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 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
요조.임경선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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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인 작가 임경선과 가수 요조의 교환일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여자인 두 사람이 자신들의 삶에서 중요한 키워드인 몇가지 주제들에 관한 각자의 생각을 편지 형식으로 주고받은 책이다.
여자이면서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직업을 가진 프리랜서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그녀들은,
주제에 따라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자신들의 생각을 솔직하게 주고 받으며, 심각한 토론과 가벼운 논쟁, 깊이 있는 공감과 부드러운 반발을 오가며 다른듯 비슷하고 같으면서 조금은 다른 위치에 서있는 서로의 마음과 생각을 풀어놓는다.

임경선의 글은 자타공인 다작 하는 작가답게 노련하고 직설적이며, 은유와 서사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문체로 자신의 확고한 가치관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반면에 요조는 음정과 운율, 가사를 통해 노래하는 가수답게 임경선에 비해 서정적이면서 생활적인 감성이 드러나는 글로 그의 성향을 짐작하게 한다.
많은 지점에서 공통점을 가진 두사람은(그렇기에 하루에도 여러번 연락을 주고받는 절친이 되었으리라) 이처럼 글만 봐도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조금씩 다른 목소리로, 여자로서 프리랜서 예술가로서 강연자로서 비슷한 모습으로 살고있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때론 과감하게 내보이며 독자들에게도 한번쯤 그 주제에 대해 함께 생각 해보고싶게 만든다.

굳이 꼽자면 나는 임경선보다는 요조의 성향과 더 비슷한 사람인 것 같다.
소극적이고 낯을 많이 가리며, 소심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영향도 상처도 많이 받는 타입.
반면 이 책 속 글에서 느껴지는 임경선의 성격은 좀 더 직설적이고 좋고 싫음이 명확하며, 순간의 감정에 솔직한 자기 확신형 스타일..?
(돈이 제 1조건이라는 솔직함이 너무 시원했고,
업무 청탁 메일에서 양아치를 선별하는 구분 팁은
정말이지 백배 공감의 핵사이다였다!)
어쩌면 서로 완전히 다른 위치에 놓여있는 듯한 이 ‘다름‘이 그녀들이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게 만들어 절친이 되도록 이끈 게 아닐까?
누가 봐도 다르지만 두사람이 주고 받은 글들을 읽다보면, 서로의 차이를 틀림이 아니라 다름으로 받아들이고 서로의 그 ‘다름‘에 깊이 공감하고
깨닫고 배우며 조금씩 비슷해져가고 있는 두 사람이 보인다.

여자로 사는 삶과 프리랜서로서의 장단점,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도 지옥으로도 만드는 연애, 누구도 대놓고 얘기하진 않지만 너무나 중요한 섹스에 관한 솔직하다 못해 거침없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에 주눅 들고 눈치 보느라 꺼내지 못했던 우리 마음속 응어리들이 조금씩 고개를 드는 것을 느끼게 되고,
그녀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생각으로 살아온 나도 좀 더 큰 목소리로 나에 대해 솔직하게 말해볼까 하는 욕심이 생긴다.
특히 내가 공감했던 부분은 나이가 든다는 것, 신체의 노화에 관한 이야기.
나이에 대해 이 사회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 얼마나 우리를 자유롭지 못하게 만드는지,
나이에 대한 자각이 스스로에 대해 얼마나 많은 의무와 부담을 갖게 하는지 나 역시 자각하지 못한 채
스스로 일정 부분 나를 정형화 해버렸음을 깨달았고, 단지 숫자일 뿐인 나이 때문에 아직 내게 열려있는 수많은 가능성과 새로운 기회의 문들을 적어도 내 손으로 닫아버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됐다.

그리고, 읽는 것만으로 너무나 공감이 되어 가슴 아팠던 이야기는 죽음에 대한 다르면서 같은 두 사람의 생각 부분이었다.
여러 차례 암의 재발을 겪으며 미래 계획은 세우지
않고 매년 정기검진을 기점으로 년간 계획만 세운다는 임경선의 해탈 모드도,
동생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어느날 갑자기 소멸될 수 있는 존재라는 인간에 대한 자각으로 늘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둔 채 산다는 요조의 이야기도 너무 이해가 되었기 때문에.
엄마가 돌아가신 뒤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나 역시 그 엄청난 상실의 아픔을 언제든 다시 겪게 될 수 있다는 불행한 짐작을 늘 마음 한켠에 둔 채 살고 있으며, 엄마를 제외한 행복한 미래를 꿈꾸기 싫어 눈앞의 근미래만 염두에 둔 채 사는 중이기 때문에.
상실의 아픔을 염두에 둔 채 사는것이 얼마나 서글픈 일인지를, 티없이 완벽한 무결점의 행복을 누리는 세계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음을 자각하는 삶의 쓸쓸함을 너무나 잘 알기에, 담담하게 고백하는 그녀들의 마음이 더 아프게 느껴졌고, 조용히 따뜻하게 꼭 안아주고 싶었다.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지라도 시간과 함께 조금씩 더 무디어지고 옅어지기를, 그래서 조금씩 더 많이 웃게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 해주고싶다.

제목은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지만,
그녀들이 나눈 이야기들은 여자만이 아니라 어떤 이들에게도 해당되는, 독립적인 한 사람으로서 삶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 길을 걸어가는 모든 개인들의 삶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을 더 하고 더 괴로워할 것인가?
사랑을 덜 하고 덜 괴로워할 것인가?‘
그녀들에게도 쉽지않은 질문이었던 ‘연애의 기억‘ 속
이 문장이 어쩌면 연애뿐 아니라 결국 우리 삶에서
스스로 가장 많이 하게되는 질문이 아닐까?
살면서 우리가 하는 모든 선택에는 예외 없이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함께 따라온다.
어디에 방점을 찍고 어떤 것을 플러스라고 생각하는 지가 결국 나를 드러내주는 나의 가치관일 것이다.
수많은 편지와 여러 질문을 주고 받았지만 아직도 삶의 많은 길목에서 답을 찾고있을 임경선과 요조를
응원하며, 나도 나다운 나만의 답을 좀 더 열심히 찾아봐야겠다.
그러려면 그녀들처럼 교환일기를 주고 받으며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를 한명쯤 찾아야할까?
매일 수많은 대화를 나누고도 아쉬울만큼 좋은 친구를 만난 두 사람이 어떤 것보다 가장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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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아무튼, 술 -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무튼 시리즈 20
김혼비 지음 / 제철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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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보고 들은 어떤 권주의 글보다 술을 마시고픈 욕구가 가장 많이 생기게 해준 책.
술을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이 그야말로 술술 흘러 넘쳐서 읽는 사람의 마음까지 흠뻑 적시는 느낌이
든다.
바삭한 김치전, 매콤 얼큰한 순댓국, 쫄깃한 족발,
상큼한 샐러드에 막걸리를 소주를 와인을 위스키를
곁들여 마시고픈 마음이 자연스럽게 솟아나고,
술맛을 두배 세배 끌어올려주는 찰진 욕을 구사하는 오랜 벗들과, 밤새 술을 함께 마시고픈 같은 감성을
가진 새 친구와 술을 마시다 영혼의 단짝이 되는 행운을 누리고 싶다는 간절함도 저절로 느끼게 된다.
그야말로 최강의 ‘술 권하는 책‘이다.

김혼비라는 저자의 이름을 본 순간 혹시 작가 닉 혼비의 이름에서 딴 필명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나 내 짐작이 맞았다.
여자축구를 소재로 첫 책을 쓴 저자는 축구광이기도 한 작가 닉 혼비의 이름을 따서 필명을 지었다고 하는데, 축구를 좋아하진 않지만 술도 좋아하고 닉 혼비의 유머도 좋아하는 나로선 김혼비라는 필명 만으로도 저자와 책에 대한 호감을 갖기엔 충분했다.
짐작대로 읽는동안 간간히 등장하는 유머와(저자는
유머코드가 같다면 정치성향을 비롯해 모든 면에서
같은 코드를 가졌음을 확신할 수 있다고 썼는데, 그
주장대로라면 저자와 나도 코드가 같은 모양이다)
잘 세공된 조각처럼 앞뒤가 딱 들어맞는 놀라운 표현력을 바탕으로 한 매력적인 문장들은 술의 매력에 대한 재발견 뿐 아니라 잘 쓰여진 책을 읽는 즐거움까지 느끼게 해준다.

무언가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하고 깊이 탐구하는 마음으로 즐기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대상에 대한 철학적 깊이가 생기게 마련인 것인지, 술을 좋아하고 즐겨 마시는 저자의 술 사랑도 그녀의 가치관에 꽤 많은 영향을 주었음을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김치라는 별명을 얻게 된, 첫 술을 마셨던 고3때부터
술과 함께 우정이 깊어지고, 술로 인해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고, 술을 통해 깨달았던 관계와 만남과
삶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질문과 그 답들,
술로 인해 찬란했고 즐거웠고 행복했고 또 위로가 되었던 수많은 순간의 이야기들이 쉴 새 없이 펼쳐진다.
그 이야기를 정신 없이 따라가며 웃다가 찡하다가 공감으로 끄덕이다가, 식욕이 당겨 침을 흘리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 해있다.

술에 취한 채 토론하고 술이 깬 뒤에 다시 토론 한다는 고트족이 자신의 조상이라고 확신하는 서문에서 이미 저자의 주력이 예사롭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고,
술과 함께한 무수한 이야기들의 윗부분만 꺼내
놓았을 뿐이라는 에필로그에선 두번째, 세번째로 끝없이 술술 이어질 후속편들을 기대하게 한다.
술보다는 좋은 사람들과의 술자리를 더 좋아하고
안락한 나만의 공간에서 마시는 혼술이 가장 편한
약간은 수동적인 애주가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엔 밖에서 혼술하는 여자들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뾰족한 시선들과 여전히 잠재적인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세상이 하루 빨리 안전하게 바뀌길 진심으로 바라게 되었다.
무엇보다 술을 마시다 그토록 멋진 반려자를 만나는
행운까지 누리게 된 저자의 기막힌 술운과,
찰진 욕을 가르쳐주고 함께 울어주는 진짜 친구이자 최고의 술친구인 벗들과의 진한 우정도 정말 부럽다.

과유불급이라지만 가끔은 넘쳐봐야 더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는 것들도 있나보다.
술과 함께, 술로 인해 겪었던 황당과 당황의 순간들을
오가며 그야말로 확고한 ‘주관‘(당연히 술 주)을 갖게된 저자가 다음엔 또 어떤 흥미로운 술 얘기를 펼쳐놓을지, 아직도 그녀의 술독에 한참 더 많이 남아있다는 이야기들이 술술 넘쳐흐를 때를 다시 한번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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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사람의 차지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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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만 한편으론 낯설고, 독특하면서도 어떤 면에선 지겹고, 한없이 사랑스럽다가도 지긋지긋 해지는 우리 주변의 수많은 어떤 사람들..
그런 사람들과, 그들을 때론 이해하고 가끔은 오해와 동정과 멸시와 안타까움의 감정으로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이 이 단편집 안에 담겨있다.
고백도 못한 채 소심하게 바라만 보던 사람의 시선이 나 아닌 누군가를 향하고 있음을 직감하면서도 끝내 모른척 하며 아니라고 믿고픈 마음도,
사업이 망한 뒤로 자신도 모르게 아내와 장인의 눈치를 보며 자발적으로 예전보다 더 많이 참고 고분고분해지는 스스로의 모습에 회의를 느끼던 중
우연히 만난 당돌하고 적극적인 여자와 묘한 관계를
유지하게 되는 남자의 불안함도,
남자같은 외모의 여사장이 연하의 알바생을 짝사랑하게 된 것을 눈치 챘다는 이유 만으로 그녀의
호의를 받으며 사랑의 카운셀러 역할을 하게 된 때부터 순간순간 달라지는 복잡한 심리도,
어쩐지 가까이 가기 힘든 시누이가 결혼 전 뜨겁게 사랑했던 연인과 다시 만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그 남자와 마주친 뒤 그제서야 시누이를 이해 할 수
있을것 같다고 느끼게 된 묘한 마음도,
단지 집안의 돈줄 정도로 여기며 어려워하던 숙부와의 일본 여행에서 그의 고통스런 과거와 오랜 불면등을 알게된 후 깨닫게 된 이해의 마음도..
이 책 곳곳에서 그들이 부딪혀가며 겪는 다채로운 감정들은 모두 우리가 살면서 주변 사람들로 인해 한번쯤 혹은 자주 느꼈던 마음들이다.
대체로 찌질하고 부끄러우며 남들에겐 감추고싶은
순간들이지만,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마음들.
그런 마음들은 오해와 이해 사이를 오가며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도 하고 멀어지게 만들기도 하지만,
이 책 속에선 결국 나와 다른 타인에게 공감하며 그 다름을 받아들이는 이해의 순간으로 그들을 이끈다.
짝사랑 하는 내가 아닌 친구 국희를 바라보는 선배,
돈은 많이 벌었지만 평생의 외로움과 과거의 상처로 늘 불행했던 숙부,
딸에게 팔 수 없는 과일 뭉치를 몰래 들려 보내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프면서도 생존을 위한 억척스러움을 택할 수밖에 없는 엄마,
낯설고도 뜨거운 감정으로 서로를 사랑했지만 사소한 감정으로 멀어졌던 사춘기의 한 시절과 그때의 마음을 그리워하는 친구..
그들은 모두 그 시간이 지난 뒤에야 다가온 새삼스런 깨달음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게 된다.
나 아닌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어려운 일인 동시에
숨쉬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나를 포함해 누구에게나 있는 어떤 마음들로 인해
멀어지고 대립하고 때론 혐오도 느끼게 되지만,
결국 우리 모두는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그래서 결국 나와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는 것도 어찌 보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저자는 이 책
속의 단편들을 통해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읽고나면 나도 모르게 ‘그래, 사람이 다 그렇지‘라는,
약간 자조적이면서도 한편으론 안심되는 혼잣말을
하게 되는 책.

보통 단편집들 속의 여러 작품들은 편차가 많이 나기도 하고 완성도 면에서도 부족한 작품들도 함께
묶여있는데, 이 책 속의 작품들은 모두 비슷한 필력과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인상적이다.
이전 작품들도 이번 책도 괜찮았으니 다음 작품은
당연히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릴만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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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잉게 숄 지음, 송용구 옮김 / 평단(평단문화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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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치하의 악몽같은 시기에 ‘백장미단‘이란 단체를 결성해 히틀러의 만행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나치의 독재에 항거하다 체포되어 사형 당한 뮌헨대 학생 한스와 조피 숄 남매.
이 책은 그들의 누나이자 언니인 잉게 숄이 동생들의 고귀한 행동과 정신을 알리기 위해 직접 쓴 책이다.
당시 20대 초반에 불과했던 대학생들이(그중엔 아이 셋의 아버지이자 가장도 있었다) 서슬 퍼런 나치의 독재 치하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 바쳐 항거하는 모습은 놀랍고 감동적이다.
갓 스무살을 넘긴, 어찌 보면 아직 어리다고도 할 수 있는 나이에 목숨과 바꿔도 좋을 신념과 가치를 확신하고 모든것을 건 투쟁을 한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러고 보니 일제치하에서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했던 유관순(사망 당시 19세),윤봉길(사망 당시 25세) 등 우리나라의 열사들도 모두 그들과 비슷한 어린 나이였다.
대체 무엇이 이들의 가슴에 뜨거운 애국의 불을 지피고, 자유를 위해 자신들의 목숨까지도 망설이지
않고 기꺼이 바치게 만들었을까?

책의 내용이나 문체는 마치 역사책을 읽는듯 감정을
배제한 사실 위주의 서술식 전개로 되어있다.
책의 저자가 한스와 조피 남매의 누나이자 언니인 잉게 숄임을 생각하면 가족으로서 개인적인 감정을
앞세우지 않고 그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서술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바로 이런 저자의 태도, 격앙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충실히 묘사한 점 때문에 이 책 속의 내용들은 실제로 존재했던 ‘역사적 사실‘로서
독자들에게 더 묵직한 감동과 깨달음을 준다.
정작 올바른 국가를 만드는데 선봉의 역할을 해야할 언론이나 정치인들, 사회 지도층들이 나치에 대한 두려움으로 혹은 나치에 현혹되어 침묵을 지키며
비겁하기 짝이 없는 ‘암묵적 동의‘를 하고 있던 암흑의 시기에, 불과 스무살 남짓의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히틀러를 비판하며 정상적인 독일을 만들기 위해 분연히 일어나자고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아마 그들 모두 일제 강점기에 독립을 외치며 목숨을 바쳤던 우리의 열사들과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국민들의 자유와 평화의지, 인간성을 말살하는 국가라면 존재 이유가 없다.
악마같은 권력 아래에서 삶을 구걸하며 구차하게 살아가느니 당당하게 자유를 외치다 죽는 것이 훨씬
더 가치있는 삶이라는 것을 놀랍게도 그들은 그 어린 나이에 너무나 확실하게 알고있었다.
나이가 삶의 성숙도와 비례하진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단 하나뿐인 목숨까지도 기꺼이 걸게 만드는 고귀한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 해보게 되는 책이었다.
누구도 비겁하게 구차한 삶을 이어가고 싶어하진 않지만, 생존을 위협하는 폭력 앞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는 경험하지 않아도 잘 알고있다.
그래서 단순히 숭고하다는 말 정도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런 삶들을 대할때면 어쩔수 없이 숙연해지고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게 되는 것일거다.

역사는 결국 선한 자들의 올바른 의지가 승리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진보하게 되어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백장미 단원들이나 일제시대 우리나라의 독립 열사들처럼 국가가 악한 세력에 의해 지배 받던 시대에 자신들의 목숨까지 걸고 싸워온 값진 이들의 피와 눈물이 없었다면 역사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지 모른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선 안된다.
스스로 올바르게 진보하는 역사는 결코 없음을,
자유와 평화에 대한 믿음으로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는 용기만이 역사를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원동력임을 잊지말고 살아야겠다.
백장미단의 전단 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오늘의 대한민국과 여러 나라에도 여전히 해당된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마음에 다시 새기며,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목숨 바친 모든 이들의 명복을 빈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수백만 시민들의 작은 행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이 나라는 언제쯤 깨닫게 될까요? 언제쯤이면 이 나라가 모든 사람의 소박한 일상을 망각해버리는 이념들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까요? 눈에 띄진 않는다고 해도 개인을 위하고 국민을 위하여 평화를 수호하려는 노력의 발걸음이 무력으로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보다 더 위대한 일임을 이 나라는 언제쯤 알게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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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놈은 아니지만 - 미처리 시신의 치다꺼리 지침서
김미조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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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독서에서 가장 기대하는 부분이 재미라고
생각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재미 없는 책을
무조건 싫어하진 않는다.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는 재미는 좀 부족해도 다 읽고나면 저자가 하려던 이야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책도 있고,
읽기 힘들었던 책의 어떤 구절이나 내용이 계속 다시 떠오르면서 생각의 단상들을 던져주기도 하고,
어떤 책들은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순간 뿌듯함이나 가슴 벅찬 감동, 혹은 어떤 깨달음으로 힘겨운 독서의 시간들을 행운이라 느끼게 해주기도 하니까.

그런데, 솔직히 이 책은 독서 감상을 어떻게 기록해야 할 지 모르겠다.
스토리나 전개방식에서 느껴지는 개인적 감상 차원의 재미와는 별개로, 대개는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무슨 얘기를 하고싶었던 건지 알 수 있는데,
이 책은 저자가 무슨 의도로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어느 순간 갑자기 자신이 죽은 존재가 되었음을 알게된 주인공이 ‘미처리 시신들의 뒤치닥꺼리‘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미발견 시신이 된 세명의 뒤치닥꺼리를 하는 와중에 자신이 죽은 이유를 알게 된다..
소설의 줄거리는 요약 하자면 이런 이야기다.
이게 무슨 소리지? 하는 느낌이 드는 초반부만 잘 넘기면 글은 쉽고 간략해서 잘 읽히는 편이고 내용에 대한 이해도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소설에서 우리가 흔히 기대하게 되는 뛰어난 묘사력이나 공감, 감탄을 자아내는 어떤 것이 느껴지질 않는다.
그래서인지 다 읽고나면 그래서 뭐? 라는 질문이 머리 속에 떠오르며 허탈한 기분마저 든다.

저자가 독특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인가보다, 라는 짐작은 되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취향과는
거리가 있기에 미안하지만 소설가로서 저자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진 않는다.
내가 쓰고싶은 글과 대중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글이 일치하지 않을때 작가는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
것일까?
이 책을 읽고나서 하게 되는 건 이런 생각이다.
좋아하는 장르나 작가에 치우친 편협한 독서를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집었다가 역시 나는 어쩔수 없구나
하는 자각을 다시 하게 만든 책.
다음 작품에선 좀 더 독자들의 공감과 호응을 많이 이끌어낼 수 있는 이야기를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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