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상에 이별하기 좋은 날 - 235명의 지혜로운 인생 선배들이 전하는 행복한 인생의 다섯 가지 비밀
존 이조 지음, 박윤정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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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어떤 사람은 비전을 찾아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멋진 삶이라 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을 넘어 남을 위해 사는 것이 복된 삶이라고 하며, 또 어떤 사람은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사는 것만이 삶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다. 뭐가 맞는지를 모르겠지만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질문 같다. 

나는 가끔 사람들에게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물어보곤 한다. 나도 궁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답을 들다보면 왠지 모르게 공허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대답은 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먹고 살기도 바쁜 세상에 쓸데없는 질문을 한다’거나 ‘젊은이들은 직장을 못 구해 쩔쩔매고, 나이든 사람들은 남은 생을 살아갈 방법을 찾지 못해 고민하는 상황에서 무슨 배부른 소리냐고 묻는 것 같기 때문이다. 잘 사는 것도 중요한 것이지만 지금은 살아남는 게 더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한명일 것이고.)

하지만 이 책(오늘은 이별하기 좋은 날)을 보면 그 동안 내가 했던 질문-잘 사는 방법이 무엇이냐?-이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잘 사는 법’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삶을 바라보지 말고, 죽음을 생각해야만, 어떻게 죽고 싶은지를 물어야만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예전에 게이 핸드릭스가 쓴 ‘다섯 가지 소원’이라는 책을 본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도 저자는 행복한 삶이 뭔지를 알고 싶다면 죽음의 사신이 내 앞에 서 있다는 가정 하에 ‘지난날들을 되돌아보며 가장 후회스러운 일, 다시 태어난다면 꼭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해보라고 한다. 그때만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임사체험, 죽음을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도 연구 결과 마지막에 잊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우리가 죽음을 연구하는 이유는 죽음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잘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이 책은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의 비밀을 분명하게 깨닫고픈 나의 욕망에서 비롯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나는 평생토록 내 안에 있던 의문들을 더욱 절박한 심정으로 묻게 되었다.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삶을 마감하는 순간 나는 어떤 생각들을 하게 될까? 남아 있는 건 시간뿐인데, 이 시간을 지혜롭게 사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행복과 의미 있는 삶의 비밀들은 무엇일까?"라고 말한다. 나이 들어가는 자신을 바라보며 어떻게 사는 것이 후회 없이 살아가는 것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여행을 갈 때 무턱대고 가는 것보다 그곳을 다녀온 사람의 말을 들어보고 가는 것이 도움이 되듯이, 삶도 우리보다 이미 앞서간 세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미국 전역과 캐나다에 거주하는 1만 5천명의 사람들에게 “당신의 삶에 영향을 끼친 인생의 스승은 누구입니까?” “당신이 아는 어른들 중에서 삶에 대해 중요한 무언가를 가르쳐 줄 수 있는 분이 누가 있지요?”라는 질문지를 보냈고, 그들이 추천한 사람, 즉 다른 사람들이 지혜롭다고 인정한 사람 중에서 다양한 집단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로 253명을 선정해 인터뷰했다. 저자는 이들을 만나 “가장 행복을 안겨주는 것은 무엇이며,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점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졌고, 그들의 답변을 정리했다. 그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하지만 저자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는데, 나이 60세를 기점으로 해서 사람들의 생각이 분명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저자도 처음에는 오십대 초반사람과도 인터뷰를 했는데 20여 명 정도 인터뷰를 하고 보니 예순에 즈음해서야 삶을 되돌아보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예순 이전에는 아직 삶의 경험 속에 휩싸여 삶과 충분한 거리를 유지할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러다 세월이 더 흘러 예순을 넘으면 더욱 신비롭고 아름다운 어떤 것이 사람들을 한층 지혜롭게 해 주는 것 같았다. 나이와 지혜사이에 신비롭거나 혁명적인 어떤 연관성(저자는 이를 죽음과 연관되었다고 한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몇 백 명이나 되는 인생지도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얻고자 한 것은 ‘현관 흔들의자에 않아 있는 노인’이 가진 혜안이었다. 오랜 삶을 통해 인생의 참 의미와 지혜를 가득 갖고 있는, 항상 죽음을 생각하며 자신만을 위한 아집보다는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며 후회 할 줄 아는 ‘깨달은 자’의 모습을 말한다.

저자는 253명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자, 죽기 전에 발견해야 할 다섯 가지 비밀, 즉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방법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고 한다. 다양한 사람들, 인종, 종교, 문화, 성, 사회적 지위를 떠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표현을 조금씩 다를지라도 공통된 이야기를 전해줬기 때문이다. 그것은 첫째,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살아라.’ 둘째, ‘후회를 남기지 말라.’ 셋째, ‘스스로 사랑이 되라.’ 넷째,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다섯 째, ‘받기보다 주는데 힘써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행하라.’다.

어떻게 보면 뻔한 내용들, 자기계발이나 인생에 대한 책을 몇 권이라도 본 사람이면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인간의 삶을 거의 다 거친 사람들은 우리에게 또 다시 이 말을 전한다. 오랜 세월(인간의 삶으로 계산했을 때)동안 수많은 일을 겪으며 살아왔건만 결론은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위해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함으로써 절대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살라’는 말이다.

나이 60세가 넘은 사람들, 그 중에서도 삶의 의미를 이해한 자들이 이렇게 말했다면 우리 역시 이 나이가 되어 삶보다 죽음이 더 가깝게 느껴졌을 때 이들과 같은 말을 하지 않을까. 우리 중 누군가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또 어떤 사람은 ‘내 이럴 줄 알았어’하면서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삶. 그리고 단 한 번의 삶(다시 태어난다 해도 지금과는 다른 모습일 테니까). 어떻게 살던지 간에 자신만이 평가할 수 있는 삶이기에 더욱 마음에 와 닿은 내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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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스바루 - 뉴욕 촌놈의 좌충우돌 에코 농장 프로젝트
덕 파인 지음, 김선형 옮김 / 사계절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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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붐’이란 책을 보면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점차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농촌에서, 그것도 각기 자신의 땅을 중심으로 살다가, 점차 상점을 중심으로 모이게 되고, 그 다음 도시로 모였다가 이제 다시 교외로 옮겨가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결국엔 농촌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농촌이라고 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쌀을 심고 가축을 키우는 농촌이 아니라 공기 좋고 물 맑은 해변 가나 공해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근교지를 말한다.

하지만 요즘엔 근교지를 넘어 아예 농촌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조금씩 늘고 있다. 세상이 어수선하여 덜 복잡한 세상으로 돌아가겠다고 나선 사람도 있고, 도시에서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농촌으로 돌아간 사람도 있으며, 나이 50이 넘어 조금 한가로운 삶을 살고 싶다고 농촌으로 돌아간 사람도 있다. 어쨌든 예전처럼 도시로 나와야 성공하고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은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 게다가 도시와 농촌간의 구분도 조금씩 없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농촌으로 가는 사람들은 무엇을 얻고자 할까? 아마도 그들이 도시를 버린 이유가 바로 그들이 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즉 번잡스러운 생활, 초를 다투며 살아가야 하는 바쁜 삶, 매연으로 가득 찬 공기, 비싼 물가, 방부제로 범벅이 된 음식 등 자연과는 거리가 먼 삶이자 자신만의 여유를 느낄 수 없는 도시인의 삶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바라는 것은 좀 더 한가로운 삶, 남의 눈치 안 보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삶, 자연과 함께 하는 삶, 그리고 머리보다는 몸을 쓰면서 얻을 수 있는 상쾌함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농촌생활에 적응시키려면 무엇보다 도시생활과 연관된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도시인으로 오랜 세월을 살아왔기에 이미 몸에 배인 것을 농촌으로 간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 뜨고 컴퓨터를 통해 세상을 알던 사람이 농촌에 갔다는 이유 때문에 세상 소식을 듣지 못한다면 얼마나 답답할까? 평소 맛있게 먹던 햄버거 하나 먹지 못한다면 그의 입맛은 얼마나 서운할까? 조금만 나가도 널려있던 음식점, 책방, 문구점 같은 것을 구경할 수 없는 곳이라면 그는 얼마나 허탈할까? 사람은 할 수 있지만 안 하는 것과 할 수 없어 못하는 것에는 큰 차이를 느끼기에 농촌이라고 해서 도시인이 느끼던 문화생활의 대부분을 포기해야 한다면 그건 자연을 찾아 떠난 승리자가 아닌 귀향자가 진배없게 돤다.

이 책을 보면 말짱하게 살아가던 한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식으로 말하면, 촌동네로 이사를 갔다. 인간이 만든 인공적인 것을 거부하고 자연 그대로 살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역시 컴퓨터와 휴대폰 등 도시에서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전제 하에서의 농촌생활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귀향 가듯이 자신이 살았던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자신이 편하게 사용했던 도시의 문화를 그대로 가져갔다. 다만 도시인과 다른 점이 있다면 화석연로를 사용하는 전기보다는 태양광은, 방부제가 든 조리음식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음식을, 남이 키우고 만든 것을 슈퍼에서 사 먹기보다는 자신이 직접 키우고 길러 먹는다는 것뿐이다.

사람들은 저자가 ‘단지 몇 가지를 바꿨을 뿐’이라는 말을 들으면 무척 의아해한다, 즉 도시인이 농촌사람이 되어 살아가는데 그게 왜 ‘단지’ 조금 바뀐 것뿐이냐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도시문화를 그대로 간직한 채 ‘단지’ 자신의 모습 중 일부를 바꾼 것뿐이며, 그것도 예전보다 못한 삶이 아닌 더 나은, 자신을 위해서도, 남을 위해서도, 그리고 미래를 위해서도 더 나은 삶으로 바꾼 것이다. 도시생활이 농촌생활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나도 시골에 내려가 살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모든 내용이 재미있다. 도시를 떠난 삶이 어렵기보다는 위트 있고 하루하루가 도전하는 삶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실제 생활이야 책에 나온 대로 재미만 있겠는가. 아마도 말없이 울은 적도 있을 것이고, 다 때려 치고 도시로 다시 갈까 생각도 해 봤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저자 자신이 그 삶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삶이라면 어디서든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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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내 인생!>을 리뷰해주세요.
힘내라, 내 인생! - 당신의 일상을 기적처럼 변화시킬 13가지 삶의 아이디어
퍼트리셔 라이언 매드슨 지음, 강미경 옮김 / 이마고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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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잘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 어찌 보면 그저 열심히 살면 된다는 말처럼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어떤 때는 하나도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나름대로 열심히 산다고 하는데 뜻대로 이뤄지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는 물론이고, 주위사람도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왜 그럴까? 모든지 열심히 하면, 최선을 다하면 될 것 같은데 말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다 이유가 있다. 열심히 살았다고 하지만 일이 안 되는 방향으로 살아왔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직장 다닐 때 상관이 한 말. ‘열심히 하지 말고 잘 해!’ 바로 그런 의미다.

이 책을 보면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자주 느끼게 된다. 그리고 내 모습에서 방향성 없이 열심히만 했던 지난날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언뜻 보면 조금 삐딱한 것 같지만 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말들이 많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책 내용 중에서 내 마음에 와 닿은 것만 몇 가지 생각해보겠다.

책 내용 중에 ‘짐 꾸리는데 열중하지 말고 그냥 떠나라’는 내용이 있다. 하겠다고 마음먹었으면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그냥 시작하라는 말이다. 우리들은 뭐든지 하겠다고 생각하면 그때부터 준비할 게 많다. 예를 들어 운동하겠다고 마음먹으면 그냥 하면 될 것을 운동장은 어디서, 신발은 뭐를 신고, 운동복은 어떤 것을 입어야 할지, 운동하다 목마르면 어떻게 하나, 아침시간에 일어나기 위해서는 시계가 필요하고 등등 운동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가지 돌발 사태를 생각하며 필요한 것부터 챙기기 시작한다. 그러다보면 며칠 지나가고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일이 터져 운동한다는 생각은 저 멀리 도망가 버리고 만다. 그냥 하면 될 것을 뭐 그리 준비할게 많은지.....내 친구 중에서도 볼링을 하겠다고 볼링공, 장갑, 가방, 신발 등을 다 구입해놓고 볼링은 하지도 못한 친구도 있다. 하겠다고 마음먹을 때 그냥 볼링장에 가서 했으면 될 것을 말이다.

“하기 싫은 일을 회피하려고 엉뚱한 일에 몰두하지 마라”는 내용도 무척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리는 하기 싫은 일이 생기면 자신도 모르게 그 일을 피하기 위해 핑계를 찾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누구와 곤란한 미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갑자기 별 것도 아닌 일이 중요한 일처럼 와 닿고, 그 일을 핑계로 삼아 그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을 일부러 만든다. 내일 만나지 뭐 하다가 못 만나는 수도 생긴다. 게다가 누군가 보고 싶으면 가보면 될 것을 그 생각을 잊기 위해 딴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그런다고 보고 싶은 마음이 없어질까? 내일 시험을 봐야 하는데 시험공부하기 싫다고 쓸데없는 일을 붙잡고 있어봐야 시험걱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럴 바에는 아예 당당하게 부딪치는 게 낫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말이다.

또 “오늘 못하는 일은 내일도 못한다.”는 말도 나름대로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 말이다. 우리는 살다보면 괜히 귀찮고 짜증나는 일이 있다. 오늘 해야지 생각했다가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내일로 미룬다. 하지만 내일이 되면 그 날은 다시 오늘이 되고, 또 다시 내일로 미룬다. 이런 식으로 며칠을 가다보면 결국 그 일은 하나도 못한 게 된다. 내일이 내일을 부르고, 내일이 되면 또 다시 내일을 기약하며 일을 미루는 것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삶을 살아가는 간단한 법칙 몇 가지를 찾게 된다. 우선 내 자신을 속이지 말고 현실 그대로 인정하라는 말이 생각난다. 하기 싫은 것은 하기 싫은 것이라고 인정하고, 내가 그 일을 다른 일 때문에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하기 싫어 안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면 된다. 그렇지 않고 이런 저런 핑계를 대다보면 결과는 결과대로 없고, 내 자신도 해야 할 것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에 괴롭게 된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간다. 재미있지 않은가?

또 하나는 문제가 닥치면 그 문제를 직접 해결하라는 것이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야 해결될 것이 아니라면, 가만히 놔두는 것이 좋은 게 아니라면, 직접 일어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풀릴 기미가 없는 것이라면 조금 답답하고 괴롭더라도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해 풀어버리는 게 낫다. 마치 오줌 마려운데 화장실 가기 싫다고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버틴다 해도 어차피 화장실을 가야만 해결될 일이라면 빨리 갔다 오는 게 낫지 않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순간의 괴로움과 피곤함 때문에 피일 미루다 문제만 커져 결국엔 간단히 풀 수 있을 것을 더 어렵게 만들고 만다. 답답한 인생이다.

이 책은 내용이 무척 직설적이다. 말을 돌리거나 위로하는 것 없이 삶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필요한 행동을 즉각 실행하라고 말한다. 어찌 보면 정 없어 보이지만 그게 인생 아니겠는가. 내 문제는 내가 해결하지 않는 한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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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력혁명 - 평범한 사람도 비범한 성취를 가능케 하는
문용린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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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IQ점수를 받은 기억이 난다. 문제가 많은 시험지에 답을 써 내야 했던 조사. 그 후 선생님이 불러 가보니 얼굴에 미소를 띠면서 머리가 무척 좋다고 했다. 같이 갔던 어머니에게도 신이 나서 이야기를 했고. 그래 나는 머리가 좋았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성적이 안 좋으면 선생님은 나를 불러 머리 좋은 놈이 왜 공부안하냐고 한 마디 했고, 어쩌다 성적이 잘 나오면 당연한 듯이 쳐다봤다. 당시 사람들을 평가하는 것은 IQ라는 요상한 점수를 통해 우열반을 나눴고, 그 점수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가지 따라다니며 성공의 핵심척도처럼 활용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과거를 돌아보면 IQ높은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머리 좋다고 하는 놈들은 머리 나쁘다(IQ가 낮다고 평가받은 학생)고 평가받은 아이보다 암기력은 좋은 것 같았고, 선생님이 하는 말을 좀 더 잘 이해하는 것 같았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어쨌든 머리 좋고 나쁨의 기준은 암기력과 이해력(문장과 지시사항의 이해)인 것 같았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고.

하지만 요즘 세상은 성공이란 개념이 다양화되면서 머리 좋고 나쁨의 기준이 애매해졌다. 학교성적이 인생성적이 아니고, 암기력이 곧 성공의 기준은 아니니까 말이다. 사람 이름을 못 외워도 다른 사람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갖고 있으면 성공한 사람이고, 아무리 수학문제를 잘 풀어도 특별히 쓸데가 없으면 말짱 헛일이다. 계산기가 있고, 컴퓨터가 있고, 하다못해 휴대폰이나 MP3에 막강한 저장 공간이 있는데 암기 좀 못하면 어떠랴. 도리어 공부할 시간에 열심히 운동장에서 뜀박질하며 땀 흘린 운동선수들이 연봉 100억 어쩌니 하는 소리를 들으면 확실히 성공여부와 IQ와는 별 상관없는 것 같다. 물론 이들도 이해력도 좋으면 더욱 좋겠지만.

다중지능. 몇 년 전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래서 책을 몇 권 봤지만 역시 예전 IQ와는 사람을 이해하는 시각이 조금 다르다. 다중지능에서는 인간의 능력, 즉 뇌와 관련된 능력을 IQ 라는 지적 분석능력 외에 여러 가지 다양한 능력으로 평가한다. 즉 말솜씨와 글 솜씨로 세상을 이해하고 만드는 능력인 언어지능, 기호와 규칙을 찾고 만들어내는 능력인 논리수학지능, 음과 박자를 쉽게 느끼고 창조하는 능력인 음악지능, 형태와 방향을 구상하고 창조하는 공간지능, 몸으로 표현하고 창조하는 신체운동지능, 원만한 대인관계를 결정짓는 인간친화기능, 자신의 심리와 정서를 파악하고 표출하는 자기성찰지능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지능과는 차별화된 기호와 상징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으로 인간의 뇌와 직결된 것들이다.

저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인간능력 중에서 재능이 아닌 지능으로 구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첫째, 두뇌에 그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가 있어야 한다. 기능과 관련되는 두뇌부위가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그 부위 이외의 곳이 손상되도 그 기능은 지속될 테니까 말이다. 예를 들어 언어지능은 좌측두엽과 전두엽, 논리수학지능은 두정엽의 좌측, 우반구, 공간지능은 우반구의 후반구, 신체운동지능은 소뇌, 기저핵, 운동피질, 음악지능은 우측두엽, 인간친화지능은 전두엽, 측두엽, 변연계, 자기성찰지능은 전두엽, 두정엽, 변연계이다.
둘째, 지능에는 최저와 최고의 수준 차이가 있어야 한다. 기존 잠재력을 키울수록 지능수준이 올라가고 떨어지는 것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셋째, 지능은 그것이 발휘되기 위한 나름의 체계가 있어야 한다. 넷째, 지능은 실험연구나 심라학적 연구로 검증되어야 한다. 다섯 째, 지능은 독립적인 형태로 관찰 가능해야 한다. 특히 이 내용이 중요한 것 같은데 예를 들면 영화 레인맨에서 주인공 레이먼드가 자폐증상을 보이지만 숫자계산에는 천재적인 능력을 보여준 것 같은 내용이다. 여섯 째, 누구나 겪는 발달과정이 있어야 한다. 기본적이고 보편적으로 나타나서 전문가가 되기까지, 두드러진 능력이 보이는 독특한 발달과정을 통해 독립적인 지능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일곱째, 지능은 진화적 특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일순간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오래 전 인간의 조상 때부터 발달되어 온 흔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덟째, 지능은 관련된 상징체계를 갖고 있어야 한다. 즉 수학, 지도, 건축, 언어, 음악, 춤, 축구 등에서 사용되는 표식들로 숫자나 몸짓, 그림, 단어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중지능. 이 책에 담겨진 내용 평가를 떠나 인간의 능력이 오로지 정보를 분석하는 것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선언과 같은 면에서는 무척 놀라운 인간분석 도구다. 얼마 전에 나온 감성지능(EQ)보다 한 단계 더 발전된 시각이다. 하지만 이 지능체계를 이해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눈에 들어난 지능이면 별도로 평가할 필요도 없을 것 같고(그저 심적 위로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언어지능이 높다고 해서 어릴 때부터 작가나 아나운서로 키운다? 이것도 조금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저자 역시 하나의 지능을 다른 지능과 연계되어 그 힘을 발휘된다고 말하는데, 이런 복합적인 연계성 없이 무한대의 가능성을 가진 아이를 하나의 직업군으로 키운다는 것이 마치 미래사회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인간을 하나의 로봇처럼 만들어내는 것 같다....게다가 자신의 능력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나이 20이 넘은 사람들에게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아직 다중지능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그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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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소사이어티 - 꿈과 감성을 파는 사회
롤프 옌센 지음, 서정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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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서문에서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이렇게 말했다.

어느 쌀쌀한 가을날 아침. 주요고객인 통신회사와 은행사람들이 참석한 아침회의에서 고객 한 명이 질문했다. “정보사회 다음에는 어떤 사회가 도래할까요?” 저자는 대답할 바를 몰라 혼란스러웠지만 “걱정 마십시오. 정보사회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고, 그 과정의 주요관심사는 지금 당신이 하는 신기술을 적용하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았던 저자는 연구소(코펜하겐 미래학 연구소)로 돌아와 다음 사회의 모습을 찾기 시작했고, 그 결과 ‘드림 소사이어티’라는 모습을 발견했다. 물론 저자도 ‘드림 소사이어티’를 그려보며 너무 이른 내용이 아닐까 의심했다고 한다. 시작한 지 40~50년밖에 안된 정보사회, 그것도 1990년대 말 인터넷이란 문명을 맞이하여 한창 무르익어가는 상황에서 벌써 그 이후의 세상을 예상한다는 게 시기상조인 것 같았다.

아무리 정보통신망이 발달했다하더라도 아직도 인터넷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누군가 당신에게 다음 세상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면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필자도 이런 질문을 받으면 현재 상황을 전제한 상태에서 앞으로 더욱 발전되어 고도화되고 어쩌고 하며 이야기했을 것 같다.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정보사회가 10~20년 내로 바뀌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만 년 전에 시작한 수렵생활이 농업사회로 바뀌는데 9만년이 걸렸고, 1만 년 전에 시작한 농업사회(당시의 모토는 ‘동물과 자연의 에너지를 활용하라’다.)가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산업사회로 변하는 데 9천년(당시의 모토는 ‘기계가 사람을 대신해 일하게 하라’다.),그리고 본격적인 2차 산업사회로 변하는데 100년 정도, 다시 정보사회로 변하는 데에는 몇 십 년밖에 걸리지 않은 상황(이때의 모토는 컴퓨터와 인공지능기계가 인간의 일과 사고를 대신하게 하라‘다.)에서 100년 단위의 변화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고 또 많은 기업들이 과거와는 다른 세상이 왔다는 것을 직감하고, 이에 대응하고 있는 것을 보며 확신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세상은 먼 미래가 아닌 현실이라고.

저자는 ‘드림 소사이어티’를 과거 산업사회와 정보사회를 이끌던 이성과 합리성이 아닌 인간의 감성이 중요시 되는 세상이라고 말한다. 좌뇌적인 사고 속에서 성장제일주의를 부르짖으며 오늘과 다른 내일만이 최상과제라고 생각하는 변화중심 사회가 아닌 안정과 평화로운 삶이 더 소중하고, 물질의 풍요로움 속에서 물질 그 자체보다는 재미와 꿈을 더욱 소중히 여기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사회는 인간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이야기’의 세상이라고 딱 잘라 말한다.

예를 들어보자.

코펜하겐 공항은 1996년 그린랜드의 빙원 일부를 수입하여 흔하디흔한 얼음조각에 수십 만 년 세월의 이야기를 덧붙여 고객들에게 선물했다. 빙원 속의 거품에는 피라미드가 만들어지기 이전 시대의 공기가 담겨있고 어쩌고 하는 내용이다. 그 순간 별 것 아닌 얼음조각은 오랜 세월의 지구 사를 담고 있는 소중한 보물로 변해버렸고, 누구도 그것을 단순한 얼음조각으로 보지 않았다. 또 당신이 바디숍에서 아마존 밀림 속에 숨겨져 있던 고생대의 식물에서 축출한 원료로 만들었다는 제품을 본다면 무엇을 생각하겠는가? 아마도 밀림에 대한 신비한 이야기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갈 것이다. 

한국도 유사한 상황이지만, 덴마크에서는 방목한 암탉의 달걀이 전체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좁은 닭장에 갇혀 길러진 암탉의 달걀보다 20~30%나 비싸지만 소비자들은 자연에서 자란 달걀, ‘옛날식 상품’을 기꺼이 구매한다. 왜 이런 달걀을 구매할까? 어떤 달걀이든지 간에 달걀 자체의 본질은 비슷하지만(많이 다르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달걀과 함께 따라오는 시골풍의 모습에 소비자는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다. 달걀 자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몰라도 어쨌든 평화로운 목가풍의 농촌이 생각나고, 자연은 몸에 좋은 것이란 이야기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의 입장도 드림소사이어티는 물질이 풍부한 선진사회를 전제로 하며(개도국이나 후진국은 대상이 아니다),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세상으로 모든 것이 대체되리라고는 예상하지 않는다. 산업, 지식사회와 드림소사이어티, 두 개의 모습이 일정기간동안 공존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더 이상 이성과 합리성만이 진실이고, 감성은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극히 이성적인 마케팅 전문가조차 소비자들이 먼저 감성으로 사고, 나중에 이성으로 구매행위를 합리화한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세상이고(자신이 상품선택을 잘했다고 스스로 위안하기 위해서), 뇌 과학자들은 인간이 쇼핑할 때 자신의 이성이 직접 개입하여 판단하는 부분은 구입한 상품의 50%도 안 된다고 말한다. 감성과 이야기를 중요시 여기는 드림소사이어티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또 아는가? 멀지않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재택근무가 확대되면 현재 가족과 직장이 분리되었던 산업사회와 지식, 정보사회의 기억은 인류사의 막간에 일어난, 단지 200년 정도의 짤막한 역사일 뿐이었다고 역사가들이 평가할 지도.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미래는 확실성이 아닌 꿈으로 만들어져 있다. 미래는 물리적인 세계가 아니라 우리의 사고와 꿈속에 존재한다...워크맨을 생산하자는 아이디어는 소니사의 사활을 건 시장조사 끝에 나온 결과가 아니다...비행기도 꿈이었다. 이러한 꿈이 없었다면 아무도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몸과 마음을 희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미래는 (불확실성이란 전제 하에) 꿈이라는 재료로 만들어진다...(이런 상황에서) 사업가는 훌륭한 소설가가 이야기를 상상하듯이 사업의 미래를 상상해야 한다.”

요즘 한창 인기를 끄는 말. “인간은 자연의 일부다. 따라서 인간을 위해서라도 자연법칙을 존중해야 한다. 인간을 자연을 지배하면서 살기보다는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아야 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 같지 않은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개인이라고 무시했던 과거 수렵채취인들이 갖았던 생각이다. 요즘 사람들이 자연을 이해하는 모습과 고대 사냥꾼들의 시각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과거의 모습에서 희망을 찾고 있으며, ‘오래된 미래’ 즉 오랜 전 이야기와 부족의 역사, 의식, 전통을 중요시 여겼던 정신적인 요소를 강조했던 수렵채취인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미래를 찾고자 한다. 요즘 거대기업들이 자사의 ‘핵심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것이나 과거 미개인이라 불렀던 수렵인들이 자신의 전통을 중요시 여기는 것이나 다를 게 뭐가 있는가.

저자는 이와 같은 현상을 놓고 고전적인 드림소사이어티라고 한다. 간단하게 표현하면 과거 속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과거의 모습에서 미래의 모습을 찾고자 원하는 소비자 행동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미래사회에서 이야기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하나는 물질의 풍요로움으로,

물론 아직도 내일 먹고 살 것은 고민하는 국가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된 상황에서 우리들은 더 이상 물질 자체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 얻고 싶은 것은 물질 이상의 것,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도 만져볼 수는 없지만 인간의 감성을 움직이는 그 무엇으로, 바로 이야기다.

또 하나는 세상의 변화가 인간의 변화속도보다 빠르다보니

사람들은 그 변화에 지쳐 더 급해질 미래의 모습보다는 안정되고 평화로운 과거로 회귀하려고 한다. 물론 과거 시절이 반드시 행복했던 것은 아니지만, 지난날의 회상은 어쩔 수 없이 행복했던 면을 키우게 된다. 마치 남자들이 술자리에서 군대 이야기할 때의 상황처럼. 물론 다시 군대 가겠냐고 물으면 도망가겠지만 말이다.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오순도순 이야기하며 정을 나누던 모습, 열심히 농사짓고 점심때 막걸리 한 잔 마시며 땀을 닦는 모습과 같은 것이 우리의 모습이자 아름다운 추억이고, 잊혀 지지 않는 우리만의 이야기이다. 자신이 겪었던 겪지 않았던 간에 우리 문화 속에 담긴 소중한 삶의 모습들이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현재의 발전된 모습에서 미래를 그리기보다 과거의 모습에서 미래를 그리려고 한다. 바로 앞에서 말한 [오래된 미래]의 예찬이다.

이 책이 출간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1999년에 출간), 이제 체험의 중요성을 무시하고서는 사람 자체를 모을 수도 없고, 고객의 감성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상품 개발은 결재조차 어렵게 되었다. 더욱이 스토리텔링의 힘에 대해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상품 하나를 살 때에도 감성적인 디자인과 상품에 담긴 이야기를 찾는 시대가 왔다.

‘움프쿠어’라는 미국 조그마한 은행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도 바로 이것 때문이고, 해리포터의 이야기를 보면서 즐거워하지만, 한편으로는 샘날 수밖에 없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며, 나이키가 단순한 운동화가 아닌 젊음, 성공과 명성, 승리를 상징하는 젊음의 상징이 되고, 일본의 우수한 오토바이와의 경쟁에서 더 강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바로 투박하고 시끄럽고 덩치 큰 오토바이의 단점이 이야기로 미화되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가 재미를 위한 근육을 사용하는 시장이 나타났듯이 재미를 위한 지적이고 감각적인 활동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도 곧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아마도 운전한다는 것이 자동전자제어장치에 의해 위험성이 떨어지면 운전은 곧 지루한 뭔가가 될 것이고(운전자가 할 일이 별로 없으니 말이다), 그때부터 운전 실력을 증명하고 싶어 돈을 들여서라도 위험한 산악 길을 운전하고자 할 것이다. 인간은 세월이 지나도 과거 수렵인처럼 감각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생존이 아닌 재미를 위해서일 뿐이다. 21세기의 성장산업은 아마도 재미가 목적인 지적이고 감각적인 활동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이 아닐까 예상해 본다.

저자는 제품과 서비스에 이야기를 더하는 방법에 대해 몇 가지를 이야기한다.

첫째, 이미 만들어져 있는 이야기를 구매하는 방법이다.

운동선수나 산악인을 후원하여 얻는 것과 같이 이미 이야깃거리를 가진 사람을 잡는 것이다.

둘째, 사람들 스스로 스포츠행사 같은 모험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모험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지프차를 타고 강이나 사막을 가로지르는 것처럼 험난하고 따라서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생긴다.

셋째, 이야기꾼으로서 동업자가 될 수 있는 고객과 함께 당신이 실제로 이야기를 판매하는 것이다.

할리데이비슨 오너그룹에는 36만 명의 회원이 있는데, 이들은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새로운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낸다. 할리데이비슨의 경영자는 직원들에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지를 말해줄 뿐이다.

넷째, 고객들로 하여금 이야기를 창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가가 독립심과 자유, 인격의 상징이 된 것처럼 말이다. 이 이야기는 담배회사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들은 이야기를 들으며 커왔고,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살아갈 것이다. 오랜 전 문자가 발달되기 전부터 인류는 이야기를 들으며 꿈을 키웠고, 그 이야기를 현실화시키려고 노력했다. 이야기만큼 감성을 울리고,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급격하게 변하는 세상에서 지쳐가고 있다. 더 이상의 발전은 안정과 평화를 약속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슴을 울리는, 내가 누구인지를 알게 해주는, 별 거 아닌 상품이지만 가치를 느끼게 해 주는 이야기다. 세스 고딘은 [보랏빛 소]에서 모두가 엇비슷해진 세상에서 자신의 상품을 독특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상품과 함께 ‘덤’을 줘야 한다고 말했는데, 필자 생각에는 이것이 바로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다음 내용은 참고사항으로, 드림소사이어티에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이다.




첫 번째. 모험시장.

이 시장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은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고, 거친 밀림지대를 헤쳐 나가a면서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경험하는 것으로, 예를 들면 열기구를 타고 세계를 일주하는 것 같은 것이다. 열기구를 타는 것은 그 자체가 이야깃거리이며 시회가 풍요로워질수록 수요가 커지고 있다. 거기에 산이 있기에 산을 탄다는 등반시장, 스타 한 명의 이야기만으로도 돈 벌 수 있는 스포츠시장, 명배우 한 명의 이야기가 몇 십억 원의 수익을 벌어다주는 영화계 스타시장, 그랑프리 자동차 시장, 동물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연시장, 또 여행업 같은 것들이 모두 이 분야에 해당되는 시장이다.

두 번째, 연대감, 친밀감, 우정 그리고 사랑을 위한 시장.

이 시장은 감성중심시장으로 드림소사이어티와 직결된 곳이다. 이 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이 알고 싶은 것은 ‘우리가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대표적인 상징과 의식을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는가’이다. 통신시장, 주류시장, 외식업, 카페업, 커피시장, 화상회의나 전자우편, 테마공원, 동물원, 또 만남, 행사, 기념일 등의 모든 이벤트가 이 시장과 관련된 업종들이다.

이 시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또 하나는 사랑을 위한 시장이다. 물론 사랑 자체는 시장을 형성하지 않는다. 사랑은 사람 사이의 강렬한 감정으로 겉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그러나 사랑에는 상징이나 의식이 수반되는데 이 부분이 바로 거대한 시장이다. 결혼식, 장례식, 보석, 화장품, 향수, 음악시장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것은 전자음악이나 가공된 소리보다는 기술의 개입 없이 만들어지는 시장의 성장이다. 우리가 찾는 것은 음악 자체가 아니라 정과 사랑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관심의 시장.

사람들은 자신의 관심을 누구에겐가 제공하려는 욕구를 갖고 있다. 필요한 것을 주고 자비를 베풀고 위로하고 치료해주고 도움과 행복을 주고자 하는 욕구다. 관심 제공은 받는 쪽의 기쁨이 더할수록 주는 기쁨도 더 커진다는 데서 비롯된다.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의 필요가 다 충족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마고찌’처럼 실물이 아닌, 별다른 기능도 없는 전자제품 속에 든 사이버 닭조차도 관심 시장에서 크게 히트칠 수 있다. 주인으로 하여금 관심을 제공할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또 애완동물시장, 바비인형과 같은 장난감, 적십자나 구세군과  같은 자선단체. 반면에 관심을 받는 시장도 함께 성장하게 되는데 건강분야시장에서도 대체의학과 같이 관심과 동정의 요소가 강하게 배어있는 시장이다. 이는 육체와 함께 정신적인 치유과정도 함께 있어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것은 과거 가정의 관심에서 병원과 의사를 중심으로 한 과학시장으로 이제 다시 관심을 강조할 수 있는 분야로 옮겨가는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네 번째, 나는 누구인가(who am I)의 시장.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은 그가 선택한 상품을 보면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상품을 단순한 기능 품으로 구입하는 차원을 넘어 자신을 표현하고 나타내는 방법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명품브랜드의 호소력은 바로 그 상품에 담긴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독특한 이야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낡아 보이는 옷을 입고 ‘나는 옷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라고 말하지만 그것이 바로 그 사람의 자기표현방식이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시장에서 ‘가난’하다는 것은 과거처럼 물질적인 가난이 아니라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이야기를 구매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아마 요즘 젊은이들의 심정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싶다.

드림 소사이어티에서는 자신이 말하고 싶어 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부자다. 이 시장의 승자는 가장 좋은 이야기를 말하거나 가장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 자다. 특히 현대사회처럼 가격과 품질이 유사한 상황에서 구매를 자극하는 것은 이야기에 달려있다.

다섯 번째, 마음의 평안을 위한 시장.

“오는 9월은 잭 다니엘씨의 151번째 생일입니다. 아니면 누군가의 말처럼 147번째일지도 모르고요. 지금까지도 우리 창업자의 정확인 생일은 수수께끼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기록을 잘 하지 않았거든요.” 잭 다니엘사의 테네시 위스키 광고다. 이들이 강조하는 것은 그 제품이 매우 오래된 주조법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변화라는 ‘질병’속에서 평안을 얻을 수 있는 길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다. 과거이 특징, 변하지 않는 영원성 때문이다.

요즘 히트치는 내용들은 과거 대가족이야기, 시골풍의 낭만주의, 고전적 영국의 모습, 비아킹, 일본의 사무라이, 1920년대 파리, 고대 그리스 북구의 바이킹 같은 곳에서 원형을 빌려온 이야기들이다. 우리가 원조를 주장하고, 오랜 역사를 가진 상품을 귀하게 여기고, 자동화가 아니라 직접 만들은 것을 높이 평가하고, 조선시대의 음식, 향토문화, 목가적인 농촌과 같은 것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우리에게 변하지 않는 평안함을 주기 때문이다. 이곳이 변화를 떠나 안정된 곳에서 평안을 찾겠다는 사람들이 갈망하는 곳이며, 이곳에 거대한 시장이 존재한다. 이제 초현대적, 더욱 진보된, 최첨단이란 단어는 극히 부분적인 면에서만 경쟁력을 얻을 수 있는 요소다.

여섯 번째, 신념을 위한 시장.

산업사회에서는 획일적인 이념과 사회계급이 사람들을 사로잡기 위해 대단위의 전쟁을 벌였지만 21세기에는 국지전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것도 총칼을 들고 살생하는 식의 전쟁이 아니라 소비자의 손끝으로 치루는 전쟁이다. 소비자들은 장바구니를 들고 쇼핑하는 순간부터 매일같이 회사에 투표를 한다. 농산물이 공장에서 대량생산되어 저렴하게 팔려야 하는지, 아니면 생태학적으로 동물후생을 고려해 만들어야 하는지를 해당상품을 구매함으로써 투표하는 것이다.

독일의 한 자동차 회사는 이렇게 광고한다. “우리는 독일계 회사이며 선량한 기업체의 구성원이란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존 나이스비츠는 소비자행태조사를 통해 수입이 5만 달러 이상인 가정 중에서 지산이 지지하는 목적에 어떤 기업이 관련되어 있을 때 그 이유만으로도 그 기업의 상표를 선택하는 비율이 82%라고 한다. 이제 기업은 사회봉사, 사회적 책임, 인권 같은 것을 무시하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에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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