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반쪽사 - 과학은 어떻게 패권을 움직이고 불편한 역사를 만들었는가
제임스 포스켓 지음, 김아림 옮김 / 블랙피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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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세계사의 맥락에서 근대 과학사의 발전과 흐름의 양상과 동력 요인들을 서술한 책이다.

책의 내용은 근대 과학이 형성되던 1500년부터 현재까지 대략 500년 동안의 시기를 세계사적인 전환점이 되는 4개의 구간으로 나누어 과학사의 발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과학혁명(1450~1700); 제국과 계몽주의(1650~1800); 자본주의와 갈등의 시대(1790~1914); 이데올로기 전쟁과 그 여파(1914~2000).

저자는 영국 워릭대학 과학기술사 조교수 제임스 포스켓 박사이고, 번역은 김아림 번역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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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근대 과학의 태동은 르네상스 시대 이후의 16세기부터 서부 유럽에서 시작되었으며, 근대 과학 혁명 이후부터 서양이 동양을 압도적으로 지배해가는 형태로 역사가 전개되었다고 보는 것이 역사학계의 다수 주류설로 알려져 있다.

과연 그럴까? 서양이 일방적으로 근대 과학을 일으키는 동안 동양은 폐쇄적인 사회 속에서 비과학적인 삶을 영위한 것일까? 16세기 되자 서양 유럽이 갑자기 자성하여 과학을 발전시킨 것인가?

이 책은 기존의 이런 식의 주류적인 시각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관점의 내용을 제시한다: 과학의 발전이 사실은 당대 사회의 사건들로 인해 촉발된 정치적 동기 요인과 문화적 교류 요인에 의해 과학과 기술의 진보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주장한다:

신대륙 발견으로 인한 현실적 경험과 추상적 지식의 불일치 자각 요인과 서유럽 국가의 정치 경제적 요인에서부터 시작된 새로운 지식의 탐구가 근대 과학의 발달로 이어지게 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이런 국가 차원에서 자국의 군사, 산업, 무역의 힘의 근원이 과학적 역량과 직결되어 있다는 인식은 19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지며 소위 제국주의와 자본주의라는 국제 경쟁 환경에서 침략과 약탈을 통해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키는 양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20세기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정치 이념과 국가주의, 인종과 민족주의의 발현으로 국가가 협력보다는 분쟁의 시대로 심화되어 가는 상태이기 때문에 과다 경쟁과 충돌이 우려되는 미래의 상황이라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각 시대 별로 유행하던 인기 과학 연구 분야도 흥미롭게 보인다: 신대륙의 자연과 당대의 과학과 기술의 지식인 고대 그리스 저작들의 내용에 불일치로 인해 동물, 식물, 지리, 의료 분야가 인기를 얻고 영토확장을 위한 제국주의 시대에는 물리학, 천문학, 생물학이 발달했고, 본격적인 산업과 자본주의 경쟁 시대에는 군사력을 키우기 위한 물리학과 화학, 생물학, 전기 연구가 활발했고, 20세기로 접어들며 유전학, 나노기술, 인공지능 등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동양의 연구자들도 연구 성과를 내고 발표를 했음에도 서양의 과학자들로부터 정당한 평가와 인정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왜곡된 관행에 대해 저자가 지적하는 부분은 매우 공감하게 되는 내용이다.

전반적으로 과학의 발전의 역사를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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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스라엘 - 7가지 키워드로 읽는
최용환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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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현대 이스라엘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다양한 특징들을 여러 분야에서 조명한 책이다.

책의 내용은 이스라엘 국가의 역사와 종교, 유대 문화, 국방, 경제, 외교, 종교의 분야 별로 나누어 7개 단원에 걸쳐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전 이스라엘 대사를 역임한 한남대 최용환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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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에게 이스라엘은 어떤 이미지의 국가일까? 전통 복장과 수염을 고수하는 랍비의 나라, 성서 속의 성지 순례의 나라, 등등. 아마도 나이와 세대 별로 다를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특별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관심이 없어 서가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유대인들이 특별한 재능이 전세계적으로 빛나는 분야가 있다: 과학, 경제, 음악, 국방. 과학 분야에서는 세계 최정상급 수준의 인재들이 미국 최고 명문 대학의 교수진에서 활약하며 경제분야에서는 미국 월가 금융의 투자자로서 활동하고 있는 유대인들의 위력은 막강하지만 대중들의 실생활 속에서 접하게 되는 유대인은 유명 연주자나 지휘자가 친숙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적으로 일본이 전략적 동반자 수준의 최상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싶은 국가가 이스라엘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스라엘은 일본이 아닌 한국과 최상의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FTA조약을 체결하였다.

이 책은 현재 이스라엘의 모습을 역사적으로 국가 성립과 발전 과정 속에서 형성하게 된 민족과 종교 구성, 여기에 기반한 정치 체제와 사회 경제적 발전 양상들을 통해서 폭넓게 그리고 핵심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세계 3차 대전 발발 예정지로 지목되는 중동 이슬람 국가들과 이스라엘 사이의 대립은 왜 그토록 심각한가? 미국에 대해 정치와 경제, 문화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이스라엘이 행사한다는데 미국의 지원을 받는데도 왜 쉽사리 국제 분쟁이 정리되지 않을까? 이스라엘의 1인당 GDP 5만불이 넘는다는데 어떻게 먹고 살까? 성서의 나라 이스라엘은 어떤 국내 문제가 있을까?

이와 관련된 내용들이 주로 다루어 진다:

개인적으로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도 많아서 만족스러웠다: 결코 미국이 이스라엘 편만 일방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오히려 국제 제재도 내린다던 가, 이스라엘에도 인종문제와 종교 문제, 병역문제, 빈부격차 심화로 인한 사회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 외형상 초긴장 상태로 보이는 중동 아랍 국가들 사이의 국제 문제가 실제로는 심각하지 않다는 점, 여전히 율법주의 강성파가 영향력이 세다는 점에서 이슬람 국가에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면모를 보인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내용은 후츠파 문화와 교육 방식 부분이다: 어떻게 보면 변명 놀이처럼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뻔뻔함의 사회 문화가 사물에 대한 또다른 관점을 발견해내게 만든 동기 요소가 된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또 한가지는 중등교육에서 이루어지는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토론 방식의 학습 형태는 유대인만의 독특한 창조적 발상 훈련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전반적으로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와 유대인이라는 민족에 대해 전반적이면서도 종합적인 이해를 하도록 소개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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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할 수 있는 NFT 아트테크 - 미술과 재테크를 몰라도
강희정 지음 / 아라크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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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최근 몇 년 사이에 활성화된 NFT 아트와 NFT 아트워크 시장에 대해 기본적인 개념과 작동 환경에 대해 소개하고, NFT 아트를 이용한 투자 원리와 기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NFT 아트와 NFT 아트테크의 구성요소와 환경, 투자를 위한 준비 작업과 투자 방법에 대해 총 4개의 단원에 걸쳐 서술하고 있다: 누구나 하는 NFT 아트테크; NFT가 살아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 NFT 아트테크 준비하기; NFT 아트테크를 하는 3가지 방법.


저자는 강희정 국제 NFT 아트&디자인 교육연구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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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새로운 미술 분야가 NFT아트가 있다: 좀더 정확하게는 NFT(non-fungible token)라는 위조방지를 위한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의 디지털 기술과 디지털 아트가 접목되어 새롭게 생겨난 디지털 예술 작품 형태와 거래 방식 체계를 일컫는다.


디지털 암호화폐와 예술 작품의 결합이라니 말만 들어도 복잡하고 기괴하게 들릴 수 있다: 실제 NFT 아트워크에는 디지털 기술과 환경을 사용하여 제작한 디지털 작품도 있지만 기존의 아날로그적 비디지털 현실 세계에서 제작한 물리적 예술 작품을 단순 디지털화 한 것들도 포함되기도 한다.


그런데, 굳이 왜 이렇게 복잡해 보이고 또한 기존의 전통적인 예술 작품 세계 와도 많은 차이가 날 것 같은 신생 미술 작품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고 심지어 제작 방식과 거래 방법까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바로 이에 대한 해답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주된 주제이기도 하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는 동안 미술 시장에서 NFT 아트의 비중이 성장한 점과 소위 젊은 세대의 구매층의 확대가 미술 시장의 변화 양상을 보여준다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NFT 기술을 장착한 NFT 아트는 1960년대부터 디지털 장치와 기술을 활용하여 작품을 제작하는 디지털 아트 분야와도 2000년대 생겨난 온라인 미술 시장과도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기존의 갤러리나 아트 페어 같은 중간 판매 단계가 사라지고 오직 작가와 구매자 사이의 직접 거래만이 존재하는 환경이 되어 버렸다: 대신에 커뮤니티가 기존의 컬렉터와 갤러리, 후원자 등의 역할을 대체하게 된 것도 일반적인 매체의 디지털라이징 변환 현상의 결과로 나타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저자는 NFT 아트 투자에 가장 큰 문제는 NFT 아트 작품이 가진 복잡성으로 인한 투자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반드시 디지털 아트와 암호화폐에 관한 충분한 지식과 정보를 얻은 후에 투자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암호화 화폐 시장의 추세와 디지털 아트 시장의 트렌드 양쪽 모두에 능통해져야 투자 실패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현실적이며 합리적인 조언이다.


소액으로도 충분히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디지털 아트에 관한 관심과 애정이 있다면 금전적인 이득보다 디지털 아트의 2차 재생산 참여 활동을 통한 즐거움이 더 크다는 점에서 투자의 첫 시작에 대한 위험부담은 줄어들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전반적으로 생소한 분야인 NFT 아트와 투자 방법에 대해 개괄적으로 소개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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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곡자 - 장악하고 주도하는 궁극의 기술
공원국.박찬철 지음 / 시공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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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국 고전 [귀곡자]를 완역 해설한 책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귀곡자 11편의 내용(패합, 반응, 내건, 저희, 오합, 췌마, 비겸, , , )을 논리적 구성에 따라 4개의 부분(총론, 준비 단계, 실행 단계, 최종 단계)으로 나누었고, 각 편마다 원문과 번역을 싣고, 원문의 내용과 관련된 구체적인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의미와 교훈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전국시대 인물로 알려진 귀곡자(귀곡에 은거한 이)이며, 번역은 동양 인문학 전문가 공원국 박사와 박찬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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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 소흥세대가 주창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현재의 문물 중에 실제로 중국 문명에서 기원한 것들이 많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소위 병법’, 특히 손자가 저술했다는 손자병법은 지금까지도 전세계 모든 국가의 군사 교육기관에서 교재로 활용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 육군의 야전 교범도 손자병법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했을 정도이다.

이 책은 손자병법에 비견될 정도로 지혜의 보고로 평가되는 고전 귀곡자를 완역, 분석, 해설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신기하게도 귀곡자와 손자병법의 내용 중에 공통적인 맥락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 아마도 저자들의 연몰 시기가 1세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후대인 귀곡자가 손자병법을 접하고 참고했을 개연성도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아무래도 귀곡자와 손자병법을 비교해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큰 차이점은 손자병법은 전쟁의 본질과 전쟁의 승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반면, 귀곡자는 일의 추진과 성공을 위한 원리와 절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또한, 손자병법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기 보다는 원리적 서술에 충실하지만, 귀곡자는 원리와 함께 역사적인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함께 기술하는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귀곡자의 대상은 제후 군주를 향해 유세(출사)하는 군자들인 반면, 손자병법은 군대를 지휘하는 지휘관이 대상인 것이 다르다.




근본적으로 공통적인 요소들도 많이 있다: 저술 시기가 춘추 전국시대이다 보니, 앞선 시대의 중국 고전에 등장하는 내용들이 사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주역이나 음양론, 유교나 도가에서 사용되는 용어들이 사용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내용적인 구성에서 포착할 수 있는 공통적인 내용들이다:

우선, 사전 단계가 강조된다. 예를 들면, 전쟁이나 일을 시작할지 말지 결정하기 전에 현재의 상황과 정보를 최대한 수집해서 정확한 판단을 내린 후에 결정하라는 것이다.

정보에 대한 가치가 강조된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손자병법에서도 세작을 활용해 적국의 정보를 입수하거나 거짓정보를 흘려 교란시키는 작전을 이야기하는데, 귀곡자에서는 본격적으로 상대방의 약점의 정보를 파악해서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 다루고 있다. 오히려, 요즘의 스파이를 포섭하고 양성하는데 적합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귀곡자에서 말하는 원리와 절차는 매우 본질적이면서도 세부적이다: 예를 들면, 인간의 본성과 욕망을 구체적으로 3~4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상대방의 본성과 요구에 따라 접근하는 방식을 다르게 설정해야 한다는 점은 현재에도 통용되는 내용이다.

전반적으로 현대 사회에서 구체적인 업무를 추진하고 성공시키기 위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중국 고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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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
칼 포퍼 지음, 허형은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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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세기 세계적인 과학철학자 칼 포퍼가 남긴 강연 원고와 에세이를 묶은 책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2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자연과학을 다루는 첫번째 부분에서는 생물학의 다윈 진화론의 관점을 기반으로, 과학적 발전과 방법론, 인식론과 지식론의 발달과 과정에 대해 서술하며, 가장 과학적 방법론으로 연구한 요하네스 케플러의 사례를 이야기한다. 역사와 정치 주제에 관한 두번째 부분에서는 저자 자신이 경험한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정치적 탄압과 역사적 고찰에 기반하여 궁극적인 세계 평화 달성을 위해 정치제도와 사회에 대한 접근 방식으로 필요한 합리적 비판 자세와 개방적 태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저자는 과학철학 사상가 칼 포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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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포퍼는 토마스 쿤과 함께 과학 연구 방법론의 양대 산맥으로 이미 너무 유명한 과학 철학자이다.

이 책은 칼 포퍼가 남긴 강연 원고와 에세이에서 발췌된 내용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칼 포퍼의 철학 사상이 핵심적으로 쉽고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접근하기가 편리하다: 칼 포퍼라는 인물의 배경을 알고 나면, 책 내용 속에서 등장하는 철학적 사고의 형성 과정이나 국제 사회와 정치 체제에 대한 시각이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측면이 있다: 칼 포퍼는, 좀더 넓게 보면, 칼 포퍼를 포함한 1900년대 전후 태어난 세대들은 인류사적으로 매우 독특한 경험을 갖고 있다: 국제적 규모의 세계 대전을 2번이나 겪었고, 정치적 탄압도 직접 받았고, 당대 최고의 지성과 평화의 중심지였던 1920~30년대 유럽의 오스트리아 빈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다가, 한순간에 쫓겨나듯 고향으로부터 벗어나 피난민 처지로서 완벽한 타지에서 인생의 중반 이후의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왜 자유와 평화가 중요하게 여기고 강조하는지, 그 어떤 정치 체제와 정치 집단도 철저하게 합리적 비판을 하는 태도와 시민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납득이 가게 된다.

20세기 초반의 계몽주의 사상에 물든 유럽에서 독일의 칸트와 헤겔의 관념론적 사상의 전통을 거부하고 깨뜨리기가 쉽지 않은 배경에서 선험적 이성보다는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 시도와 오류라는 근대 과학의 접근법과 찰스 다윈의 진화론적 시각을 과학 발전론과 연계시킨 칼 포퍼의 과학적 합리주의의 내용이 핵심적으로 요약되어 있다: 과학을 하는 목표와 시행 방법과 절차, 끊임없는 시도와 평가, 검증 방법과 절차 등의 거대한 과학 체계의 모습을 제시하고, 비단 과학 분야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인간의 인식 과정이나 지식 이론의 발전 방식, 나아가 인간 사회까지도 확대 적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흔히 동양과 서양의 비교에서 과학 발전의 차이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데, 그 핵심 요소가 단순히 급진적인 사상의 발로가 아니라 바로 과학적 방법론이 작동이 되는 사회 제도적 구비와 운영에 있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전반적으로 칼 포퍼의 철학 사상과 사회 역사관을 핵심적으로 요약해서 파악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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