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체실 비치에서
이언 매큐언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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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9 이언 매큐언.

욕망의 불균형, 파도처럼 부서진 사랑.

에이섹슈얼이라는 말을 접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무성애로 번역되는 말로 일컬어지는 성적 정체성 안에도 복잡한 스펙트럼이 있어서 아예 성적 욕망이 없는 사람, 어떨 때는 끌리고 어떨 때는 안 끌리는 사람, 성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은 없는 사람, 수많은 가능성과 다양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비극은 욕망의 불균형에서 시작된다. 로맨틱한 마음으로 서로를 향한 사랑을 키웠지만, 성적 욕구에서 불균형을 맞닥뜨리게 된다면 그것 또한 큰 비극일 것 같다. 한쪽이 (섹스하는 것 또는 안 하는 것을) 마냥 참으며 불행한 관계를 유지하거나, 결국 그 불균형 때문에 사랑도 관계도 흩어질 수 있다. 이 소설은 하룻밤 사이에 서로의 불균형을 직면하고 깨져버린 사랑을 그려놓았다.
스토리텔링에 관한 책 ’이야기의 탄생’에서 이 소설이 몇 차례 언급되어 흥미를 느꼈다. 직전 읽은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가 몰아치는 섹스 이후 자신들이 놓인 상황과 위치 때문에 금세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연인의 이야기였다면, ‘체실 비치에서’는 풋풋하게 마음과 관계를 키워 결혼까지 도달한 두 사람이 첫날 밤 첫 섹스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망해버리는 이야기였다. 어쩌다 연달아 고른 소설들이 열탕과 냉탕을 오가네….

플로렌스와 에드워드가 어째서 잠자리 한 번 갖지 못한 채 결혼식 날 처음 (할 뻔) 하게 되었나, 하는 의문에 답하듯 소설은 시대적 배경과 두 인물의 성장 과정을 깔고 간다. 1940년대 출생의 이십 대 젊은 연인, 아직 러브앤피스-방종의 1960년대 후반까지 닿지 못한 1960년대 초반에 이루어진 결혼, 체면치레와 관습과 예의를 따지는 영국 옥스퍼드 출신 배운 사람들, 부유한 사업가 아버지와 교수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바이올린을 전공한 플로렌스와 시골 마을 교장 아버지와 뇌손상으로 가족을 돌보는 연기만 할 수 있는 어머니를 보며 자라난 역사학을 공부한 에드워드의 우연한 만남과 사랑을 키운 일 년 남짓한 시간.
에드워드의 성장 과정은 지금의 모습을 이해할 만큼 제시되었다. 아픈 어머니와 쌍둥이 여동생들, 어설프지만 가족을 챙기고 아이들을 키운 아버지, 시골 가난한 집 출신이라 저도 모르게 쭈굴한 마음, 역사 연구에 대한 관심과 열정, 젊은 혈기로 벌이는 언쟁과 주먹다짐, 으아아아 결혼했다 첫날밤이다 섹스다!!! 하고 일주일 동안 자위 행위를 참는 기대감이 플로렌스의 손길 하나로 삽입도 전에 플로렌스의 몸위에 범벅쳐버리고 좌절하는 상황을 납득하게 했다.
반면에 플로렌스가 느끼는 성적 접촉에 대한 혐오는 굉장히 두루뭉술하고 희미하게 제시되었다 싶었다. 소설의 시점이 에드워드 일인칭이 아닌데도 그랬다. 아주 자세하게 그려지지는 않은 아버지와 친밀했던 어린 시절, 스킨쉽이 부족하고 거리감 느껴지는 철학 교수 어머니의 양육 태도, 음악을 향한 플로렌스의 열정 외에는 특별한 트라우마적 사건이나 종교적, 성적 억압적 분위기의 교육이나 시대상 같은 게 드러나지 않았다. 그저 혀를 넣는 키스를 비롯한 성적 접근에 대한 현재의 거부감만 반복해서 표현되었다. 경험 부족 때문인지 타고난 기질 때문인지 제시된 상황만으로는 알 수 없었다.
섹스에 대한 에드워드의 갈망과 플로렌스의 완강한 저항 때문에 두 인물의 관계가 어그러지는 게 주된 갈등이었는데, 플로렌스가 그런 태도를 갖게 된 이유나 짐작할 만한 암시조차 에드워드의 성장 배경에 비해 부족하게 제시된 것 같아 아쉬웠다.
그들이 헤어진 이후 플로렌스의 사중주단이 언젠가 그녀가 했던 약속처럼 위그모어홀에서 (에드워드를 위해)모차르트의 현악오중주를 연주했던 일을 평론 형식으로 전하는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찡했다. 플로렌스는 말한대로 이루었지만 에드워드는 9C석 자리에 앉아 환호를 보내기는 커녕 플로렌스가 연주회를 한 것조차 몰랐다. 에드워드는 플로렌스와 이혼?파혼?한 이후 그럭저럭 연애와 성생활을 즐기고 짧지만 또다른 결혼 생활도 경험한다. 말년에 고향에 돌아와 플로렌스가 그를 찾아오며 걷던 시골길을 산책하면서 그제서야 플로렌스와 나눈 것 만한 사랑이 여생 내내 없었음을 돌아본다.
이놈의 사랑이란, 하찮은 문제로도 쉽게 박살나는 마음이란. 어렵다.
언제부턴가 결혼이란 사랑의 완성이고, 영원의 맹세이고, 낭만적 감정의 지속과, 만족스러운 성욕 충족과, 여생의 편안함과 안정을 주는 무언가로 기대되는 것 같다.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수많은 이혼 커플, 남보다 못한 사이로 애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산다며 으르렁대는 부부, 섹스리스라는 말, 부부의 세계 같은 드라마, 혼외 관계를 다룬 무수한 소설과 영화가 보여주고 있다. 플로렌스와 에드워드가 거쳐간 시간은 사랑 이외의 다른 말로는 설명할 수 없다. 그런데도 섹스를 원하는 한 사람과 원하지 않는 한 사람이 서로의 차이를 깨닫는 순간 유지될 수 없는 사랑이란, 혼인/연인 관계란, 대체 뭘까 싶었다. 체실 해변의 조약돌 크기가 거리마다 달라지는 건 두 사람도 독자도 확인하지 못했다. 둘의 관계가 무너진 순간 에드워드 눈에 다르게 보이는 풍경이 마냥 슬펐다.

+밑줄 긋기

-에드워드는 강력한 개인의 무자비한 성품, 노골적인 기회주의, 그리고 행운이 수백만 명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고, 이 비딱한 결론 덕에 B마이너스라는 점수를 받아 일등 자리까지 위태로울 뻔했다.
  그런데 그가 우연히 깨달은 사실은 전설적인 성공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일은 거의 없으며 단지 초조함과 고통스러운 야망을 배가시킬 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그런 곳에 손—사실 손등이었다—을 대는 것이 그녀에겐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를 사랑했고 또 기쁘게 해주고 싶었지만, 그러기 위해 엄청난 혐오감을 극복해야 했다.

-그녀가 로큰롤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 그러니 계속 시도할 까닭도 없다는 뜻으로 그가 말하자 그녀는 순순히 인정하면서 자신이 참을 수 없는 건 드럼이라고 말했다. 곡이 너무 간단하고 또 대부분 단순한 사분의 사박자인데, 왜 이 무지막지한 쿵, 탕, 쨍그랑 하는 소리로 박자를 맞춰야 하는가. 이미 리듬 기타뿐 아니라 가끔 피아노 연주도 있는데, 도대체 드럼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연주자들이 박자 소리를 들어야 한다면, 메트로놈을 쓰면 되지 않는가. 에니스머 사중주단에 드러머를 영입하면 어찌 될 것인가. 그는 그녀에게 키스했다. 그리고 그녀가 서양 문명을 통틀어 가장 솔직한 사람이라고 말해줬다.
  “그래도 당신은 날 사랑하잖아.”
  그녀가 말했다.
  “그래서 당신을 사랑하는 거야.”

-그는 그녀를 등지고 돌아서서 해안선을 향해 걸어갔다. 하지만 몇 걸음 못 가고 다시 돌아와서 거칠게 자갈밭을 발로 차며 공중에 작은 돌들을 흩뿌렸고, 개중에 몇 개가 그녀의 발 가까이에 떨어졌다. 그의 분노가 그녀 자신의 분노를 일깨웠고, 그녀는 갑자기 그들의 문제가 뭔지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너무 예의발랐고, 너무 경직됐고, 너무 소심했고, 까치발을 든 채 서로의 주위를 빙빙 돌며 중얼거리고 속삭이고 부탁하고 동의했다. 그들은 서로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고 그럴 수도 없었다. 침묵에 가까운, 사교적인 배려라는 담요가 그들을 결속하는 만큼이나 그들의 차이를 덮어버리고 그들의 눈을 멀게 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제나저제나 의견 차이가 날까봐 두려워했고, 이제 그의 분노가 그녀를 그런 두려움에서 해방시키고 있었다. 그와는 다른 존재가 되기 위해, 그녀는 그의 감정을 해치고 싶었고 혼내주고 싶었다. 그것은 그녀 안에 깃들어 있는, 파괴의 쾌감을 향한 너무도 낯선 충동이었고, 그녀는 그것에 전혀 저항감이 일지 않았다. 가슴이 세차게 뛰었고, 그를 증오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가 처음 말하기 전까진 살면서 한 번도 말해본 적이 없는 이 무자비하고 경이로운 말들을 할 참이었다. 그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있었고, 그녀를 비난하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위엄을 총동원하고 있었다.

-“...내 말은, 바로 이거야. 에드워드, 난 당신을 사랑해, 그리고 우리는 다른 사람들처럼 살지 않아도 돼,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면, 그 누구도, 아무도…… 아무도 우리가 뭘 했고 뭘 하지 않았는지 모를 거야. 우리는 함께 있고, 함께 살 수 있을 테고, 그리고 당신이 원한다면, 정말로 원한다면,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그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당연히 그런 일이 있겠지, 난 이해할 거야, 아니 그 이상으로, 그걸 원할 거야, 내가 그러는 건 당신이 행복하고 자유롭게 되길 바라기 때문이야.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걸 아는 한 절대로 질투하지 않을 거야.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음악을 연주할 거야. 내가 인생을 살면서 하고 싶은 건 이것뿐이야. 솔직하게 말할게. 난 단지 당신 곁에 있으면서, 당신을 돌보고, 당신과 함께 행복해하고, 사중주단과 일하고, 언젠가 위그모어 홀에서 모차르트처럼 아름다운 곡을, 그런 곡을 당신을 위해 연주하고 싶을 뿐이야.”

-그녀에게 필요했던 건 그의 확실한 사랑과,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으니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는 그의 다독거림뿐이었다. 사랑과 인내가, 그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기만 했어도, 두 사람 모두를 마지막까지 도왔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그들의 아이들이 태어나서 삶의 기회를 가졌을 것이고, 머리띠를 한 어린 소녀가 그의 사랑스러운 친구가 되었을까. 한 사람의 인생 전체가 그렇게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말이다. 체실 비치에서 그는 큰 소리로 플로렌스를 부를 수도 있었고, 그녀의 뒤를 따라갈 수도 있었다. 그는 몰랐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이제 그를 잃을 거라는 확신에 고통스러워하면서 그에게서 도망쳤을 때, 그때보다 더 그를 사랑한 적도, 아니 더 절망적으로 사랑한 적도 결코 없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그녀에게는 구원의 음성이었을 것이고, 그 소리에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을 거라는 사실을. 대신, 그는 냉정하고 고결한 침묵으로 일관하며 여름의 어스름 속에 선 채, 그녀가 허둥지둥 해변을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힘겹게 자갈밭을 헤쳐나가는 그녀의 발걸음 소리가 작은 파도들이 부서지는 소리에 묻히고, 그녀의 모습이 창백한 여명 속에서 빛나는 쭉 뻗은 광활한 자갈밭 길의 흐릿한 한 점으로 사라져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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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0-09-19 2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놈의 사랑이란, 하찮은 문제로도 쉽게 박살나는 마음이란. 어렵다.˝ 그러니까요. 저는 이런 문장을 보고 한동안 먹먹했던 거 같아요. ˝그녀에게 필요했던 건 그의 확실한 사랑과,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으니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는 그의 다독거림뿐이었다.(...) 사람의 인생 전체가 그렇게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말이다.˝

이제 안 그래야지~ 누나라고 부르도록 해, 이러면서 ㅋㅋㅋㅋㅋ 좋아하는 건 가져버려야죠. 뭘 그렇게 쉽게 상처 받고 그랬나 몰라.
소설에서 플로렌스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것도 공감되네요. ^^

반유행열반인 2020-09-19 21:13   좋아요 1 | URL
하나님이랑 겹치는 책도 많아서 좋아요. 주로 늦게 읽기 시작한 제가 더 후발주자지만 ㅋㅋ그래요. 앞으로는 다 가져버리세요 ㅋㅋㅋ이언 매큐언이 남자라 대놓고 여자 마음은 나는 몰라 모르겠네- 하는 것 같아 조금 더 노력해서 싸보지 으이구 대작가님이 왜 이리 게으르대 하고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09-19 21:13   좋아요 1 | URL
오타좀봐봐 써보지를 싸보지래...나새끼의 리비도...죄송합니다....ㅋㅋㅋ

하나 2020-09-19 21:17   좋아요 1 | URL
아 기절할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미쳤어. 왤케 웃겨. 요즘에 진짜 젤 재밌는 새럼이에요. 마성의 누나야 정말.. 저는 토끼와 거북이처럼 3년 정도 쉬었읍니다. 부지런히 따라잡겠습니다 ^^ (그르게~ 나는 모르겠네 몰라~ 했던 부분이 좀 있긴 했던 거 같아요)

반유행열반인 2020-09-19 21:20   좋아요 1 | URL
참고로 쉽게 질리는 msg 같은 속성이에요...금방 시큰둥하실 겁니다... 그럼 저 혼자 힝힝 하나님 요즘 왜 댓글 안 달아줘? 하고 짝사랑하면서 울 걸요...

하나 2020-09-19 21:2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저는 괜찮아요 짝사랑도 💚 계속 지금처럼 부탁드려요 누님 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09-19 21:30   좋아요 1 | URL
저야 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하나님 갑자기 잠슈 타지 마시고 오래 같이 놉시다
ㅋㅋㅋ

하나 2020-09-19 21:40   좋아요 1 | URL
잠슈 안 타고 오래 있을게여 ㅋㅋㅋㅋ 누님이 계신데 어딜가요 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09-19 21:43   좋아요 1 | URL
그 약속 꼭 지켜주세요...난 이거 캡쳐해 놔야겠다. 캡쳐명 지키지못한약속.jpg 안 되게 해주세요 ㅋㅋㅋ

하나 2020-09-19 2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저는 북플로 먼저 보고 반유행열반인님 서재는 나중에 왔는데요. 제목이 너무 좋아버려. ˝참을 수 없는˝

반유행열반인 2020-09-19 21:14   좋아요 1 | URL
저 진짜 인내심 있는 척 하면서 엄청 성질 급하고 참지 못하는 놈입니다 ㅋㅋㅋ

하나 2020-09-19 21:18   좋아요 1 | URL
그렇게 살아야 되는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 저는 못 참는데 참는 척하다가 최근에 터져버렸고요. 정말 호밀밭의 파수꾼 홀든처럼 열다섯에 내야 됐을 거 같은 화를 지금 내고 있는데 지금이라도 해서 다행인 거 같아요. (그러고나니까 요즘 약간 분노 가라앉음)

반유행열반인 2020-09-19 21:21   좋아요 1 | URL
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참지 말고 망할 테면 망하라지 하고 자기 보전과 자기 행복과 자기 위안을 위해 사는 겁니다...(막 이러고 타락의 길로 인도함...자기 인생 아니라고 막말함...)

하나 2020-09-19 21:32   좋아요 1 | URL
캡쳐했어요 ㅋㅋㅋㅋㅋ 이따 일기에 응원의 말 코너에 옮기려고요. 맞아여 망할 테면 망하라지~ 한 번 사는 인생인데요! ㅋㅋㅋㅋ 안 착한데 참으면 진짜 병나는데

바다그리기 2020-09-19 2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감상도 늘 재미있게(혹은 감명 깊게) 읽고 있지만, 두분의 핑퐁 댓글도 너무 재미있는 건 뭐죠? ㅋㅋ
읽어야지, 생각만 하면서(괜히 혼자 부담도 느끼면서) 흥미가 더 끌리는 책들에 항상 뒤로 밀리는 책이었는데 조만간 읽어야겠네요.
얼마전 ‘밤에 우리 영혼은‘이란 책에서 말 그대로 손만 잡고 서로의 존재를 위로 삼아 한 침대에서 잠만 함께 자는 70대 커플의 사랑 이야기를 읽으며 이게 정말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저는 어쩐지 이 책에서도 여주인공에게 공감(개연성이 부족하다 해도)할 수 있을듯한 느낌이 드네요.
아무튼 이렇게 또 읽어야 할 책이 한권 더 늘어서 저는 정말 기쁩니다. 정말이예요.......

반유행열반인 2020-09-19 21:41   좋아요 2 | URL
바다그리기님이 댓글 관전하셨다니 괜히 부끄러움 ㅋㅋㅋㅋ 저는 손만 잡고 살래면 놉... 여주인공 아직 너무 창창하고 자기 자신을 모르는데 참을 줄 모르는 남주인공이 바보같이 내패대기 쳤다는 생각만 듭니다...잘 달래고 서로 일신우일신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했으면 비극 아니었을 거 같다는 생각을 나이 먹은 저는 합니다....ㅋㅋㅋㅋ
기쁨 드려 감사합니다. 바다그리기님께서도 먼저읽은 책들 풀어 주셔서 제게 읽고 싶은 기쁨 주세요. 바쁘시겠지만 리뷰 남겨주세요. 꼭 꼭 ㅋㅋㅋ(떼씀ㅋㅋㅋㅋ)

syo 2020-09-20 11: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섹스인건가.... 요즘 섹스에 좀 천착하고 있는 중이온데.... ☺

반유행열반인 2020-09-20 11:31   좋아요 1 | URL
어이어이 침 닦고 입 다물고 ㅋㅋㅋ섹스 안 맞아서 망한 ‘사랑’이야기입니다.
 
사랑 밖의 모든 말들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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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김금희의 소설 씨앗이 숨겨진 산문집. 마지막 단어들 중에 사랑이 가장 희미해서 괜히 서글펐어.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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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형 인간 - 천재인가 미치광이인가
대니얼 Z. 리버먼.마이클 E. 롱 지음, 최가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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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6 대니얼Z.리버먼,마이클E.롱.

‘...대학생을 대상으로 정치적 신념을 묻는 대규모 설문조사가 실시됐다. 연구팀은 피시험자 중 절반은 손세정제가 비치된 장소로 안내하고, 나머지 절반은 손세정제가 비치되지 않은 장소로 안내해 설문지를 작성하게 했다. 손세정제는 은연중에 감염의 위험을 상기시키기 위한 장치였다. 실험 결과, 손세정제를 옆에 두고 앉았던 학생들은 도덕규범, 사회사상, 국가재정 측면에서 보수주의 성향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실제로 투표소 곳곳에서 손세정제가 눈에 띄었던 일이 우연이 아닌 것이다.’ (본문 244-245쪽)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시기에 선거까지 겹치니, 우리는 이 실험의 현실 적용 결과를 곧 확인할 수 있겠다. 기표소에 비치된 비닐장갑과 손세정제는 정말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결과를 낳을까? 책에서 말한대로라면 현재 상황이 불리한 정당이 있을지도. 이 책에는 이런 실험 결과가 자주 인용된다.

나는 스스로 중독에 취약한 사람이라고 느낀다. 한 가지에 몰입하면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멈출 수 없다. 특정 행동에 꽂히면 끝없이 반복한다. 운동이나 자기계발 같은 유용한 것이면 좋을텐데, 불행히도 컴퓨터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에 미쳐서 며칠 동안 식음을 전폐하다가 삭제나 계정 폭파 같은 극단의 조치 뒤에야 멈춘 적이 있다. 대개 중독이라는 말이 붙는 일은 반복할수록 안 좋은 것들인데, 글로 적기 부끄러울 만큼 다양한 안 좋은 시기를 겪었다. (게임...SNS…약물...알코올...김성모 만화...기타 등등…)
처음에는 즐거움을 주었던 일도 그 지경쯤 되면 난 이걸 하는 게 정말 싫다고 머리로는 생각하는데 몸은 어느새 패턴화 되어 그 싫은 짓을 반복하고 있다. 해결책은 완전히 단절하는 기간을 두는 것이다. 적당히 즐기며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수준의 중용이 내게는 없었다. 불행한 인생.
과몰입형 성격의 장점도 있다. 입시공부나 대회참가, 공채시험 같은 성취지향적 활동에서 목표를 향해 무서운 집중력을 보였다. (늘 그런 건 아니고...가끔…) 어쨌거나 그 덕에 밥벌이는 하고 산다. 내가 하는, 겪는, 궁금한 일에 관해 집요하게 정보를 수집하고 오래 시간을 쏟다보니 업무 수행 능력도 나쁜 편은 아니다. 작은 일에 너무 진을 빼서 삶이 피곤할 뿐...

그런 내 눈에 이 책이 들어왔다. 당신을 미치광이이자 천재로, 중독자이자 창조자로 만드는 욕망의 분자 ‘도파민’.
미치광이래. 중독자래. 욕망이래. 내 얘기 막 나올 것 같다?
사실 알라딘에서 과학책을 사면 주기율표 북램프를 준대서 급히 고른 책이었다. 막상 받은 북램프는 별로 예쁘진 않았지만 취침등으로 잘 쓰고 있다. 열받는 건 큰 마음 먹고 이 책을 지르고 고이 모셔뒀더니 내가 이용하는 전자책 도서관마다 이 책이 신규 입고 되었다. 아...좀 참을 걸…
그래도 어느 날 이 책을 펼쳤을 때,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다행이었다. 한 번쯤은 들어봤을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인간 행동과 성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석구석 어떤 분야에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는지 다양한 사례와 실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해주는 책이었다.

도파민, 하면 뭔가 저절로 쾌락이 뿜뿜 솟을 것 같은 이미지이지만, 실제로는 미래를 바라보는 기대감과 함께 뭔가를 계속하도록 의욕이 넘치게 만드는 힘이라고 한다. 이 미래지향 호르몬의 반대편에는 현재지향적 화학물질, 세로토닌, 옥시토신, 엔도르핀, 바소프레신, 엔도카나비노이드 계열 분자들 등등이 있다. 얘네들은 행복을 말할 때 자주 등장하는 호르몬이다.
첫 장부터 사랑에 빠지게 하고, 그 사랑을 걷어차고 새 사랑을 찾게 만드는 도파민의 작용이 등장해서 재미있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반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하며 미래를 꿈꾸게 하는 것은 도파민이지만, 콩깍지가 벗겨진 뒤에도 그 사랑을 잔잔하게 유지하며 행복으로 이끄는 것은 현재지향적 화학물질의 역할이라고 한다. 사랑에도 단계가 있는 것이다. 눈부신 미래를 향해 돌진하는 사랑에서 친숙하고 지속되는 사랑으로의 전환. 자꾸 새로운 것을 찾아나서게 만드는 도파민을 극복하는 일이란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

도파민은 사랑의 묘약이 되기도 하지만 약물, 술, 도박, 포르노에 빠져 인간 노릇을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승리와 지배와 권력에 취해 끝없이 상승을 향한 노력을 하도록 이끌지만 행복을 주지는 못한다.
도파민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은 예술, 학문 등의 분야에서 창조성을 발휘할 수도 있지만, 운이 나빠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작용하면 조현병 같은 정신질환의 발현율이 높아지기도 한다. 연구에 따르면 예술가와 정신질환자와 꿈꾸는 사람의 뇌 활동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그러니까 기왕이면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미친놈이 되고 싶다구…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데에도 도파민 관련 유전자가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도파민 영향을 강하게 받을 수록 진보, 현재지향적 회로의 영향 하에 놓인 사람일수록 보수인 경향이 있다고 한다. 변화를 싫어하는 보수주의자는 소수자 관련 정책(저소득층 복지, 이민자 포용, 동성혼 등)은 반대하면서도, 그들이 가진 손실혐오, 가해 혐오라는 기재 때문에 오히려 봉사나 기부와 같이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에는 적극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 재미있었다. 반대로 도파민의 수혜자?인 진보주의자는 변화한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고 사회를 낫게 만들겠다고 뛰어다니지만, 정작 사회성이나 공감능력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아인슈타인이 한 말을 보라: “사회 정의를 향한 열정과 사회적 책임은 이렇게나 강렬한데 가급적이면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싶지는 않으니 나도 내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프하하...영감님 저도 제가 잘 이해되지 않네요...인류는 사랑하지만 사람대하는 일은 무서워요...
사고 훈련 만으로도 보수성과 진보성이 조정된다는 실험 결과도 흥미롭다. 구체적 사고(어떻게?)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보수주의가 유지되지만, 추상적 사고(왜?)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소수집단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질문과 전략에 따라 교묘하게 원하는 답변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 섬뜩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이나 여론을 이끌 때 유리한 전략이 될 수 있어 보인다. 잘들 활용해 보시게나…

마지막 장은 모험적 인류에 대한 이야기인데, 고고학, 인류학 관련 책에서 몇 번 읽었던 인류의 이동을 도파민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니 흥미로웠다. 도파민을 자극한 동물이 탐험 행동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실제로 인류의 이주경로를 따라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하니 도전 정신이 투철한 유전자를 가진 후손 집단이 많았다고 한다. 이건 유전자가 사람을 멀리 보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런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멀리까지 살아남고 도달했다고 볼 수도 있다. 불만족감과 동요를 일으켜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더 나은 곳을 찾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특정 유전자와 호르몬에서 나온다니, 뭔가 사람이 꼭두각시 같은 느낌도 든다.

저자의 결론은 미래 지향의 도파민을 잘 활용하되 그 역작용은 극복하고, 현재지향적 회로와 조화를 잘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조화를 이루는게 말은 쉽지만 이미 물질의 지배를 받고 어떤 인간들은 날 때부터 그렇게 생겨 먹어서 그렇다, 하는 말을 실컷 해 놓고선, 사람이 자유의지로 뭔가를 바꿀 여지라는 게 있을까 싶었다. 사람 마음이 마음대로 되니!
그래도 내가 왜 이렇게 중독에 취약한가, 한 자리에 머무는 걸 못 견디는가, 변화를 갈망하는가, 하는 물음에 특정 물질의 작용이 영향을 줬다고 설명을 들으면 나름 위안이 될 수도 있겠다.
거의 환원론 수준으로 이게 다 도파민 때문이다! 하는 건 조금 지나치다 싶을 때도 있었다. 저자도 유전,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도 있다오- 다 도파민이 한 건 아니라오- 하면서 수시로 얼버무리기는 한다.

어쨌거나 재미있는 독서였다. 내가 이 책을 드문드문이지만 끝까지 읽고 독후감을 쓰게 만든 것도 결국 미래 지향의 도파민 놈이겠지? 완성된 글 한 편이라는 쾌감, 좋아요라는 자극, 이걸 얼른 읽고 새로운 책을 정복하러 나아가자 므헤헤헤- 하는 부추김. 아 이렇게 써놓으니 징그럽다. 징그러운 물질의 힘. 어쨌든 그것이 나라는 인간을 이렇게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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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부스의 ‘먹고 기도하고 먹어라’ 댓글 이벤트 당첨으로 글항아리 도서 30만원 상품권을 받았다.
고민 끝에 고른 열 권이 오늘 도착했다. 선물할 책 네 권은 친구가 골랐다.(나 이거 다 보고 준다? 한 이십 년 걸릴 듯?ㅋㅋㅋ)
이렇게 많은 책 선물은 처음이다. 어마무시한 두께지만 모두 마음에 들고 천천히 다 읽어 보고 싶다.
좋은 책 만날 기회 주신 글항아리 출판사에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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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03-24 16: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전 풍년인데요 :)

반유행열반인 2020-03-24 16:30   좋아요 0 | URL
정말요. 배가 터질 지경이에요!

2020-03-24 16: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24 1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20-03-24 17: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부럽슴다~

반유행열반인 2020-03-24 17:2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골라놓고 보니 제 독서력에 비해 과분한 책들이 많습니다...

추풍오장원 2020-03-24 17: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03-24 17:45   좋아요 0 | URL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락방 2020-03-24 1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책들이 다 어마어마하네요! 무려 30만원 상당의 책이라니!!!

반유행열반인 2020-03-24 17:52   좋아요 0 | URL
정말 어머어마하지요. 저 이런 거 당첨되어 본 적이 잘 없는데 올해 운을 여기 다 쓴 게 아닌가...싶습니다.

단발머리 2020-03-24 1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기만 해도 배부른 그런 멋진 풍경이네요. 저녁 안 먹어도 되겠어요. 반유행열반인님, 너무 축하드려요!!!

반유행열반인 2020-03-24 18:31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축하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0-03-24 1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너무 좋으시겠어요^^
책을 선물받는 기쁨~~
그 누구보다 잘 알죠^^

반유행열반인 2020-03-24 18:59   좋아요 1 | URL
흔치 않은 경험이라 기쁘네요.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20-03-24 2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유행열반인님 여유롭고 즐거운 독서 시간 되세요! 축하드립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03-24 21:25   좋아요 1 | URL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님^^

초딩 2020-03-24 2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대박이에요 ㅎㅎㅎ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아아아~~~

반유행열반인 2020-03-24 21:26   좋아요 0 | URL
제가 열심히 읽어야 진짜 대박일텐데...일단은 꽂아만 놔도 든든하네요. 감사합니다 초딩님!!

막시무스 2020-03-24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음의 곳간에 양식을 가득 쌓아둔것 같이 든든하시겠어요!축하드립니다!ㅎ

반유행열반인 2020-03-25 06:54   좋아요 1 | URL
네 정말 그런 마음이에요. (그렇지만 다 안 읽고 또 책 사는 욕심 부리겠죠...ㅎ)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03-24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13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0-03-25 0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읽을 책이 많아서 기분 좋으시겠습니다 제가 읽은 책도 한권 있어요 예전에 우연히 알고 봤는데, 《2천년 식물 탐구의 역사》예요 재미있었습니다 그거 보고 식물 이야기도 재미있구나 했어요


희선

반유행열반인 2020-03-25 06:56   좋아요 1 | URL
희선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해요. 저 두꺼운 식물사를 벌써 보셨군요. 대단해요. 고른 책이 같은 걸 보면 희선님과 비슷한 취향이 있나 봅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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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7 김초엽

지구에 계신 엄마께

긴 잠에서 깨어나 처음 본 천체는 우주선이 방금 지나온 에리스와 디스노미아였어요. 어둠 속에 모습을 드러낸 희끄무레한 왜소행성과 그 위성. 육안으로 그들을 마주한 첫 사람들 사이에 내가 있구나, 벅찬 마음과 동시에 착잡한 기분이 들었어요. 태양빛조차 희미한 태양계 변두리까지 멀어져 온 게 실감이 났거든요. 우리는 카이퍼 벨트를 지나고 있어요.
동료 천체물리학자들은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에리스의 크기와 질량을 갱신하느라 바빠요. 저는 잠든 5년 동안의 운항기록을 분석하고 우주선이 정상가동되고 있는지 동료 기술자들과 구석구석을 점검하고 수리가 필요한 곳들을 손보았어요.

내가 어릴 때부터 엄마는 입버릇처럼 말했었죠. 엄마처럼 쓸모없는 문돌이 되지 말고 수학 과학 열심히 해서 이과 가. 기왕이면 서울에 있는 대학 말고 포항이나 대전 가서 공돌이 하자. 최대한 멀리 가서 니맘대로 살아.
아무 대답 안 했지만 속으로 맞는 말이지, 하면서도 속상했어요. 엄마는 같이 있으면 내 행동 하나하나를 지적하면서 마음에 들지 않아 하니까. 너무나 안 맞는 우리는 떨어져 사는 게 서로에게 나을지 몰라. 그래도 끊임없이 나를 밀어내는 엄마를 느끼는 일이 기분 좋을 리가 없잖아요.
무럭무럭 자라서 엄마가 말했던 학교 중 한 군데로 갔어요. 다행히 기계랑 전자 공부는 나에게 잘 맞았어요. 간섭 없는 자유로운 생활은 정말 숨통을 틔여줬구요. 대학 입학 후 떠나온 집에서 나는 자꾸만 멀어져 갔어요. 결국 이만큼 멀리 왔네요.
잘 지내시죠. 통신 기록에 부고는 없었으니 아직 그곳에 계실 거라 믿고 메일 남겨요. 다른 동료들은 영상으로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건넬 말을 녹화하지만, 엄마는 동영상보다는 텍스트를 좋아하잖아요.
경험한 감각들을 통으로 저장하고 필요할 때마다 검색할 수 있는 매체가 등장했어요. 심지어 특정 경험 중 분비된 호르몬과 심박 같은 신체감각까지도 그대로 재현할 수 있어요. 어릴 때 유튜브 영상을 검색하던 것처럼 지금 사람들은 다감각 정보를 생각만으로 불러들여 정보를 찾거나 단순히 감상하거나 그 자체를 현실인 양 체험하며 시간을 보내요. 떠나오던 몇 년 전의 기술 수준이니까 지금이라는 말은 어폐가 있네요. 지구 사람들의 삶은 또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젊은 세대는 빠르게 변화를 받아들였고 종이책은 물론 전자책도 구식 매체가 되었어요. 책을 읽는 행위는 고루하고 괴상한 소수의 취미로만 남았지요. 엄마도 그런 소수의 사람 중 하나구요.
종이장이 누래지고 책등이 바랜 채 거실 가득 꽂혀 있는 책들이 생각나요. 책상 앞에 구부리고 앉아 시력보조장치에 의지해 책장을 들여다 보고 있는 엄마의 모습도. 내가 좋아하는 게임이야기나 친구들 이야기를 하면 무심하다가도 읽고 있는 책에 관해 질문하면 신이 난듯 대꾸해주던 엄마였죠. 그래서 일부러 더 엄마가 읽는 책에 관심을 가지고 말을 걸곤 했어요.
관내분실이 뭐야?
책 제목 이상하지. 도서관내분실 했으면 알아듣기 쉬울 것을.
도서관에서 책을 잃어버려?
비슷한데, 열람하는 게 책이 아니라 죽은 사람 뇌내 정보야. 마치 살아있는 사람 만나듯 접속할 수 있대.
섬뜩하네.
난 더 섬뜩한 거 생각했어. 제목만 보고 대공분실이랑 헷갈려서 민주화 운동하다 고문당하는 얘기인 줄.
엄마의 말장난을 들을 때마다 웃음을 참을 수 없었어요. 무뚝뚝하고 하나도 다정하지 않은 엄마인데, 가끔 이상한 말을 해서 나를 웃기곤 했어요. 책 속에 그런 말장난이 잔뜩 담겨있는 걸까? 굳이 그걸 확인하려고 책을 읽을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요.

태양계 밖으로 나가는 최초의 유인우주선 정비 기술자로 우주 탐사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 엄마는 낡은 전자책 단말기를 건네줬었죠.
평생 모은 전자책 다 담아놨다.
누가 요즘 책 같은 걸 봐.
몇 십 년 우주여행하다보면 심심할 거 아냐. 심심해 죽을 것 같을 때 봐.
돌아가긴 해?
배터리 개조해서 50년은 멀쩡할 거래.
이걸 나 주면 엄마는?
종이책 많이 쟁여놔서 괜찮아. 인간다움의 상징물이다 생각하고 폼으로라도 들고 가.
우주선이 출발하고, 항해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우주 생활에 적응한 뒤 장기 수면모드에 들기까지 엄마 말대로 무지하게 심심한 시기가 잠시 왔어요. 정말 책을 읽게 될 거라는 생각은 안 했는데, 몇 년쯤 우주를 떠다니다보니 지구에 대한 향수랄까, 감상적인 기분이 들던 어느날 꾸려온 짐을 뒤적였죠. 짐 속의 전자책 단말기를 손에 쥐는 순간 엄마 생각이 났어요. 배터리를 충전하고 전원이 켜진 단말기의 목록을 빠르게 훑다가 독특한 책제목 앞에 멈췄어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내 나이 무렵의 엄마가 이 책을 읽던 모습이 기억났어요. 차례를 보니 엄마가 분실가지고 웃기던 소설도 들어 있어 더욱 관심이 갔어요.
그 책, 에스에프야, 판타지야?
둘다 아닌가. 그런 구분에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아. 실현되지 않은 과학 기술은 판타지로 남아 있고, 얼마 안 된 과거에 공상이라 생각했던 일들은 결국 현실이 되어 우리 삶을 뒤흔들어 놓았잖아.
엄마는 인터넷 검색을 해서 어느 만화가가 1965년에 2000년대 미래를 상상해 그린 만화를 찾아 보여줬어요. 태양열 주택, 전파 신문, 전기자동차, 무빙워크, 스마트폰, 원격의료, 인터넷 강의, 이미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기술들인데 그림이 그려진 당시에는 모두가 꿈같은 소리로 치부했다고 했어요. 그림 속 장면 중 달로 수학여행 가는 게 가장 나중에 실현 되었지요.
그래서 내가 지금 여기 있어요.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은 탐사, 그저 가장 멀리 나아가는 인류의 꿈을 위한. 태양계 밖 우주에서 삶을 마감하는 것에 동의서를 작성하고 끊없는 유랑을 택한 나의 동료들.

오래전 그려진 과학상상만화를 보며 신기했던 것처럼, 수십년 전 쓰여진 과학소설을 읽고 지금을 돌아보는 일도 이 지루한 여정에서 재미거리가 될 것 같아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지구에 남는 이유는 단 한 사람으로 충분했을 거야.’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중에서)
그 한 사람을 찾지 못해 나는 지구를 떠나게 된 걸까요. 한동안 사랑하던 많은 얼굴들을 떠올렸어요. 어쩌면 내 유전자와 합쳐 새로운 사랑할 사람을 함께 만들고 키웠을 누군가들을. 떠나온 이곳도 결코 완벽하지 않은데, 내가 너무 성급하게 떠나온 건 아닌가 가끔 후회도 해요. 그래도 막상 두고온 게 슬퍼 눈물이 날 만한 사람이 있나 돌아보면 그렇지도 않아서 더 서글퍼져요. 내가 순례자들과 같은 이유로 지구에 돌아가거나, 돌아가지 않는 날이 오긴 할까요?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중에서)

“그럼 루이, 네게는.”
희진은 루이의 눈에 비친 노을의 붉은 빛을 보았다.
“저 풍경이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 보이겠네.”
희진은 결코 루이가 보는 방식으로 그 풍경을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희진은 루이가 보는 세계를 약간이나마 상상할 수 있었고, 기쁨을 느꼈다.(‘스펙트럼’ 중에서)
우리의 탐사에서 무리인 같은 외계 지능체를 만날 일은 거의 없다고 동료 과학자가 단언했어요. 생명체가 사는 행성에 발디딜 가능성조차, 적어도 제가 살아 있는 동안은 희박하다고 했어요. 그래도 아주 만약에, 우리와 다른 감각과 지각을 가진 존재를 만나면 그들과 짧은 인사라도 주고받을 수 있을까요. 그건 얼마나 감격할 만한 일일지, 저는 상상할 수 없어요.
‘-잘 자.
처음으로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깔개 위에 몸을 뉘었을 때 희진은 문득 울고 싶었다. 고작 그 정도의 말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를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는 사실을 예전에는 몰랐다.’(‘스펙트럼’ 중에서)

‘만약 공생의 대상이 지구상의 생물이 아니라면 어떨까? 지구에서도 유래하지 않은 것, 수만 년 전,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전에 지구 밖의 어느 행성에서 온 것이라면. 그것이 우리의 뇌에 자리 잡았고, 우리의 유년기를 지배했고, 우리를 윤리적 주체로 가르쳐왔다면. 인간을 비인간동물과 구분하는 명백한 특질들이 사실은 인간 밖에서 온 것들이라면.’(‘공생가설’ 중에서)
아직 우리가 어린 동안 무언가 곁에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른 종이나 존재 간에 교감하는 이야기는 엄마가 어려서 권해준 만화책 기생수가 가장 재미있었어요.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이야기를 다 낡아빠진 종이책까지 찾아가며 보냐고 친구들이 핀잔 주긴했지만. 문득 깨달은 게 있어요. 굳이 다른 존재가 아니라도, 우리는 이미 서로 기대고 보살피고 있었어요. 나를 밀어내고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는 기억만 남아 있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아주 어린 날 엄마가 날 돌봐줘서 이만큼 자라고 살아남았을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슬픈 마음이 조금은 줄어드는 느낌이에요.
‘나를 떠나지 말아요.’(‘공생가설’ 중에서)

‘“예전에는 헤어진다는 것이 이런 의미가 아니었어. 적어도 그때는 같은 하늘 아래 있었지. 같은 행성 위에서, 같은 대기를 공유했단 말일세. 하지만 지금은 심지어 같은 우주조차 아니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중에서)
기술이 발달할수록 모두가 편해지고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 날이 있었어요. 공학을 공부하면서 그런 자신감이 자라난 적이 있었죠. 그런데 기술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오히려 다른 문제를 만들어내기도 했어요. 아직 우리는 빛의 속도로 나아갈 수 없어요. 뉴호라이즌호가 25년 걸려 도달했던 이곳에 유인 우주선을 탄 우리가 훨씬 짧은 시간 안에 도달한 건 엄청난 발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우리의 짧은 삶은 이 넓은 우주 안에서 순식간에 바스라지고 말아요. 여기까지 오기 위해 엄청난 비용과 자원을 투입해야 했어요.
가끔은 빛보다 느린 덕분에 위안받을 때도 있어요. 내가 떠나온 곳에서 그리 멀리 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우리의 탐사가 인류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여기까지 왔지만, 더 먼 우주로 간다고 달라질 게 있을까? 내곁에 있던 사람들과 영영 헤어져 웜홀을 뚫고 워프버블을 타고 터널을 통과해 다른 세계에 도달하는 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 해요. 그래도 지금은 계속 나아갈 수 밖에 없어요.
‘그래, 굳이 거기까지 가서 볼 필요는 없다니까. 재경의 말이 맞았다. 솔직히 목숨을 걸고 올 만큼 대단한 광경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윤은 이 우주에 와야만 했다. 이 우주를 보고 싶었다. 가윤은 조망대에 서서 시간이 허락하는 한까지 천천히 우주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중에서)

과학소설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미래 예언일까요? 아님 인류의 자기성찰? 사랑의 전파? 그저 소수의 취향에 맞는 여흥 거리? 그 전부 다 일 수도 있겠네요. 결국 과학소설도 소설이에요. 소설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고 엄마가 오래전에 말했잖아요. 소설을 읽지 않기 시작한 인류는 너무 오래도록 사람이란 뭘까에 대한 고민을 잊고 살았어요. 저도 마찬가지였구요. 손에 들린 책의 느낌이 잊었던 그 감각을 다시 일깨우는 듯했어요. 그리고 기묘한 어떤 감정에 사로잡혔는데 거기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무도 그걸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고립된 우주선 안에서는 자본으로 뭔가를 교환하는 행위조차 그리워요. 감정을 물화된 형태로 소비할 수 있다는 상상조차 신비롭고 부러울 지경이에요. 돈으로 살 수 있다면 지금 느끼는 감정에 붙일 이름표를 사고 싶어요.
“...하지만 나는 내 우울을 쓰다듬고 손 위에 두기를 원해. 그게 찍어 맛볼 수 있고 단단히 만져지는 것이었으면 좋겠어.”(‘감정의 물성’중에서)

‘자신을 고유하게 만드는 그 무언가를 남길 수 있었다면. 그러면 그녀는 그 깊은 바닥에서 다시 걸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그녀를 규정할 장소와 이름이 집이라는 울타리 밖에 하나라도 있었다면. 그녀를 붙잡아줄 단 하나의 끈이라도 세상과 연결되어 있었더라면.
그래도 엄마는 분실되었을까.’(‘관내분실’중에서)
생전의 경험과 감각을 저장하는 기술은 등장했지만 마인드 같이 죽은 사람의 데이터를 도서관에 보관하고 살아있는 사람 만나듯 느끼게 해줄 기술은 아직 없어요. 마인드가 있다면 오히려 끔찍할 것 같아요. 죽은 엄마에게마저 잔소리를 듣고 싸울 생각을 하니까 되게 절망적이더라구요.
엄마집 거실 책장 옆에 서서 내다 보던 풍경이 떠올라요. 옹벽으로 앞이 막힌 저층 아파트는 햇볕이 드는 시간이 아주 짧았죠. 엄마는 책이 햇볕에 상할 일이 없어서 좋다고 했지만. 벽 앞에는 볕이 부족해 가늘고 길다랗게 웃자란 메타세콰이어 몇 그루가 심어져 있었어요. 바람이 불면 무성한 여름날에도 낙엽을 모두 거둔 겨울날에도 가지가 마구 흔들렸죠. 아직도 가끔 창밖을 보나요? 여전히 우울한 표정으로 잃었던 많은 것들을 떠올리나요? 거기에 이제는 나도 추가되었을까요.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함께 바라보고 싶어요. 우주에는 바람도 나무도 없어요. 자라면서 보고 겪고 느낀 것들 대부분이 부재한 곳이에요. 그래서 가끔은 상실감을 느껴요.
엄마 뱃속에서 떨어져 나온 이후로 우리는 계속해서 멀어지고 있지만, 그 덕에 내가 나아갈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기도 했어요. 굳이 알기 위해 여기까지 와야 했나 싶을 때도 있지만, 오지 않고 모르는 것보다는 나은 것도 있겠지요. 창백한 에리스를 가까이서 마주하고 뭔가를 느끼는 경험은 아무나 할 수 없잖아요.
내 긴 메일이 오랜 뒤에라도 지구에 닿으면, 엄마가 답장을 해줄 거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얼마나 오래 걸리든 기다릴 거에요.
아직 사랑을 포기하지는 않으려고 해요.

‘단 한마디를 전하고 싶어서 그녀를 만나러 왔다.
“엄마를 이해해요.” ’(‘관내분실’ 중에서)

—-
아직 열 살인 딸내미를 먼 미래에 우주로 보내 보았다.
묻지도 않고 보냈네, 하면서 “너는 우주에 가보고 싶어?” 하고 뒤늦게 물었다.
“별로 가고 싶진 않아.”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미안. 다시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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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20-01-28 1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직접 쓰신 건가요? 대단하세요~ 소설로 손색이 없네요!

반유행열반인 2020-01-28 11:10   좋아요 0 | URL
많이 부족한 글 좋은 말씀으로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리뷰대회가 있어 응모해보려고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어요. ㅎㅎㅎ

syo 2020-01-28 1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퇴근길 지하철의 지치고 고된 시간 중 한 덩어리를 단숨에 삭제시키셨어요. 짝짝짝......

저도 얼른 써야 할 텐데요. 오늘까지인데 으아아아아

반유행열반인 2020-01-28 17:57   좋아요 0 | URL
무사 마감 기원합니다. 얼른 써서 다 싹싹 발라?버리셔요ㅎㅎ
나란히 책갈피 타서 인증해보아요. (저는 수상 아니고 막 추첨의 요행을 바라는 중...ㅋㅋ)

무식쟁이 2020-01-29 0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구야. 여기두. 리뷰 대~~~박!

반유행열반인 2020-01-29 07:11   좋아요 0 | URL
길어서 스크롤 주욱 내리고 싶은 욕구 만드는 거만 막 쓰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