; 남극 대륙 지방의 혹독한 자연 조건과 인간으로서 생존의 절박함을 느꼈던 이야기들이 소개된다.

저자는 탐사 작가 배리 로페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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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일생을 여행과 탐사 활동에 바친 경력을 고려한다면, 이 책은 독특한 면이 있다:

우선, 한 군데 장소를 시간을 두고 여러 차례 방문했던 경험을 함께 이야기하는 형식이 특이하다:

어릴 때 방문했던 장소에 대한 기억과 감정에 대한 기술은 항상 일치되는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새로운 지식이나 경험에 의해 가치관이 바뀌었을 수도 있고, 예전의 기억 자체를 왜곡해서 재구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과거 시점에 들었던 음악이나 봤었던 그림이나 영화를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접하게 되면 느끼게 되는 감정과 기억을 묘사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저자가 말하는 자신의 인간과 자연의 가치관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분리적인 세계가 아니라 자연이라는 하나의 세계 안에 인간이 자리잡는 통합적인 세계관이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자연은 그 자체로 생명력이 있고 나름대로의 세계가 있는데, 인간도 자연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서 나름대로의 세계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융합되어 공존할 수 있다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동양의 도가의 노장 사상에 해당하는 내용인데 책을 통해서가 아니라 저자 자신의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라는 것이 놀랍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전세계를 여행하며 경험한 것들을 저작물로 만드는 미국인이라고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의 이력으로 추측해보면, 저자가 대학생인 10대 후반부터 사회초년생 시절인 20대 중반까지, 즉 미국의 1960년대는 흑인인권 운동과 베트남전쟁 반대 운동으로 말미암아 말 그대로 미국 전역이 혼란과 분열로 점철된 시기였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생겨나고 타인종과 타문화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다. 저자가 타민족과 타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과거 오리엔탈리즘으로 비판받던 코스모폴리탄으로서의 관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전반적으로, 전세계를 통틀어 흥미로운 지역에 대한 일종의 인류와 자연 생태학 보고서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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